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책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의 못다한 이야기
매트 헤이그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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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설렘이 무색할 만큼 무계획이 계획이던 2022년 나의 새해는 <미드나잇라이브러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전날 저녁에 읽던 것을 밤새 읽었던 거 같다.

재작년부터 코로나와 함께 하던 터라 그날이 그날 같고, 모든 행동반경이 좁아들어 연말연시 모임도 줄어든 탓도 있지만, 유독 올해는 '새해'라는 의미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기대감도 들지 않고, '또 한해 어찌 채우나? 아니 버티어 내나?'하는 막연한 부담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 살 한 살 나이 드는 나와 커가는 아이에 대해 불안감도 깔려있던 거 같다. 그 즘에 아무 생각 없이 <미드나잇라이브러리>를 손에 들고 가볍게 읽다가보니 점점 빠져들어 밤새 읽었다. 왜 그렇게 좋았을까? 이 책이 주는 힘이 있어서인가 긴 시간 동안 여운이 느껴졌고, 그 당시 마음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내 주변인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였다.

그리고 너무 좋아서 새해 나의 sns 첫 프로필 사진을 이 책의 커버로 바꿀 정도였다.

그 책이 주었던 '힘'은 아직까지 정의할 수 없지만...... 뭐랄까 위안, 잔잔한 희망을 주었다.

이번엔 매트 헤이그의 신작 <위로의 책>이 나왔다. 냉큼, 빛의 속도로 서평을 신청했다!!!

잠깐 저자에 대해 소개하자면, 매트 헤이그는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 활동한다. 더 알아보면, 그는 24살에 스페인의 아름다운 섬 이비사 섬으로 이사하여 여자 친구와 살다가 갑자기 정신적 위기를 맞고 절벽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한다.

물론 절벽에서 마지막 한 발을 내딛기 전에 돌아서서 현재까지 작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의 경험이 그에게 작가라는 삶을 선사했다. 여전히 지금도 그의 우울증은 계속되고 있다 한다. 작가도 말했듯이 딱히 확실한 우울증의 치료법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24살 이전의 그와 지금이 다른 점은 글을 읽고, 쓰면서 자신의 우울을 드러낸다는 거 같다.

그는 이러한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울의 터널을 통과하는 그에게 위안을 주었던 유용한 처방과 조언들을 담아 <위로의 책>을 엮어냈다.

이 책은 일하는 틈틈이 책상 위에 두고 읽어나갔다. 천천히 읽어나가기에 좋았던 거 같다. 좋으면 필사도 했다. 그림도 한참 바라보고, 산책할 때 가지고 나가기도 했다. 책의 글귀들과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같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그림마저 아름답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고, 위로받던 것들을 두서없이 적었다고는 하나 관통하는 생각도 있는 거 같다. 이를테면 '드러내자.', '괜찮다.', '솔직하게 인정하자.', '나쁜 것과 좋은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 또한 지나간다.'라는 말들을 곳곳에서 자주 내비친다.

위안이 많이 되었던 글귀들을 몇몇 소개해 보면,

"마음속에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침묵은 고통이다. 하지만 그 고통에는 출구가 있다. 말할 수 없다면 글을 쓰면 된다. 쓸 수 없다면 읽으면 된다. 읽을 수 없다면 들으면 된다. 말은 씨앗이다. 언어는 우리가 삶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때로 언어는 가장 큰 위안이 되어준다."51p

"요즘은 가끔 내가 원하는 걸 적는다. 이때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잔인할 정도로, 굴욕적일 정도로 솔직해져야 한다." 53p

"글쓰기는 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불안감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54p

"가면을 쓴 것 같은 느낌, 혼자만 끼지 못하는 느낌, 사람들과 교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 모순 같지만 이런 사실이 때로는 오히려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 속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 고립은 보편적인 것이다." 85p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기진맥진할 정도로 애쓸 필요는 없다. 당신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아이폰이 아니다. ... 가치는 '행동'이 아니라 '존재'자체에 깃들어 있다."85p

