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매주 금요일이면 항상 '이번 주말에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하는 막연한 기대 또는 환상 속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무런 주말 계획도 세우지 않은 내게 그런 특별한 일이 생길 리 만무하지만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부작용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오컬트 성향을 타고 태어난 까닭인지 지금껏 나는 지난 주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주말을 수없이 보내왔으면서도 금요일이면 번번이 그런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병이라면 병이다. 그것도 치료약이 없는 불치의 병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괜한 환상에 빠져들까봐 '에라, 12월에 읽을 에세이나 골라보자' 작정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김영하의 산문 삼부작 '보다 - 말하다 - 읽다' 중 단 한 권이라도 읽었던 사람이라면 작가 김영하를 새로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을 줄 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보다'와 '말하다'를 읽으면서 '김영하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자와 작가의 관계에서 발견된(또는 상상된) 예전의 김영하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한 사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 삼부작의 마지막인 '읽다'라고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작가 로맹 가리만큼 후세의 작가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전투기 조종사, 성공한 소설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기 때문에 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은 한 인간이 그의 삶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그것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사유를 자신의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였던지...
아나운서 손미나가 아닌 작가 손미나로 인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었을 때였다. 드문드문 드러나는 어색한 문장, 작가는 그 책에서 아마추어 작가의 티를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솔직함은 작가로서의 자질을 믿어 의심치 않도록 했다. 유명인의 타이틀을 지녔던 사람으로서 솔직함은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는데 말이다. 비록 그녀가 쓴 소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이었지만 소설가가 아닌 에세이스트로서 그녀의 자질을 믿기에 이 책에 기대를 걸어 본다.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응답하라 1988'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TV 드라마를 그닥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따금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