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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또는 '첫-'이라는 말은 언제나 설레임과 흥분으로 사람을 달뜨게 한다.
13기 신간평가단!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더위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
더위를 잊고 오롯이 책에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나고 싶다.
생일 선물로 책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
책장의 여백에 서툰 마음을 글씨로 담아 낯을 붉히며 수줍게 건네주던 순수의 시절을 기억한다.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많았던 시절, 남는 것보다는 부족한 게 많았던 시절이었다. 퀴퀴한 곰팡내가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낡고 오래된 책에서는 그 시절의 냄새가 난다.
성석제의 책을 읽으면 어느 순간 마음의 주름이 활짝 펴지곤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 성석제의 글은 그래서 좋다. 우울하거나 깊이 가라앉는 기분은 그의 글에서 읽을 수 없다. 어쩌면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과 비슷할지 모르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그의 글은 분명 다를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를 읽은 적이 있었다. 단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그곳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딱히 '이것이다'말할 수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련한 향수처럼 남았다.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의 번역본을 여러 권 읽었지만 정작 그의 책은 기억에 없었는데, 그가 청춘을 보냈던 프로방스를 노교수가 되어 다시 찾아 감회와 여정을 책으로 엮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나의 학창시절은 헤르만 헤세의 '계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고민하고, 그로 인해 아팠고, 밤잠을 설치며 한동안 서성였던 기억. 헤르만 헤세는 내게 그런 작가였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읽는다는 것은 내게는 청춘의 시원을 더듬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