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궁궐, 유럽의 궁전 - 권력의 공간, 같고도 다른
서윤영 지음 / 사람in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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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아무래도 서울의 이름난 궁인 듯하다. 서울의 5대 궁궐은 외국인에게나 지방에 거주하는 내국인 관광객에게도 필수 답사 코스이다. 최근 경복궁의 현판은 한자로 복원하고, 월대까지 다시 갖춰 놓았다. 하나하나 제모습을 찾아가는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그 장엄한 역사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디 경복궁뿐이랴! 아름다운 후원이 자리 잡은 창덕궁, 최근 내부를 복원한 덕수궁 등등 궁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건축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더 읽어보고 싶었다.

 

때마침 건축 칼럼니스트가 우리나라와 서양의 궁에 관한 책을 펴냈다.


조선의 궁궐 유럽의 궁전이 화재의 신간이다!


이 책의 저자 서윤영 씨는 건축과 관련된 사회, 문화, 역사 이야기를 글로 쓰는 건축 칼럼니스트이다.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고려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홍익대학교, 인하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건축 설계 사무소에 다니면서 온라인 신문에 칼럼을 연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쓴 책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건축과 국가 권력 이야기,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 서윤영의 청소년 건축 특강, 선생님, 건축이 뭐예요?, 10대와 통하는 건축으로 살펴본 한국 현대사, 생각이 크는 인문학 26 : , 이상한 나라의 기발한 건축가들, 내가 미래 도시의 건축가라면, 세상을 바꾼 건축, 침대는 거실에 둘게요, 집에 들어온 인문학, 대중의 시대 보통의 건축등이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나는 어떤 집에 살아야 행복할까?가 있다고 하니 건축가를 꿈꾸거나 건축, 미학, 역사에 관심 많은 청소년이 접하기에 좋을 거 같다.

 

책은 우리나라 3대 궁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을 소개하며, 유럽의 궁으로 루브르궁, 베르사유궁, 러시아의 겨울 궁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한국과 유럽의 궁에 대해 역사적으로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국이나 유럽 모두 중세까지 ''이라는 방어적 요새의 모양새를 갖춘 성을 지었다면, 나라가 번영하여 경제적, 문화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중세 이후에 중앙집권적인 통치 형태가 갖춰지면서 강력한 권력을 상징하고 힘을 모으기 위한 ''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일찍이 건축을 예술의 한 분야로 여겨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유럽의 궁과는 달리,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건축을 공학 기술의 하나로 여겨 건축가는 그저 튼튼하게 건물을 짓는 이 정도로 여겼다고 하니 여기서부터 그 차이가 시작된다. 또한 동아시아의 궁은 대부분 공학의 기술이 집약된 주례-<고공기>에 따라 궁궐을 지었으니, 예술과는 거리가 있겠다.

 

이 차이점을 알고 한국의 궁궐을 보면 그 배치와 임금의 생활 공간인 ''과 업무 공간인 ''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우리나라 궁궐의 형식 중에서 흥미로웠던 게 '삼문삼조'라는 게 있다. 이는 세 개의 대문과 일직선으로 배치된 세 개의 주요 전각을 말한다. 이러한 형식을 갖춘 궁은 경복궁이 유일한데, 대문인 광화문을 열고 들어가면 흥례문이 나오고, 다시 근정문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삼문'이겠다. 이 세 문을 통과하면 근정전-사정전-강녕전이 나와 이를 '삼조'라 한다. 경복궁에 수많은 전각과 사이사이 많은 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시설이 이 삼문삼조라고 하니, 조만간 경복궁에 들러 '광화문-흥례문-근정문-근정전-사정전-강녕전'으로 이어지는 경복궁의 삼문삼조를 꼭 확인해 보고 싶다.

 

하지만 조선의 최초 법궁이었던 장엄한 경복궁에서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역사가 있었으니, 이것이 그 유명한 왕자의 난과 계유정난이다. 모두 왕위 찬탈을 노린 형제간 또는 친족간 난이었으니 왕도 그 공간에 머무르는 게 께름칙했으리라. 앞서 말한 주례-<고공기>에 나오는 대로 지어진 궁궐이지만, 실제 이곳에서 머물며 생활한 왕은 드물었다고 한다. 또한 임진왜란을 거치며 거의 불에 타 270여 년 동안 폐허로 있었다 하니 조선의 정궁이라기엔 그 역사가 서글프다.