"지금의 나는 예전 마음속의 혹독한 날씨에서 낯설지만 기분 좋은 위안을 발견한다. 결국 자신이 살아남으리라는 사실을 아는 데서,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노래하게 만드는 회복력에서 느끼는 위안이다." 102p

"흐르게 놔두어라. 내면의 생각을, 억눌린 감정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죄책감으로 얼룩진 비밀을, 아픈 기억을, 구석에 숨어 있는 마음을, 어색한 진실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불편한 생각을, 잠재된 갈망과 거부된 욕망을, 댐에 가득한 물을. 압력이 커져서 댐이 커지게 하지 말고 흐르게 놔두어라. 흐르게 놔두어라."107p

"불완전함은 인간적이다. 결함이 있다는 건 완전히 인간적인 일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장소, 살아온 환경에 대한 편견이나 불확실한 생각이 자리한다는 건 지극히 인간적이다. 사람은 끔찍한 동시에 기적 같은 존재다. 탁월하고 선하기도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엉망진창이기도 하다." 166p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지적함으로써 우월한 기분을 느끼면 절대로 용기의 미덕을 갖출 수 없다. 진정한 미덕은 내면의 결함과 갈망을 들여다보고 자기 잘못과 모순을 바로잡을 때 얻을 수 있다" 167p

뇌과학자들이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중에 인간은 안전한 것을 모두 기억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을 기억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생존에 유리하도록 뇌가 설계되었다 한다. 우리 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이 것에 더 크게 반응하고, 그런 것들을 잘 기억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에 저마다 위안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와의 대화도 좋았고, 나만 볼 수 있는 비밀 일기장도 도움이 되었다. 어떤 때에는 동네의 작은 성당에 가서 조용히 기도도 해보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특히 많이 쓰는 방법 중 주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펼쳐들고 읽어나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작가도 말하듯이 이런 흔들리는, 불안한 존재인 인간에게는 언어가 있기에 어두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정의하고, 드러내고 바라보면서 치료가 시작되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우울의 터널을 통과하며 겪었던 방법을 작자가 제시하는 데 나한테도 적용하고픈 게 참 많아서 내 인생에 좋은 등불이 되어줄 거 같다.

부디 이 책을 읽어가며 내 안의 어둠을 비춰 오히려 어둠이 환한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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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아빠의 초등 국어 공부법 - 상위 1%의 공부머리를 키우는
설공아빠(김성수) 지음 / 빌리버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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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책을 받아들고 제목을 봤을 때 빨간색으로 '서울대 법대' 아빠라는 글귀가 부담스러웠다. 서울대라니... 게다가 법대라면 나랑은 다른 삶이었겠다. 공부가 마냥 좋고 제일 쉬웠겠다.

이런 생각은 제목을 본 누구라도 기본적으로 들지 않을까?

대부분의 교육서들이 그러하듯 읽고 나서 공감한들 실천은 어려운, 그래서 부담의 무거운 추를 또 하나 추가하겠거니 하며 읽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목의 부담감은 차치하고 표지 가득 깨알같이 적어놓은 부제목과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넓지 않은 표지에 아버지와 아들 그림이 조그마하게 나와있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문구들을 담았다.

"상위 1%의 공부머리를 키우는, 서울대 법대 아빠의 초등 국어 공부법, 입시의 변별력은 이제 국어에 있다! 초등 국어를 걱정하는 부모를 위한 깔끔한 솔루션, 독해 어휘 글쓰기까지 핵심공부법 가이드, 아이의 실력을 점검하는 어휘 테스트 수록, 국어 1등급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꼭 읽어야 할 책!"

