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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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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는 것은 모두 한 데 모인다 


나는 플래너리 오코너가 쓴 단편소설의 규칙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로테스크를 규칙이라고 들이댈 수는 없지 않은가. 읽으면서 규칙성을 찾으려는 나를 비웃듯이 이야기들은 준비되지 않은 내 뒤통수를 쳤다. 아무리 어떤 뒤통수를 칠 지 미리 알아보려고 살펴도 결말은 항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났다. 규칙성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혹적이었다. 어떤 인물도 얌전히 믿을 수 없었고, 그랬기에 어떤 인물도 결말이 나올 때까지 비난할 수 없었다. 

대충 읽다가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이야기가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게다가  소설 안에서 사건 하나가 터지고 나면 항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곤 했다. 어떤 인물도 스스로가 바랐던 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읽는 내내 뒤통수가 남아나질 않는다. 무엇 하나 놓칠까 싶어 꼼꼼히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꼼꼼히 읽지 않으면 내용의 흐름도 따라갈 수 없었다. 

매우 간결하게 그 장면에 필요한 이야기들만 서술되어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의 숨결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고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인물에게 공감하도록 길게 설명을 늘어놓는 것도 아니었다. 작가는 독자가 인물에게 공감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실 작품에서 대체적으로 선한 인물은 나오지 않고 어중간하게 속물적이거나 부적응자인 사람들이 나와서 판을 벌였고, 누군가가 죽거나 처절하게 상처받고 나서야 이야기가 끝이 났다. 그리고선 일상적으로 공유되던 의문들과 규칙이 하나씩 깨져갔다.

그러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와 연관지어 무언가를 찾으며 읽으려 해도 섬뜩함 이외의 것은 공유할 수 없었고, 감정적으로도 단편들을 단숨에 읽는 것은 힘이 부쳤다. 당신이 싫어하더라도 진실을 마주하게 해주마. 라고 작가가 말하는 듯 했다. 부적응자들의 위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믿었던 것들에 의해 사람들은 조롱당한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형성한 사건은 상징은 명료하게 말하기 애매한 지점에 서 있다. 작가가 서술하는 시점과 공간은 작품 안에서 뚜렷하게 드러났지만 하려는 이 소설들은 그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에 와서도 재해석 될만한 여지를 품고 있었다. 왜냐하면 플래너리 오코너가 다룬 것들은 단순히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의견이 아니라, 인간이 품고 있는 모순 그 자체를 심연에서 끌어올려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손님 같은 분들은 호크슨의 교사 봉급에 대한 공약 때문에 호크슨에게 투표하시겠지요? 당연하죠. 돈이란 많을 수록 좋으니까요. “

“돈이라고요!” 레이버가 웃었다. “썩어 빠진 주지사 아래서는 돈을 얼마를 받아도 결국 잃는 돈이 더 많다는 걸 모르시나요?” 그는 자신이 드디어 이발사와 같은 수준에 섰다는 걸 깨달았다. “그 사람은 너무 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배척해요. 그 사람은 내 돈을 다먼보다 배는 더 빨아먹을 겁니다.”

“그러면 좀 어떤가요? 저는 좋은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좋은 일에는 언제든지 돈을 낼 겁니다.” 이발사가 말했다. 

“호크슨이 약속한 임금 인상은 이분 같은 선생님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방 뒤편에서 누군가 말했다. 그러더니 기업가 같은 태도의 뚱뚱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분은 대학 선생님이시지?”

“맞아요. 이분은 호크슨이 말하는 임금 인상에 해당이 안 돼요. 하지만 다먼이 돼도 봉급은 안 올라요.” 이발사가 말했다. 

“그래도 무언가 얻겠지. 학교는 모두 다먼을 지지해. 나름대로 얻는 건 있지. 무상 교과서, 새 책상같은 것 말이야. 그게 게임의 규칙이야.”