 

유럽의 궁은 우리나라의 궁과 다르게 재료부터가 다르다. 대부분 돌을 쌓아 짓기에 그 공정 시기가 길고, 비용이 많이 들기에 새로 짓기보다 기존의 궁을 증개축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궁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 또는 용도마다 각각 별도의 건물을 지었다면, 유럽은 건물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커다란 건물 안에 방을 만들어 공간을 분리한다. 이러한 독특한 방식을 '아파르트망'이라고 하며, 오늘날의 아파트의 원조라 하겠다.

 

책에서는 프랑스 궁전인 루브르와 베르사유 궁전, 러시아의 겨울 궁전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인 베르니니를 데려다 설계를 맡겼던 루브르 궁전은 프랑스의 높아진 경제적, 문화적 위상의 상징이라 하겠다. 하지만 프랑스의 텃세에 못 이겨 베르니니는 3년 만에 이탈리아로 돌아가 프랑스 건축가가 뒤이어 설계를 맡는다. 프랑스의 문화적 자부심이 점점 커지던 시기에 일어난 일화라고 하니, 당시 프랑스의 콧대가 대단했나 보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은 깎아놓은 듯한 정원과 아폴론 분수, 거울의 방이 유명하다고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강력한 왕권을 위해 이 궁전에서 루이 14세의 가족과 프랑스의 귀족 등 대략 15천 명이 함께 살았다고 하니 실로 그 규모가 궁금해진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정치·사회·문화적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한다. 특히 궁을 짓는 것은 왕권을 확립하고 강화하거나 당대의 부강과 문화를 과시하기 위한 차원도 있으리라.

시대별 드높은 자존심의 상징인 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품고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필자도 어서 베르사유 거울의 방에서 그 화려함에 놀라고, 러시아의 궁전 앞 분수대를 감상하는 날이 왔으면 한다. 그래도 문밖을 나서면 지근거리의 경복궁의 삼문삼조도 확인할 수 있고, 창경궁의 멋진 후원도 감상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도 행복하다.


궁을 방문하기 전 가볍게 읽어둘 만한 이 책을 모든 연령대의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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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행동경제학 - 교과서에서 설명하지 않는 우리의 선택과 심리
김나영 지음 / 가나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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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때 그런 말을 했는지 곱씹어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대개 후회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은 그런 후회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김나영 선생님은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자, 경제교육과 행동경제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수료한 전문가이다.

오랫동안 학생들과 함께 실험을 통해 경제를 배우는 수업을 해왔고, 실제로 많은 경제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수상 실적도 있다. 그만큼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학’을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 온 분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저서인 『열두 살 실험경제반 아이들』과 『법 쫌 아는 10대』를 통해 저자를 알게 되었고 재미나게 읽은 책 덕분에 쭉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필자는 ‘행동경제학’이라는 단어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생각보다 우리 일상과 가까운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행동경제학은 ‘사람이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라는 현실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고, 분위기에 끌리고, 때론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인 선택을 하곤 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들이 사실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걸 행동경제학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120만 원짜리 패딩을 파는 집에서 40만 원짜리 패딩은 거저나 다름없다고 여겨지는 것이나 공짜 다이어리를 얻으려고 17잔의 음료를 마시는 행사에 달려가는 것도 행동경제학의 법칙들 때문입니다.

“우리를 흔드는 건 가격이 아니라 심리다!”라는 책의 글귀처럼, 우리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심리 법칙들이 우리의 지갑을 여는 순간을 좌우한다.

이 책 속에는 이러한 심리 법칙 36가지를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눠 쉽게 설명되어 있다.



관계부터 대화, 목표, 선택, 돈, 행복까지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눈 일상 속 이야기로 문을 열고, 초두 효과부터 앵커링, 프레이밍, 휴리스틱까지 꼭 알아야 할 서른여섯 가지 행동경제학 이론과 사회학자와 심리학자 등 저명한 학자들이 검증한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간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심리 법칙을 소개해 보겠다.