피식 웃음도 났다.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은데 이 내용이 다 담겨있으려나? 하는 걱정은 들지만 의욕 넘치는 문구를 뒤로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대일외고, 서울대 법대, 입법고시를 거쳐 현재 국회에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설명과 함께 특이한 이력으로 현재 워킹대디로 정신 차려보니 두 아이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블로그도 운영하고, 초등 독서클럽과 교과서 낭독 스터디, 독해 문제집 스터디 등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나의 걱정은 몇 장 안 넘겨서 사라졌다. 책을 읽어가면서 금방 읽히는 점에 감탄했고, 쓰인 어휘나 문장도 간결하고, 시끄러운 곳에서도 술술 읽힐 만큼 재미있었다. 교육서가 소설처럼 재밌다니.... 계속 " 어우, 오~~, 어머....." 이러면서 줄까지 쳐가면서 읽었으니 저자는 정말 글 하나는 흡입력 있게 잘 쓴다. 뒤로 갈수록 읽을 분량이 사라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모르겠다. 다른 교육서들을 읽을 때는 부담감이 함께 밀려와서 '책이 언제 끝나나, 아직 내가 모르고, 챙겨줘야 할 게 많을까'하는 걱정이 자리 잡았는데.

이 책은 신기하게, '오늘부터 곧장 해볼 만하겠다.'라는 행동력까지 갖추도록 만들어준다.

아무래도 국어 실력에 대해 누구보다 뼈져리게 직장에서 느끼고 있고, 저자가 원래부터 국어도 좋아하는 것 같고, 초등 자녀들도 직접 가르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초등 아이들이나 학부모들과 소통을 해와서 이런 실질적인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나의 감상이 길긴 했지만 그만큼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간결하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는 저자의 글솜씨가 부러웠다.

이 책은 진짜 직접 읽어보기를 강추한다. 너무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내가 정리한들 거기에 도움을 더할 거 같진 않아서다.


이책의 목차


그래서 읽다가 중요하게 와닿은 내용을 위주로 써 내려가겠다.

하나. 국어는 독서/ 독해/ 쓰기/어휘 나눠서 따로 공부해 주어야 한다.

그동안 국어를 위한 공부시간을 따로 냈다기보다 매일 하는 독서를 위안 삼아 시간을 적극적으로 할애하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 입시 제도나 초중고 동안 이루어지는 수많은 수행평가에서 아이들의 국어 실력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저자는 수학:영어:국어=50:20:30 정도로 공부시간을 안배했다.

영어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어를 별도로 공부해야 하는데 국어는 천 리 길이기에 일찍 출발하라고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꾸준히 해야 수능 국어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국어 안에서도 영역을 나누어 공부해야 하는데, 독서, 독해, 어휘, 쓰기로 나눠 그 비율을 2:1:1:1로 잡는다.

독서를 중심에 두되 독서와 별도로 독해 문제집 1권을 정해 꾸준히 날마다 하기를 권한다. 이에 더해 어휘 공부와 쓰기 연습도 꾸준히 하기를 주장한다.

여기에 실천할 수 있도록 영역마다 실천 팁을 준다.

독서는 1주일에 한 권 읽기, 비문학 독서 일찍부터 시작하기,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부터 시작하여 관련 분야 확대하기 등으로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독서습관을 들이는 세 가지 구체적인 방법도 나오는데 매일 독서시간을 갖기, 이왕이면 아침 독서로 권한다. 이는 짧게라도 매일 하도록 강조한다. 그리고 책 읽어주기와 부모부터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말한다. 그 밖에도 독서클럽이나 깊이 읽기, 낭독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여러 추천 도서도 시리즈물이나 학년별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독해와 어휘 편에서는 독서와는 별도로 독해는 매일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해와 어휘는 문제집을 따로 마련해서 매일 20분:10분 비율로 30분 정도 해나가면 효과적이라고 제시한다. 이에 대한 문제집 사용 방법과 함께 몇몇 문제집도 추천하고 있으니 꼭 읽어보자!



둘. 절대량 확보와 꾸준히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국어!

요즘 아이들의 독서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그 이유로 스마트폰 사용시간 증가, 매체의 다양화, 학원 등으로 인한 독서 시간 부족, 그리고 영어 원서 독서로 인한 한글 독서의 절대량 부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확보되지 않은 한글 독서량으로 인한 문제로 부족한 문해력, 사고력, 어휘력, 배경지식 등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량을 늘리도록 구체적인 방법이 나온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글쓰기 또한 그 절대량이 중요하다고 한다.

