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마음을찾습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순간순간 느끼는 자신의 기분을 맛이나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내가 느끼는 행복이나 기쁨이 진한 단맛이라면, 고독이나 외로움에서는 쌉싸름한 홍차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  색으로 치자면 파스텔톤의 연녹색쯤이라고나 할까?  손에 닿으면 금방 초록물이 배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시나브로 고독은 그만큼 내게 익숙한 그 무엇이 되었나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외톨이’가 아닌 인간 존재로서 느끼는 ’절대 고독’의 느낌은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에 사회적 존재에서 느끼는 ’상실’이나 ’좌절’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교육 방식에 넓게 퍼져 있는 문제점 중 하나는 아무도 고독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라고 갈파했던 니체의 말은 현대인이 곱씹어야 하는 금언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젊은 날의 기록은 얼마간의 슬픔과 1000그램의 눈물을 안고 있다.
따스한 손길로 그때의 순간을 문지르면 손바닥 가득 흥건한 눈물이 묻어날 것처럼.

"마음도 자꾸 쓰다보면 이렇게 굳은 살이 배길까.
그렇다면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일이라는데 사랑을 하는 것도 그 사랑이 끝나는 것도 하루하루 생채기가 늘어가는 것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조금 덜 행복해도 괜찮으니 조금 더 단단했으면 좋겠다."
(P.45)

생각은 저만치 내달리고 내 판단과 행동이 1톤의 후회를 끌고 힘겨운 발걸음을 한 발 두 발 떼어 놓던 그 시절에는 청동의 녹이 낀 어느 현자의 말은 들리지 않았었다.
어쩌면 저 멀리서 들리는 웅얼거림쯤으로 기억됐을지라도 그게 뭐 그리 중요했을까.
발걸음은 마냥 가볍고, 사랑의 콩닥거림에 ’아드레날린 러시’를 체험하는 고속도로 한가운데 있었던 것을...

"사랑이 시작되자 세계가 너 하나로 좁혀졌다.
내 손을 슬며시 잡으며 주머니에 넣었던 일, 뽀뽀해달라며 아이처럼 조르던 일, 한쪽 어깨가 다 젖도록 내 쪽으로만 향해 있던 우산, 술 취한 밤 택시를 타고 내게로 왔던 청춘."
(P.123)

어느날 문득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고, 습관처럼 노란 은행잎을 모을 때 우리는 어쩌면 지난 여름의 퀴퀴한 땀냄새마저 그리워 할지 모른다. 
작가의 글은 순간을 잡은 스냅 사진처럼 스물과 서른의 시간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때의 무모함이, 그 철없음이, 코앞에 다가올 후회에도 아랑곳 않던 생각없음이 마냥 그리워질 나이가 되면 그 세세한 기억 모두를 행복있음으로 추억하게 될까?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그녀답게 소소한 일상에 버무려진 노랫말이 조금은 새롭다.  작가와 같은 또래의 사람이라면 ’딱, 내 스타일이야!’하는 말을 몇 번이고 외쳤을 듯싶은 그녀의 일상이 나는 그저 부럽다.

"먼지를 한 움큼 집어삼킨 것처럼 목이 꺼끌꺼끌하다.
이유도 모르는 채 가슴이 바삭바삭 탄다.
갈라진 마음을 반으로 쪼개면 이것저것 한 바가지는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산다는 게 때때로 이렇다."
  (P.223)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고독했던 그 한 순간 뿐이었음을, 나는 내 지난날의 일기를 뒤적이며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지난날의 나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던 어느 작가처럼 지독히 고독했던 젊은 날의 나에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