만약 무언가를 부탁하고자 하는 일이 발생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래도 빈손보다는 작은 간식이라도 사 들고 가자. 사람은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다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기 때문이다. 이를 연구한 데니스 리건 심리학자는 ‘상호성의 법칙’이라 말했다. 마트의 시식 코너나 화장품 무료 샘플 나눔 행사도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층 더 나아간 방법을 소개하자면 자신이 바라는 것보다 좀 더 큰 요구를 먼저 하고 다음에 작은 요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떠오르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면 부화 효과를 적용해 보자! 한참 집중했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 계속 그 문제에만 매달리면 아이디어가 오히려 잘 안 떠오른다. 이럴 때 잠시 제쳐두고 휴식을 취할 때 놀랍게도 문제의 실마리가 떠오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을 부화 효과라고 한다. 부화 효과의 핵심은 부적절한 해결 전략은 잠시 잊어버리는 데에 있다. 그러니 다시 미로에서 헤매지 말고 벗어나 온전히 다른 일을 해보자. 산책, 화장실 다녀오기, 소설 읽기, 목욕하기, 잠자기 등등




이 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충동적인 결정을 내려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나 자꾸 차일피일 과제를 회피하려는 사람, 매 순간 선택의 고민하는 흔들리는 사람, 세상을 슬기롭게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적어놓고 보니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고민거리이다.

심리학이나 경제학을 몰라도 술술 읽히는 이 책 『최소한의 행동경제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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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독서력 수업 -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공부머리 초등에서 완성하라
김수미 지음 / 빅피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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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대치동에서 수만 명의 학생들을 만나보면서 독서력이 공부의 핵심임을 파악한 독서 교육 전문가 김수미 씨가 독서력 수업에 대해 신간 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독서력 수업을 펴냈다.

대치동 대표 독서 논술 학원인 논술화랑의 대표이기도 한 저자는 어릴 때 영재라 일컬어지던 그 많은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의문을 가졌다. 어릴 때 두각을 나타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쟁에서 밀려 평범한 아이가 되는 경우와 존재감이 없던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가 중고생이 되면서 점점 뛰어난 학업 성취를 나타내는 경우를 보면서 그 차이에 대한 연구 끝에 독서력으로 종결되는 것을 발견한다. 이에 그간 논술 학원을 운영하며 쌓아온 독서 교육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독서력 수업을 쓰게 되었다. 책은 초판 한정인 논술화랑 추천 도서 목록 200과 함께 받아볼 수 있었다.

 

책은 크게 5개의 파트로 나뉜다.

 

PART 1. 독서력이 단단한 아이가 결국 해낸다

PART 2. 책과 친한 아이로 키우는 3단계 교육법

PART 3. 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3단계 독서법

PART 4. 읽고 써야 비로소 독서력이 완성된다

PART 5. 중학생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독서 활용법

 

파트 1에서는 아이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기 위한 마인드 세팅을 하도록 하고, 파트 2, 3에서 본격적으로 독서 교육에 대해 소개한다. 그리고 독서력의 완성은 읽고 쓰는 데 있기에 파트 4에서 단계별 글쓰기에 대해 나온다. 마지막 파트 5에서는 쌓은 독서력을 중학교 생활과 연계하는 비법을 전수한다.

 

마인드 세팅을 하는 파트 1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부모의 태도였다.

우리는 가끔 아이들을 키우기 쉬운 아이, 키우기 어려운 아이로 구분하기도 한다. -중략-

그런데 아이의 입장은 어떨까? 아이로서도 대하기 쉬운 부모가 있고, 반대로 어려운 부모가 있다. 부모의 기대가 100일 때 1을 겨우 하는 아이는 99만큼 부족한 아이다. 반면 부모의 기대가 0일 때 1을 하는 아이는 1만큼 뛰어난 아이가 된다. -중략-

아이는 어른처럼 타인의 감정을 내 감정에 빗대어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받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아이는 부모님의 기쁨 또는 실망 같은 기분을 자신의 감정으로 느낀다.-중략-

따라서 아이들이 진정으로 희망하는 부모님은 내가 이뤄낸 단 한 걸음의 발전에도 놀라워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님이다.-47~48

가끔 아이가 읽는 책의 양이나 수준에 따라 일희일비했던 순간과 그때의 내 감정도 떠올랐다. 비단 독서뿐이랴. 부모의 긍정적인 태도나 피드백이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좋은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되었다.

 

파트 2에서는 모국어의 구조가 생각의 구조가 된다는 게 와닿았다.

모국어 능력이 자라나는 결정적 시기에 외국어를 선행 학습한 아이가 다른 또래 아이들과 동일한 모국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더구나 모국어인 국어 능력은 여타의 과목과는 달리 사고력의 바탕이 되는 기초 능력이다.-61

영유아기에 모국어 교육보다 외국어 교육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에 아주 필요한 조언이면서, 필자 또한 이 부분이 늘 궁금했던 차라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비교적 어릴 때부터 시작했지만 그래도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생각했던 필자의 현재 초등 5학년 아들도 국어가 영어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국어로 글을 쓸 때나 말할 때 비문 표현이라든가 어휘가 적절하게 선택되지 않는 경우도 본다. 모국어 능력이 모든 사고의 기본이자 바탕이 되는 능력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런 모국어 능력이나 사고력을 차근차근 성장시키는 데에 독서의 효과가 크다는 데에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저자는 너무 이른 읽기 독립을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읽을 수 있게 되어도 초등 3~4학년까지는 부모와 함께 읽기를 병행하라고 한다.