글쓰기 실력은 쓰면 쓸수록 늘어난다. 저자의 서울대 법대 합격의 비법을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했던 논술 스터디그룹을 들고 있다. 이 그룹에서 1주일에 한편씩 글을 쓰고, 친구끼리 돌려보면서 첨삭을 하고, 토론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 작업을 1주일에 한 번씩 했던 게 학원이나 과외 없이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낸 비법이었다고 하니 그 꾸준함이 대단하다.

글은 써야 늘고, 써갈수록 속도도 빨라지고, 내용도 좋아진다고 한다. 여기에 전문적인 첨삭과 토론이 곁들여지면 내 글의 논리도 정연해진다고 한다. 자신이 쓴 글을 객관적으로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글쓰기에 대해 시기별 접근과 구체적인 방법, 문제집 등을 소개한다.



직장에서 하루에도 수백 페이지의 문서를 읽고, 검토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저자가 문해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국어공부를 고민하는 부모에게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고 에필로그에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고민한 흔적과 노력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 거 같아서 어느 한 군데 더하거나고 덜할 게 없는 군더더기 없는 국어 교육서이다! 이미 국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디테일 있게 좀 더 실력을 끌어올리고 싶어 하는 초등 학부모에게 당연히 권하지만, 국어공부를 어디서부터 어떤 방법으로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오는 경우에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잘 쓰여있고, 실천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와 방법도 제시되어 읽고 곧장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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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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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보다 가장 오래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노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는, ‘노인’은 미리 대비해야 하는 떠오르는 사회 문제이자 돌봄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거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나도 중년이다. 나도 곧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이에 누구나 노인이 되기에 앞서 누구나 이 부분에 대해 마음으로든 물질적으로든 준비해 두어야 한다.

노후를 위한 준비는 여러 가지가 있다. 노후자금 준비, 건강관리, 멘탈의 관리, 꾸준히 지속할 관계들, 죽음에 대비한 준비 등등

이는 젊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중에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준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의 저자 루시 폴록은 누구보다 노인의 죽음을 자주 다루고,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노인의학 전문의다.


그는 이 책에서 제목과 같이 비록 '오십'이라는 특정 나이를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이르게 노후에 대해 직면하고 죽음을 준비하고, 이에 관해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하고 싶지 않은 이 주제는 미리 말해두지 않으면 당연히 오게 될 순간에 대해 미처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되기에, 저자는 자신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그간 쌓아온 것들을 설명하며 본격적인 노후에 관한 대화를 돕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피하고 싶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고 까다로운 주제에 발을 내디디며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라고 있다.

2022. 9. 16. 자 신문에서는 혈액으로 암을 발견하는 갈레리 검사가 획기적인 암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에 대해 기사가 실렸다. 아이러니하게 바로 뒤이어 부고란에는 프랑스의 누벨바그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이 스위스에서 조력사를 선택해 92년의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기사에서는 "고다르가 여러 질환을 진단받은 뒤 자발적으로 생을 끝내고자 했다."라고 한다.

각 정부에서는 매년 기대수명에 대해 발표한다. 이는 그 나라의 보건 의료수준을 나타내기에 의료기술의 지표인 셈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대수명뿐 아니라 '건강 기대수명' 또는 독립적인고 건강상의 불편함 없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보여주는 이와 유사한 척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눈부신 의학기술 발달로 인해 급히 죽을 수도 있는 암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거물 살인마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새롭게 얻은 긴 삶은 각종 노인 질환들과 함께 힘겹게 오래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고다르 감독처럼 어쩌면 조력사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일 수 있다.

<3장. 곡선을 사각형으로 만들기>에서는 이 이환 기간에 대해 나온다. '이환'이란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이르는 개념이다.

삶의 곡선 그래프-세로축은 독립성을, 가로축은 나이를 나타낸다.


위의 삶의 곡선 그래프는 이환 기간이 표현되지 않은 이상적인 그래프이다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살다가 죽는 걸 표현했다. 건강하게 살다가 사망할수록 이 그래프는 사각형에 가까워진다.