“학교 환경 개선은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레이버가 침을 튀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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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깨닫지 못하는 건 우리가 그걸 싫어한다느 거에요. 선생이 수업하는 교실에 까만 얼굴 두엇이 섞여 있는 것이 좋습니까?”

레이버는 한순간 거기 없는 어떤 것이 자신을 땅에 때려눕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발사 29-31p)


‘이발사’라는 단편에서는 레이버가 흑인옹호가라는 별칭을 가진 다먼을 지지한다. 단편에서 확인하면, 다먼을 지지하는 이유는 호크슨을 지지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유(돈)와 비슷한데도 흑인 옹호가라는 별칭을 한껏 활용하여 흑인 이발사 고용인인 조지의 지지를 얻어내려고 연설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모순이 발생하는데, 레이버 스스로는 백인과 흑인에게 같은 대우를 하려 하면 싫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게다가 이발사는 아마도 이익 때문에 호크슨을 지지하지만 그 이유는 추상적이고 당위적이며, 지지하기 위해 끌어들인 이론들이 서로 모순되더라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이다. 단지 호크슨을 신뢰하고 주장을 굽히지 않을 뿐이다. 

한편 레이버가 작성한 연설문 역시 당위적인 내용일 뿐이다. 조지는 연설을 듣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호크슨을 지지한다는 말을 한다. 

이 단편만 봐도 단순히 흑인이냐 아니냐 사이에서의 편견은 시대적 배경으로서 인물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될 뿐이다. 인물의 내면에서 벌어진 모순이 가져온 미묘한 균열을 겉으로 드러내서 위선을 폭로하는 과정일 뿐이다.  


‘오르는 것은 한데 모인다’라는 작품에서는 아들이 어머니의 편견(흑인은 백인과 근본적으로 급이 다르다)과 맞서싸우려 하지만 실재로는 자신도 편견에서 벗어났다기보다는 어머니를 괴롭히는 수준에서 그치는데, 그 괴롭힘이 극에 달해 어머니가 쓰러지자 그 때문에 아들 역시 죄책감에 휩싸이며 괴로워진다. 이런 모습들을 볼 때 작가가 시대적 배경을 잘 활용하여 자신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인간들의 자기모순을 바깥으로 끄집어내지만 그 자기모순이 현대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단순하게 해석이 가능하지만, 플래너리 오코너가 쓴 소설중에는 한 번에 파악되지 않는 모순들도 많이 있다. 이런 것들을 어떤 시각에서 파악할 것인지가 각자 작품을 해석하는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플래너리 오코너가 마치 방관자처럼 존재하는 것을 소설화할 수 있었던 능력이 한 껏 발휘된 까닭일까? 내게는 아직 그녀의 소설은 수수께끼이다.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것을 포함하고 있는, 어떻게 바라봐도 다양하게 해석이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녀의 방식이 소설가에게는 새로운 영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르는 것이 모두 한 데 모인다’면, 그녀의 소설 역시 ‘오르는 것’에 속하기 때문일까. 그녀가 가리키고 있는 첨예한 지점에 다가서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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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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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은 사람의 존재처럼 금새 사라진다. 반대로 말해야 할까. 사람의 존재는 사람의 기억만큼이나 금새 모습을 감춰버린다. 기억 역시 존재의 생리를 닮아서일지 중요한 것이라 여긴 것이든 아니듯 어느 순간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처럼 수많은 기억속으로 사라져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사는 동안에도 사그라지고 죽은 이후에는 구별되는 것이 더 어렵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그 소멸이 안타까웠던지, 아니면 그 사이에 숨쉬는 인간의 고독이 안타까웠던지. 소설의 초점을 사라지는 기억들과 존재들에게 맞춘다. 그는 마치 기억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듯한 문체를 사용하여 그가 생각하는 ‘기억’의 특성이 작품안에서 숨쉬게 했다. 그 점이 다른 작가들이 기억과 사건을 다루는 방법과 다른 점이었다. 이야기는 기억처럼 밀려들어왔다가 기억처럼 뚝 끊겼다. 한 사람의 기억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기억을 되새기는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하면 마치 옆에서 살아 숨쉬는 인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내 기억과 뒤섞여서 또 하나의 변주를 일으켰다. 소설의 이야기에 이끌리기보다, 나 자신의 기억을 더 자극받아 생각의 나래가 펼쳐졌다. 

