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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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빅터 프랭클 저, 이시형 역 <죽음 수용소에서,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 승리>를 읽고 / 2005. 08., 246쪽, 청아출판사


법정스님 추천도서 중 서른 여섯 번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에 수용되어 겪은 생사 엇갈림 속에서도 삶 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 승리를 보여준 프랭클 박사 자서전적인 체험 수기..

저자는 잔인한 죽음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기나긴 죄수 생활에서 자신 벌거벗은 몸뚱아리 실존을 발견했다고 말한다.부모, 형제, 아내가 강제수용소에서 모두 죽고, 모든 소유물을 빼앗기고 인간으로서 모든 가치를 파멸당한 채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 그리고 핍박 속에 몰려오는 죽음 공포를 견뎌내고 미있는 삶을 발견하고 유지했다는 저자 이야기는 독자들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 체험을 바탕으로 프랭클 박사는 자신 독특한 정신분석 방법인 로고테라피('미치료'란 뜻이며 빈 제3정신학파로 불림)를 이룩한다. 조각난 삶 가느다란 실오라기를 미와 책임 확고한 유형으로 짜 만드는 것이 프랭클 박사가 스스로 창안한 현대 실존 분석과 로고테라피 목적이자 추구하는 바다.(책 후반부에 로고테라피에 대한 개념과 이론, 치료방식 등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음)

강제수용소에서 저자를 생존시키고 삶이 미있도록 한 것은 아래와 같이 개인적인 깨달음과 노력이었다.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 닥치더라도 설령 변할 수 없는 운명에 닥치더라도 인생에서 미를 찾아야 한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해서 인간 잠재력을 증명하는 것은, 개인 비극이 승리로 변하는 것과 동시에 곤경에서 인간이 성취를 일구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을 때 - 불치 병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병에 걸렸다 할지라도 우리는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도전을 해야 한다.”

그는 인간이 ‘우스꽝스럽게 헐벗은 자신 생명 외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았다. 책에는 이때 사람들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감정과 무감각 복잡한 흐름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제일 먼저 그들은 자신 운명에 대해 냉정하고 초연한 궁금증을 갖는 것에서 구원을 찾는다. 그런 다음에는 곧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남아있는 삶을 지키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다. 가까이서 자기를 지켜보는 사랑하는 사람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종교에 지하거나 농담을 하는 것으로, 나무나 황혼 같이 마음을 치유해주는 아름다운 자연을 단지 한 번 바라보는 것으로 그들은 굶주림과 수모, 공포 그리고 불에 대한 깊은 분노 감정들을 삭인다. 
하지만 명백하게 몰상식한 이런 시련에서 더 큰 미를 찾도록 도와주지 않는 한, 위에서 얘기한 순간적인 위안들은 그들에게 살고자 하는 지를 북돋아 줄 수 없다. 
바로 여기서 저자는 독자들을 실존주 중심적인 주제와 만나게 해준다. 즉,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수용소에서는 모든 상황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상실하도록 만든다. 평범한 삶에서는 당연했던 모든 인간적인 목표들이 여기서는 철저히 박탈당한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로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 중에서 가장 마지막 자유’인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뿐이라는 것이다.

저자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제가 강제 징병과 강제징용, 위안부 등으로 동원되어 일본과 만주, 동아시아 전역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떠올랐다. 2차대전 현장에서 일본군에 해 학살된 징병 조선인들, 일본과 만주 곳곳에서 강제노동 후 몰살된 징용 조선인들, 아시아 전쟁터 곳곳에 위안부로 끌려가 학대되고 살해된 위안부 조선인들,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서 미국 원자폭탄에 해 사망하고 피폭을 당해 고통받으며 숨져간 조선인들...
히틀러 나치 홀로코스트와 일제 조선인 학살 및 한반도 내 항일 조선인 학살은 학살 규모와 방향은 달랐지만 비인간적인 학살과 제노사이드 수준 만행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나치 유대인 강제수용과 학살과 탄압은 독일군과 독일인에 해 이루어졌지만, 조선인에 대한 학살과 탄압 맨 앞에는 친일파 조선인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일제 잔혹함과 일부 친일파들 굴종이 면면히 이어져 온 후 21세기 한국에서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앞일을 가늠할 수 없는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조차도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성 승리를 일구어낸 한 '보통 사람'이 보여준 나치 치하 강제수용소에서 경험은 이제는 개인경험이 아닌 인류 경험이 되었다."라고 극찬한다. “우리 비극적인 과거로부터 얻은 교훈에서 미래에 대한 낙관이 샘솟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일정 부분 출판사 평가에 동하고 공감한다. 100년 넘게 이어지는, 외세에 유린당하고 친일친미 사대주 세력과 냉전수구세력 폭압 속에서 한국 민중들과 엘리트 계층이 보여주는 사대주와 굴종과 비겁함과 좌절과 변절 속에서도 결국 개인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는 아우슈비츠 저자 태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과 저자에게 쉽게 동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듯한 방향성에 공감하기 어렵다. 주어진 문제를 개인 문제로 치환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제국주 간 식민지 쟁탈전에서 시작된 것이고 히틀러 유대인 학살은 증오와 공포를 이용한 통치술이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어진 인생 조건을 저항 없이 수용하면서(나치 잔혹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개인적으로 자살하거나 좌절하지 않기 위해 개인이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고뇌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와 같은 아주 능력있는(?) 개인 소수이기 때문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그 중에서도 저자와 같이 정신적으로 망가지지 않은 사람은 아주 극소수일 것이다.
수백 만 명 유대인들이 자신들처럼 강제로 끌려와 수용되었고 차례로 학살되고 있음을 알았음에도(비록 나치 힘과 폭력이 막강하다 하더라도..) 민족적, 집단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저항할 방법을 모색하기 보다 쉽게 굴복하고 수용소 내에서 외부 도움만을 바라는 자세를 선뜻 공감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들 그런 모습이, 즉 유대인 강제 동원에 협력했던 유럽 내 유대인 조직 엘리트들 태도와 일반 유대인들 체제 및 폭력에 순응이 홀로코스트 후 유대인 학살을 빌미로 서방 문명국가(?)폭력에 도움을 받아 팔레스타인인들을 ?i아내고 땅을 빼앗아 이스라엘을 건국한 파렴치한 행위로 고스란히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건국 후 이스라엘 정치권과 정부, 엘리트들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을 (서로)이용하여 중동인들과 중동 국가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공격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애서 발견한 한 가지 미심장한 이야기...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들이 가장 많이 죽은 때는 1944년 성탄절에서부터 1945년 새해에 이르기까지 짧은 기간이었다고 한다. 많은 유대인들이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전쟁이 끝날 것을 예상했다가 예상이 틀리자 급속하게 희망을 잃었고 그런 절망적인 태도가 사람들 살고자 하는 지를 꺽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제 식민지 조선에서 가장 많은 친일, 부일 협력자가 발생한 것도 1945년 해방 직전 몇 년 동안이었다.
즉, 현재 박근혜 정권 또는 미국에 종속과 냉전수구세력을 극복할 수 없다며 절망하고 좌절하게 되는 순간 한국인 누구나 변절하거나 육체적, 정신적 죽음에 처할 수 있으니 스스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2013년 12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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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 - 한미동맹과 전시작전권에서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김종대 지음 / 나무와숲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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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종대 저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2010 나무와숲)

저자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에서 국방분야의 정책 업무에 종사했다. 군사정부 시절인 제14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비서관으로 국방 업무에 뛰어든 이후, 15대와 16대까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10년 동안 국방 분야에 파고들었다. 잠시 군사평론가로 일하다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맺은 인연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전문위원으로 발탁되었으며, 이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2003~2005년)과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2005~2006년) 그리고 2007년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이 책은 수십 년간 저자의 국방 분야와 관련한 국정 경험을 토대로 참여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제시한 것이다. 책은 5개 장에 걸쳐 참여정부의 한미동맹 정책, 역대 대통령의 자주국방 추진, 참여정부의 군사외교 노선 갈등, 국방개혁, 남북관계와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 정부 출신으로서의 편파적 입장이 아니라 제3자적 입장에서 참여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하겠다고 서문에 밝혔다.