 

책에는 논술 화랑의 독서 교육 노하우도 소개되어 있다. 인상적이었던 방법 중 하나를 꼽자면 정독 습관을 다지는 3단계 교육법이다. 1권의 책을 9번 반복해서 읽고, 책의 주제와 관련된 독후 활동을 하고, 책 내용을 파악하는 글쓰기가 그것이다. 여기서 1단계인 9번 책읽기는 엄마, 아빠가 나에게 읽어주기나 내가 누군가에게 읽어주기, 마음속으로 3번 읽기와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여러번 읽어 정독을 하고 그 다음 단계인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 나간다면 그 책을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하는 게 아이의 편독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학년 아이들이 편독하는 이유는 아직 활자 읽기가 미숙하고 배경지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읽기 적합한 수준의 책을 선택해서 정독의 경험을 쌓아간다.-105

이 시기의 아이가 편독을 한다면 자연스러운 발달이며, 이또한 정독을 위한 과정이기에 편독을 방해하지 말자! 그리고 이 때 유의할 것이 있는데 만화책을 정독 습관 형성기에는 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지식을 그림보다 텍스트로 습득하는 경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음독훈련,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읽는 정기적인 독서 타임(: 130분 독서 모임)도 좋았다. 어휘를 수집하는 어휘 통장도 기발하다.

 

파트 3 성적 초격차를 만드는 독서법에서는 나이대별 권장하는 도서의 기준이나 특징과 리스트를 소개한다.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초등 중학년 도서를 소개할 때 지식책(비문학책)을 접하게 하려고 너무 이르게 이야기책(문학책)을 단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자주 접한 아이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익히고, 궁극적으로 이야기를 창조하는 능력인 스토리텔링 능력을 획득한다. 이 능력을 갖춘 아이들은 비문학, 즉 지식 정보책을 읽을 때도 어려운 정보를 이야기로 전환해서 이해할 수 있다-232

 

항상 아이보다 앞서가려는 부모의 조급한 마음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 이는 독서에서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다양하고 수준 높은 책을 많이 읽게 하려는 조급함을 덜어내고, 아이의 힘을 믿고, 독서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아이의 독서력은 다져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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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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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회고록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워낙 유명인의 자서전이라 출간하자마다 반응이 뜨겁다!

책을 받아드니 이번 책은 시작을 알리는 1권으로, 앞으로 2, 3권이 더 나온다고 하는데 1권도 꽤 두께가 두껍다.



이번 1권은 빌 게이츠의 인생 초반과 가족,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그리고 하버드 대학 초년 시절을 이야기하며, 사업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태동하려는 시점까지 나온다.


어린 시절의 빌 게이츠는 그야말로 부적응아와 같았다. 빌 게이츠 본인도 오늘날 어린 시절을 보낸다면, 아마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거라 말한다.

그의 가족은 다정하고 현명한 할머니부터 언제나 체계적인 계획이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붓한 가족만큼 넉넉한 집안 경제 사정과 괜찮은 사회적 배경을 갖췄음에도 빌 게이츠 그 자신이 일반적인 어린아이와 같지 않음에 여러 가지 갈등의 장면이 나온다.

"초등학교 초기에 나는 집에서 혼자 많은 책을 읽었다. 혼자서 학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고, 삽화가 들어간 이야기책을 즐기며 새로운 사실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학교는 느리게 느껴졌다. 배우는 내용에 흥미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생각이 이리저리로 방황했다. 무언가가 내 관심을 끌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손을 흔들거나 답을 외치기도 했다. 수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억제되지 않는 활기찬 상태로 마음이 쉽게 전환되었다. 동시에 나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64쪽"



어린 시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강렬한 열정을 보이지만 다른 데에는 반항과 짜증, 불만족을 드러내곤 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기를 즐기는 반면 사회적 상호 작용에는 무관심했다. 학교에서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똑똑한 광대 포지션을 자처했다. 집에서의 반항과 투쟁은 점점 심해졌고 학교 성적도 떨어졌다.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발현되는 반항적인 10대 시절에는 부모님과 많은 부분에서 부딪쳐 2년간 정기적인 상담을 받으러 다닌 일화도 나온다. 그나마 5학년부터 시작된 상담사와의 소통을 통해 차츰 개선된다.

