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 -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가짜안보’를 해부한다
김종대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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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서평]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 안보 :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가짜안보'를 해부한다>를 읽고 / 2014. 10., 295쪽, 서해문집

<디펜스21>이라는 잡지와 편집자 김종대라는 이름은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작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전시군작전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김종대씨가 페이스북에 시리즈로 올린 글('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을 접하며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글은 한국정부의 국방정책과 남북관계, 한미외교, 한국군의 실체에 대해 구체적인 진실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김종대 편집자가 올린 페이스북 글은 http://blog.daum.net/hy2oxy/8692146에서 볼 수 있다.)

안보와 안전은 다른 가치를 실현하는 아주 기본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거시적인 안보 개념에 주권자인 국민의 안전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안보의 토대가 제대로 마련되어야 경제성장, 인권 증진, 복지 등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안보의 가치 실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통령 선거 기간 당시 대선 댓글과 SNS 공작을 벌인 일이 드러났고, 차세대 전투기 F-35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국가기밀인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했고, 군대 안에서는 부정부패와 가혹행위와 자살과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정부여당과 국방부의 의지는 국민의 반대여론을 무시했다.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과는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정부와 군부, 보수언론은 전쟁 위협과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고 국익을 명분으로 국민을 종북으로 몰거나 협박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안보를 이용해왔다. 특히 극우적이고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그런 경향이 강했고, 소위 ‘민주정부’라고 하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과 국방부와 국정원, 그리고 조중동 등 상업언론이 이에 가세했다. 
김종대, 정욱식은 그렇게 공포에 서식하는 안보 기득권 세력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는 한편, ‘진실의 눈’과 ‘상식의 잣대’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평화와 인권의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와 평화운동가 정욱식은 2013년 인기 팟캐스트 [김종대 정욱시의 진짜안보]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팟캐스트에서 1년 동안 다룬 내용 중 핵심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다양한 현장 경험과 풍부한 이론으로 정평이 난 두 전문가는 그동안 군사조직과 권력의 전유물로 여겨진 안보를 ‘진실의 눈’과 ‘상식의 잣대’로 파헤쳐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구현하는 ‘진짜안보’로 거듭나게 한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무인기 파동,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댓글 공작, 차세대 전투기 선정, 일본의 군사대국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최근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던 안보 이슈들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이를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이용한 군부와 정치권력, 관료들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한다. 이제 예비군과 군대의 안보특강, 보수언론과 정부의 발표가 아닌, 진정 주권자 국민을 위한 ‘진짜 안보’의 세계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1부에서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과, 공안 몰이 등을 다루고, 2부에서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벌어지는 핵 문제와 MD 도입, 남북 군사력 비교와 핵발전소 문제를 분석한다. 3부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과 미국의 아시아 전략 등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관계와 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진단하며, 4부에서는 NLL 대화록의 진실을 살피고 평화적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

두 저자와 함께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여러 명의 전문가와 정치인도 등장한다. 하지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 크리스토프 풀만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 사무소장 정도가 전문가로서 다양한 경험과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나머지 인사들은 수준이 낮은 편이라 팟캐스트의 시청자 폭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책에서는 각 장의 앞뒤로 방송 당시와 이후의 상황에 대한 설명글을 덧붙여 해당 사건이 지금까지 어떤 흐름 속에서 진행됐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글 중간에 열한 편의 ‘진짜 평화 칼럼’을 실어 독자들이 좀 더 차분히 ‘평화를 위한 안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국가안보는 없고 '정권과 똥별의 안보'만 있는 대한민국… 그 중싱메는 무능하고 탐욕만 가득찬 똥별들과 친일파 후예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전쟁과 폭력, 공포와 협박의 '가짜안보'를 주권자들에게 선동하고 강요한다. 제1야당과 진보정당에서는 원칙적인 입장과 반대 의견이 강한 편이었고, 국가안보를 빙자하는 구조와 세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이 부족한 편이었다. 야권에 왜 이렇게 안보전문가가 없는지 한동안 걱정했는데, 그나마 김종대 씨와 정욱식 씨가 있어서 다행이다.

저자들 덕분에 이 책을 통해 방위산업 비리와 MD(미사일방어망), 북핵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미국의 세계적 군사패권전략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국방정책과 한국군대의 허실 등에 대해 매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의 분석과 평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1~2% 정도의 내용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98% 이상 즉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공감이 되고 적극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 인상 깊은 문장 -

"윌리엄 코헨 국방장관과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국에 왔다 간 이후로 하루아침에 정부의 (차세대전투기)사업 방향이 달라졌다. 2013년 8월에는 브루나이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만나고 귀국하면서 국방부에 전화해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전력기획관을 대기시켰다. 전력기획관은 주로 무기도입 사업을 관장하는 자리고, 각 군 참모총장들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정회원이니 방위사업 추진과 관련해 소집 지시를 내렸다고 본다."(p.51)

"무인기라는 새롭지도 않고 치명적이지도 않은 위협에 이렇게 대한민국이 호들갑을 떨고 공포를 소비한다면 우리의 합리적인 국방정책 기반이 완전히 붕괴됩니다. 사실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일선에서는 이 북한 무인기에 대한 탐지 보고가 2013년 9~10월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성능이나 운용실태를 봤을 때 아직은 위협이 아니라고 군 지도자들이 판단해온 겁니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 언론이 판단하고 생산한 공포 때문에 군이 이성적으로 애기할 수 없게 됐습니다."(p.66)