소설은 듬성듬성 무언가 빠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고 매끄럽다. 그래서 마치 직조된 인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물을 대하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그 어조를 부드럽다고 칭하기에는 어쩐지 부족하고, 여성적이라 하면 ‘여성’이라는 단어를 다시 정의해야 하니 뭐라고 말해야 적당할 지 좋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마초적이지 않다고 해야 하나. 거대한 논리구조를 구축하여 독자를 압박해서 당위적인 설명에 굴복하도록 만드는 문체가 아니다. 마치 내 기억처럼 조용하게 스며든다고 해야 할까. 그걸 말하는 데 전혀 장황하거나 지루하지도 않다. 공감하고 쉬어갈 수 있을 정도의 분량에 담아낸다. 조각을 만들 때 정을 두드려도 정을 두드린 흔적을 내보이지 않는게 미덕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내면에 담은 이야기를 말하려고 ‘기억’으로 비추어지는 ‘정’모양을 제외하고는 그런 방식으로 쓰여진 걸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만드는 방법,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대로 소설이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다. 이것이 기억이라는 듯 표면으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순간 이후의 그들의 얼굴, 그들의 목소리는 마르가레트의 얼굴을 제외하곤 긴 세월 속으로 사라진다. 돌아가던 음반은 끽끽 소리를 내다가 일순간 뚝 멈추고 만다. 그게 아니라도, 이름을 왜 ‘르 피르마망’이라고 붙였는지 보스망스가 영원히 알 수 없을 그 카페는 곧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지하철역까지 걸었다. 그날 밤 마르가레트 르 코즈는 새 직장을 구해서 리슐리외 대행사 및 방금 만난 동료들과 완전히 연을 끊고 싶다고 보스망스에게 털어놓았다. 매일 구인광고를 읽으며 자신에게 또다른 지평을 열어줄 문구가 눈에 띄기를 고대한다면서, 오페라 광장에 도달하니 지하철 입구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했다. …32p<<지평>>”

그들의 얼굴 그들의 목소리는 ‘마르가레트’의 얼굴을 제외하곤 긴 세월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름을 왜 ‘르 피르마망’(창공)이라고 붙였는지 보스망스가 영원히 알 수 없을 그 카페. 그곳에서 나와 그녀는 또다른 지평을 열어줄 문구를 찾으며 걷는다. 보스망스가 기억하려고 하는 마르가레트를 제외한 배경들은 덧붙여 설명하지 않고 ‘긴 세월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런데 작가는 그게 안타까웠는지. 당연하게 기억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당연하게도 택스트로 끌어올려 적어둔다. “이름을 왜 ‘르 피르마망’이라고 붙였는지 보스망스가 영원히 알 수 없을 그 카페”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재차 말함으로서, 굳이 그 카페를 왜 그렇게 지었는지 궁금해하며 직접 물어보지도 않지만, 궁금해 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기억에 ‘영원히’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소중히 여기는 것 만큼이나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도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에 연민을 가지는 듯이 조용하게 붙어있다. 이 소설의 독특한 ‘기억의 문체’는 이런 식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런 서술은 억지로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을 주된 타겟으로 삼은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살아내려 노력하는 ‘보통’사람의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무수히 많은 사람 중 하나. 그 중에서도 세계의 흐름에 곁다리로 밀려나 부단히 살아내려 노력하는 사람 중 한 명의 기억을 쫓는다. 