아래의 그래프는 실제 이환 기간이 표현된 그래프이다. 그래프 모습이 사각형에서 곡선에 가까워질수록 어려운 상황을 나타낸다.

삶의 이환 기간을 표현한 그래프


어쩌면 이 기간을 통제해 볼 수도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읽어갔다.

물론 여러 가지가 나온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금연하고,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여름마다 몇 시간씩 햇살 아래에서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볕을 쬐며 비타민D를 얻고......

이 모든 걸 아주 어린 나이인 아동기, 더 이르게는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

읽다가 힘이 빠졌다.

이 책은 수많은 노인질환 예방법에 대해 당부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수십 년간 노인들을 관찰하면서 저자가 내놓은 임상에 근거한 잠정적 결론은 특정 식단표나 알약보다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정도이다.

"안심되는 점은, 사소한 변화(신체활동)로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사람은 운동을 제일 덜 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보다 더 위로되는 점은 이미 초고령에 접어들었어도 신체 활동을 늘리면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면 건강을 유지하고 독립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62p

노인 전문 의사이기에 '뚜렷한 어떤 게 가장 효과가 있다. 이것이 좋다.'라고 강하게 어필하기보다 임상과 여러 믿을 만한 연구에 기반을 둔 조심스러운 제안이라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

다시 아까의 삶의 곡선으로 돌아가면 그 늘어난 기대수명 동안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기간도 늘어 우리가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많다.

이 책에서는 이 시기의 여러 명의 노인과 보호자들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이들은 물론 가상의 인물이지만 사연은 노인 의학 전문가로서 실제 겪은 사실에 기반을 둔다. 여러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가 이 시기의 노인에 대해 관심을 쏟아야 할 질문과 그 대답, 설명, 해결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고민해 봄직한 주제를 중심으로 챕터를 나누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차례


낙상, 딱 알맞은 약, 지혜로운 선택(치료에 대해), 사전 연명치료 계획, 치매, 운전, 사전 돌봄 계획, 대리인... 그러나 <4장. 좋은 소식이다!>에서는 이 모든 것에 앞서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대상은 노인, 그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고 시작하라고 한다. 노인을 독립성을 상실한 그저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려는 태도를 경계했다.

우리도 어쩌다 병원의 환자로 신분이 바뀔 때 흔히 이런 대우를 직간접적으로 받을 때가 있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는 빠진 채, 내 증상으로 나를 분류하고, 이에 따른 의료적으로는 합당한 치료만 행해지며, 이에 관해서 일방적인 전달만 받을 뿐이며 대화는 '나'를 제외한 보호자와 이루어질 뿐이다.

귄위있는 노인의학 전문의인 메리 티네티 박사는 노인 치료에 있어 중요한 5M을 말한다.

" 정신 상태 마인드/ 이동성 모빌리티/ 약물치료 메디케이션/ 다중복합성-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정확한 진단/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83, 89p

이 마지막 질문인 노인에게 무엇이 중요한가에 관해서는 첨단 정밀 검사가 없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중요한 질문에 의해 치료 계획도 변경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병원 치료만이 절대 선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관절 말고는 상태가 굉장히 좋은 96세의 잭 할아버지는 장수의 비결을 묻는 저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나는 단 한 번도 술이나... 담배나... 여자를 건드려본 적이 없다오. 열 살 때까지는."

