"성찰은 날 우울하게 하고 몽상은 편안하게한다"라는 루소의 말을 기준 삼아 생각해보니,
성찰 없이는 몽상에 도달할 수 없고 몽상에서 성찰로빠지는 길은 가짜 몽상이다. 혼자 있어보면느낀다. 자연스레 시간이라는 기차가 성찰에서몽상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걸. 몽상이 이렇게나즐거운 일일 줄이야.

아빠는 나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법과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버스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을만났을 땐 버스비를 내어줄 것, 그리고 다정한시선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엄마는 나에게 강인함을 주었다. 도전과 승부욕을.
연습의 힘을 보여주었고 보답은 두 배로 해야한다는 현명함을 심어주었다.
언니는 나에게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려주었다.

나의 두 눈은 타인들의 모습을 찍어내고 다른사람들의 생각을 훔쳐 삼켜버리는 글자들을품고 다닌다.
지금 나를 구성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생각한다.
그럼 나는? 모든 것의 영향으로 구성된 나는.
본래의 나는? 나의 것이 있기는 한 건가.

마음이 저기 위에 떠 있길래 보다 못한 나는떠 있는 마음에 추를 달았다.
밑으로 조용히 가라앉자 모든 건 조용해졌다.

얹혀지는 탑승감정의 방향이 미세하게 자리가 잡히면 탑승시켜버린다. 감정의 탑승에 두려움을 느껴서는 안된다. 얹어진 감정은 이제 미끄러지듯이 달리고어떤 방해도 주지 않는다. 안정감을 느낀다.그 감정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방관한다.
손톱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수만 번의 탑승으로감정의 거리를 알게 되고, 한번 탄 감정은멈추는 법이 없고 순수하기에 내버려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타 PATA
문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타야. 예열 중일 때 어중간하게 달리지 마라.
달려야 할 때 달리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줄알고, 경고가 울리기 전에 재정비하고, 예열중일 때는 모든 기회를 뒤집어보는 거야. 그리고끝이 났을 때는 아까워하지 않고 모든 걸제자리에 두고 오겠다고 약속해."

파타가 초등학교 1학년 2반으로 입학을 하자 또새로운 이야기꾼을 만나게 된다. 담임 선생님은등교 첫날 촛불을 챙겨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첫 수업이 시작되기 30분 전, 조회 시간에선생님은 항상 책을 읽어주었다. 커튼을 닫고각자 책상 위에 불을 붙인 초를 올려두자따뜻하고 비밀스러운 공기가 교실 안을 가득메웠다. 선생님은 늘 긴박한 상황에서 책을

"순리에 집중하지 마. 중요한 건 ‘흘러간다‘. 흐름을떠올려봐."
전화를 끊자 다시 같은 말풍선이다.

"지금도 슬퍼?"
"응."
"왜 슬픈데?"
"난 행복할 때 슬퍼."
"행복한데 왜 슬퍼?"
"이 순간은 다시는 오지 않을 지나갈 시간이니까."
"또 행복할 텐데?"
"그치만 이 세상에 같은 행복은 존재하지 않잖아."
"그럼 슬플 때는?"
"슬플 때는 안심해."
"왜?"
"이보다 더 나쁠 일은 없을 테니까."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부터 ‘사고를 당했다‘라는 표현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말할 때마다 제가자신을 피해자라고 설명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았고, 돌아보니 그렇게 살지도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그냥 말을 바꾼 거예요. ‘사고를 만났다‘로."삶을 다시 써 내려가다 ‘사고를 당함‘이 ‘사고와 만남‘이 되자 비로소 사고와헤어질 힘이 생겼다. 예기치 않게 삶에 찾아온 불행을자신의 시선으로 돌아보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해요. 항상 괜찮을 수 없음을, 괜찮지 않아도괜찮음을 서로 알고 이해하면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행한 나눔과 응원이 당신을 거쳐서 세상에더 멀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멀리 퍼진 나눔과 응원이 우리의 두려운 세상 여행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93년생 김민섭은 많은 이의 다정함에 힘입어 일본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일본이 아니라, 까마득히 멀어보이던 사람들 마음속으로 다녀온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의 인생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 것을 보면말이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다면 지금은 사람이 보여요. 저분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응원받은 것처럼 수많은 보통의 삶이 응원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대목에 설 때면 ‘연출에 있어 중요한 것은 모호성이다‘라는 말에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한때 그러한 연출관을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던 적도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매우 영리한 태도라 생각한다.

연출에 있어 모호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연출 의도를 삭제하고 삭제된 의도의 자리에 관객, 독자, 청자의 감정만을 남겨각자의 추억과 감상으로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의미라고생각하면서부터다.
‘연출의 모호성‘은 오래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창작을 하고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직관적이고 분명한 ‘의도‘가 삭제되어도 사람들은 감상을 통해 메시지를 읽어낸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좋은 작품은 끝을 맺은 뒤에도 살아 움직인다"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싶다.

삶의 여정은 어떤 방향도 목적도 없다. 다만 살아가는 구체적인 장면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고 읽었는데, 앞으로는 더욱 구체적으로 더 새롭게 다음날들을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막다른 길에서, 새로운 여행의 시작에서부터.