제1장 ‘주한미군 감축과 전시작전권 논쟁’은 협력적 자주국방이 탄생하는 데 기폭제가 된 ‘주한미군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결심을 하게 된 한-미 간, 그리고 청와대 내부의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을 기술한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그리고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구와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 등 한미동맹과 안보 분야에서 무게가 큰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방부 등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행정부 그리고 청와대 386 참모진과 NSC와의 갈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청와대 내부의 갈등을 ‘북한 체제를 깊이 이해하지만 미국의 북한 공격가능성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 했던 자주파’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압과 봉쇄정책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였지만 북한 체제의 붕괴가능성에 지나치게 기울었던 동맹파’의 대립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읽어보고 당시 NSC 차장이었던 이종석의 <칼날 위의 평화>와 비교해보면 저자의 설명은 다분히 ‘대립’과 ‘갈등’만을 부각시킨 측면이 커 보인다. 참여정부가 미국 관계자와의 협상에서 곤란한 상황에 자주 노출된 이유는, 청와대나 정부 내부의 이념적, 정책적 갈등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대통령의 지시와 결정된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채 사적인 판단이나 부처의 이기주의를 더 중요시한 고위 관료들의 태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행정부 관료의 전횡과 보수언론 등이 확대시킨 ‘정부 내 이념 갈등 논란’의 확신이었다.

제2장 ‘박정희, 노태우 그리고 노무현의 길’에서는 노 대통령의 협력적 자주국방이 탄생하는 데 밑거름이 된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의 80위원회, 노태우 정권 시절의 818위원회, 김영삼 정권 시절의 21세기국방연구위원회, 김대중 정권 시절의 <국방기본정책서>를 통해 한국의 국방개혁과 자주화의 역사를 정리했다. 

저자는 역대 정권에서 무수히 많은 국방개혁의 기도가 왜 좌절했는지, 한국군 내부의 개혁과 반개혁의 대립의 역사는 어땠는지 핵심을 잘 보여주었다. 군사정부 때부터 국방부의 전현직 장군들은 국방력을 주한미군에 의존하여 자주국방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고, 분단체제와 한미동맹을 악용하여 부처 이기주의(소위 군피아)에 집착하였기 때문에 역대 정권의 국방개혁은 번번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미군의 군사전략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이 합세하여 한국정부의 국방개혁을 방해한 결과였다.

제3장 ‘자주-동맹의 대립과 전략적 유연성’에서는 노 대통령이 100년의 역사를 좌우할 담론으로서 구상한 ‘동북아 균형자론’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리의 체계화 과정을 다루고, 아울러 그것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파헤친다. 특히 여기에서는 국가 전략을 강력히 통합하려는 청와대와 NSC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국방부와 외교부의 관료주의 행태를 기술했다. 또한 작전계획 5029, 전략적 유연성, 전작권 전환 시기 등 최근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책 전반에서 당시 NSC 차장이었던 이종석이 ‘자주파’로서 편향된 외교안보 정책을 펼친 것처럼 기술하고 있지만, 제3장에서 이종석 전 차장이 보여주는 업무 태도와 추진 과정은 좌우 이념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주의자들도 환호할 정도로 자주국가와 자주국방이라는 '국익’에 기초하여 미국 국방부, 국무부 관계자와 협상을 전개하고 청와대와 정부 내에 존재했던 사대주의적, 부처이기주의적 관료들과 싸우는 과정을 증언하고 있다.

제4장 ‘전략의 충돌과 수렴’에서는 국방개혁 2020과 전시작전권 전환이 합의되기까지 극적인 장면을 추적하며, 그 속에서 청와대와 군부가 각기 어떤 고뇌와 갈등을 겪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역사적 순간은 시간대별로 상세히 다룬다. 이 시기에 청와대는 ‘자주’에 대한 문제를 일단락짓고 본격적인 평화 프로세스로 나아가는 전환을 한다.

이 장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합의하는 몇 년의 과정에서 한국 국방부와 전현직 고위 장성들이 얼마나 자주국방을 두려워하고 혐오하는지 보여준다. 한국군에서 자주국방과 국방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왜 그렇게 자주국방과 국방개혁을 결사적으로 저지했는지는 전작권 환수가 무기 연기되고 국방개혁이 좌초된 이명박 정부 이후 한국군 내부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인명 사고와 방산비리 등 부정부패,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의 사건이 근본적인 이유를 말해준다.

제5장 ‘남북정상회담과 평화공존의 새 질서’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이를 둘러싼 NLL 논쟁의 실체,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의 갈등을 다룬다. 정부가 사분오열되어 서로 갈등하는 가운데서도 결국 남북정상회담으로 사태가 정리되기까지 긴박했던 순간을 추적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노 대통령이 시대가 부과한 자신의 사명을 다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일관된 철학으로 평화의 단초를 열었다는 의미에 주목한다.

이 장에서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가 진행되고 전략적 유연성이 완료되었으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결정된 이후에도 자주국방과 국방개혁을 거부했던 국방부 고위 장성들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다.그들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대결 본능만을 간직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의 가장 근본적인 의무는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이다. 지구상에서 역사적으로 내전을 ?d은 나라나 서로 전쟁을 겪었던 국가들 사이에서도 시간이 경과하면 서로 화해와 협력과 공존을 도모한다. 5천 년 동안 하나의 민족과 국가로 유지되었던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공직자들에게 평화와 통일은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저자 김종대는 자신이 참여정부에 몸담으며 보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역사 공부에 깊이 몰입한 지도자”였으며, “남과 북,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미국의 힘이 중첩되어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은 2~30년 후를 내다보는 국가적 의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제까지와 같이 강대국에 빌붙거나 끌려다니는 식의 외교안보가 아니라 우리가 주인으로서 정세를 주도하고 운명을 개척하는 전략을 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생각은 가진 지도자는 노무현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주국방론’이나 노태우 대통령의 ‘민족자존과 통일을 준비하는 국방태세’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의 의제들”도 마찬가지였고,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의제를 집대성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 정부의 정책 성과를 공개 거부해버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셈이다.

