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책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의 못다한 이야기
매트 헤이그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의 설렘이 무색할 만큼 무계획이 계획이던 2022년 나의 새해는 <미드나잇라이브러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전날 저녁에 읽던 것을 밤새 읽었던 거 같다.

재작년부터 코로나와 함께 하던 터라 그날이 그날 같고, 모든 행동반경이 좁아들어 연말연시 모임도 줄어든 탓도 있지만, 유독 올해는 '새해'라는 의미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기대감도 들지 않고, '또 한해 어찌 채우나? 아니 버티어 내나?'하는 막연한 부담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 살 한 살 나이 드는 나와 커가는 아이에 대해 불안감도 깔려있던 거 같다. 그 즘에 아무 생각 없이 <미드나잇라이브러리>를 손에 들고 가볍게 읽다가보니 점점 빠져들어 밤새 읽었다. 왜 그렇게 좋았을까? 이 책이 주는 힘이 있어서인가 긴 시간 동안 여운이 느껴졌고, 그 당시 마음 상태가 많이 안 좋은 내 주변인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였다.

그리고 너무 좋아서 새해 나의 sns 첫 프로필 사진을 이 책의 커버로 바꿀 정도였다.

그 책이 주었던 '힘'은 아직까지 정의할 수 없지만...... 뭐랄까 위안, 잔잔한 희망을 주었다.

이번엔 매트 헤이그의 신작 <위로의 책>이 나왔다. 냉큼, 빛의 속도로 서평을 신청했다!!!

잠깐 저자에 대해 소개하자면, 매트 헤이그는 영국의 동화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작가로 활동한다. 더 알아보면, 그는 24살에 스페인의 아름다운 섬 이비사 섬으로 이사하여 여자 친구와 살다가 갑자기 정신적 위기를 맞고 절벽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한다.

물론 절벽에서 마지막 한 발을 내딛기 전에 돌아서서 현재까지 작가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의 경험이 그에게 작가라는 삶을 선사했다. 여전히 지금도 그의 우울증은 계속되고 있다 한다. 작가도 말했듯이 딱히 확실한 우울증의 치료법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24살 이전의 그와 지금이 다른 점은 글을 읽고, 쓰면서 자신의 우울을 드러낸다는 거 같다.

그는 이러한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울의 터널을 통과하는 그에게 위안을 주었던 유용한 처방과 조언들을 담아 <위로의 책>을 엮어냈다.

이 책은 일하는 틈틈이 책상 위에 두고 읽어나갔다. 천천히 읽어나가기에 좋았던 거 같다. 좋으면 필사도 했다. 그림도 한참 바라보고, 산책할 때 가지고 나가기도 했다. 책의 글귀들과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같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그림마저 아름답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고, 위로받던 것들을 두서없이 적었다고는 하나 관통하는 생각도 있는 거 같다. 이를테면 '드러내자.', '괜찮다.', '솔직하게 인정하자.', '나쁜 것과 좋은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 또한 지나간다.'라는 말들을 곳곳에서 자주 내비친다.

위안이 많이 되었던 글귀들을 몇몇 소개해 보면,

"마음속에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침묵은 고통이다. 하지만 그 고통에는 출구가 있다. 말할 수 없다면 글을 쓰면 된다. 쓸 수 없다면 읽으면 된다. 읽을 수 없다면 들으면 된다. 말은 씨앗이다. 언어는 우리가 삶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때로 언어는 가장 큰 위안이 되어준다."51p

"요즘은 가끔 내가 원하는 걸 적는다. 이때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잔인할 정도로, 굴욕적일 정도로 솔직해져야 한다." 53p

"글쓰기는 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불안감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54p

"가면을 쓴 것 같은 느낌, 혼자만 끼지 못하는 느낌, 사람들과 교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 모순 같지만 이런 사실이 때로는 오히려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들 속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 고립은 보편적인 것이다." 85p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고 기진맥진할 정도로 애쓸 필요는 없다. 당신은 업데이트가 필요한 아이폰이 아니다. ... 가치는 '행동'이 아니라 '존재'자체에 깃들어 있다."85p

"지금의 나는 예전 마음속의 혹독한 날씨에서 낯설지만 기분 좋은 위안을 발견한다. 결국 자신이 살아남으리라는 사실을 아는 데서, 궁극적으로 삶을 아름답게 노래하게 만드는 회복력에서 느끼는 위안이다." 102p

"흐르게 놔두어라. 내면의 생각을, 억눌린 감정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죄책감으로 얼룩진 비밀을, 아픈 기억을, 구석에 숨어 있는 마음을, 어색한 진실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불편한 생각을, 잠재된 갈망과 거부된 욕망을, 댐에 가득한 물을. 압력이 커져서 댐이 커지게 하지 말고 흐르게 놔두어라. 흐르게 놔두어라."107p

"불완전함은 인간적이다. 결함이 있다는 건 완전히 인간적인 일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장소, 살아온 환경에 대한 편견이나 불확실한 생각이 자리한다는 건 지극히 인간적이다. 사람은 끔찍한 동시에 기적 같은 존재다. 탁월하고 선하기도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엉망진창이기도 하다." 166p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지적함으로써 우월한 기분을 느끼면 절대로 용기의 미덕을 갖출 수 없다. 진정한 미덕은 내면의 결함과 갈망을 들여다보고 자기 잘못과 모순을 바로잡을 때 얻을 수 있다" 167p

뇌과학자들이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중에 인간은 안전한 것을 모두 기억하는 것보다 위험한 것을 기억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생존에 유리하도록 뇌가 설계되었다 한다. 우리 뇌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이 것에 더 크게 반응하고, 그런 것들을 잘 기억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에 저마다 위안을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와의 대화도 좋았고, 나만 볼 수 있는 비밀 일기장도 도움이 되었다. 어떤 때에는 동네의 작은 성당에 가서 조용히 기도도 해보기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특히 많이 쓰는 방법 중 주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펼쳐들고 읽어나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거 같다.

작가도 말하듯이 이런 흔들리는, 불안한 존재인 인간에게는 언어가 있기에 어두운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정의하고, 드러내고 바라보면서 치료가 시작되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우울의 터널을 통과하며 겪었던 방법을 작자가 제시하는 데 나한테도 적용하고픈 게 참 많아서 내 인생에 좋은 등불이 되어줄 거 같다.

부디 이 책을 읽어가며 내 안의 어둠을 비춰 오히려 어둠이 환한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