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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벌써 여름으로 가려는지 사람들 입에서는 '덥다. 더워!'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의 조급함이 계절로 옮겨간 듯하다. 이제 겨우 5월 초순. 산책을 부르는 신선한 바람이 봄의 갈피 어디쯤 여전히 남아 있을 거라고 믿어 본다. 나는 아직 이 계절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음이다. 억. 울. 해!!!
사회학자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을 읽은 후 걷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느꼈다면 심해도 너무 심한 과장이다. 그야말로 뻥이다. 그러나 걷기에 대한 시각이 조금쯤 변한 건 사실이다. 걷기와 관련된 책을 찾다 보면 이따금 <플래닛 워커 : 아름다운 지구인> 과 같은 감동 100%의 책도 우연히 만나게 되고,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이나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와 같은 재미있는 책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걸어서 남 주나?' 아니면 말고.
나는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하루키의 광팬이다. 그런 까닭에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사심이 작동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키의 여행기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루키의 여행기에 빠져서 하루키 폐인이 된 사람을 나는 적어도 두 명 이상은 말할 수 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그의 시적 영역, 또는 누구보다도 깊은 사색의 영역에 이끌리듯 빨려들어가게 된다. 마치 오래전부터 전해오던 지독한 열병처럼 '페소아적 사유'에 펄펄 끓게 된다. 그 장대한 사유의 기록은 그만큼 지독하다. 어쩌면 이 책은 그 '맛보기'일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 하면 '아이, 언제 적 사람을 들먹이고 그래?' 하는 볼멘소리가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 문단에서 마루야마 겐지는 중요한 작가일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가 반드시 접해야 할 작가 중 한 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뚜렷한 주관이 소설에서도 언뜻언뜻 비치지만 그의 산문집보다는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