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평소 대화하며, 미리 파악해 두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각 장에서 새롭게 안 사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5. 낙상에 관한 네 가지 사실>에서는 노인에게 흔히 일어나는 낙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낙상이라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사례에서는 치료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 의학적 대처를 꼬집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7. 딱 알맞은 약>에서는 지나친 약물 복용과 약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의 사례가 나와있다. 부모님의 평소 복용하던 협심증 약물로 인해 자칫 위험할 뻔한 일이 최근에 있어 더 유심히 보게 된 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있고, 각자 의사들이 분업화되어 서로 고려하지 않고 약을 처방한다. 사슬처럼 약은 더 많은 약으로 연계되어 그 양이 늘어난다. 다약제 복용은 자칫 약물 간 위험한 상호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남기는 약'과 '버리는 약'으로 복용하던 약을 분류하는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9장. 우리는 그걸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10장. 치매 대응하기>에서는 치매에 관해 말한다. 우선 치매가 의외로 정확한 진단 검사가 없다는 것에 놀랐다. 치매라는 게 사실 질병이 아니라 여러 증상을 한데 모아서 일컫는 말이고, 치매로 이르게 된 다양한 원인의 질병이 따로 있어서라고 한다. 주변에서 흔히 권하는 영상검사나 기억검사로 일부 질병으로 인한 치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치매가 아닌 다른 문제로 병원에 오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오히려 주변의 이야기와 "우리는 그걸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시작되는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치매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장에 나와있는 탄자니아의 어느 마을의 치매 방별률을 측정하기 위해 했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마침내 정식 질문(치매 판단을 위한) 몇 가지를 만들어내긴 했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그냥 사람들한테 '예전이라면 조언을 구하러 갔겠지만 이제 더는 조언을 구하지 않는 사람이 이 마을에 있냐'라고 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214p

아울러 사람들이 끔찍하게 인식하는 치매의 증상은 대부분 병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기에 미리 가족들이나 주변인의 관심으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대응할 수도 있겠다.

그 밖에도 우리가 미리 결정한 사전 연명의료의향서가 막상 의학적 처치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매우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과 이를 위해서는 가족과 의료진과 미리 사전에 아주 자세한 대화를 해두어야 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노인,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 노인을 다루는 종사자들, 그리고 노인이 될 우리들 모두가 읽어보아야 한다. 누구도 나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기에.

2022년 한국 평균 기대수명 83.5세.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인 1936년의 평균수명은 42.6세였다고 하니 평균수명만으로 가히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100년 동안 의학 기술은 발전하였으나 노인의 삶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인 거 같다. 패러다임 자체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해보지 않던, 전에 없던 고민이기에 이제부터라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는 그 길을 자세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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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사장 구드래곤 구드래곤 시리즈 1
박현숙 지음, 이경석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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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기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이 나는 것은 거의 나에 대한 불평, 불만이었던 거 같다. 허리까지 내려오지 않는 짧은 머리칼도 마음에 안 들고, 굵은 다리도 마음에 안 들고, 낮은 코, 처진 눈, 더듬거리는 말투까지 모두~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내 이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글자인 ‘혜’, ‘민’, ‘은’, ‘진’ 이 들어가면 이름이 예뻐지는 것 같은데 하필 촌스러운 느낌이 나면서 임팩트도 없는 글자로만 이루어진 이름이라니......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름과 한 몸이지만 아마 어릴 때는 이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시기였기에 더욱 불만이었나 보다.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수상한> 시리즈와 <구미호 식당>의 작가 박현숙의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구드래곤은 용이 되기 위해 천 년 동안 수련 후 승천을 코앞에 두고 누구보다 멋지게 승천하려다가 그만 실수로 용이 되는 데 실패한다. 절망하던 그의 눈앞에 <용몽록>이 나타나는데, 이 용몽록은 대대로 용이 되려다 실패한 구렁이 선배들의 조언을 한 땀 한 땀 엮어 만든 비늘 책이다. 구드래곤은 용몽록에서 용이 되려면 살아 있는 강아지, 고양이, 아이의 이름을 얻어 꿰매면 다시 승천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강아지, 고양이의 이름은 쉽게 얻었건만 아이의 이름을 얻기가 쉽지 않다. 고민하던 구드래곤은 연꽃 초등학교 앞에 ‘다 있소! 용용 마트’라는 마트를 차리고 이름을 바꿔 준다는 이벤트를 연다.


등장인물



연꽃초 앞에 다 있소! 용용마트가 문을 열다.


