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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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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는 끊임없이 희망하는 방식의 글쓰기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가 말하려는 희망은 달성되기 위한 희망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로 남기 위한 희망이다. 희망이 거기 있으니 희망하는 대상이 또한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 희망이다.

꽃을 희망한다는 것은 꽃을 거기 피게 한 어떤 아름다운 명령에 대한 희망이며, 맑은 물을 희망한다는 것은 물을 그렇게 맑게 한 어떤 순결한 명령에 대한 희망이다. 시를 읽고 쓰는 일은 희망을 단단히 간직하는 일이다.” P262

 

 

 

내게 꼭 필요했던 이번 여행은 <우물에서 하늘 보기>책으로 정하고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이 책은 그간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것 중에 스물일곱 개를 추려 낸 책이었다. 시인이 자신의 연재글속에서 추려낸 시들은 나의 여행지와 잘 맞아 떨어진 곳이 있었다. 간혹 시 한편을 다 읽고 다시 길을 걷다가 한참을 시인이 읽어준 그 구절에 가슴에 박혀 눈물이 핑 돌았던 적이 있었다. 세월호와 관련된 부분은 여전히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져서 이 추운 날 아직도 나오지 못한 남겨진 그들이 떠올라 한동안 혼자 가슴을 쓰려 내렸다.

 

 

 

이상하게도 주변에는 시를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 소설책을 읽거나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은 많지만 문학의 한 장르인 시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 간혹 아쉬울 때가 있다. 언젠가 구입한 시집의 한 페이지에 담긴 한 문장 때문에 그동안 읽지 않고 방관했던 시간을 탓하며 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같이 공감해줄 사람들이 없다는 현실에 쓸쓸했던 적이 있었다. 왜, 이토록 주변에는 시를 읽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일까. 대부분은 시가 어려워서라는 말을 많이 하겠지만, 사실 ‘시’라는 것이 그냥 내가 받아들이는 그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는 단순무식한 독자인 나에게는 어렵다는 생각보다 시 한 페이지를 읽는 동안 생각에 너무 잠겨 버려서 한권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 시집을 멀리했던 이유 중에 하나였던 것도 있다.

 

 

 

그런데 백석과 이용악 두 시인의 이야기를 해줬던 챕터에 두 시인의 시를 비교했던 부분을 읽는 동안 내가 왜 시를 기피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가득한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뭔가 재미있는 구성이 있어야만 가슴에 와 닿아서 계속 자꾸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부분 때문에 내게서 멀어졌던 시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던 것은 여행을 통해서였다.

 

 

 

이번 여행은 유적지를 보거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 나라의 어느 골목을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생각이 필요했다. 그때 필요했던 이 책속의 시를 통해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떠났던 미뤄진 마음들을 좀 추스를 수 있었다. 행간의 여운이 필요했던 마음이었나 보다. 시인의 말을 떠 올려 본다. 내게 필요했던 희망의 문장에 밑줄도 그어 봤다.

 

 

 

“산문은 이 세계를 쓸고 닦고 수선한다. 그렇게 이 세계를 모시고 저 세계로 간다. 그것은 시의 방법이 아니다. 시가 보기에 쓸고 닦아야 할 삶이 이 세상에는 없다. 시는 이를 갈고 이 세계를 깨뜨려 저 세계를 본다. 시가 아름답다는 것은 무정하다는 것이다.” P271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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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 들고 낯선 골목을 걸으면서 생각하는 여행! 참 멋지네요.

오후즈음 2016-01-20 20:03   좋아요 0 | URL
모처럼 부려본 여유의 시간이었습니다. ^^

오거서 2016-01-21 19:59   좋아요 0 | URL
그런 여유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요~ ^^

해피북 2016-01-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오후즈음님 글에 공감해요. 시를 어려워했던 이유가 스토리텔링이 많지 않아서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버겁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그동안 생각했던 고민이 명쾌해진 기분이예요^~^ 여행의 여독은 잘 풀고 계신가요? 바람이 날이 무척 차갑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따뜻한 음식 드시며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시길 바랄께요^~^

오후즈음 2016-01-22 13:50   좋아요 0 | URL
여독은 얼추 풀려 가는데, 한국와서 바로 감기 걸렸네요. 너무 추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