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우리 운명의 주인으로서 한반도 운명을 새로 개척해온 ‘자를 향한 길’을 추구했으며, ‘자주’는 국가의 생존을 짊어진 노 대통령이 역사 공부에서 찾아낸 ‘궁극의 정신’이자 ‘정념’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를 포괄하는 참여정부의 국방 담론이 바로 ‘협력적 자주국방’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주국방’은 국수적이고 배타적인 게 아니다. 동맹이나 협력이 자주와 배치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주권을 제대로 관리하는 자주성 높은 국가가 동맹도 더 잘 관리할 수 있고, 더 탁월한 도약과 성취도 일구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정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며 이전 정부의 정책 성과를 부정하는 모습과 NLL 논란,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충격을 받아 책을 발간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부분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전 참여정부 NSC 차장이었던 이종석의 <칼날 위의 평화>와 국방보좌관실에서 근무한 저자의 책을 비교하며 읽으면 좀 더 균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종석은 학자 출신으로서 책의 기술에서 기승전결이 명료한 편이고, 김종대는 전문가,평론가 출신으로서 ‘평론’ 방식으로 책 전반에서 기승전결이 약한 편이다. 다만 두 사람이 참여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의 결정과 추진 상황에 대한 기술과 평가는 비슷한 부분도 많고, 서로 다른 부분도 많다. 
아마 이종석은 스스로 정리하고 보관한 자료를 토대로 출간했고, 김종대는 여러 사람의 정보와 의견을 취합하여 출간했으며, 결정적으로는 김종대가 비슷한 주제와 시기에 대해 책을 준비하면서 이종석과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 김종대는 2007년 공직생활을 접고 외교안보 전문지 <D&D Focus>를 창간하여 발행인 겸 편집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평론가 정욱식과 ‘진짜안보(http://www.podbbang.com/ch/6644?e=21743181 #팟빵
)’라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 중이다.

[ 2015년 7월 19일 ]

— 인상 깊은 문장 —

"2003년 6월 1일 미국방부 차관 폴 윌포위츠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면담에서 “주한미군 현대화를 위해 1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도 자체적으로 군의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한국의 국방비는 2.6% 수준인데 이것으로 한국군의 취약점을 보완하기에는 대단히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튿날 윌포위츠는 국회 국방위원회 장영달, 박세환 의원 등을 만나 주한미군의 110억 달러 전력증강계획과 한국 국방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p.39)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이날 윌포위츠가 한국에 약속한 110억 달러의 주한미군 현대화를 위한 투자는 그 이후 어느 시점에도 실행되지 않았다. 미군은 그 반대로 자신들이 맡고 있는 10대 핵심 임무를 한국에 이양하면서 핵심전력을 속속 빼갔고 한국에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하라는 압력의 강도를 높여 갔다."(p.45)

그해 6월 6일 미국 국방부 장관 럼스펠드의 핵심 측근이라고 인정 받는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김희상 청와대 국방보좌관(반기문 외교보좌관도 배석)에게 ‘주한미군 12,000명을 감축할 예정이다’고 통보한다.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겠다는 것은 미 정부 내에서도 극비리에 검토된 사항이다. 적어도 고위층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부시 대통령, 럼스펠드 장관, 그리고 나 세 명 밖에 없다.”
이어 롤리스 부차관보는 “우리도 주한미군이 급격히 감축딜 경우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될 것을 우려한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한국에서 미국을 성토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다.”라며 “그러니 장관급에서 이 문제를 협의하는 절차를 갖자. 6월 말에 조영길 국방장관이 워싱턴에 올 때 이 문제를 협의하는 자리를 만들면 어떻까?”고 제안했다.(p.30~31)

김희상 보좌관의 보고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외부에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2003년 새해부터 북한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정밀 폭격을 암시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미국의 강경파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정권교체와 체제전환을 경쟁적으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기지 이전 문제는 이미 국민들에게 공개되어 논란이 한창이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안보 우려에 대한 여론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김희상 보좌관의 보고를 NSC 사무처를 포함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김희상 보좌관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6월 21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롤리스 부차관보가 제기한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논의되었다. 어떻게든 주한미군의 급격한 감축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합의되고 그 첫 번째 행동으로 27일 예정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측의 진짜 의중을 확인하기로 했다."(p.59)

"그러나 27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조영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먼저 감축 이야기를 꺼냈으나, 조 장관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종대는 조영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하고 감축 문제에 대한 협의나 공론화 필요성 마저 부정하는 장관 개인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논의 자체를 회피한 것으로 평가했다.(p.62)

"2003년 7월 청와대 자주국방 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와 주한미군 감축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 의지 여부와 관계 없이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통보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의 자주국방 준비를 위해 필요한 시간과 관계없이 주한미군의 감축을 통보한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사실을 국민 앞에 공개하고 자주국방에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생각하여 ‘미군 감축을 적극 공론화하라’고 지시했다."(p.67)
(=> 그런데 김종대는 책 안에 대통령의 공론화 지시 시기나 장소를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김종대는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를 위해 2003년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포함 - “미국은 우리에게 대규모 미군 감축을 통보해 왔습니다.” - 되었다가 막판에 NSC 이종석 차장이 삭제한 것으로 기록한다.

"2003년 8월 18일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을지 국무회의 석상에서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함을 분명히 했다."(p.82)

"9월 9일, 조영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과 자주국방의 연계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바로 이날 청와대는 국민여론, 국가이익, 한국군 안전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고려하여 이라크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p.85)

“9월 25일 워싱턴, NSC 서주석 전략기획실장, 국방부 차영구 정책실장, 외교부 위성락 북미국장은 롤리스 부차관보와 주한미군 감축 계획 확인 및 협의를 진행했다.
김종대는 이 자리에서 차영구 정책실장과 서주석 전략기획실장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 공론화를 미국측에 제안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어기고 먼저 미국측(롤리스 부차관보)에게 공론화를 내년으로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기록했다. 그의 이런 판단은 차후 국정상황실과 NSC 사무처간에 ‘대통령 지시 불이행’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 대화내용에 대한 속기록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라 했는데, 서주석 실장은 대화내용의 뒷부분이 녹음되지 않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려는 자신의 노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음을 덧붙였다.
아무튼 이날 롤리스와 한국 대표단 사이에는 “주한미군 감축은 내년 여름 이전까지 공론화하지 않기로 한다.”는 약속이 맺어졌다.(p.97~98)

10월 9일 NSC 이종석 사무차장은 대통령에게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문제 공론화를 반대하였고, 한국 대표단이 공론화해야 한다는 뜻을 확실하게 전했다.”고 보고했다. 김종대는 이종석 차장이 방미 결과를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했다고 기록한다.(p.100)

10월 12일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노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미국으로 향했다. 친서에서 노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문제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이라크 파병과 연계시켰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신중히 해달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에 롤리스 부차관보는 미국을 방문한 라종일 안보보좌관에게 “이럴거면 파병하지 말라”고까지 말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다.(p.104)

10월 17일 국가안보보장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였고, 그 이튿날인 18일 미국의 AP통신은 “부시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1/3인 1만 2천명을 감축하기로 하고 한국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즉각 “그것은 하급관리들의 생각일 뿐”이라며 부인했다. 물론 부시의 해명은 명백한 거짓이었다.(p.105)

“(2003년 10월) 31일,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과 대응, 청와대 내부 논의에 대해) 자세한 내막을 몰랐던 문희상 비서실장은 이라크 파병으로 인한 내부갈등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여 '그동안 청와대와 부처에서 사견을 밝힌 자들을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제 더 이상 문희상 비서실장의 엄명도 통하지 않는 청와대는 마치 두 개의 핵이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둘로 쪼개질 것 같은 소행성 같았다.”(p.114)

“2007년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이 국방부 장관 럼스펠드 전쟁 수행 방식에 총체적 오류가 있음을 밝혀냈고, 그 결과 럼스펠드는 경질되었다.”(p.116)

“한-미 간의 일련의 파병 협의 과정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미국은 한국에 파병 문제를 회의 의제로 공식 제안하거나 공식 문서를 통해 파병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절대 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오직 비공식적으로, 구두로, 회의 의제가 아닌 개별 접촉을 통해 파병을 요청한다. 지난 1960년대의 베트남 파병 때도 그러했고 지금의 아프간 파병도 마찬가지다."(p.123)