"내가 부모님과의 상상 속 전쟁에서 승리할 운명이었다. 해가 갈수록 내 독립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혼자 살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내내(그리고 이후로도 쭉)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를 사랑해 줄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전쟁도 이기고 사랑도 잃지 않는다! 크레시 박사는 규정하지도 지시하지도 않으면서(A)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고(B) 내가 영원히 부모님 밑에서 살지는 않을 것이며, (C) 부모님은 정말 중요한 여러 사안에서 나의 동맹이고, (D) 부모님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주었다.

부모님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세상에 나가면 필요하게 될 기술을 습득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126쪽 "

청소년기에 접어든 빌은 사립 중 고등학교인 레이크사이드 스쿨에 진학한다. 그러나 그의 학창 시절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빌은 인생을 바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켄트 에번스였다. 켄트는 신체적 장애를 안고 태어났지만, 강한 의지로 이를 극복한 인물이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친해졌고, 어느 날 학교에서 전화선을 통해 메인 컴퓨터에 접속하는 시분할 시스템 단말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빌은 논리적 사고력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깊이 빠져든다.


그 무렵, 상급생 폴 앨런이 빌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다. 폴은 프로그래밍에 대한 빌의 열정을 더욱 자극하며 그의 실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여기에 또 다른 상급생 릭까지 가세하면서, 빌, 폴, 켄트, 릭 네 명은 서로 협력하며 프로그래밍에 몰두하게 된다.

마침내 이들은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된다. 레이크사이드 학부모 중 한 명이 운영하는 벤처 기업을 통해 DEC 사의 컴퓨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은 시스템 오류를 발견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맡아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한다. 빌은 점점 더 프로그래밍에 깊이 빠져들었고, 밤이면 몰래 집을 빠져나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연구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켄트와 릭이 먼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빌과 폴은 남아 밤을 새우며 새로운 코드와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프로그래머들이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배웠고, 버려진 컴퓨터 용지를 뒤져 소스 코드를 분석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빌은 학업에도 열의를 보였다. 그는 도전적인 과제를 내주는 선생님들에게 자극받으며 더욱 집중했고, 과학과 수학에 대한 탐구심을 키워 나갔다. 특히 그는 기존의 개념에 의문을 던지며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법을 익혔다.

이후, 학교가 새로운 시분할 컴퓨터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빌은 또 한 번 중요한 기회를 얻는다. 그는 폴, 릭, 켄트와 함께 프로그램 개발을 맡게 되었고, 이를 통해 실력을 더욱 갈고닦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폴과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빌은 자신의 리더십과 실력을 인정받았고, 추가적인 업무를 맡으며 프로그래밍에 대한 경험을 한층 더 쌓아갔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였던 켄트의 사고사로 빌은 위기를 맞기도 한다.


그래도 하버드대학까지 진급한 빌은 그곳에서도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을 이어나간다. 이 시기에는 다른 학교로 진학한 상급생 폴과 인연을 이어나가며, 아직까진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쏠린 세상의 관심과 달리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산업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대학 2학년인 1975년에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무명 기업을 창업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라 할 만한 것은 역시 빌 게이츠를 나타내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점이다. 아직 개인용 컴퓨터에 대해 여명이 트기 시작한 초창기에 이미 소프트웨어에 대한 그의 열정과 그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책 곳곳에서 일관되게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빌 게이츠를 믿어 주고, 성장하도록 밀어주며, 그의 특이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소설 속에서나 나올 거 같은 늘 카드 게임에서 이기는 게임의 최고수 외할머니부터 별난 아들을 키우지만 자식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아버지, 이런 아들을 마냥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보다 아들의 특성을 살피면서 헌신하지만 직장여성으로서도 발전하는 어머니까지 빌 게이츠의 주변인은 정말로 따뜻하고 온화하며, 인내하기까지 한다. 또한 프로그래밍을 함께 연구하는 레이크 사이드와 하버드 대학의 친구와 선배, 그리고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던 선생님들, 하버드 대학의 교수님들까지 빌 게이츠는 결코 혼자서 이 여정을 걸어온 게 아니었다.


