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 -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양자물리학 이야기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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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양자물리학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있었겠지만 필자가 전혀 몰랐던 단어인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저 주기율표와 원소기호(이 주기율표도 오늘날의 새로운 원소가 포함되지 않았던 많지 않은 원소들이었다) 정도 외우고, 원자핵, 전자, 양자 정도의 단어들만 익혔던 극히 단순하고도 단순한 물리, 화학의 세계만 잠깐 맛보고 끝났던 과학 시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발전한 기술만큼 미시적 세계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져 이에 대한 지식의 수준도 높아졌다.

이에 맞춰 사람들은 양자물리학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나눈다. 우스갯소리로 어느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기간동안 딸의 결혼식이 열려 피감 기관과 연루되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때 해명한 얘기도 문과 출신인데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거의 잠을 못 잘 지경이었다고 하니 양자역학이라는 분야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겠다.

 

필자도 쉽게 양자물리학을 접하고자 10대 청소년들이 읽는 책부터 과학에세이 등 여러 경로로 양자물리학을 이해해 보려 하였으나 이게 맞게 이해되었는지 그조차도 애매했다.

책을 덮고 나서도 뭔 소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게 슬프지만 솔직한 속내였다.

 

그래서 이제 양자물리학은 진짜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영역이라는 타이틀이 필자의 머리에 자리 잡을 즈음에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양자물리학 이야기 책을 만났다.

바로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는 2010년에 빈공과대학교에서 양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물리학자이자 과학 작가, 과학 편집자 겸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 전공자가 이렇게 글을 쉽고, 쏙쏙 이해하기 쉽게 써 내려간 점에 감탄했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니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필자처럼 과학 무식자도 그나마 조금 알 것 같다고 느끼도록 이런 귀한 책을 써주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겉표지에 소개된 것처럼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양자물리학 기본 개념 가이드이다. 책의 제목이자 한 챕터의 내용인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라는 말처럼 과학적 용어보다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게 최대한 쉬운 용어와 비유로 풀어서 설명한 친절한 과학책이다.

 

책의 초반에는 사람과 개미의 세계를 비교하며 기존에 지녔던 개념이나 알고 있는 규칙을 완전히 내려놓고 접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개미 세계에서는 우리 인간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일상 규칙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그다음 1,000단위를 건너뛰면 밀리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로, 개미에서 박테리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다시 한번 완전히 다른 세계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박테리아에서 다시 1,000단위를 건너면 우리는 나노미터, 즉 분자와 원자의 크기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크기에 도달하려면 1,000단위를 두 번 건너야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양자 세계의 규칙이 우리 일상생활의 규칙과 다르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예상 가능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죠. 각각의 단계에서는 완전히 다른 개념, 다른 용어, 다른 도구가 필요합니다. 돌을 깨는 공기 압축식 해머로 원자를 쪼갤 수는 없으니까요.” - 17~18

 

그리고 이어 1~6장에 거쳐 파동, 입자, 양자보송이, 양자도약, 전자 등등에 대해 기존개념이 아닌 다시 새롭게 개념을 쌓도록 안내한다. 이 부분은 사실 필자도 읽으면서 다 알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기존에 알았던 단순했던 개념에서 조금 더 확장되고, 다양한 입자의 세계를 살짝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전자의 스핀 부분은 새로운 개념이라 신기했다.

 

6장까지 잘 넘어왔다면 7장부터는 6장까지의 개념에 더해진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진다.

왜 우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하는지, 순간 이동과 텔레파시는 가능한지,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등등을 재미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양자물리학은 우리에게 어떻게 일상에서 사용되며, 미래에는 어떻게 이용될지도 12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아지랑이 같았던 양자물리학의 세계가 이제야 비로소 조금은 이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게 해 준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

 

양자물리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청소년은 물론, 필자와 같은 어른에게까지 정말 강, , 강력 추천! 하고 싶은 책이다. 기나긴 겨울밤 양자물리학의 세계에 빠지고 싶은 이들은 다 모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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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가족 - 각자의 알고리즘에 갇힌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법
이은경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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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실 속 스마트폰의 침범을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느낀 저자는, 이제는 가정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디지털 기기의 폐해를 알리고 회복해 보고자 이번에는 도파민 가족을 들고 왔다.

