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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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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은 아래의 내용처럼 이 책이 불변의 어쩌고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 안 한다. 내게 이 책이 필요했던 건 맞지만, 아무 의미없이 내던져진 사람이, 질서를 다시 세우고 싶었던 시기에 읽었고 마침 필요했던 내용을 읽어냈다. 사람들이 인용하고 좋아하는 바와 같을지 다를지 지금 적은 내용으로는 도통 알 수가 없고 다시 펼쳐 확인해야 하는데 귀찮다. 거슬리는 것 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였던 것 중 하나는 장님을 대하는 공자의 태도였다. 장님이 최대한 불편함이 없게 하는 것을 우선적인 규칙으로 삼아 행동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게 멋있었다. 대충 여성혐오적인 부분은 건너뛰면서 화내면서 읽었었고, 마치 스스로가 군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읽었다. 신분상승욕구?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230207


어느 시대에나 통용될 수 있는 진리를 담은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을 우리는 고전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그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중 하나이다. 고전은 늘 오래된 것이지만, 어느때든 새로이 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논어를 읽고 흥분되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종류는, 소설이든 비문학이든 책을 읽고 뭔가 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다. 생각의 폭이 넓어지면, 생활에 변화를 주어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 흥미위주의 머리를 식힐 책도 즐겁지만, 깨달음을 주는 책은 고통을 보상할 만큼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논어는 책 이름 그대로 '말한 것(論)을 언어(語)로' 담은 책이다. 공자의 말투를 그대로 옮겨서 책에 담아내고자 한 제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주제가 중복되고, 두서없이 흩어져 있는 것은 앞서 말한 목적 때문이라고 한다.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려고 노력하신 분의 책을 접하게 되어 행운을 잡은 기분이 들었다. '공자님이 살아계실 적에, 이런 말투(?)로 말씀하셨구나!'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논어를 처음 읽을 때는 그 절제된 단어와 문장이 따끔따끔 아팠다. 모두 나를 겨냥해서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묘사한 모든 잘못과 나쁜 점들, 나 역시 함께 가지고 끙끙 앓고 있던 충치같은 부분들이었다… 빼고 싶지만, 빼야 할 것 같지만 어쩐지 안 아프면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크게 문제가 되고서야 울며 겨자먹기로 가기 싫은 치과에 가는 기분.

그런 부분들만으로 책의 내용이 꽉꽉 채워져서 심장이 쿵쿵 울렸다. 무서워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근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닌가보다.

그렇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고, 가슴이 내려앉아서 해결책을 찾을 때는 그 어떤 살아있는 사람보다 더 도움이 되었다. 덜레덜레 널부러진 체 마구잡이로 쏟아져나오는 것들을 절제된 언어가 하나하나 모아 담아주는 기분이었다. 위로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차갑게 들리던 말들이,

책을 읽어나가며 결말을 쫒던 나는, 마음으로는 삶의 연속성을 느꼈나보다.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공자님이 방금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것 처럼 삶에 대한 회의감과 슬픔이 밀려왔다. 다시 되새길 이야기들은, 책을 펼치면 되지만 살아 숨쉬던 것 같은 첫 만남 같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공자의 대화문을 읽기 전에는 예술이 무가치한 것인가, 유의미한 것인가 고민했었다. 공자는 단 한번도 예술을 무가치한 것이라고 폄하하지 않았다. 그 생각이 생각의 씨앗이 되어 질문을 낳았다. 왜, 예술을 무가치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있었는 가? 그가 생각한 예술이란, 인으로부터 나온 예가 형상화 된 것이었다.

그는 시종일관 인간의 기본 덕목을 완성한 후 예술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가능성을 깨달았다. 나 같이 창의성도, 상상력도 없는 사람에게도, 예술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가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예술의 가능성을 열어 두려고 한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예술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일맥상통한다. 도를 담은 예술작품은 늘 생명력을 가지고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본디 좋은 글이란, 간결하고 쉽지만 정확하게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글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의 글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유중 하나도, 그의 희곡이 간결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진짜를 담으면, 때에 따라 같고도 다른 의미를 가진다.

완독한 것은 처음이지만, 두말할 필요없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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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 열린책들 세계문학 52
A.스뜨루가쯔키 외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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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분류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의 반댓말이다.

초반에 전문적인 수학 용어가 나와서 소설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의 묘미중의 하나는 시기적절하게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이다. 소설 중간 중간 나오는 중의적인 표현들이 때때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마음을 착잡하게도 만들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표현은 아니지만, 중의적인 표현들이 예술적으로 버무려진 덕에 소설을 읽는 재미가 한층 더해진 감이 있다.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암울하고 어두운 내용도 아니다. 작가는 특별히 희망적인 내용을 싣지도, 절망적인 내용을 싣지도 않았다. 인간의 의지를 비관적으로 판단하지도 않았다. 여러 인물상을 제시하고, 그들이 문제를 판단하여 행동하는 모습을 그렸을 뿐이다. 현실적인 공방들이 오가고, 어떻게 행동할 지 고민하는 모습들이 마치 우리가 실생활에서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들과 비슷했다. 비슷했기에 자칫 철학적이고 현학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내용들이 마음에 더 와닿았다.