만약 이 책의 독자가 학생이라면, 빌의 좌충우돌 학창기 시절부터 컴퓨터라는 확실한 진로를 향한 그 꿈의 여정에 즐겁게 동참하면 좋겠고, 부모라면 유별난 그를 어떻게 지원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컴퓨터, 특히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어린 공학도들은 현재 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의 역사, 그리고 초기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등에 초점을 두고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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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5 - 도로 교통법, 누가 가해자인가! 어린이 법학 동화 5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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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부터 즐겨 읽던 「변호사 어벤저스」 시리즈가 어느덧 5권까지 나왔다.

이 시리즈는 의사 어벤저스 시리즈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꾸준하게 인기 있다.

아마도 어린이들과 밀접한 주제와 관련한 법을 다루고, 학교나 가정 등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꾸준히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책의 저자는 고희정 씨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고, ≪딩동댕 유치원≫, ≪방귀대장 뿡뿡이≫,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부모≫, ≪인문학 특강≫ 등 유수의 어린이 및 교육 관련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일해왔다. 무엇보다 최근 <의사 어벤저스 21 : 재난 의학, 중증 외상 환자를 살려라!> 등을 펴낸 자타공인 어린이책 전문 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의 감수는 신주영 변호사가 맡았다.

신주영 씨는 법무 법인 대화의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현장을 누비는 열혈 변호사이기도 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에피소드 원작자로 알려져 있는 신주영 변호사의 꼼꼼한 감수를 거쳐, 보다 전문적인 법학 동화로 탄생했다.


그간 《변호사 어벤저스》 시리즈는 온라인 활동이 많은 아이들이 휩쓸리기 쉬운 명예 훼손죄를 1권으로 시작해, 2권 동물 보호법, 3권 아동 복지법, 4권 형법, 소비자 보호법 등을 아이들이 실제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다루어왔고, 이어 5권에서는 도로 교통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법무법인 지음의 어린이 변호사팀이 이번에 맡게 된 사건은 교통사고이다.

초등학교 4학년 준희는 학원에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뒷길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택배 차량과 충돌하게 된다. 이 사고로 준희는 심하게 다치고, 택배차 운전자인 배수근은 즉시 준희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응급처치를 받게 한다. 그러나 그는 준희의 아버지에게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빨간 신호에서 갑자기 횡단보도로 뛰어들었다"라며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말 것을 권유하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한다. 도로 상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로 분류되기에 배수근은 자신에게 과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의 택배 차량 블랙박스는 고장이 나 있어 사고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준희의 아버지는 그 상황에 대해 미심쩍음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하고, 이들 변호사에게 맡기게 된다.

사고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이 없고, 준희는 뇌진탕 때문에 사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어린이 변호사들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당시 택배 차량 옆에 다른 차량이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얻는다. 이 차량의 운전자를 찾는다면 배수근의 주장을 반박할 가능성이 생기는데, 과연 준희가 억울한 일을 해결하고 택배 운전자가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을까?


두 번째 에피소드는 보험 사기이다. 변호사 양미수의 어머니는 주차장에서 후진 중 지나가는 할머니와 부딪히는 사고를 일으킨다. 양미수의 어머니는 놀라서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할머니는 바쁘다며 연락처만 남기고 급히 자리를 떠난다. 그다음 날, 할머니의 아들인 강제남이 연락하여 할머니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병원에서 2주 진단을 받았고, 3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다. 양미수는 이를 변호사 동료들에게 상담하며, 최근 발생하는 ‘보험 사기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들은 이 상황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시작하기로 한다. 사고가 발생했던 주차장의 CCTV와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니, 할머니와 아들이 보험 사기단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법적 키워드와 이슈를 만화 형식으로 쉽게 설명하며, 아이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시리즈마다 법이 이렇게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런 주제를 알기 쉽게 다뤄주는 작가들에게 매번 경의를 표한다.


시리즈가 새로 출간될 때마다 아이가 재빠르게 읽어나가는 《변호사 어벤저스》!

법을 알기 쉽게도 풀어놨지만 때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기에, 아이에게 법과 규범, 사회의 어린이 관련 각종 범죄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어 부모로서 매우 흡족한 책이다!!

이번 5권도 아이는 1시간 만에 다 읽고는 재미있었는지 다시 시리즈의 전편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이는 상식과 규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을 거라 본다. 무엇보다 올해 5학년에 진급하는 아이가 사회 시간에 인권과 법에 대해 배울 텐데 이 시리즈를 통해 미리 인권의 발전 역사나 침해 사례, 보호, 규범, 실생활 속에 작용하는 법에 대해 익혀두면 더욱더 와닿는 공부가 되리라 여긴다.

법뿐만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여러 규범과 제도에 대해 알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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