"북핵 능력이 증대돼서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긴 이르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핵심논리지만, 북핵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에 나온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 보고서에서도 '전작권을 차질 없이 가져오겠다'고 했던 걸 보면 이 논리는 인과관계 자체가 잘 성립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과 협상 없이 방치만 하면 북핵은 계속 늘어날 텐데요. 북핵이 늘어나면 또 못 한다고 할 테고, 이런 논리구조에 대한민국 주권은 영원히 제약받게 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죠."(p,96)

"독일 등이 탈핵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체르노빌, 후쿠시마 영향도 있지만 실제 해체를 해봤더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해체 후에 사용후 핵연료를 10만 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데 어디에 보관할 지도 문제였던 거죠. 인류 역사가 1만 년이 될까 말까 하는데 10만 년을 보관할 시설을 짓는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p.119)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한 군사력 비교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국방연구원에 의뢰했습니다. 그랬더니 NSC로 각 군의 로비가 들어오는 겁니다. 자기들이 열세한 걸로 비율을 낮춰달라고 아주 사활을 걸어요. 왜 그랬겠습니까? 예산과 관계돼 있으니까요."(p.147)

"중국이 2013년 11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강하게 나오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천안함 침몰 이후에 계속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상에 들어왔거든요. 이것에 대해서 중국은 '왜 우리 앞마당에 외국 군함이 들어오냐'며 굉장히 민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죠."(p.193)

"(김정일 위원장과 장시간 대화를 해보니) 우선, 첫 느낌은 말이 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클린턴 행정부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나 김대중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나서 '굉장히 총명한 인물이다. 그리고 유머감각이 있다.' 이런 평가들을 하셨는데, 저도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정동영)"(p.251)

[ 2015년 1월 16일 ]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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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선대인 소장의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 (2013 웅진지식하우스) 

선대인 소장은 나의 전공분야인 부동산에 대한 관점과 진단에서 가장 크게 공감이 가는 전문가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이라는 이름은, 다소 비관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을 많이 하면서 다른 학자, 전문가나 정치세력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는 편이지만, 그의 저서와 블로그 글을 접하면 그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부동산 신화는 이미 끝났으며, 모두가 바라는 부동산 연착륙은 이미 불가능하다.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선대인 소장은 가계별로 다른 7가지의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법, 전월세와 임대주택 위주로 재편될 변화, 경제 구조와 인구 변화와 연동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석, 그리고 정부가 어떤 방향의 부동산 정책을 써야 대세하락기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선대인 소장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떠오른다. 그만큼 선 소장은 한국경제와 사회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평가한다. 헨리 조지가 1848년에 출간한 <진보와 빈곤>은 사회가 진보하더라도 당시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방식이 지속된다면 인류사회의 부는 생산성도 부가가치도 없는 토지(부동산)에 집중되고 노동자와 서민들뿐 아니라 기업주와 정부까지도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 시대의 사상가였다.

선 소장은 한국은 이미 두 개의 전환기가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두 가지의 전환기는 '부동산 대세상승기에에서 대세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것과 단순한 부동산시장 사이클 전환을 뛰어넘어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다. 그는 전세가격이 치솟는 것도 이 두 흐름이 맞물리면서 일어나는 파장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3단계 하락기간을 거쳐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데 7~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단, 정부가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과 금융대출에 집착하면서 제대로 정책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몇 년 안에 부동산 폭락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단지 부동산 폭락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변화가 체감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방향은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행보를 보이며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오로지 ‘집값 떠받들기’에 몰두해 건설업계의 건전한 구조 변화 유도와 금융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놓치고 있다고 정리한다.

- 한국의 가계부채 1000조 돌파, 특별관리 필요하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2563.html
- "공공부채 900조 돌파, 관리 못하면 수년내 日처럼 신용등급 강등" http://news.zum.com/articles/18503632 

