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4기 에세이 신간평가단을 시작하는 첫번째 미션.

잠을 깨우던 간밤의 빗소리처럼 일손을 잠시 멈추게 하는 이 일이 어쩌면 내게는 달콤한 휴식처럼 반가운 게다.  새책을 받아 들고 책장을 넘길 때의 '빠닥'하는 탄력 넘치는 소리는 듣지 못할지언정 새로 출간된 책을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재래시장에서 한나절 봄나물을 구경하듯.

 

 

 

 

독일의 평론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저서 <작가의 얼굴>을 통해서였다.  처음 접하는 작가는 으레 낯섦과 서먹함에서 오는 부대낌이 있게 마련인데 작가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문체에는 독자를 배려하는 친숙함이 베일처럼 깔려 있었다.  나는 그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비평에 감탄해마지 않았다.  독자의 변덕은 사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은 것이지만 나는 기꺼이 그의 팬이 되기로 작정했다.  비평서가 아닌 그의 자서전 <나의 인생>을 읽음으로써 어쩌면 그와 나는 세대를 떠나서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계절의 풍경이 하도 아름다워서 자연이 아름다워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하기에 자연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사랑의 담론을 읽는다는 건 자연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피터 트라튼버그의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는 우리가 잃어버린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또 다른 방랑이 아닐까.

 

 

 

 

 

 

 

내가 호주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거라지 세일에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보았었다.  너무나도 사고 싶었지만 내게는 돈이 님아있지 않았다.  그때의 아쉬움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이 책을 보자 나는 그때 느꼈던 아쉬움이 첫사랑의 추억처럼 되살아났다.

 

 

 

 

 

 

 

 

 

다비드 르 브르통이라는 이름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  우연히 읽었던 그의 저서 <걷기 예찬>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좋은 책이었다.  그러나 사회학자인 그가 내놓는 책은 몸과 관련된 어려운 책뿐, <걷기 예찬>과 같은 순순 문학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이 책을 보고 저자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지금도 흥분과 설렘을 가누기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