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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을 이기는 내 아이 탐구력 로드맵 - 입학사정관 엄마가 알려주는 남다른 아이들의 진짜 경쟁력
김신애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평점 :
입학사정관을 했었고, 대치동 수시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던 이가 아이를 키우며 입시에 관해 쓴 책이라 해서 무척 궁금했다. 그야말로 입시의 관문을 맡으면서 대학의 신입생 선발 내용이나 기준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테니 저자의 이력에 신뢰가 갔다.

그런데 입시 관련 책인데 ‘탐구력 로드맵’이라니? 의아했다.
‘탐구력’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제목에 있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특정 과목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탐구력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풀어놓았다.
“최상위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업역량의 하위평가항목으로 ‘탐구력’이라는 부분을 평가합니다. <중략> 탐구력이 교과 진도처럼 선행 학습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지능에 더 가까운 영역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탐구력이라는 교과목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탐구력은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 즉 자기주도학습이 선행되어야만 발현될 수 있는 역량입니다.” - 5쪽
알쏭달쏭한 탐구력에 대한 설명이 서문에 나와 있지만, 뚜렷하게 와닿는 정의는 아니었다.
책에서는 2장 탐구력, 왜 그렇게 중요할까? 에 더 자세히 나와 있다.
수많은 수시 지원 학생들의 학생부를 보면서 저자는 탐구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당시 수시를 지원하려는 고등학생들을 수없이 만났는데 학교생활은 꼼꼼함 박음질을 하듯 열심히 했지만, 딱 한 방, ‘탐구력’이 없어서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내기 어려웠던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중략> 그러다 가끔 보게 되는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활동한 학생의 학생부를 보며 이러한 역량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68, 69쪽
과연 이런 역량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사실 학교와 학원, 독서실을 오가는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지적 호기심이나 열정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점점 부모님이 주도하는 학습을 하게 된 요즘, 이런 능동적인 학습자가 될 수나 있을까?
학생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어 학생부를 채울 탐구과제를 준비한다. 주어진 주제를 GPT나 유튜브에 검색해 내용을 받아 적어 보고서를 만든다. 시간을 쓰지 않은 것도 아니고 숙제를 하지 않은데, 실상 학생부는 볼거리가 없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일수록 탐구력 있는 학생을 원한다고 한다. 탐구력이야말로 근성과 노력과 학문의 깊이가 담겨있는 역량이기도 하고, 실제로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필수 역량인 셈이다.
이러한 탐구력은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초등학생 때는 수업 시간 배운 개념에 관한 질문과 가설을 세워 탐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나아가 나의 주변과 연결하게 해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요즘 5학년인 아들의 반에서는 ‘모의 공화국’이 운영되고 있다. 국가의 여러 기관이나 체제, 법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이런 조직들이 실제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의로 역할을 부여하고 한 학기 동안 민주주의 공화국을 운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피부로 와닿는 지식을 체득해 보는 시기가 초등학생 시절이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에서는 여러 수행평가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스스로 가설을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탐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니 사소한 수행평가나 과제를 그냥 흘려보내기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탐구 기능을 성장시키는 시간이라 여기며 성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 시간이 모여 훗날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필요한 역량이 길러지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생활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공부 분야를 찾아내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수행평가만 잘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만든 문제를 주체적으로 잘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잘 된 탐구 과정을 책에서 예시로 보여주고 있으니 참고해 보자.
이러한 탐구력을 기르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도 군데군데 담겨있다.
'슬기로운 초등생활’의 이은경 선생님도 탐구력은 초등에서 고등까지 연결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러한 탐구력을 기르기 위해 초등 때부터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꼽았고, 가정에서는 아이가 평소 흥미를 느끼는 주제로 간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독려하라고 한다. 이를테면 아이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말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 질문과 연결해 보도록 기회를 주라고 한다.
그밖에 아이가 잘하거나 즐거워하는, 관심을 보였던 것들에 대해 부모가 관찰하여 기록해 둔다거나 좋아하는 그것이 비록 교과 공부가 아니더라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관심을 높이고 스스로 탐구해 보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라는 것도 와닿았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통해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앞으로 공부하는 데 있어서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내 아이가 요즘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야구도 어느 정도 존중해 주어야 하나 하는 마음도 슬며시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를 거쳐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현실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에 초등학교 시기에 해야 할 것은 오히려 현실감 없는 도전과 경험이라고도 저자는 말한다.
“부모의 눈에는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아이돌을 꿈꾸고, 그것을 위해 진심 어린 열정을 쏟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차라리 보컬 테스트나 댄스 테스트 등 오디션을 보게 해주시는 게 이 시기에는 오히려 적합한 지원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적어도 아이는 문제 해결의 과정을 경험합니다. 이런 경험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막으려고만 한다면 아이는 문제아처럼 여겨지게 될 텐데 그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인인 학습의 영역(그것이 댄스든, 웹툰이든, 스포츠든)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의 방식대로 노력해 본 경험이 결국 자기주도학습이 될 것이고요. 좋아서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해도 그 분야에서 무조건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시련과 좌절의 드라마가 나타나겠죠. 그것 또한 대환영입니다.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는 언제나 인생에 약이 됩니다.” -164, 165
아이가 좋아하는 일에 정서적 지지를 보내야 하는구나!
이처럼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탐구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었다.
이는 초등 때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스스로 주도하고 고민하고 탐구하는 그 힘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탐구력’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시기별로 부모로서 어떤 도움이나 지지를 해줄 수 있는지 시기별 로드맵도 제시해 주어, 뭔가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초석을 단단히 다진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가려면 학생부를 잘 써주는 특목고에 가거나 그럴싸한 포장이 필요하니 컨설팅을 미리 받아봐야 할 거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학업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고 자신이 탐구한 노력을 기록으로 잘 담아낸 것은 돈을 들여 포장만 한 생활기록부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접하니 학생부 종합 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자는 희망을 품은 게 내겐 이 책이 준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