선 소장은 부동산 소비자들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 후 주택시장에서 펼쳐질 10대 현상을 정리해주었다.
1.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증가한다. 
2. 부동산 용도는 투자가 아닌 사용 중심으로 변한다. 
3. 신축주택이냐 노후주택이냐가 가격을 결정한다. 
4. 아파트 시대가 저물고 다유형 소량생산 시대로 전환한다. 
5. 중대형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다. 
6. 집이 남아도는 시대가 온다. 
7. 거품이 꺼지면 부동산에도 품질이 중요해진다. 
8. 선분양제가 사라진다. 
9. 자비 리모델링이 급증하고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공동화된다. 
10.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 시장을 한국경제의 흐름고 선순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그 기간은 민주정부 10년 동안이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기인 2002년까지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했다. 김대중정부가 부동산 거품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외환위기 직후의 부양책 기조를 유지하고, 카드채 남발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큰 과오였다.
뒤이어 집권한 노무현정부는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카드채 사태를 해소해야 했음에도 이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2003년 카드채 사태가 터졌고, 결국 이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는 데 2~3년 정도가 걸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 10.29 대책을 내놓는 등 상당히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내놓아 2003년 하반기~2004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투톱으로 하는 건설부양책을 쏟아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부동산 부양책을 거들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토건 부양책을 실시했고 전국에 대규모 주택단지 붐이 일어났다. 여기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뉴타운 드라이브가 맞물렸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 LTV와 DTI를 순차적으로 도입했으나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은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뒤였다. 대출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여 다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모두가 인정하고 당사자들도 공식적으로 언명하듯이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을 막고 집값 하락을 저지하고 포화상태인 건설업계에 막대한 국고를 쏟아부었고 쏟아붓고 있다. 겉으로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라고 포장을 씌웠지만 실제 내용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양질의 공공분양,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부동산 기득권층과 건설업계를 떠받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과도하게 늘어난 건설업체들이 좀비 상태로 살아남아 밀어내기 분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현재 공급과잉의 근본 원인이다. 그동안 워크아웃이나 법정고나리를 실시했지만, 실제로 시장 퇴출이 일어나는 시장 청소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각종 토건 사업으로 건설업계의 숨통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헤 정부의 부동산 주택정책의 특징은 각종 금융지원 정책을 통해 빚더미로 집값과 전월세값을 떠받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빚더미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가 1천 조를 넘어서고 있고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 또한 1천조를 넘어섰다.
선 소장은 정부의 부절적할 부동산 부양책(집값 떠받치기)에 여당과 상업언론과 사이비 연구소와 학자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역전시킬 묘책은 없으며, 연착륙은 고사하고 견착륙이라도 서둘러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선 소장은 주택 유형에 따른 일반 가계의 대응법을 조언한다.
-집이 두 채지만 빚에 시달리고 있다면 -> 집 한채를 팔아야 한다. 자신이 샀던 가격 또는 최고점 가격은 잊어야 한다.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매수자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싸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담보대출에 쪼들리는 1주택 소유자라면 -> 가계의 현금흐름과 부채 및 이자 상환 가능 여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런 다음 보수적으로 판단한 다음 가급적 팔고 전세로 옮겨야 한다. 집을 팔고 전세로 사는 대신, 은행대출 이자로 낼 돈을 저축하면 5년 동안 같은 금액의 돈을 모을 수 있다. 향후 주택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같은 집을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 심각한 전세난에 집을 살까 고민한다면 -> 신중하게 따지고 판단해야 한다.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한다면 역시 가계소득을 고려해야 한다. 전세난과 집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빚을 내 집을 샀다가 대출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면 기존 전세금까지 날릴 수 있다. 대출을 끼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면 오래도록 거주할 수 있는지 가족의 조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 ‘전세형아파트’를 고려하고 있다면 -> 이런 아파트는 건설업체가 분양이 되지 않아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시행사나 건설업체 명의의 대출이 먼저 설정되어 있다. 이럴 경우 나중에 전세가 빠지지 않을 때 전세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고, 건설업체가 부실화되어 중간에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결혼을 앞두었다면, 전세냐 매매냐 -> 신혼부부들은 내 집 마련을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향후 집값은 상당 기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경우 달콤한 신혼 생활이나 출산,보육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 1인 가구 독신자, 월세냐 전세냐 -> 부모나 자신의 부담능력이 아닌 전세대출을 통한 전세대출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아무리 이자가 싸고 대출조건이 좋다 하더라도 자신이 향후 5~10년 동안 고용과 소득을 안정적으로 이어질지 상환할 수 있을지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 노후 대비책으로 오피스텔 투자를 생각한다면 -> 2013년 오피스텔 평균 투자수익율이 전국은 5.90% 서울지역은 5.45%까지 떨어졌다.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고 수익율은 몇 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실에 따른 미수금, 유지관리비용, 취득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와 독자들이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가져야 할 10가지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1. 무주택자라면 조급해하지 마라
2.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모험적 투자는 하지 마라.
3. 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
4. 가계부채가 일정하게 해소된 뒤 움직여라.
5. 환금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6.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드시 이해하라.
7. 내 부동산,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보유 여부 결정하라.
8. 시세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라.
9. 집값 상승기 때의 상식을 버려라.
10. 지방 거주자들은 수도권의 흐름을 주시하라.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전문가들이 진정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들을 위한다면 ‘효과적인 견착륙’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효과적인 견착륙’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부실 부동산에 대한 정리 신호를 주어야 하고, 주택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공공 차원에서 가계 컨설팅을 시작하고, 부실 건설업계 시장을 청소해야 하며, 재정 지원의 초점을 저소득층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한국의 새로운 주거 미래를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다섯 가지 모두 적극 공감이 되는 과제이고,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을 지켜본 결과,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연합에게 이런 정책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첫째.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높이자.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로 이행해가야 한다. 선분양제에 연동된 주택청약제도도 없애고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구조도 바꾸어 처음부터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10%까지 대폭 늘려야 모두가 산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빠르게 늘려 임대주택시장 지배력을 높여야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된다.
셋째, 임차인의 지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 공정임대료 제도와 같은 세입자 보호장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넷째, 부동산 세제를 개혁하자. 특히 보유세와 임대소득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대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
다섯째, 국토교통부에서 주거복지부로. 더이상 정부가 건설산업 촉진이나 주택공급이 아니라 주거복지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거바우처, 주거보조금, 후분양제, 임차인보호법, 부동산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담당해야 한다.

이 책에서 선대인 소장에게 아쉬운 점은, 언론과 지식인 계층도 최악인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변해야만 가능한 과제들이 아니라 주권자이자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함께 나서서 직접 할 수 있는 방향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책 안의 독일의 협동조합 주택 모델을 몇 쪽 소개하지는 했지만, 제대로 조사연구해보지는 않은 것 같아 유감이다.