“청와대 젊은 386 비서관들은 이들(NSC의 이종석 차장과 서주석 실장)이 너무 대통령과 직거래만 하려 하고 비서실의 일반적인 의사결정 회의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데 주목했다. NSC는 말은 청와대 기구라고 하지만 사실상 이종석 차장의 개인 왕국과 같이 운영되고 비서실 통제를 받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시각이다."(p.127)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이전에 대해 한국과의 협상을 제안한 시점은 참으로 절묘했다. 1990년이나 2003년은 다 같이 미군 철수, 또는 감축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 시기였다."(p.134)

“2003년 11월 공직기강비서관은 17장의 조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용산기지 이전협상 결과 보고’의 핵심은 기지이전 협상에서 우리 대표단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미국에 굴종적인 태도로 임했다는 것이다."(p.131)

“문재인 민정수석은 공직기강비서관 이석태의 보고서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17장이던 보고서는 6장으로 줄어들었다. 문 수석은 이석태 비서관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새로 요약한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올렸다. 이 과정에서 용산기지 이전협상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시각이 균형 있게 정리되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를 전달받은 노 대통령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p.135)

“NSC 실무진은 이종석 차장에게 청와대 내의 젊은 386 비서관들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이 차장은 ‘내가 왜 그 친구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나?’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p.137)

이듬해인 2004년 3월 27일 럼스펠드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을 받아 업무정지 중인 상황에서도 “주한미군이 곧 감축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4월 16일에는 주미한국대사관이 본국에 “주한미군 병력을 90일 후에 이라크로 차출할 것”이라는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러나 NSC 사무처는 2003년 9월 롤리스 부차관보와 약속하고 대통령에게 2004년 여름까지 공론화를 연기하기로 보고했기 때문에 대응을 할 수 없었다.(p.263)

5월 14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을 기각했다. 그런데 같은 날 ‘중앙일보’는 “미국은 주한미군 일부를 이라크로 차출하겠다고 한국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통보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틀 후인 17일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주한미군의 이라크 일부를 차출하겠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알았다’고만 답변했다. 이미 같은 날 오후에 스티븐 해들리 미국 NSC 부보좌관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을 공식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9일 “주한미군 감축을 작년부터 대비해왔다.”고 해명했다.(p.264~265)

5월 20일 청와대에서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진행되었는데,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한국측 사정에 의해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가 미루어졌다”고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10월 회의에서 방미 대표단이 “미국측이 주한미군 감축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꺼린다”고 보고했음을 기억해내고 분노하며 추궁했다.(265 김종대 <칼날 위의 평화>)

5월 21일 NSC 이종석 사무차장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을 계기로 자주국방을 앞당겨 추진하겠다.”며 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주한미군 공론화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28일 이종석 차장과 서주석 실장이 기자들 앞에 나와 “지난해 9월,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협의하러 미국에 우리 대표단이 갔을 때 미국은 이 문제를 공개하길 극히 꺼려 했다.”며 갑작스럽게 철수 통보를 한 미국이 한국과의 약속을 어긴 것으로 발표했다.(267)

5월 31일 청와대 국정상황실(실장 박남춘)은 “미군 감축 문제 공론화에 대한 NSC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2003년 9월 방미 대표단의 대화내용 비망록을 입수하였고, 비망록에는 한국 대표단이 "한국측이 북핵 문제와 국내 정치 사정으로 내년 여름까지 연기해달라”고 기록되어 있었다.(269)

6월 1일 미 국방부 피네건 한국과장은 동아일보사로 전화를 하여 이종석 차장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국측이 여러 경로를 통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2004년 4월 총선 이전에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2004년 여름까지 공론화하지 말자는 합의 문서를 교환했다는 이종석 차장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269)

청와대 국정상황실은 미 국방부의 인터뷰에 대해 NSC의 해명을 요구하며 미국측과의 ‘합의 문서’를 제출할 것을 독촉했다. NSC가 제시한 문서는 주한미국대사인 허버드 대사의 서명이 들어있었다. 미 국방부는 해당 ‘합의 문서’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상황에 대해 김종대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 공론화 연기 문서라면 미 국방부 롤리스 부차관보나 책임 있는 인사가 서명한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허버드 대사가 이종석 차장의 부탁을 받고 유령 문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은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 국무부 라인은 국방부의 보수강경파들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이종석 차장과 공모하여 미 국방부를 ‘물 먹이는’ 행동까지 유발했다는 의미에서다”라고 평가한다.(p.271~272)

이후 NSC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어겼다며 징계해야 한다는 국정상황실의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가 알아서 판단할테니 오늘로 이 문제는 종결합시다.”라고 마무리했다.(274)

6월 6일 한국을 방문한 롤리스 부차관보는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1만 2천 명의 미군을 감축하기로 했다는 미국의 방침을 통보하며 이후 감축을 실행하는 문제를 한국 정부와 협의하자고 요청했다.(p.274)

6월 7일 저녁, 국정상황실 권계현 행정관은 국방보좌관실에 협조 요청을 하여 롤리스 일행이 투숙하고 있던 조선호텔에서 미 국방부 피네건 한국과장과 중령 한 명을 만났다. 그는 피네건에게 주한미군 감축 문제 논란에 대한 진실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피네건은 “6월 3일 싱가폴 국제회의에 참석한 롤리스 차관보를 외교부 이수혁 차관보가 급히 찾아와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는 미국이 반대한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롤리스는 거절했다.”고 말해주었다. 이 말은 국정상황실에 전해져 지속적으로 NSC가 대통령을 기망했다는 유력한 증거로 부각되기 시작했다.(p.275~276)

훗날 이수혁 차관보는 자신이 그렇게 요청한 것은 “주한미군 감축 문제 공론화에 대한 외교부와 NSC의 주장이 다르고 ‘수습을 하라’고 하니까 롤리스를 만난 것이며, 롤리스에게 ‘당신이 클리어하게 하라’고 말했을 뿐이다.”라고 김종대에게 말했다고 전해진다.(p.277)

2004년 6월 국방부 정책실장이 차영구에서 안광찬으로 교체되었고, 그해 9월까지 한미 양국은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FOTA)를 진행한 후 그해 10월,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 문제, 그리고 주한미군의 감축 일정을 2005년에서 2008년으로 늦추기로 합의했다.(p.359~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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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의 평화 -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
이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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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이종석 저 <칼날 위의 평화 :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2014. 개마고원)


이종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 아래에서 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그리고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며 참여정부의 탄생 시기부터 약 4년간 대통령을 보좌했다. 특히 (역대 정부가 모두 그러했지만) 한국의 외교안보에 숱한 어려움과 과제가 밀어닥쳤던 참여정부 전기 3년 동안 대통령의 전략 구상과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존재했던 NSC 사무처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다.