소설 안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은 자신이 사는 시대에 지쳐있다. 자신을 두렵게 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삶을 이어나가고, 적극적으로 야망을 가지고 개척하겠다는 힘이나 의지는 이미 깎여나가버린 것처럼 노쇠해 보인다. 그래도 그 저변에 깔린 생명의 힘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 뭐든지 다 해내겠다는 듯이, 무모하게 뻗어나가지 않을 뿐이었다. 스스로를 확신할 수 없다 해도, 연인에게 모든 것을 말하라고 캐묻지 않는다 해도 살아갈 뿐이었다. 그 일례로 보스망스는 마르가레트가 무서워하는 대상에 관해 자세히 물어볼 수 없다고 느꼈음에도 그녀와 긴밀하게 연결된 연인이었다. 그런 모습이 어쩐지 이국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익숙했다. 자신이 사는 시대에 지친 상태로 앞으로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꿈꾸지 않는 요즘 세대와 비슷해보였다. 


“……그리고 마르가레트와 나, 우리 둘 역시 무허가로 캠핑중이었다. 대체 어떤 계기가 있어야 우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잘 태어나 잘 자란 사람들, 자신 있는 입술과 눈빛으로 부모에게 사랑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그 한결같은 자신감과 적자다운 당당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168-169p<<지평>>”


 “이본 고셰는 그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미래…… 지금의 보스망스에게는 날카롭고도 신비한 울림을 주는 말.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한 번도 미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영원한 현재 속에 있었다. 170p<<지평>>” 


인물들은 ‘지평’어딘가에서 걷다 서로를 발견하고, 헤어지고 다시 떠올리며 만나려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지평이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포개져 혼재하는 시공간”이라고 했다고 한다. 제목은 작품에 흐르는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기억을 붙잡으려 해도 붙잡아지지 않고 그저 흘러가면서 혼재되어 있듯이, 인물들도 그렇게 등장하고 사라지고 만나고 헤어진다. 시간에 의해 공간이 뒤섞이고 모든 것이 혼재하는 공간. 그렇게 살피고 나니 책 표지도 잘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나도 지평을 걷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여전히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것을 인지하려면 똑같은 인생을 두번 살아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서라도 그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섞인 시공간안에서 숨을 쉰다. 기억만큼이나 나라는 존재 역시 금새 잊혀지고 사그라져버릴 테지만 그럼에도 보스망스처럼 어떤 누군가를, 일생에서 귀중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렇기에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쎄한 기분이 들면서도 익숙하다. 반드시 무엇을 해야 겠다는 당위성도 시간에 홀려 없지만 그럼에도 안타깝다. 가느다란 끈을 들고 떠난 그녀를 찾아서 책방에 찾아간 보스망스처럼, 펼쳐진 유리 수족관 안에서 어떤 것을 구별해내고, 아직은 나도 모를 무언가를 만나고 쫓아 갈 수 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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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면 쓸 수록 형용사는 힘을 잃는다. 많은 책 소개에 이 시대의 위대한 작가, 누구누구. 라고 소개말이 붙어있어서 그런 수식어에는 더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너무 많이 써서 닳아버린 까닭일까.  그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그 소재가 충분히 모호하고 가치있는지. 인간을 깊이있게 이해하려는 시도인지가 궁금하다. 그래서 가장 낡은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는지 모르겠다. 쓰고 또 썼는데도 닳지 않고 빛이 나기 때문에.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행동과 신념은 1989년 이후 소련 역사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혼란, 분노, 절망, <와일드웨스트>식 자본주의, 올리가르히에 의한 경제적 침탈, 보통 사람들이 가진 저축의 파탄, 
매일매일 이어오던 평범한 상태의 상실 같은 것들…… 그 평범한 상태가 지루하고, 퇴색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었을지라도. - 줄리언 반스"
"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추적한 전기다....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작가 자신의 에고를 벗어던지고 얻어낸 문학적 성취>라고 말했다. " (책 소개 중 일부)

이 책은 표지에 끌려 클릭했다.

레몬과 수류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조합이다. 이것이 이 책의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사람(작가)의 필명이었다고 하니, 흥미롭다. 