[ 2014년 12월 30일 ]




 
 
 
중경의 편지 김갑수 역사팩션 3부작 2
김갑수 지음 / 615(육일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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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갑수 저 <중경의 편지>를 읽고 / 2013. 09., 292쪽, 615출판

봉건 잔재가 남아 있던 일제 강점기에 압록강 너머로 군자금을 나르며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기꺼이 해냈던 여성 독립운동가 정정화. 그녀는 자신의 삶과 활동을 회고록 <장강일기>으로 엮어 후손에게 남겼다.
김갑수 작가는 그 <장강일기>를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에 조선 반도와 중국 등지에서 벌어진 한국 현대사를 역사팩션 형식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압록강을 넘어서>에 이어 작가의 이번 작품도 책장을 펼쳐들자마자 푹 빠져 들었다.

1919년 국내외에서 벌어진 거족적인 항일독립운동에 놀란 일제는 식민지 조선의 총독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민족개조론’이라는 정치모략을 이용한다. 한낱 친일파에 불과한, 이광수를 비롯한 계몽개화주의자들은 조선이 망한 것은 낮은 민족 수준 때문이므로 스스로 독립하기가 불가능하고 떠들고 있었다. 따라서 기껏해야 희생자만 낼 따름인 민족해방투쟁이나 항일무장투쟁 같은 것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식인 김영세는 이들이 조선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데 심각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상해 임시정부의 자금을 모금하러 국내에 들어왔다가 일본경찰에 쫓기던 정정화를 숨겨주게 되고 그녀의 모습에서 커다란 감동을 받는다. 김영세의 도움으로 그녀는 상해로 무사히 돌아간다. 그 후 김영세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것은 정정화의 편지였다. 그녀는 한반도와 상해를 오가며 독립자금을 나르고 상해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영세와 정정화는 항일운동의 열정과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교류한다. 교사였던 김영세는 친형이 독립운동을 위해 간도로 떠나고 형수마저 병사하여 조카 김민수를 맡아야만 했다.
일제시대에도 청춘들의 사랑은 존재했다. 삼촌 품에서 벗어나 서울로 유학을 떠나가 된 김민수는 아리랑고개에서 신식 여자 둘을 만난다. 나민혜는 화사하고 밝은 서양화가였고, 조순호는 부드럽고 조용한 대학생이었다. 김민수는 첫눈에 조순호에게 호감이 갔으나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고, 나민혜는 첫눈데 반한 김민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공세를 폈으며, 역시 김민수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던 조순호는 나민혜의 적극적인 태도와 거짓말에 의해 김민수에 대한 호감을 접어야 했다.

김영세와 정정화, 그리고 김민수와 조순호. 김갑수 작가는 김영세와 정정화를 작품 전개의 중심에 두고, 김민수와 조순호의 사랑 이야기를 배치하여 독자의 관심을 붙잡아 둔다. 
김영세와 정정화가 주고받는 편지는 1920~30년대 한반도와 중국, 만주 등지에서 전개된 항일독립운동과 계몽개화운동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장강일기>가 실존하는 편지이기 때문에 실제 일제시대에 전개된 국내 계화개몽운동이 친일파로 변절되는 과정, 상해 임시정부의 고난, 광둥과 만주에서 벌어진 항일무장투쟁,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해외에서 전개된 외교운동의 실상도 드러난다.

<중경의 편지>에는 작가의 역사의식과 일제시대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평가도 담겨 있다. 작가는 일제시대에 국내에서 활동한 이광수와 잡지 <개벽>의 친일 행위, 동아일보 창간비사, 계몽주의, 정약용과 김옥균의 연관성, 일본의 왕궁 훼손, 안창호의 실상과 허상, 독립협회의 위선과 서재필의 악행, 항일무장투쟁과 양세봉과 김형직, 조선의용대와 조선혁명군의 모습 등을 작품 곳곳에 배치하였다.
역사팩션이니만큼 주인공들의 사상과 언행이 당시 사회역사적인 현실과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런 작품을 통해 왜곡되어 주입된 한국현대사의 인물과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는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매국노와 변절자 그리고 기회주의자와 '꺼삐딴 리'가 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죽도록 일본 황제에 충성했던 친일파들의 작태는, 미국이 멸망하지 않을 것 깉다는 생각으로 미국 찬양과 미국으로의 종속을 갈구하는 '제2의 친일파'가 가득한 21세기 한국사회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100년 전 영원할 것 같던 일제에게 충성을 다한 친일파의 유령이 되살아난 듯 하다.
물론, 그런 매국노들의 반대편에는 오로지 독립과 항일투쟁을 위해 일신의 안위와 가족의 안녕까지 버리면서 국내외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애국지사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독립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진심으로 싸우는 이들은 누구인지...

김갑수 작가의 팩션소설 3부작 중 첫 번째인 <압록강을 넘어서>를 읽은지 1년도 더 지났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잊을까 걱정했지만, 시대의 흐름이 연속됨에도 각 작품이 별도의 스토리와 주인공으로 구성되어 작품을 감상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압록강을 넘어서> 속에 깃들어 있는 우리 선조들의 투철한 애국애민 정신은 <중경의 편지>에서도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했다.
세 번째 작품인 <전쟁과 운명>은 이미 구했다…ㅎ

[ 2014년 12월 14일 ]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 현대의 상식과 진보에 대한 급진적 도전
이반 일리치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느린걸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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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공용(共用)'인가?