그러니 차라리 파리의 카페들이 낫지 않을까?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요란을 떠느니 그냥 이렇게 무덤덤한 편이 더 낫겠구나 싶었다. 어쩌면 그들에게 역사란 사건이 아니라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편이 훨씬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관광객으로서는 어렵게 찾아간 카페가 내가 생각한 그곳이 맞나 싶은 마음에 웨이터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이 카페에 헤밍웨이가 앉았던 자리나 유품 같은 것이 있나요?"
"그런 건 없는데요."
"여기가 헤밍웨이가 글 쓰던 그 카페가 맞기는 한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안 오신 지 꽤 됐습니다."

"도대체 뭘 건져내세요?"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고민을 바다에 던지는데, 생각이 가벼워 물 위에 뜬 것들을 걷어내는 겁니다. 제때 걷어내지 않으면 사람들의 고민이 많아지거든요."
"남의 고민은 건져서 뭐에 쓰시려는 겁니까?"
"이렇게 건져낸 고민은 서쪽 바위에 잘 펴서 말리는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민을 던져버리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고민이란 깊이 젖을수록 더 무거워집니다. 오히려 맑은 날 꺼내 잘 펴서 말려야 가벼워집니다. 던져버린 고민을이렇게 건져내지 않으면 언젠가 큰 파도가 칠 때 고스란히몰려들게 됩니다."

해거름에 해변 모래사장을 헤집으며 느릿느릿 지나는 소한 마리와 몰이꾼도 보았다. 뭘 하는 것이냐고 묻자 "백사장아래 묻혀있는 오래된 사람들의 지혜를 찾고 있다"고 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혜와 같이 소중한 것을파도가 조금만 밀려와도 쏠려가는 해변에 묻어 놓다니……………왜 그 소중한 것을 거기에 묻어놓는 것일까 싶었다.
"당신은 지식과 지혜를 구분할 줄 모르는군요. 지식은 구하는 것이지만, 지혜는 발견하는 것입니다. 모래밭에 지식을묻어놓으면 언제고 큰 파도에 쏠려 사라지지만, 지혜는 어떤 파도가 와도 아무리 오랜세월이 흘러도 그 자리에서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쨌든 모든 기획에는 분명한 의도와 그 의도가 담긴 내용이 있어야 마땅하고, 행사가 끝나면 참석했던 관객들이 의미 정도는 분명히 알고 돌아가야 성공적인 이벤트이며 축제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그래서 내용이 아무리 재미있고 그럴듯해도 목적과 의도가 분명하지 않은 기획들은 영혼 없는 예술가와 같다고도 이야기해 왔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관점이 반드시 맞는 것만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대부분 정해진 일들을 따라가며 하루를 보낸다. 거기에는 대개 마땅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날은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이유 없이 보내는 시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나는 왜 인정하지 못했던 걸까? 게다가 사람들은 늘
‘제발 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 이유도 목적도없이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이 분명히 있지 않았던가!

일정도, 시간도 여의치가 않아 트라팔가까지는 못 갔지만,
또 아무리 할 일이 없다 해도 단지 베개 싸움을 하러 영국에갈 상황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뭔가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면이번에는 단지 재미만으로,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하는 것들도 해봐야겠다 싶다. 가끔은 말이다.

북극을 가리키는 나침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여윈 바늘끝을 떨고 있습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우리는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바늘 끝이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나침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지남철〉.

제주의 일상에서 하찮은 것의 소중함을 알았고, 부족한 것의 풍족함을 알았고,
단순한 것의 복잡미묘함을 알게 되었다.
태풍이 불던 삼일 낮과 밤 동안 갇혀 있으면서 받아들이는 법,
고개 숙이는 법을 배우며 밤새 조금은 겸손해지기도 했다.
잡히지 않는 물고기를 기다리며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왜 그것이 비린내 나는 일인또한 그 비린내가 얼마나 싱싱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조간대 바위틈에서 성게 하나 꺼내 들었다고 쌍욕을 하면서 달려드는 섬사람들의쌀쌀맞음과, 뒤엉킨 낚싯줄을 하나하나 풀어주고 잡은 물고기를 고기반찬이나 하라ㄷ주고 가는 훈훈함이 한 끗 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빨리빨리 해. 좀 빨리" 그러면, ‘추‘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느릿한 말투로 말한다. "제가요, 빨리하라는 말 정말 싫어해요. 빨리빨리 하라는 말 싫어서 제주도 왔는데."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빨리빨리‘였고,
하도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왠지 자기가 일을 못하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들 그렇게 자기를 답답하게보는 것 같아서 힘들었단다.

결과적으로 일을 못한 것도 아니고 완성도가 떨어진 것도아니었는데, 게다가 그렇게 서둘렀던 사람들보다 더 낫기도하고, 서둘러 끝낸 사람들을 보면 일 끝내고서는 하릴없이서성일 뿐이던데 왜들 그렇게 서두르는지 싶었다고 한다. 제주에 와서 지내면서 ‘아! 사람마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의 속도보다 느린 것뿐이야‘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의 속도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싶어

제주에 머무는 동안 내가 생산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좀더 유약했으면 한다. 매사 별 뜻 없고 의미 없었으면 한다.
온갖 사소한 것들과 함께 유유자적 지낼 수 있으면 한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위해서, 다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필요하다. 대단치 않은 것들, 사소한것들이야말로 삶에 큰 위로가 되어 주니 그래서 필요하다.
오늘부터 장마다. 종일 비 내리는 것을 본다. 하루 종일 비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 나는 이 처음이 매우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