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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어쩐지 서먹하고 낯선 이름이다. 매년 그랬다. 여름이 오기 전에 익숙해질 테지만 그때까지는 이 낯선 친구와 데면데면한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지난 해(年)가 툭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 익숙했던 것과의 이별은 매번 한줌의 회한과, 쓸쓸함과, 그리움과, 동경이 교차하며 뒤섞여 가벼운 혼란 속으로 빠트린다. 그럴 때마다 내게 질서를 부여하고 더이상의 방황을 막아주었던 것은 시간과 기다림이었다. 나는 오늘도 시간 속에서 기다리는 연습을 한다.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저자가 혹시 장 지오노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고, 가능성도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그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지난 20여 년 동안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정해진 길을 따라 흘러간다면 얼마나 밋밋하고 심심한 일일까? 삶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긴 시간의 고통과 지루함을 단 한방에 날려버릴 놀라운 선물을 준비하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리즈 머리의 삶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처럼 삶이 결코 무의미하다거나 시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믿음을 현실에서 목격함으로써 커다란 용기를 얻곤 한다.
여행 에세이,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유성용의 『생활여행자』와『여행생활자』이다.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기행>이나 <인도방랑>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에 묶여 죽음처럼 짙은 음영 속에서 살면서 햇빛 찬란한 거리를 숨쉬고자 하는 욕구를 나는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대신하고 있다. '언젠가'라는 미래형이 '영원히'가 될 수 있음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한동안 여행 에세이를 읽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 책이 나의 시선을 끌었나 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순간 떠오르는 것은
되르테 쉬퍼의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요리사인 루프레히트 슈미트의 일상을 담은 책인데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눈물을 찔끔거리며 읽었던 기억은 또렷하다. 우리가 모든 가식과 위선을 떨쳐버리고 가장 순수하게 누군가를 대할 수 있는 시간은 때어날 때와 죽을 때 뿐이지 싶다. 그러므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일상은 수채화저럼 담백하고 투명하다. 그 모습에 나는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