내가 이렇게 판단할 수 있던건, 사실 현실 속의 인간은 누구나 굴레 안에서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그 굴레를 구속과 억압으로 판단했다면, 아마.. 다른 전개로 감상을 써나갔을 것이다.

같은 일도 몇 가지의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건, 삶을 이해하는 깊이를 두텁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두명인데다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소설도 나올 수 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작품을 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존경스러웠다. 형제라고 해도 각자 의견도 다르고 세분화된 목표도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내서 독자가 매끄럽게 읽을 수 있는 소설 한 편을 만들어 냈을까.. 혹, 그 과정에서 일어난 다툼들이 내용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되어 소설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기에 실감나게 읽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어쩌면 천문학자와 일본문학 전공자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의 사람이 만났기에, 같은 분야보다는 부딛치는 일이 적었을 지도 모르겠다.

초반 과정이 짜증스럽게 서술되어 있는 부분때문에 책장을 덮은 분이 있다면, 다시 책장을 펼쳐서 끝까지 읽어보시기를 권유하고 싶다. 주인공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바람에 정신없기도 하다. 더운 여름을 더욱 푹푹 찌게 만들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함께 매몰될 수도 있지만.. 뱀의 머리에 용의 꼬리라 초반만 읽어서는 상상하기 어렵던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p.s.

깨달음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과 내가 다를 수 있다. 내가 깨달아야 할 것과, 남이 깨달아야 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깨달음이 다른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이 달라서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한 방향으로 극에 달하고 나면, 모든 것은 통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도, 내가 삶의 길을 걷다 얻은 사소한 깨달음들로 채우고 싶었다. 다만 삶에 채화되지 않았던 새로운 깨달음을 준 까닭에 그것을 내것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식상해지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감상적인 표현들을 자제하고 내용에 관한 사념들만 글에 넣으려고 노력했다. 정제된 표현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지나치게 감동한 나머지 그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감상문은,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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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천일야화 세트 (전6권)
앙투안 갈랑 / 열린책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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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꿈과 욕망을 담아내려 한 책, 천일야화를 손에 든다면, 꽤 환상적인 결말에 도달할 것이다. 그 책이 몇권이든 단숨에 읽어내려가려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연이어 이어지지만, 결코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욕구를 외면하지 않았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섬세하게 이루어내는 갖가지 모험이야기들은, 정말 재미있다.

홀홀 단신으로 하늘을 나는 상상은 어릴 적에 많은 사람들이 해본 상상 중에 하나일 것이다. 지금 거대한 비행기가 생겨서 그걸 타고 하늘을 날 수 있고, 스카이다이빙으로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해볼 수도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런 상상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상상에는 실재보다 제약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멀리 있는 것을 별다른 노력 없이 한번에 볼 수 있는 망원경도, 그 상상 중 하나에 포함될 것이다. 가보지 않은 곳을 앉아서 구경할 수 있다면, 마치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면, 혹은 지금 세대에 맞게 우주의 별 하나 하나를 그렇게 관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신기할까! 그런 망원경이면 외계인이 사는 곳도 한번에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무슨 병이든 낫는 만병 통치약 역시, 모든 인류가 꿈꾸는 것들 중 하나이다. 소중한 사람이 치료할 수 없는 병으로 죽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빠지기 쉬운 순간,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는 사과를 찾게 된다면! 그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불치병에 걸린 자신을 위해 그 약을 쓰고 싶을 수 있다. 누구나 한번씩 해볼 수 있는 상상들이 현실처럼 이루어져 이야기가 꾸며지는 곳, 그곳이 바로 이 천일야화에 담겨 있다.


때때로 권력을 얻기도 하고, 엄청난 부를 얻기도 하며, 선한 행동이 보답을 받고, 악한 행동이 벌을 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사회 역시 이 안에 담겨 있다. 비록 엄격한 신분질서 안에서 구축된 이상적인 세계이지만, 이 세계에 등장하는 왕들이나 사람들은 인자하면서도 인간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결함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을 놔두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움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로만 듣고 한번도 원문을 읽지 않았지만, 모두들 익히 이름을 들어 알고 있는 천일야화. 천일야화는 본디 수많은 이야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역주의 설명에 따르면, 천일야화가 서구사회에서 유명해진 것은 앙투안 갈랑이 번역하고 다듬은 글에 의해서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천일야화는 대부분 더 잔인하고 외설적이라고 한다. 심지어 원본에 근접하지도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이름은 알지만 읽지 않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천일야화의 외설성때문에 이제까지 이 책을 읽기가 꺼려졌다면, 앙투안 갈랑이 번역하고 재해석해 새로이 탄생한 천일야화를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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