"예전에 어른들은 길에 평상을 내놓고 앉아 한담을 나누었고 아이들은 길에서 술래잡기와 구슬치기를 하며 놀았다. 이들은 지금 길이 공용이던 시대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에 속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대도시에서 큰길이 아닌 뒷길, 흔히 '이면도로'라 부르는 길에 가장자리를 따라 차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얼핏 보행자를 위한 선 같지만 사실은 보행자를 위해 그린 것이 아니다. 사람을 노란 선 밖으로 내몰기 위한 것이다. 어두운 밤 좁은 뒷길을 달리는 자동차가 길가의 담이나 기둥, 전봇대 같은 것을 들이받지 않고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그린 선이다.
이제 길은 머무름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통과를 위해 존재한다. 뒷길에 그린 노란 선은 길이라는 공용 밖으로 사람을 쫒아내는 선명한 색깔의 담장이다. 
그러나 한담을 나눌 때에는 카페에 가서 앉아야 하는 시대의 우리,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틀에 따라 삶을 살아온 때문에 길에서 술래잡기를 해본 적이 없는 우리는 저 노란 선을 보면서도 그 본질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달라져 있다."(p.370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반 일리히의 사상을 읽는 관점,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관점으로 제시한 옮긴이의 후기다.

이반 일리히는 1970년대 <학교 없는 사회 Deschooling Society>, <병원이 병을 만든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등의 저술로 현대 문명에 근원적 도전을 던졌던 사상가이다. 그는 모두가 믿는 것,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것을 의심하고자 했다.
당시 학교(교육제도)와 병원(의료체계), 교통과 기술, 개발과 경제성장 등 진보와 보수, 자본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겨냥한 그의 발언들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출판사는 일리히가 그의 말년 20여 년 동안 현대 문명에 대한 더욱 뿌리 깊은 사상적 도전을 치열하게 이어갔고, 현대를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아시아로 도보 여행을 떠났으며, 동양의 여러 언어들을 익혔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사상의 여정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과거, 그 중에서도 12세기 중세 유럽이었다고 소개한다.
"현대의 여러 관념들이 형성되던 시기였던 12세기를 통해 일리히는 독자를 지배하는 현대의 관념과 확실성의 기원을 뿌리까지 밝혀 내고자 했다."

이 책은 이반 일리히가 1970년대 후반 ~ 1980년대 중반에 걸쳐 경제, 교육, 의료, 언어, 종교 등 분야별 세계적 권위의 학회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그들이 금기시하는 전제들에 도전을 던지고 연구 방향의 근본적 전환을 호소했던 12년 간의 연설문이 망라되어 있다.
일리히의 글이나 문장이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번역이 한글 문맥상으로 매끄럽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어려웠다.

제1부에서 일리히는 '공용'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띠는지 그려낸다. 일리히는 전통문화를 공동체에서 희소성 인식이 확대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일련의 규칙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현대화'나 '산업화' 또는 '자본주의'화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희소성'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시스템임을 지적한다. 그는 그런 시스템을 '팍스 오이코노미카'라고 규정한다. '팍스 오이코노미카'는 "경제학의 전제, 즉 희소하지 않은 가치는 보호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전제를 통해 민중이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언제나 개발은 희소하다고 인식되는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희소성 의존이 확산됨을 의미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환경을 개조하여 물자의 생산과 유통을 위한 자원으로 만드는데, 이때 필연적으로 자급 활동을 위한 조건이 제거됩니다. 개발은 따라서 필연적으로 모든 형태의 민중의 평화를 희생하고 그 자리에 팍스 오이코노미카를 세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용이 자원으로 탈바꿈될 때 인간이 무엇을 잃게 되는지 밝히고 있으며, '호모 오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과 '부정가치' 그리고 '거부의 정치학'에 대해서도 논한다.

"진정한 의미의 여느 공용과 마찬가지로 길거리 자체도 사람들이 거기 살면서 그 공간을 살만한 곳으로 가꾼 결과물이었습니다. 그 길가에 늘어선 집들은 현대적 의미의 개인 주택, 즉 노동자를 밤새 보관해 두는 수납창고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적 생활공간과 공유되는 생활공간은 문지방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적 의미의 집도, 공용으로서 길거리도 경제 개발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거의 1백년 동안 수많은 정당이 환경 자원이 소수의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환경 자원을 사적으로 이용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되었을 뿐 공용이 사라져 없어진다는 차원에서는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정치운동은 이제까지 공용을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행위의 적법성을 뒷받침해왔습니다."
"공간이라는 공용이 섬세하여 교통이 동력화되면서 파괴되는 것처럼 말(言語)이라는 공용 역시 섬세하여 현대적 통신수단이 잠식해 들어오면서 쉽사리 파괴된다는 점입니다."
"공용이던 환경이 이처럼 생산을 위한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환경 퇴화의 본모습입니다. 이런 퇴화에는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역사가 일치하지만, 오로지 그것으로 한정지을 수만은 없습니다. 애석하게도 정치생태학은 이런 탈바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까지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해왔습니다." (p.73)