 

도파민 과잉에 관한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실은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던 유익한 호르몬이 어쩌다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뭐든 과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는 관용어를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적절한 균형이 깨져버린 도파민 과잉 자극은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그런데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우리는 또다시 과잉된 도파민 분비가 이루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매우 어린 유아기부터 나타나 이들이 자라면서 겪게 될 많은 걱정스러운 부분이 책에 소개되어 읽는 내내 걱정이 쌓였다.

 

책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도파민 과잉 자극과 더불어 감정 문해력이 붕괴하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감정 문해력에 주목해야 한다. 감정 문해력이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적절하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느낀 감정을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힘. 읽기와 쓰기처럼 감정에도 문해력이 필요하며 이는 아이가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정서적 기반이 된다.”

-55

 

이처럼 감정 문해력이란 감정을 느끼고, 이를 언어로 옮기고,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발달하는 능력인데 이는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과 반응뿐 아니라 나의 감정 또한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과잉 자극과 뇌 반응의 가속화 과정에서 이러한 정서적, 감정적 과정이 생략되거나 처리하는데 피곤함을 느껴 이 부분의 발달이 더뎌지고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해소하거나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러 버리고, 이런 습관들은 감정을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언의 양육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아니, 배우지 못하기에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울 상황인데 울지 않고, 서운한데 괜찮은 척하는 습관이 쌓여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말썽을 부리지 않는 차분한 아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감정의 회로가 닫히는 중인 것이다. (55)

 

저자는 말한다. 감정도 언어처럼 사용해야자란다고.

기존 문해력이나 글쓰기에 관한 책을 집필한 저자는, 이번에도 감정 문해력향상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다시 소통하는 가정으로 돌아가려는 여러 노력을 소개하고 있다.

장마다 말미에 소개된 회복장에서는 거실 속에서 감정 언어를 회복하게 하거나 주의력, 뇌의 조절력 등을 회복하게 하며, 도파민의 균형을 맞춰주는 진정한 휴식을 소개하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우리 가정에서 시도해 볼만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가족이 말로 다 하지 못한 가정들을 표현해 볼 수 있는 가족이 함께 쓰는 일기장이나 1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멍하게 있어 보는 ‘1분 멍상 타임’, 오직 듣는 일에만 몰입해 보는 눈 감고 듣기 타임’, 정서적 소비가 많은 요즘 꼭 필요한 하루 1템 쇼핑 다이어트등이다.

 

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와 밥 냄새, 생선 냄새 풍기며 식사도 준비하고 식탁 등 아래 두런두런 모여 앉아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이 비슷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어 함께 울고 웃으며 저녁을 보내고 일찌감치 따뜻한 잠자리에 드는 그런 비슷하고 뻔하지만, 정이 있는 저녁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녁 풍경은 집이라는 곳에 함께 모여있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남들보다 빠르게 정보를 찾아내거나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회피하려는 각자도생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어버려, 마치 각자 자신의 궤도만 맴도는 외로운 행성들의 우주 같다.

가장 아늑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은 디지털로 꼼짝없이 연결되어 외부와 경계가 없는, 직장이나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기에 삭막하기만 하다.

이런 붕괴한 가정을 지금이라도 자각하여 구성원들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한다면 누군가의 표현처럼 정신이 번쩍 드는 보고서이자 슬픈 반성문같은 이 책 도파민 가족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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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을 이기는 내 아이 탐구력 로드맵 - 입학사정관 엄마가 알려주는 남다른 아이들의 진짜 경쟁력
김신애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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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을 했었고, 대치동 수시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던 이가 아이를 키우며 입시에 관해 쓴 책이라 해서 무척 궁금했다. 그야말로 입시의 관문을 맡으면서 대학의 신입생 선발 내용이나 기준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테니 저자의 이력에 신뢰가 갔다.


그런데 입시 관련 책인데 탐구력 로드맵이라니? 의아했다.

탐구력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제목에 있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특정 과목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탐구력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풀어놓았다.

최상위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업역량의 하위평가항목으로 탐구력이라는 부분을 평가합니다. <중략> 탐구력이 교과 진도처럼 선행 학습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지능에 더 가까운 영역으로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탐구력이라는 교과목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탐구력은 자기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 즉 자기주도학습이 선행되어야만 발현될 수 있는 역량입니다.” - 5쪽


알쏭달쏭한 탐구력에 대한 설명이 서문에 나와 있지만, 뚜렷하게 와닿는 정의는 아니었다.