구드래곤 예상대로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구드래곤은 그중 가장 순해 보일 것 같은 이름인 ‘왕순동’을 당첨자로 뽑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조아용과 최영민 두 명의 대기자를 뽑는다. 당첨자와 대기자가 된 세 명의 아이들은 각각 구드래곤을 찾아가 이름을 바꿔 오지만, 구드래곤의 말과 다르게 아이들의 삶은 전혀 달라지거나 나아지지 않는다. 구드래곤 역시 자신이 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자 당황하게 된다.


용몽록


책에서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불만인 아이들이 나온다. 어릴 때의 이름은 아마도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나를 대표하는 게 많지 않은 어린 시절, 나의 이름은 세상에 나를 알리는 첫 타이틀이기에 무엇보다 이름에 예민해지는 거 아닐는지.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고, 불만을 보였던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포기할까? 과연 이름을 바꾼 아이들은 새롭고 원하던 인생으로 술술 풀리게 될까? 그리고 다른 이의 이름을 받아 든 무척이나 양심적인(?) 구드래곤은 원하는 용이 될 수 있을까?

초2학년 우리 집 꼬마가 책 도착과 동시에 쭉 읽어나갈 정도로 책은 재밌고, 흥미롭다. 거기에 그림까지 매력적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고 2권을 찾기도 했다. 중간중간 만화처럼 그려진 스토리에 매료되어 아이는 구드래곤 마트의 물건을 줄줄이 읊어대기도 했다. 글과 그림 모두 초등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역시 어린이의 열렬한 추앙을 받는 박현숙 작가다!




다른 이가 내버린 이름을 빛내기 위해 노력하는 구드래곤의 모습에서, 어릴 때 불만 많던 나의 이름은 정말 매력이 없던 이름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잘 닦고 닦아 금방이라도 꽃으로 활짝 필 것 같은 항아리 속 이름을 바라보며, 한 번이라도 애정을 갖고 내 이름을 불러본 일이 있던가 떠올려보게 된다. 구드래곤은 자신의 이름은 자신만이 닦을 수 있다고 하니, 오늘은 오랜만에 내 이름을 잘 닦고 닦아 빛나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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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게임 -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 원칙
사이먼 시넥 지음, 윤혜리 옮김 / 세계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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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최근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는 일본을 배신한 준사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일본인 포로로 잡혀왔지만 기개만큼은 남달랐다. 전쟁 중에 이순신의 어깨에 총상을 입힌 자도 그였다. 하지만 돌연 그가 왜 이순신에게 충성을 다짐했을까?

 

이순신에게 전쟁의 의미를 묻고 난 후에 그는 달라졌다.

 

이순신에게 이 전쟁의 목적은 단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하고, 쳐들어온 일본군을 무찌르는 데 있던 게 아니다. 그는 이 전쟁의 의미를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하였다.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기 바쁜 조선의 임금이나 벼슬아치들, 명나라를 치기 위해 주변국을 발판 삼으려던 일본. 모두 '불의'. 이에 대항하여 ''가 승리하는 것을 원하기에 전쟁에 임한다고 하였다. 아군이냐 적군이냐의 차원이 아닌 의를 위하여 싸우는 전쟁이야말로 제대로 된 대의명분이다.

 

대의명분은 장수에게 섬겨야 할 나라까지도 바꾸게 만든다. 준사에게 영감을 준 이순신은 어떤 사고방식을 지닌 것일까? 이 책, 인피니티 게임에 따르자면 일종의 무한게임 사고방식이다.



인피니티게임(무한게임) 사고방식은 유한게임과 달리 승리와 패배, 비기는 것만 따지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더 확장해서 생각하게 하는 방식이다.

 

유한게임에는 참여자가 전부 공개되며, 시작, 중간, 끝이 항상 존재하지만, 무한게임에서는 참여자가 전부 공개되지 않으며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진다. 게임에 명확한 종료 지점이 없어서 사실상 '이긴다'라는 개념도 없다. 무한게임의 주목적은 게임을 계속해나가며 그 게임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것이다.(18p)

 

이 책에는 무한게임과 유한게임 사고방식의 리더와 기업에 대한 여러 사례가 나온다. 무한게임 사고방식에 따라 운영된 사례 중 스위스 아미 나이프로 유명한 스위스 기업 빅토리녹스의 경영 위기 극복에 대한 사례가 흥미로웠다.