제2부에서는 '교육자'를 대상으로 한 일리히의 강연이 담겨 있다. 일리히는 교육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연구를 하자'고 호소한다. 당시의 교육 이론 속에 공통적으로 숨은 전제를 구성하는 '확실성'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호모 에두칸두스(배움을 특징으로 하는 인간)'의 사회적 발생을 연구해야 함을 역설한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학교 교육은 유전적 차이를 억지로 비틀어 퇴화를 이끌어내는 공인된 과정입니다. 건강을 의료화하면 현실적이고 유용한 수준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상식적인 건강 즉 유기적 대처 능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혼잡한 시간대에 움직여야 하는 대다수는 수송 때문에 교통의 노예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자유의사로 선택하는 이동과 상호 접근성이 모두 감퇴됩니다." (p.109)
"확실히 어떤 지역에서든 지배적이고 표준적 언어가 누리는 우월한 지위는 글쓰기를 통해 더 강화됐고, 인쇄를 통해서는 더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지배 언어가 다른 언어를 식민지화하는 힘은 인쇄술에 힘입어 막강해졌습니다."


제3부에서는 정신공간의 분수령으로서 구술, 문자 및 컴퓨터와 '질료의 역사'를 다룬다. '질료'라는 말로 일리히가 의미하려는 것은 물이 H2O로 변해가는 과정을 고찰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일리히는 자신이 70년대에 출간한 <학교 없는 사회 Deschooling Society>의 핵심 주장을 부정한다. 그는 자신이 교육을 위해 '학교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는데 이것이 실수였음을 지적한다. 그는 "학교라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은 조건 없이 주어진 여가의 선물이던 교육이 절박한 필요로 되어가는 추세를 뒤집는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여기서 희소성을 핵심으로 하는 개념인 호모 에두칸두스가 다시 등장한다.

"이렇게 하여 저는 '배움'이 교육을 생산하는 수단 안에서 희소성을 전제로 이루어질 때 그것이 교육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교육이라는 '필요'는 소위 희소의 사회화를 위한 수단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믿음과 합의의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관을 타고 도시로 들여온 물을 하수도를 통해 다시 도시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도시 설계의 기본 원칙이 된 것은 증기기관이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되고 나서였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이러한 생각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p.205)

제4부에서는 의료가 더 이상 핵심 쟁점이 아님을 주장한다. 일리히는 인류가 탐구해야 하는 주제는 바로 '생명'을 궁극의 자원으로 인식하고 부지불식간에 관리하는 행위임을 지적한다. 결국 "생명윤리학의 가면을 벗기자"는 것이 요점이다.

"의료 윤리라는 말은 안전한 성, 핵 보호, 구사 정보만큼이나 모순적인 어법입니다. 1970년 이후로 생명 윤리가 역병처럼 버지면서, 본질적으로 비윤리적인 맥락에서 윤리적 선택 비스무레한 것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의 생명이라 불리는 것이 보살핌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한 인격체를 '하나의 생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죽음을 가져오는 시술이며, 아담과 이브 시대에 생명의 나무를 향해 손을 뻗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합니다."

더글러스 스미스는 추모글에서 이반 일리히 사상의 핵심 중 하나인 '근원적 독점'과 현대의 '근대적인 가난'을 연관시킨다. 
"어떤 물건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그것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스마트폰처럼...) 근원적 독점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졌지만, 가격이 비싸서 소수의 부유층만 구매할 수 있는 단계다. 2단계는 가격이 떨어지면서 보통 사람들 대다수가 구매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상품은 갖고 있으면 '편리'한 물건이다. 3단계는 그 상품 없이는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을 만큼 사회가 재조직되는 단계로, 이제 물건은 '편의품'에서 '필수품'이다."

일리히는 '근원적 독점'과 함께 '반생산성' 개념으로 현대 기술의 근원적 문제를 지적했다. '반생산성'은 기술이 어떤 한계점을 지나면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진단은 현실이 되었다. 병원은 치료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병을 만들어낸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배울 능력을 빼앗고, 감옥은 죄를 양산하며, 자동차는 교통을 지체시킨다. 
반생산성 단계에 이르면 제도로 인해 개인들은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고 문제를 푸는 능력을 빼앗기고, 그 대신 전문가의 지식에 의존하도록 내몰린다. 급기야 제도가 인간의 삶을 대신하고, "역사상 가장 부유한 인류가 역사상 가장 무기력한 인간"이 된다.

나도 법정스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성장을 멈춰라 Tool for Conviviality>를 시작으로 이반 일리히의 저서를 여러 권 읽으면서 일리히의 관점과 문제의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내가 읽은 일리히의 저서로는 <성장을 멈춰라> 이외에도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 Limits to Medicine>,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Energy and Equity>, <그림자 노동 Shadow Work> 등이 있다.
성장에 대해, 교육제도나 의료체계에 대한 기사나 글, 책을 읽을 때면 종종 일리히의 책을 다시 들여다보곤 한다. 그렇지만 이반 일리히는 여전히 어렵다. 무언가 인류사회의 당연한 것 같은 흐름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문제제기하는 그의 생각은 정해진 이론이나 일방적인 관점에 빠지지 않도록 나를 붙잡아 준다.