 

  "언론인이자 시인, 소설가로 활동한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 마리오 베네데띠의 장편소설. 1960년에 발표되어 2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두차례 영화화되면서 베네데띠의 명성을 전세계로 알린 그의 대표 장편인 <휴전>은 은퇴를 앞둔 마흔아홉의 홀아비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를 통해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몬떼비데오 도시 노동자의 초상을 그린 작품이다. "

 

 "그러나 체념이 상황의 끝은 아니다. 처음에는 체념할 뿐이지만 그다음엔 양심을 버리고, 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한통속이 된다. “위에서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나도 한몫 챙겨야지”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도 먼저 체념한 사람이다." (책소개 중 일부)


 

  "믿는 거하고 믿지 않는 건 완전히 다르다는 거지. 믿는 사람이라면 결국은 믿음의 샘에 이를 수밖에 없고 그럼 더 멀리 볼 필요도 없지. 더라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믿지 않는 사람은 문제가 있어. 그런 사람은 세상을 해명해보겠다고 나서지만 들먹이는 것마다 진실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새로운 문제가 두어 개씩 드러나지." (책 소개 중 일부)


나는 일상을 살면서 믿음과 믿지 않음을 반복한다. 믿음에 안주했다가는 갑작스런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믿지 않음을 유지하다가는 불안해서 미쳐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어찌보면 당연하고 낡은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까? 


 

 

 "어슐러 K. 르 귄이 2002년 발표한 후기 단편집. 1995년 네뷸러상 수상작인 '고독'을 비롯해, 1994년과 1997년 제임스팁트리주니어상을 받은 '세그리의 사정'과 '산의 방식', 2001년 로커스 독자상 수상작인 '세상의 생일' 등 르 귄의 후기 걸작 단편들이 망라된 작품집이다. "

 

"우리의 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낯설게 하기 위해 먼저 차이를 만들어낸 다음 그 차이를 인간의 격렬한 감정이 호를 그리며 메우는'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탐구를 진행한다. "(책 소개 중 일부)

요즘들어 '젠더'라는 단어가 가리키고자 하는 오묘한 시도에 관심이 가는 찰나, 이 소개글을 보니 급 이 책이 당긴다. 내가 연구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선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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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함을 표방하며 세상의 가식을 꼬집은 비트 제네레이션의 리더이자 생존 당시 노먼 메일러로부터 '신들린 천재성을 지닌 유일한 미국 작가'라는 칭송을 들은 윌리엄 버로스의 최고 걸작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품은 유토피아 공화국 리베르타티아를 건설한 실존 인물 미션 선장에 영감을 받아,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저질러진 치명적인 실수들을 돌이키기 위해 탄생한 유토피아 소설이다. 전통적인 서술 방식으로 쓰인 <정키>와 <퀴어>, 실험적 작문법 '컷-업' 기법을 처음으로 선보인 <네이키드 런치>에 이은 <붉은 밤의 도시들>은 그의 거침없는 삶과 문학적 성찰의 정점에서 끌어낸 전작들을 뛰어넘는 최고작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유토피아라는 곳이 실재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인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의 공간으로 느껴지는 건 아닐까. 실재로 내가 사는 공간도 소위 돈 있는 사람에게는 유토피아, 그 이외의 사람에게는 디스토피아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말은 농담처럼 오간다.

이 책은 '유토피아란 무엇인가'라는 문학적 질문을 충실히 탐구한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


"문학의 위대함이 여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작가"(수전 손택), "쓸 수 없는 것을 쓴 최고의 작가"(뉴욕 타임스), "신비에 싸인, 가장 숭고한 현대 작가"(뉴 리퍼블릭 북 리뷰) 등의 찬사를 받으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20세기 말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동시대 가장 경이로운 작가로 손꼽히는 W. G. 제발트. 