책에서는 2장 탐구력, 왜 그렇게 중요할까? 에 더 자세히 나와 있다.

수많은 수시 지원 학생들의 학생부를 보면서 저자는 탐구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당시 수시를 지원하려는 고등학생들을 수없이 만났는데 학교생활은 꼼꼼함 박음질을 하듯 열심히 했지만, 딱 한 방, ‘탐구력이 없어서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내기 어려웠던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중략> 그러다 가끔 보게 되는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활동한 학생의 학생부를 보며 이러한 역량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68, 69


과연 이런 역량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사실 학교와 학원, 독서실을 오가는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지적 호기심이나 열정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점점 부모님이 주도하는 학습을 하게 된 요즘, 이런 능동적인 학습자가 될 수나 있을까?

학생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어 학생부를 채울 탐구과제를 준비한다. 주어진 주제를 GPT나 유튜브에 검색해 내용을 받아 적어 보고서를 만든다. 시간을 쓰지 않은 것도 아니고 숙제를 하지 않은데, 실상 학생부는 볼거리가 없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일수록 탐구력 있는 학생을 원한다고 한다. 탐구력이야말로 근성과 노력과 학문의 깊이가 담겨있는 역량이기도 하고, 실제로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필수 역량인 셈이다.


이러한 탐구력은 초등학생 때부터 준비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초등학생 때는 수업 시간 배운 개념에 관한 질문과 가설을 세워 탐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나아가 나의 주변과 연결하게 해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 요즘 5학년인 아들의 반에서는 모의 공화국이 운영되고 있다. 국가의 여러 기관이나 체제, 법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이런 조직들이 실제 어떻게 운영되는지 모의로 역할을 부여하고 한 학기 동안 민주주의 공화국을 운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피부로 와닿는 지식을 체득해 보는 시기가 초등학생 시절이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에서는 여러 수행평가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스스로 가설을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탐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니 사소한 수행평가나 과제를 그냥 흘려보내기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탐구 기능을 성장시키는 시간이라 여기며 성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 시간이 모여 훗날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필요한 역량이 길러지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생활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공부 분야를 찾아내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수행평가만 잘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만든 문제를 주체적으로 잘 해결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잘 된 탐구 과정을 책에서 예시로 보여주고 있으니 참고해 보자.

 

이러한 탐구력을 기르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도 군데군데 담겨있다.

'슬기로운 초등생활의 이은경 선생님도 탐구력은 초등에서 고등까지 연결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러한 탐구력을 기르기 위해 초등 때부터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꼽았고, 가정에서는 아이가 평소 흥미를 느끼는 주제로 간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독려하라고 한다. 이를테면 아이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말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하는지 질문과 연결해 보도록 기회를 주라고 한다.


그밖에 아이가 잘하거나 즐거워하는, 관심을 보였던 것들에 대해 부모가 관찰하여 기록해 둔다거나 좋아하는 그것이 비록 교과 공부가 아니더라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관심을 높이고 스스로 탐구해 보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라는 것도 와닿았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통해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앞으로 공부하는 데 있어서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내 아이가 요즘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야구도 어느 정도 존중해 주어야 하나 하는 마음도 슬며시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를 거쳐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현실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에 초등학교 시기에 해야 할 것은 오히려 현실감 없는 도전과 경험이라고도 저자는 말한다.


부모의 눈에는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이 뻔히 보이지만 아이돌을 꿈꾸고, 그것을 위해 진심 어린 열정을 쏟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차라리 보컬 테스트나 댄스 테스트 등 오디션을 보게 해주시는 게 이 시기에는 오히려 적합한 지원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적어도 아이는 문제 해결의 과정을 경험합니다. 이런 경험 없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막으려고만 한다면 아이는 문제아처럼 여겨지게 될 텐데 그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인인 학습의 영역(그것이 댄스든, 웹툰이든, 스포츠든)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의 방식대로 노력해 본 경험이 결국 자기주도학습이 될 것이고요. 좋아서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해도 그 분야에서 무조건 승승장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시련과 좌절의 드라마가 나타나겠죠. 그것 또한 대환영입니다.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는 언제나 인생에 약이 됩니다.” -164, 165


아이가 좋아하는 일에 정서적 지지를 보내야 하는구나!