그는 이 회고록(비망록)을 발간한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참여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추진했던 일들에 대해 그 성공과 실패, 성취와 시행착오, 긍지와 아쉬움을 회고하며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지시와 정책적 결정을 내렸는지 보여줌으로써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게 부당하게 씌워진 각종 이념적, 감정적 비난과 의혹들을 바로잡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서문에 밝힌다.
이종석은 노 전 대통령의 꿈이 ‘자주국가’와 ‘평화통일’이었다고 회고한다. 노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에 한국민의 방위를 내맡기는 ‘인계철선’이라는 용어를 혐오했으며, 한국이 처한 불리한 지정학적인 상황을 한국민이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였다. 이종석이 NSC에서 담당했던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큰 숙제는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6.15 공동선언의 이행)이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 중이었고,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 3년차였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집권하자마자 군사일변도와 극우적인 정책으로 일관하여 2001년 아프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상태였고, 클린턴 행정부의 북미 관계 개선 방향과 정반대로 북미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아 2002년 10월 북핵 위기가 고조된 상태였다. 북미 관계가 고착상태에 빠지자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과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로 다시 풀리기 시작한 남북 관계와 북핵과 북미 관계 3가지가 모두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참여정부는 북핵 문제와 북미 관계 이외에도 주한미군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에서부터 자주국방과 국방개혁, 한일-한중 외교 등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수많은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이 책에서 이종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추구한 가치는 “평화, 자주, 균형”이었다고 증언한다. “참여정부의 국가안보 전략기조가 ‘평화번영정책 추진’ ‘균형적 실용외교 추구’ ‘협력적 자주국방 추진’ ‘포괄안보 지향’이었다는 사실에서도 노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런데 평화, 자주, 균형은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우리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상식이며 공동선이다. 외세의존의 대결적 분단국가 지도자로서 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평화를 증진하고자 했으며, 우리 공동체의 자주적 결정에 의한 삶을 추구했다. 또한 성장한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게 균형적인 동맹관계를 추구하고, 중국의 성장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국제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균형외교를 추진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은 진보주의자였지만, 그가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추구한 가치는 진보와 보수를 따지기 이전의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것들이었다.”(p.06)

그렇다면 저자 이종석이 NSC 사무차장으로서 참여정부 근무기간 중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그는 책 속에 긴박했던 자신의 업무와 대통령의 지시, 관련부처간의 업무공조와 북한 및 미국과의 협상 등에 대해 설명한다.
참여정부 출범 전인 2002년에 북미 갈등과 북핵 위기가 발생하여 대선 기간과 인수위 과정에서도 이종석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은 외교적 협상이 다각적으로 진행 중이었고, 취임식 전에 노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특검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2003년 초부터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부시 대통령과 합의를 이끌어낸 후, 2월부터 미국이 자신들의 전세계적 군사전략 변경에 의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제기하여 그로부터 2년 넘도록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평택 미군이지 이전 재협상도 동시에 진행되었다.
2004년 6월에는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몇 년 동안 감축 협상을 진행하였다. 10월에는 미국이 이라크에 전투병을 추가 파병할 것을 요구하여 참여정부의 지지자들과 민노당,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을 진행했다. 2004년 9월부터는 주한미군이 ‘개념계획 5029’를 일방적으로 ‘작전계획화’하려 시도했고, 2005년에는 2월에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여 6자 회담 당사국과 미국, 북한과 북핵 폐기와 북미 협상에 뛰어들어 6자 회담에 의거한 ‘919 공동성명’을 끌어내고 남북정상회담 준비까지 마쳤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은 곧바로 미국이 ‘BDA 사건’을 일으키면서 당사국들의 이행을 끌어내지 못했다.자주국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시작전권 환수는 2003년부터 미군과 협상을 시작했지만, 미군보다 한국 국방부와 보수세력의 애매모호하고 부정적인 태도로 인해 2006년이 되어서야 2012년 말에 환수하기로 합의가 되었다.(이 합의를 이명박 정부가 2015년으로 연기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무기한’으로 미루어놓았다.)
이종석은 2006년 2월 NSC를 떠나 통일부 장관을 맡게 된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KEDO의 경수로 사업을 청산하고 '김영남 모자 상봉’을 성사시켰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그러나 북미간에 증폭된 불신과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여 급기야 2006년 9월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하였고, 이종석은 책임을 지고 통일부 장관직을 사퇴했다.

이종석은 주한미군 감축, 전략적 유연성, 북핵과 한반도 비핵화, 6자 회담, 이라크 전투병 파병, 작계 5029, 전시작전권 환수 등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그리고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NSC가 4년 간 노력했던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해 놓았다.

먼저, 이종석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국정철학과 정책을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노 전 대통령은 ‘통일’보다 ‘평화’를 먼저 이룩하고자 했으며, ‘통일’은 후손들이 이룩할 과제로 생각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노 전 대통령과 NSC(이종석)의 관점은 "근본적으로 북미간 적대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며, 반드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자주국가와 자주국방, 그리고 자주외교와 균형외교를 꿈꾸었고 참여정부 집권기간 동안 한반도에 정착시키고자 했다. 

이종석의 비망록을 들여다보면, 미국이야말로 자신들의 ‘국익’과 전세계적인 군사패권전략에 철저하게 우선하여 국방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과 ‘한미동맹’은 미국의 국익과 군사전략에 부응할 때만 언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 행정부는 자신들이 필요한 과제를 설정하면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주한미대사관, 태평양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CIA, 언론, 의회 등을 조직적으로 총동원하여 한국 청와대, 국회, 행정부, 언론에게 압박을 가한다. 필요하면 한미 양국이 합의한 비밀정보마저 언론에 전달하면서 한국 정부를 벼랑에 내몰기도 한다.
("작전계획 ‘5029’는 누가 언론에 유출하였나?" http://blog.daum.net/hy2oxy/8692553 / "2006년 '전략적 유연성’ 합의로 한국의 불안정은 해소되었나?" http://blog.daum.net/hy2oxy/8692552 )

그러나 어찌보면 미국 행정부와 의회, 언론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온갖 부당한 행위를 가하는 것은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지구상의 역사는 어제의 동맹국가가 오늘 적국이 되고, 내일은 또 형제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한미동맹’이라는 개념을 변화불가능한 교리로 받아들이는 한국 내 관료나 정치인, 언론이 문제일 것이다. 미국의 정책과 전략은 ‘무조건 선’이고 반드시 동조해야 할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문제다.
사실 이종석과 NSC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통일외교안보 분야 업무를 추진하는 데서 가장 어려운 점은 미국이나 북한,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었다. 정책수립과 추진을 반대하고 방해한 측은 국내 관료와 정치인과 언론이었다. 특히 국방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하여 오랫동안 미국과 주한미군의 우산 아래 안주하였고,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 그리고 미군인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한국 행정부 내에 관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친미 사대주의자들은 국방부와 외교부뿐 아니라 언론계와 법조계, 학계, 경제계 등의 상층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국방이나 자주국가, 균형외교나 독립적인 정치를 해나가는 데 있어 장애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참여정부 이후 집권한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그리고 노 전 대통령 사후 노 전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정책과 참여정부에 대해 폄하하고 왜곡하고 조롱하는 보수세력과 여당, 언론의 공세가 꾸준히 전개되었다. 그렇지만 참여정부가 임용하여 행정부의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노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을 추진했던 관료들은 대부분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고 왜곡과 폄하와 조롱에 동조했다. 심지어 가담하기까지 했다.
때표적인 사람들이 외교부에서 근무하거나 장관이었던 반기문, 윤영관, 유명한, 윤병세와 같은 사람들, 국방부 장관이거나 참모총장이었던 김장수, 김태영, 김관진, 남재준 그리고 검찰이나 법무부에서 근무하던 김경한, 이귀남, 황교안, 임채진, 한상대, 김진태 등이다. 참여정부 인사담당자들이 ‘코드 인사’를 제시하며 선별했던 고위관료 중에서 거짓말과 왜곡, 심지어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배신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에서 부실한 인물들이 중용되었다. 유유상종이었을까. 노무현 사후 ‘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정치인은 많아도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또 하나 이종석의 NSC가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데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참여정부 내부의 알력 관계와 인사 문제 때문임을 알게 된다. NSC가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참여정부 초기 콘트롤 타워로 자리잡기 어려웠던 것은 국방부와 외교부에서 청와대로 파견나온 관료와 국방부, 외교부 장관과 정책참모들이 대통령의 외교통일안보 정책에 저항했기 때문이었다. 반기문(현 유엔 사무총장)은 외교장관 이전에 청와대 외교보좌관 시절에도 친미주의적인 입장과 관료주의적 태도로 외교정책에 큰 어려움을 조성했다. 이들은 모두 노 전대통령의 측근들과 국정상황실, 인사담당자들이 천거하고 임명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NSC는 청와대 내에서도 오랫동안 견제와 모략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이종석과 NSC는 여러 차례 국정상황실과 민정수석실에서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상, 주한미군 감축 협상, 전략적 유연성 협의 등에 업무추진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내부감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종석은 NSC 사무차장직을 사직하면서 모두 털어냈다고 밝히지만, 책의 곳곳에 청와대 내부의 견제와 비난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음을 토로했다.