 

9.11테러로 회사 대표 상품이 기내 반입 금지 품목이 되자 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빅토리녹스는 기존 수치와 피해 금액에 대해 집착하는 유한게임 사고방식 대신 유연하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비용 절감 대신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여 기존 브랜드로 다른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을 강구한 것이다.(31p) 이런 격변 속에서 직원을 단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았다는 게 인상적이다.

 

빅토리녹스의 CEO 칼 에스너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경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죠! 미래에도 항상 그럴 것입니다. 영원히 좋을 수만은 없어요. 끝없이 나빠지기만 할 수도 없죠. 저희는 다음 분기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다음 세대를 바라봅니다."

 

이 같은 무한게임 사고방식 덕분에 다른 회사였다면 치명적이었을 위기 상황도 준비된 자세로 대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피니티 게임 사고방식을 지니고자 하는 리더는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 다섯 가지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할 '대의명분'을 추구하라.

 

-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신뢰하는 팀'을 만들어라.

 

-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선의의 라이벌'을 항상 곁에 둬라.

 

- 본질 외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근본적 유연성'을 가져라.

 

-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갈 '선구자적 용기'를 보여줘라.

 

(46p)

 

 

 

<무한 게임 속 리더가 따라야 할 다섯 가지 기본 원칙>


대의명분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특정 미래 모습에 대한 비전을 말한다. 조직원들은 이러한 대의명분을 제시하는 조직에 충성하며 기꺼이 희생하기도 한다. 대의명분은 단순히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또한 왜 일을 하는가?의 답도 아니다.

  

대의명분은 미래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준다. 모두가 자신만의 대의명분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대의명분에 함께해도 된다.

 

대의명분을 좇는 회사에서 일한다면 (유한게임에 사로잡힌 회사와) 마찬가지로 업무가 재미있는 날도 있고 재미없는 날도 있겠지만, 자기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다. 어떤 날은 예쁘고 어떤 날은 밉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실은 항상 같은 것처럼 말이다.(60p)



그리고 직원의 희생보다 의지력을 이끌어내는 리더들의 사례도 부러웠다.

 

유한게임식 리더는 보통 실적 쪽으로 치우쳐있어, 회사가 어려워지면 정리 해고와 극단적인 비용 절감을 단행한다. 반면 무한게임식 리더는 직원들을 비용의 요소 중 하나로 취급하지 않는다. 인원 감축이 아닌 다른 대책을 찾는다. 이를테면 의무적인 무급 휴가를 들 수 있겠다. (152p)

 

사람을 비용 요소이자 물건처럼 여기는 것이 아닌 1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기에 존중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렇기에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회사에 안정감을 느끼고,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대의명분으로 영감을 주며, 한정적인 자원에만 기대어 기업을 이끌기보다, 인간의 무한한 열정과 의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인피니티 게임 방식의 회사, 개인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회사, 또한 서로 신뢰하는 단단한 회사를 꿈꾼게 된다.

사실, 이순신 장군의 대의명분으로만 준사가 돌아선 것이 아니었다. 준사는 보았다. 자신이 곧 총에 맞을 것을 알면서도 다른 부하를 구하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던 이순신 장군의 눈빛. 그 눈빛에서 부하를 위하는 진정한 리더를 보았기에 자신의 나라까지 버려가며 충성했던 것이다. 기업도 결국 사람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함께 꿈꾸며 성장하고 나의 열정을 바칠만한 조직인지 아닌지는 해당 조직원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부디 무한게임 사고방식의 리더나 조직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부모로서도 가정에 적용해 보고 싶은 요소가 참 많다.

 

몇 가지 들자면,

 

나의 아이가 나아갈 방향 설정하고 함께 공유하기!

 

언제라도 같은 편인 부모가 있다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기!

 

힘들 때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신뢰 형성하기!

 

유연한 사고방식 지니기!

 

당장의 승리나 숫자(성적, 등수, 월급ㅎㅎ)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음을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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