[ 2014년 12월 06일 ]




 
 
 
숨어 사는 즐거움 -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의 여유와 지혜, 개정판
허균 지음, 김원우 엮음 / 솔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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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허균 저 <숨어 사는 즐거움 : 자연과 함께 사는 삶의 여유와 지혜>를 읽고 / 2010. 06., 325쪽, 솔

조선 중기 혁명가이자 개혁가 허균(許筠, 1569~1618)의 <한정록 閑情錄>을 작가 김원우 씨가 우리말로 옮긴 이 책에는 하기 싫은 일은 철저하게 하지 않은 은자들의 행적이 실려 있다. 허균이 인용한 <한정록> 안에는 처음 보거나 듣는 고서들이 많다. <준생팔전 遵生八牋>, <고사전 高士傳>, <사문유취 事文類聚>, <열선전 列仙傳>, <하씨어림 何氏語林>, <유후당서 劉煦唐書>, <후한서 後漢書>, <빈사전 貧士傳> 등이다.
허균은 빼어난 문장과 넓은 학식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광해군 10년에 역적모의를 했다는 모함을 받고 참형을 당했다. 소설가 김탁환은 작품 <허균, 최후의 19일>에서 허균이 혁명을 시도하다가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 바 있다. 
조선시대에 역적 혐의로 참형을 당한 반역자 중에 조선 말까지 사면,복권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허균이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선의 지배계층에 충격적인 인물이었고 사상가였던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허균은 경직된 양반사회를 향해 신분계급의 타파와 적서(嫡庶)를 구별하지 않는 과감한 인재등용을 주장했는데, 이 같은 자유롭고 혁신적인 발상은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홍길동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균은 나이 42세 되던 광해군 2년(1610)에 명나라에 파견되는 천주사가 되었으나 병을 얻는 바람에 맡지 못하고, 그 대신 휴가를 받아 틈틈이 중국의 고서들을 보면서 요양을 하게 되었다. 그는 독서를 하는 중에 예전 선비들의 글을 추려서 일종의 자신만의 독서노트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한정록>이라 한다.
그는 <한정록>의 서문에서, "평소 세상일에 급급하여 조그만 이해에도 어긋날까 마음이 두려워졌고. 보잘것없는 자들의 칭찬이나 비방에도 마음이 요동하는 자신을 안타까이 여겨 옛 문인들의 글을 읽으며 옛날의 어진 이와 자신을 비교해보니 제 어리석음이 얼마나 막중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밝히고 있다. 벼슬살이에서 물러나 자연과 벗하며 한가로이 지내는 삶의 즐거움이나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글들이 주로 엮여 있어 ‘훗날 숲 아래에서 세상을 버린 선비를 만나게 될 때 이 책을 꺼내가지고 서로 즐겨 읽고 싶다"고 말한다. 

출판사는 "여기에는 세속을 떠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 중 기이한 행적을 남긴 자와 고상한 생활을 한 사람들의 일화 등이 들어 있다. 또한 은거하며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도가에서 흔히 거론되는 양생술에 관한 희귀한 정보도 읽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동양의 유구한 역사상에 나타난 유명한 인물과 저서들 가운데서 동양적 사고의 진수라 할 만한 일화, 잠언, 성찰들로 이루어져 있는 아주 값진 책이라 할 수 있다.”고 이 책을 높이 평가한다.

조선왕조 500년은 유교이념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거대한 사유의 바다였다. 주린 배를 끌어안고서도 눈에 불을 켜고 자아 인식, 나아가서 도덕의 최고선으로서의 자아실현을 고집하는 무서운 엄숙과 자부심 앞에서는 수많은 사유의 집적을 낳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유물이나 유적보다 찬란히 빛나는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선집(選集) 문집(文集) 휘집(彙集) 실록(實錄) 등의 형식을 빌린 그 숱한 글들은 한문으로 쓰여진 기록물이긴 해도 조선조가 화려한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했다는 받을 수 있는 자료이다.
한편으로 아무리 전형적인 엄숙주의 아래서 질식할 것 같은 유교 사회라 할지라도 숨통을 틔어주는 혁신 사상은 어차피 도출되게 마련이다. 그것은 이른바 안티테제로서 사유의 또 다른 미덕이다. 환기 장치로서의 그런 사유 양식, 곧 혁신 사상이 여러 부족한 조건들 때문에 발붙일 땅을 찾지 못할 때 그 사회는 붕괴하고 만다. 

조선왕조의 지배계급은 때에 맞추어 내부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했 다. 한반도의 새로운 시대의 개척에 필요한 개혁과 혁명은 새로운 계급과 계층에게 맡겨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농민계급과 서민, 상인 등 신진계층이 새로운 사상을 마련하고 새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한 것이 바로 18~19세기 전국 각지에서 발발한 반란과 갑오농민혁명이라 할 수 있다. 지배계급은 내부개혁에 실패한 데다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외세를 끌여들였고 급기야 국가사회 전체를 일제에게 빼앗겼다. 