이종석은 4년 간 참여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경험을 통해 책의 제목처럼 한반도에 조성되어 있는 평화는 ‘칼날 위의 평화’라고 말한다.
“노 대통령은 평화를 열망했다. 그래서 자주와 균형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 공고히 하고자 했다. 평화는 전쟁과 갈등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기본적인 열망이며, 남북공동번영과 통일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다. 그러나 그 평화는 이루기도 어렵지만, 이룬 것같이 보일 때도 위태위태하고 불안한 평화였다. 또한 여전히 대결적 불신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주체들 간의 합의에 간신히 기대고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상처받기 쉬운 그런 평화였다. 마치 칼날 위에 서 있는 것처럼.”(p.06)

행정이나 정치를 담당했던 과거 인사들은 대다수가 ‘남탓’을 하거나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하거나 주체적으로 ‘책임’을 감당하려 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관계했던 인사들이 출간한 책들을 읽다보면, 대다수가 ‘남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중동이 방해했다, 관료들이 배신했다,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았다,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진영이 도와주지 않았다" 등등... 
이종석의 책에도 그렇게 전형적인 ‘핑계’나 ‘변명’이 일부 들어있기는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나 다른 청와대 인사, 관료, 정치인, 언론들을 핑계대지는 않았다. NSC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업무에서 부족하고 잘못한 것은 책임자였던 자신의 과오로 받아들였고, 성과로 지적될 수 있는 결과들은 노 전 대통령과 창여정부의 성과로 평가했다. 이런 점이 그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 2015년 7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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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이명희 옮김 / 지형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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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이나 낯설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행동경제학'의 정의는,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그 결과로 어떠한 사회 현상이 발생하는지 고찰하는 학문"이다.
이는 경제학 분야의 주류인 고전경제학의 대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Homo-economicus)'를 부정하면서 시작한다. '호모이코노미쿠스'는 극히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을 말한다.
여기서 '합리성'이란 자신의 기호가 명확하고 모순이 없으며, 항상 변하지 않고 그 기호를 토대로 자신의 효용이 가장 커질 수 있는 선택대안만을 선택한다는 성질을 의미한다.
 
이 고전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은 18세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경제학'과 '고전이론'을 창시한 이래, 인구폭발과 지구멸망의 예언자 맬서스의 <인구론>, 자유무역론의 창시자 데이비드 리카아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경제원론>과 한계적 시야를 일깨운 알프레드 마셜의 <경제원론>, 제도학파를 이끈 베블런과 갤브레이스의 <유한계급론>과 <경제학과 공공목적>, 정부개입과 재정정책의 선구자이자 풍류도락가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통화주의자이자 자유시장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와 <선택의 자유>, 공공선택학파 제임스 뷰캐넌의 <동의의 계산법>과 합리적 기대이론가이자 자유시장주의자 로버트 루카스의 <합리적 기대와 계량경제학의 실제> 등을 통해 21세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전경제학은 학문분야 뿐 아니라 서구세계의 정치계와 재계까지 장악하여 오늘날의 전지구적인 경제체제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1990년대 초반 소련과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50년 넘게 경쟁하던 사회주의 경제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더 이상 지구상에 고전경제학의 지위를 넘볼 수 있는 경제사상은 없게 되었다. 
 
하지만, 300년 가까이 인류의 경제사상을 장악한 고전경제학의 근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전경제학은 새로운 도전자나 경제사상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하여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연하게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거두가 무너진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자유시장, 수요와 공급, 통화주의, 정부개입, 국제무역의 무한질주는 급기야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경제체제를 무너뜨렸으며, 2007~2008년에는 고전경제학의 최첨단 주자인 미국경제가 뿌리째부터 흔들린 이후 현재까지 국제경제의 불안정성과 회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위기를의 근원적인 전제인 '호모이코노미쿠스'를 부정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허버트 사이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다니엘 커너먼, 트버스키 교수 등의 최신이론을 소개하면서 고전경제학을 공격한다.

먼저, 인간의 '합리성'이 결코 완전하지 않다는, 그리고 인간은 태생적, 통계적으로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여러가지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그 실험들은 ’몬티 홀 딜레마’, ’감염 확률 테스트’, ’4장의 카드문제’, ’미인 투표 게임’, ’최종 제안 게임’, ’지네게임’, ’죄수의 딜레마’ 등으로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주변에 대해 테스트를 하면서 보통의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음’을 깨닫도록 해준다.
임의적으로 규정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실제적인 실험을 통하여 결과가 나타나는 심리학 이론을 경제학의 전제와 방법론에 적용하여 새로운 경제학 즉, ’실제 인간의 행동’을 근거로 하는 경제학을 논의하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이론 전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심리학, 경제학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여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안겨준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프로스펙트 이론', '휴리스틱(huristic)', '바이어스(Bias)', '이중 프로세스 이론', '앨즈버그 패러독스', '손실 회피성', '프레이밍 효과', '화폐 착각', '멘털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 '매몰원가 효과', '사회적 선호' 등 수 많은 개념과 이론, 실험과 결과들을 통해 '행동경제학'의 기본구조와 전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행동경제학'에는 심리학과 경제학 일반론 뿐 아니라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생태학, 뇌과학까지 적용하는 종합학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종합적이다.

이 책의 목차만 살펴보아도 얼마나 많은 개념과 실험이 동원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제1장 경제학과 심리학의 만남―행동경제학의 탄생
경제적 인간·신과 같은 인물 |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경제인 | 경제적 인간의 조건 | 경제적 인간 가설에 대한 옹호론 | 행동경제학이란? | 경제학과 심리학은 하나였다 | 재주꾼 허버트 사이먼 | 인지심리학의 탄생 | 행동경제학의 성립 | 실험경제학과의 차이 | 제2단계의 행동경제학 

제2장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한다―합리적 결정의 어려움
몬티 홀(Monty Hall) 딜레마 | 확률 이해의 어려움 | 사람은 베이스 룰에 따를까? | 논리적 추론 | 미인투표 게임 | 최종제안 게임 | 게임 이론과 합리성 | 죄수의 딜레마 | 사람은 합리적인가? | 인간의 대단한 능력 

제3장 휴리스틱과 바이어스―‘직감’의 기능
휴리스틱(heuristic)이란 무엇인가 | 이용가능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 이미지화 용이성(Ease of Imaginablilty) | 사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 | 대표성 함정(representativeness heuritics) | 도박사의 오류(Gambler? Fallacy) |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Regression Effect) | 기저율을 무시한 믿음(Neglect of base Rate) | 기준점 효과와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 | 전문가도 유혹당한다 | 신속하고 간결한 휴리스틱 | 공중 플라이볼을 위한 휴리스틱 | 2개의 정보처리 프로세스 | 직감이 힘이 된다 | 린다 문제 | 여러 가지 휴리스틱 | 로봇 프레임 문제 | 인간도 프레임 문제로 고뇌한다 