그중 1990년에 발표한 <현기증.감정들>은 일평생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파괴의 기억과 비전으로 고통받은 저자를 사로잡았던 주제가 모두 집약되어 있는 작품으로,폴 오스터, 존 쿳시 등 또다른 위대한 작가들로부터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또 이 책은 제발트에게 매혹된 수많은 '제발디언' 중 하나임을 고백해온 작가 배수아가 번역한 첫 제발트 작품이다. "

-출판사 책소개



독특한 시도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각도를 보여준 '배수아'가 이 작가의 팬이라는 것도 충분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이유가 된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직접 번역했다는 점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다. 그녀가 번역한 '비트켄슈타인의 조카'를 읽으면서 번역때문에 고민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 책의 번역도 기대된다.

게다가 제발트가 문학적으로 고민하던 주제가 모두 집약된 책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인 것 같다.



"밀란 쿤데라에 때때로 비교되는 또다른 동유럽 작가인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로,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름의 철자 순서만이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처절한 운명이 교차하는 3부작 소설이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최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으로서 이 소설을 들면서, "철학자로서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 세계가 그 안에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 신경숙, 김연수를 비롯하여 수많은 명사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 책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많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세 권 분권에서 이제 합본되어 한 권으로 묶여, 더구나 대폭 개역되어 새롭게 태어났다."

-책소개 중 일부


슬라보예 지젝(슬로베니아어: Slavoj Žižek  [ˈslavoj ˈʒiʒɛk] , 1949년 3월 21일~)은 유고슬라비아 출생의 대륙철학자이자 헤겔마르크스자크 라캉 정신분석학에 기반한 비판이론가이다. 지제크라고도 불린다. 그는 정치이론, 영화이론, 이론정신분석학에 공헌을 해왔다. 지젝은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 사회학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며, 또한 유럽 대학원(영어: European Graduate School)의 교수이다.(위키피디아)


슬라보예 지젝은 이런 수식어가 따로 없어도 인기있는 철학자중 한명이다. 그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받았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 "작가가 서로 모순되는 현상들과 인물들을 서로 뒤얽어서 이미지를 조작하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책소개의 질문)"

 

"2009년 전미도서재단은 전미도서상의 시행 60주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소설 부문 수상작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최고의 전미도서상'의 영예를 차지한 책이 바로 1972년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던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전집>이다. 


장편소설에 비해 대중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단편소설이, 더구나 편하게 읽히지만은 않는 오코너의 작품이 몇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독자로부터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그녀의 단편 작가로서의 비범한 재능과 미국 문학사에서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책소개 중 일부


2009년도까지의 '전미도서상' 수상작 중 최고의 전미도서상을 받은 단편소설집이라니 흥미가 간다. 좋은 책도 독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무사히 사랑을 받은 작품인가보다. 나 역시 읽어보고 싶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장편소설. 2010년 출간된 <지평>은 모디아노 소설들의 특성을 견지하고 있으면서도 기존 작들과 차별성을 띤 놀라운 작품이다. 모디아노 작품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이 작품에서도 파리가 소설의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며, 작가의 음악적인 문체, 독특한 상상력, 복잡 미묘한 세계관이 특징적으로 잘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지평>은 기억을 따라가는 여정의 끝에 미래로 향하는 출구가 열린다는 점에서 여타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지평>의 작중인물들은 혈통의 미로와 운명의 현기증 속에서 분투하면서도 더 넓은 지평을 희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모디아노 작품세계의 완성이라 할 만하다."

-책소개 중 일부


노벨상을 받은 작가라 관심이 가던 차에, 그가 쓴 작품 중에서도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라기에 읽고 싶어졌다. 내가 이번에 읽은 작품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는 작품으로, 기억을 잃은 사람이 기억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추리소설인 듯 하여 독자의 흥미를 계속 끌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이 과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섬뜩하게 보여주었던 작품이었기에 인상적이었다. 작품으로서 '메멘토 모리'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 작품은 어떤 모습으로 인간 본연의 감정을 끌어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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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다 -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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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지식`이 존재한다는 관념에 갇혀있던 나를 바꾸어버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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