허균이 예교라는 원시 유교의 실천 강령만을 씨가 닳도록 쓰다듬어온 따분한 조선조 유교 사회에서 혁신 사상의 선각자였음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사상 자체가 안티테제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마도 <홍길동전>이 없었다면 조선조는 내일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원시 유교 사상이 철저히 지배한 고리삭은 왕조였다는 지탄을 면키 어려울지도 모른다.
실제로 조선조는 그처럼 보수 지향적 측면이 여실했던 폐쇄 사회였다. 그에 대한 도도한 반기가 실학 사상의 대두였다. 불행하게도 실학 사상은 어떤 소기의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렸고, 사대주의 매국세력으로 평가받는 개화파의 선구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런데 실학을 처음으로 개척한 사람이 허균이었고 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실물은 <홍길동전>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 

알다시피 <홍길동전>은 이상향 유구국(琉球國)을 건설하기까지의 의적(義賊) 활약상을 그린 소설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썼을 허균의 복잡한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가 고집불통의 조선조 유교 사회에 얼마나 염증을 내고 있었으며, 이상적인 혁명가상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가는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숭불 자체가 탄핵의 대상이었던 유교 사회에서 허균이 불교에 깊이 경도했다는 사실이야말로 그의 비범한 개혁 사상을 웅변하는 단적인 증거이다. 
그 독실한 불교 신앙 때문에 여러 차례에 걸쳐 양반계급으로부터 탄핵을 받고 파직당하면서도 늠름했다는 허균이 도교 사상, 나아가서 은둔 사상 및 신선 사상에 심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그는 신분질서를 금과옥조로 섬기는 양반 사회에서 신분 계급의 타파와 적서(嫡庶)를 구별 않는 과감한 인재 등용까지 내놓았다. 
또한 그가 전개한 부국강병책과 붕당배척론은 비록 새로운 내정 개혁책은 아니라 할지라도 뒤이어 일어난 실학 사상의 비조로서 손색이 없는 경지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호학(好學)의 선비답게 천주교의 천리에 대한 일정한 이해를 일찌감치 수렴하여 새로운 문물 및 서학(西學) 이론에까지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본다면, 허균은 아웃사이더였다. 
아웃사이더는 어떤 사회에서도 모든 기성 제도를 뒤짚어 생각하는 선각자이다. 아웃사이더는 어느 시대라도 질시와 핍박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어떤 막강한 기득권도 부정하지만 그의 꿈과 이상는 흔들림이 없다. 
허균이 바로 그런 아웃사이더였다. 그의 파란 많은 한평생은 그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도구였을 뿐이다. 실천 없는 사유의 세계를 거침없이 질타한 허균의 쟁쟁한 육성은 빡빡하고 시난고난했던 조선조의 각성제였다.

허균의 여러 저서들 가운데 은둔 사상의 실천적 국면을 조리정연하게 편찬한 <한정록>은 그의 철저한 아웃사이더 정신의 산물이다. 
이 책은 그의 나이 42세 때, 그로서는 극도로 불우한 시기에 만들어졌는데, 틈틈이 중국의 고서들을 보면서 예전 선비들의 한적한 삶의 모습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을 손수 가려 편집한, 일종의 독서노트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세속을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 중 기이한 행적을 남긴 자와 고상한 생활을 한 사람들의 일화, 그리고 벼슬을 물러난 뒤 한가롭게 살다간 이야기, 산천을 두루 보아 정신을 수양하는 이야기 등이 들어 있다. 또한 은거하며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룬 글과 도가에서 흔히 거론되는 양생술에 관한 희귀한 정보도 읽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동양의 유구한 역사상에 나타난 유명한 인물과 저서들 가운데서 동양적 사고의 진수라 할 만한 일화, 잠언, 성찰들로 이루어져 있는 아주 값진 책이라 할 수 있다. 분주한 현대의 삶과 자신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나날의 반복에서 차분한 현대의 삶과 자신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나날의 반복에서 차분한 성찰의 계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혁명가이자 사상가였던 허균과 ‘숨어 사는 즐거움’을 음미하는 허균이 한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조화될 수 있다는 것이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법정스님이 사랑한 책 ‘50권’ 중 40권째이다.

* 인상 깊은 문장

"옛사람이 세상을 버리고 은거하는 것은 이름나기 위해서가 아니고, 이 몸을 오래토록 속세를 떠나서 한거하게 하여 그 은거의 즐거움에 이르려고 하는 것이다."

"선비란 살면서 세상을 경영하는 포부를 갖는 법인데, 어찌 금방 요순 같은 임금을 결별하고 오래도록 산림 속에 은둔할 계획을 하겠는가. 마음과 일이 어긋나거나, 공적과 시대가 맞지 않거나 또는 몸이 쇠하여 일에 권태롭거나 하면, 비로소 관직에서 물러나는데, 이는 자기 허물을 잘 고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퇴거한 사람은 맛 좋은 음식이나 화려한 의복을 취해서는 안 되고 오직 검소해야 돈도 절약이 되고 복도 기를 수 있다."

"장부의 처세는 마땅히 가슴이 탁 트이도록 가져야 하니, 상황에 따라 마음을 크게 먹고 순리로써 스스로를 억제하면, 인품이 고상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더라도 자연 고상하게 된다."

"한가한 곳에서 혼자 살면서 담박하게 아무것도 구하지 않아도 일상 생활하는 일이야 그 일을 당하면 역시 하게 된다."

"글은 고요한 데서 하는 일 중의 하나인데, 한거하는 이가 글이 아니면 무엇으로 세월을 보내며 흥을 붙이겠는가."

이 책은 법정스님이 <내가 사랑한 책들>에서 소개한 작품 중 마흔번 째이다.

[ 2014년 11월 2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