제4장 프로스펙트 이론(1) 이론―리스크 상황 하에서의 판단
변화의 감각 | 가치함수 | 준거점(reference point) 의존성 | 민감도(敏感度) 체감성(遞減性) | 리스크에 대한 태도 | 손실회피성 | 가치함수의 수치 예 | 확률가중함수 | 확률가중함수의 예시 | 확실성 효과 | 리스크 성향의 4가지 패턴 | 편집 프로세스와 결합 프로세스 | 엘즈버그(Ellsberg) 패러독스 

제5장 프로스펙트 이론(2) 응용―‘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구속됨
준거점 의존성·손실회피성과 무차별곡선 | 보유효과와 현상유지 바이어스 | 수취와 지불의 차 | 시장에서의 보유효과 | 현상유지 바이어스 | 공정(公正)을 둘러싸고 |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 분배의 공정성(公正性) 

제6장 프레이밍(framing) 효과와 선호의 성향―선호는 변하기 십상이다 
프레이밍 효과란 | 정책과 프레이밍 효과 | 초깃값 효과 | 화폐착각 |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 매몰원가(sunk cost) 효과 | 쓸데없는 짓을 하지 말라 | 선호는 상황에 따라 변한다 | 중간대안(compromising alternative)이 선택된다 | 이유 있는 선택 | 스토리가 있으면 선택된다 | 선택대안은 많을수록 좋을까? | 만족화와 최대화 인간 

제7장 근시안적인 마음―시간선호
다른 시점 간의 선택 | 이자율과 할인율 | 왜 미래의 이익을 할인할까? | 지수형(指數型) 할인 | 쌍곡형 할인 | 2가지 형식의 할인 | 할인율은 측정 가능한가? | 마이너스 할인율 | ‘점점 좋아짐’을 선호한다 | 유사성에 의한 선택과 할인 | 시간에 관한 프레이밍 효과 | 역전되는 선호 | 시간해석이론 | 시간해석의 원인 | 희망과 실현가능성 ... 
 
'행동경제학'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경제학이라고 한다.
'행동경제학'이 주류의 공격과 편향을 벗어나 진정으로 인간의 본성과 행태를 밑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학을 탄생하여 21세기 인류의 행복증진에 이바지 할지, 아니면 고전경제학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면서 주류경제학에 편입되어 '무한경쟁'과 '황금만능주의'와 '승자독식주의'에 기여할 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노벨상위원회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에게 경제학상을 수여한 것이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들도록 한다.
 
그래도 이 책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간략하게 공부한 바 있던 ’개념과 허구적인 이론만 있는 딱딱한 경제학’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분석,적용하여 새롭게 경제이론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시도가 신선한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담겨있는 각종 실험들을 나 스스로 적용해본 결과와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생각은 흥미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이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기대될 정도로...
 
조금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실험과 테스트가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한정되어 있고 서구문화의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 서구문화와 전혀 다른 태생의 동양문화권의 사람들은 어떤 실험결과가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작년에 읽었던 <생각의 지도>에서 동양과 서양사람들의 사고와 판단에 적지않은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보완되고 추가적인 실험가 연구가 지속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10. 11.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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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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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를 읽고 / 2006. 04, 235쪽, 삼인


사람들 대부분은 보통 자신이 주변 사람들이나 신문방송,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에게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며,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스스로의 판단으로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자부한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각종 여론조사에 답하거나 의사표현을 할 때, 자신과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과 사회에 이익이 되는 정책과 후보를 골라 선택한다고 말한다. 특히 진보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말 그럴까?

저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그런 상식적인 생각이라는 고요한 호수에 ‘프레임’이라는 돌을 던진다.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거나 선택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보 세력은 사람들이 ‘사실’을 알고 이해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사실만으로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 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치와 후보자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여 투표하는 것이다. 그들을 투표소로 들어가게 하는 동기는 바로 그들의 가치 - 보수주의자의 경우에는 엄격한 권위주의적 가치 -이다.”(p.15)

그렇다면 ‘프레임’이란 과연 무엇인가? 레이코프는 사람들이 ‘프레임’이라는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에게 전해오는 모든 정보와 사실을 그 ‘프레임’의 틀에 맞게 재구성하여 사고하며, 그에 따라 선택하고 판단한다고 설명한다.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 행동의 좋고 나쁜 결과를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수행하고자 수립하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두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이다.”(p.17)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을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요구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p.18)

예를 들어 미국 공화당이 주로 주장하는 정책구호는 ‘세금구제(tax relief)’이고, 한국의 야당이 주장하는 정책구호는 ‘양극화 해소’다. '세금 구조' 정책은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인데, '구조'라는 단어는 그 대상이 무언가 나쁜 것 또는 위험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세금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금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마찬가지로 '양극화 해소' 정책은 점점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를 늘리자는 것으로써, "양극화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다.
여기서 민주당이 ‘세금 구조’를 대치할 만한 언어는 ‘부자 감세’라 할 수 있고, 여당이 ‘양극화 해소’를 대치할 만한 언어는 ‘복지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프레임’은 단순히 ‘세금 구조’와 ‘양극화 해소’ 같은 단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가 주목한 것은 미국 내 우익과 우파, 즉 공화당측이 어떻게 문화전쟁을 일으켜 ‘계급배반 투표’를 이끌어내는가 하는 것이었다. 인지과학과 심리학 전공이었던 저자는 핵 확산이나 전쟁, 경제불황과 지구 온난화로 위협받는 때(2004년 선거)에, 공화당측이 끊임없이 ‘가족의 가치’에 대해서만 떠드는 모습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프레임’ 전쟁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공화당측은 수십 년 동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국가를 가족에 연결하는 은유가 존재하며, '가족에 대한 모델’을 통해 우파의 독특한 ‘프레임’을 정교하게 구성한 후 지속적으로 설파한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부시의 대통령 당선과 ‘터미네이터’ 슈왈츠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의 의미, 대외정책과 테러의 은유를 통해 공화당의 ‘프레임’이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작동되었는지 분석한다.