이처럼 대입의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탐구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니었다.

이는 초등 때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스스로 주도하고 고민하고 탐구하는 그 힘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탐구력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시기별로 부모로서 어떤 도움이나 지지를 해줄 수 있는지 시기별 로드맵도 제시해 주어, 뭔가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초석을 단단히 다진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가려면 학생부를 잘 써주는 특목고에 가거나 그럴싸한 포장이 필요하니 컨설팅을 미리 받아봐야 할 거라는 불안감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학업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고 자신이 탐구한 노력을 기록으로 잘 담아낸 것은 돈을 들여 포장만 한 생활기록부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접하니 학생부 종합 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자는 희망을 품은 게 내겐 이 책이 준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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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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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1호 고인류학자인 이상희 교수님의 에세이 <사소한 인류>.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사소한 개인의 일상 기록이라고 서론에 겸손하게 설명하지만, 그간 동양인이자 여성인 학자로서 30년 이상 미국에서 살아남은 긴 여정이 담겨있어 읽는 내내 그 시간이 녹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 이민자, 연구자, 교수, 동양인, 여성, 아내, 엄마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오며 겪은 일상을 덤덤히 풀어냈다.


글 하나하나 허투루 살아오지 않은 그녀의 최선이 담겨, 마치 큰 강의 하류에 서서 강물의 잔잔한 흐름을 보고 있는 듯하였다. 그 강물은 지금은 고요히 흐르지만 때로는 굽이치고, 넘실대며, 얼마나 긴 시간 동안 부딪혀왔을까? 여러 고비를 열심히, 성실히 넘어오며 실어 나른 부산물로 비옥한 토지를 일구어낸 강인한 내공이 느껴져 자연스럽게 존경하는 마음이 품어진다.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남성성이 강했던 학계의 분위기를 극복하려는 학자의 관점으로 주변과 일상을 써 내려가니 그 내용이 너무나 유익하고 흥미로운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학자로서 본인이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당히 눈감아버리고 물러서지 않는 에피소드나 생각이 곳곳에 나온다.

 

사냥은 남자가 하고, 도구는 사냥을 위해 만들어지고 쓰였다는 전제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지만 널리 퍼지고 받아들여져서 문장가의 글에 등장해도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이 되었다. 검증된 적 없는 상상이 이토록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러운 장면인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와 비슷한 풍경이기 때문이리라.”-58

 

일상에서 갈등을 마주할 때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학자답게 세세하게 분석하기도 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모으기로 했다. 집안일 목록을 모두 적고 그 일을 누가 했는지 하나씩 표시하기로 했다. 장보기, 요리(식단 계획, 재료 수급 포함), 설거지(닦기와 정리, 수납을 별도로 계산), 청소(부엌, 화장실, 거실, 방 등 공간별 기재), 정리 수납, 빨래(세탁기 돌리기, 빨래 개기를 별도로 계산)...<중략> 그렇게 한 달 동안은 꼼꼼히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기록은 내가 주로 담당했다. 데이터 수집까지 내가 맡은 것이 불공정한 가사노동 분담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드디어 한 달 뒤, 데이터를 합산하고 정리해서 살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내가 집안일의 90퍼센트를 하지도 않았고 남편이 50퍼센트를 하지도 않았다. 내가 70퍼센트를, 남편이 30퍼센트를 하고 있었다.” -192, 193

 

나는 시간 사용 기록을 차곡차곡 꼼꼼하게 적어 나갔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솔직하게 기록했다. 그렇게 모은 일주일, 나의 168시간 기록은 놀라웠다. 내게 중요한 일, 업무상 해야 하는 일, 소중한 일보다는 무의미한 잡무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잡무는 없었다. 기나긴 리스트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잡무는 없었다. 기나긴 리스트에서 하지 않아도 될 일, 없애서 시간을 짜낼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전부 내가 할 일이었다. 나는 결국 목록에서 무엇도 지울 수 없다면 각 일들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 들이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먼저 습관의 힘을 빌렸다. 습관은 시간을 짜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131, 132

 

곳곳에서 인류학의 대중화를 고민하는 학자로서의 얼굴도 볼 수 있다. 이 책 역시 인류학자의 시선이 담긴 일상에 대한 소회라 그 고민의 결과 중 하나 아닐는지.