레이코프는 공화당의 가족에 대한 모델이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strict father family)’이었고, 민주당 및 리버럴과 진보측은 ‘자상한 부모의 가족(nurturant parents family)’ 모델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 공화당의 프레임인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 모델’과 진보주의자들의 프레임인 '자상한 부모 모델’이 어떤 가치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한다.
다른 측면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내면 속에 공화당의 모델과 진보측의 모델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상황이나 조건, 상대방이나 시기에 따라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의 모델이 크게 부각될 수도 있고, '자상한 부모 모델’이 작동할 수도 있다.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모델을 토대로 하여 공화당과 우익이 ‘엄격한 아버지’ 이데올로기를 통해 여러 분야 - 신(神), 도덕적 질서, 도덕, 경제, 정부, 교육, 의료보장, 동성결혼과 낙태, 기업, 규제, 권리, 민주주의, 대외정책, 문화적 전쟁 - 에서 이루고자 하는 사고방식과 목표를 분석하여 제시한다.
그리고 미국의 진보주의(자)에 여섯 가지 유형이 있으며, 여섯 가지 유형 모두가 ‘자상한 부모’의 도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여섯 가지는 사회경제적 진보주의(socioeconomic progressives),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 진보주의, 환경주의(environmentalists progressives), 시민 자유 진보주의(civil liberties progressives), 영적 진보주의(spritual progressives), 반권위주의(antiauthoritarians)이다. 그러나 이들의 문제점은 "이 중 한 가지 유형의 생각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더 보편적인 이념의 한 가지 특수한 형태에 불과하며 이 모든 유형의 진보주의가 하나로 수렴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진정한 진보주의자가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진단이 미국 내 진보진영(자유주의 진영과 진보주의 진영까지 포함하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한국의 독자들도 느낄 것이다. 물론 한국 내 진보민주진영이 단결, 연대를 잘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서로 다른 이념이나 정책, 가치관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레이코프의 분석과 진단은 한국의 진보진영에게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어서 레이코프는 ‘진보세력을 결집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진보세력을 결집하려면 먼저 ‘진보세력을 갈라 놓는” 것은 "지역적 이익, 이상주의 대 실용주의, 급진적 변화 대 완만한 변화, 투쟁적 주장 대 온건한 주장, 사고방식과 견해의 차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정책 프로그램은 서로 결집하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며, "진보주의자들은 주로 정책 프로그램에 대해 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인 대부분은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즉, “미국인 대부분은 우리가 어떤 이상을 대변하는지, 우리의 가치가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는지, 우리의 원칙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고 설명한다. “공적 담론에서는 가치와 원칙, 그리고 정책 방향이 개별 정책 프로그램을 이긴다”는 것이다.
미국 내 진보세력을 결집하는 방법과 한국의 진보세력을 결집하는 방법은 양국의 진보세력이 거쳐온 역사와 조건, 각 주체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만, 레이크가 제안하는 방법 역시 한국 내 진보세력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진보주의자들이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서로 연대한다는 전제 아래, 우익보수주의자들이 ‘프레임’ 전쟁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쟁점마다 다 이기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면서, 진보주의자들이 이 사실을 깨닫게 될 경우 실천해야 할 바 - 진보주의자들이 실천해야 할 11가지 -를 제시한다.(자세한 내용과 공부한 결과는 http://blog.daum.net/hy2oxy/8692471 를 참조)
그의 충고와 제안은 한국 내 개혁진영과 진보진영에게, 활동가들과 진보정치세력에게, 사회를 바꾸기를 소망하는 시민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레이코프는 보수주의자(우익,수구)들에게 대응하는 방법 23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누구나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보수주의적 가치와 (자유)진보주의적 가치를 둘 다 지니고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상황에서 각기 다른 모델을 작동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우리가 할 일은 상대편이 이미 지니고 있는 진보주의적 가치를 정치적 영역에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이며, 마지막 23번째는 "상대편이 자기가 말하는 바와 반대의 뜻을 가진 언어 - 오웰식 언어(깨끗한 하늘계획, 건강한 숲, 낙오자 없는 교육)- 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쟁점이 바로 상대방의 약점임을 간파해라. 그가 말하는 바를 정확히 기술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우리 방식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라.”이다.(p.208,217)
저자가 제시하는 ‘23가지 방법’은 한국의 진보개혁진영의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정당원들 그리고 상식적인 시민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인터넷에서, 카톡과 카스토리, 밴드에서, 그리고 술자리, 토론자리, 댓글에서, 광장에서 우익보수주의자들의 ‘프레임’에 빠져들어 보수적, 우파적, 수구적인 사고방식과 언행을 보이는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란 제목은 저자 조지 레이코프가 버클리 대학에서 ‘인지과학 입문’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내주는 과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과제는 바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런데 이 과제에 성공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듣고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우선 코끼리를 떠올려야 한다. 곧 이 과제는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한다는 걸 깨우치고자 하는 것이다. 코끼리는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미국 민주당 지지 세력에게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주의 세력의 프레임을 모두 전복할 것을 권유하는 이 책의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제목이라 하겠다."(p.23~24)

이 책은 미국 정치를 분석하고 미국 진보 진영의 승리 전략을 논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의식과 분석의 틀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꽤 재미있고 유용할 것이다. 왜 평범한 서민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가 하는 의문과 그 해답을 중심으로, 일상 언어와 정치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언어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 인상 깊은 문장 ]

“우리는 프레임을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없다. 프레임은 인지과학자들이 ‘인지적 무의식(cognitive unconscious)’이라고 부르는 것의 일부이다. ‘인지적 무의식’이란 우리 두뇌 안에 있는 구조물인데, 의식적인 형태로 접근할 수 없지만 그 결과물 - 우리가 사고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상식이라고 여기는 것 - 을 통해 그 존재를 알 수 있다. 또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도 프레임을 추론할 수 있다. 모든 단어는 개념적 프레임에 맞추어 정의된다.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 두뇌에서는 그 단어와 결부된 프레임(또는 프레임의 집합)이 작동한다.”(p.17)

"‘엄격한 아버지’의 세계관과 자유시장 근본주의는 서로 연관된다. 이 두 가지는 ‘자기 이익의 도덕성’으로 연결된다. 이는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보았던 관점으로, 모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모두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나가서 너의 이익을 좇으라, 그것이 모두를 돕는 길이니’
이는 잘 사는 것(well-being)을 물질적 부와 동일시하는 일반적인 은유와 연관된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도덕적인 행동이며,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선행을 하는 사람(do-gooder)’일 뿐이다. ‘선행을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함으로써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방해한다. 선행을 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든다."(p.33)

“3.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우리의 관점에 맞추어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구성해야 합니다.”(p.76)

"10. 수동적이 되지 말고 능동적이 되십시오. 방어하지 말고 공격하십시오. 항상, 모든 쟁점에 대하여 프레임을 재구송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단순히 우리의 신념을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의 프레임을 사용하지 말고, 우리의 프레임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프레임만이 우리가 믿는 가치관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p.78)

"11.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우리의 모델을 작동하려면 진보주의적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해야 합니다. 오른편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 오른편으로 이동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상처를 줍니다. 이는 우선 진보주의 지지자들을 소외시키고, 부동층 사이에 보수주의 모델을 작동시킴으로써 도리어 보수주의자들에게 보탬이 됩니다.”(특히 11번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p.78)

"2. 여러분이 응대하는 보수주의자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라.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그들의 말에 단 한마디도 동의할 수 없더라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진정성을 보여라. 비열한 언행을 삼가라. 만약 그쪽에서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우리도 삐딱하게 나가서 좋을 것은 없다. 어?e든 상대방을 존중하고 오히려 다른 뺨도 들이밀어라. 여기에는 남다른 품성과 긍지가 필요하다. 품성과 긍지를 보여라."(p.208)

"3. 소리 지르면서 싸우는 것을 삼가라. 급진 우익은 문화적 전쟁을 필요로 한다. 소리를 지르는 것은 문화적 전쟁의 토론 방식이다. 진보적 가치에 어울리는 토론 방식은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토론이 예의를 갖추기 시작하면 우리가 이긴다. 우리가 소리 지르기 시작하면 그들이 이긴다."(p.209)

"10. 완고한 보수주의자들을 개종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마라."(p.211)

"12. 상대방의 주장을 부정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대신에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단순히 사실을 진술하고 그것이 상대편의 주장과 모순됨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은 사실을 이긴다.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튕겨 나간다. 언제나 프레임을 재구성하라."(p.212)

"16. ’이러이러하다면 더 낫지 않을까요?’ 같은 수사적 질문을 던지는 것은 유용한 방법이다. 단 이러한 질문은 우리 편의 프레임을 전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화를 보장하는 계획을 지니고 전쟁에 나가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있다면 더 낫지 않을까요?'"(p.212)

[ 2015년 5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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