고인류학자로서 상아탑에만 갇혀있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절실하게 느껴져, 이 책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 여겨진다.

완벽하게 연주할 수 없음을 알지만 빠르게를 포기하고 즐겁게계속 첼로를 배운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매 순간 치열하게 살아가며 차곡차곡 삶을 그려내는 그녀의 열정적인 태도를 다른 이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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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프랑스 자동차 여행
김응호 지음 / 황금테고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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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은퇴 후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 직장에서 버틴다.

만약 은퇴 계획 중 장기 여행이 포함되었다면 미리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며 즐겁게 직장 생활을 해나가지 않을까?

제목부터 끌리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신간 『은퇴 후 프랑스 자동차 여행』이 그것이다.



책은 은퇴 후 49일간 프랑스 여행을 한 60대 부부의 이야기이다.

2019년 6~7월 유난히 더웠던 해, 68세의 남편과 부인은 프랑스로 자유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자동차까지 빌려서 이동하는 여행이다.

이들이 전문 여행가도 아니고, 여행이 일상인 유목민과 같은 사람도 아닌 평범한 한국의 부부라는 데서 좀 더 와닿았다.

책을 읽어보니 여행 루트를 짜는 데만 3개월이 걸렸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성당 등의 입장 가능 요일도 사전 계획 시 파악하지 못했던 초보 여행자들이었다.

그렇다고 프랑스에 조예가 있거나 프랑스어가 능숙한 것도 아니어서 수시로 번역기를 돌리고, 프랑스 음식보단 한국 음식이나 밥을 선호하는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을 소유한 이들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곧 70세에 다다를 나이여서 두 달 가까이 되는 이 여행이 순조로울지 걱정스러웠다.

그럼에도 이 부부가 과감하게 자동차로 프랑스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계기와 여행을 지속한 동기가 무척 궁금했다.

책의 프롤로그에 이 여행을 계획한 이유가 쓰여 있다.


“내가 현직에서 완전히 은퇴한고 더 늦기 전에 안내와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불현듯 떠난 49일간의 프랑스 자동차 여행 ...

<중략>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해외 자유여행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당시 내 나이 예순 여덟, 고희를 2년 앞둔 시기였다. 앞으로 1,2년이 지나면 영원히 해외 자유 여행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아내와 의기투합해 49일간 프랑스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9~10쪽


그리고 여행의 대부분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부가 성지와 성당을 다니는 내용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 아마도 이 여행을 지속할 수 있던 데에는 신앙도 한몫한 듯싶다.



일반 여행기와는 달리 여정을 직접 보듯이 자세히 기록한 사실적인 서술 방법과 느낌이나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은 문체도 매력이 있는 거 같다.

보통 여행 관련 책을 읽으면, 여행이라는 그 자체로도 이미 낭만이 있는데 과하게 감정을 드러낸다는 생각도 들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닌 담백한 기행문처럼 술술 읽혀서 만족스럽다.

다만 자동차 여행이라 하루에 다녀온 여행지가 무척 많았고, 방문한 곳도 성당에 많이 치우쳤다는 생각은 든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나이 든 분들도 일단 현지에서 좌충우돌 부딪혀보며 49일간 타국에서 자유여행을 하는데 나도 떠날 수 있을 거 같다는 용기도 생겨났다.

오랜 기간 철저한 준비를 거친 여행도 좋겠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불현듯' 훌쩍 떠나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지만, 필자처럼 준비 단계부터가 스트레스인 사람에게 나름 용기를 안겨주는 책이다.

그리고 가톨릭 신자나 가톨릭 유적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평소 잘 모르던 가톨릭의 여러 문화나 성인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특히 루드르 성지의 촛불 행렬에는 직접 참여해 보고 싶기도 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단 하나의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행렬을 하고 기도하는 사진을 보니 숭고함이 전해졌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부부라 여행 중에는 항상 성당에 들려 아침, 저녁 기도를 드렸다고 하니 이들의 루트를 참고해도 좋을 거 같다.

마음만 있다면 나이도 무색할 만큼 멋진 여행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준 『은퇴 후 프랑스 자동차 여행』을 여행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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