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사장 구드래곤 구드래곤 시리즈 1
박현숙 지음, 이경석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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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기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이 나는 것은 거의 나에 대한 불평, 불만이었던 거 같다. 허리까지 내려오지 않는 짧은 머리칼도 마음에 안 들고, 굵은 다리도 마음에 안 들고, 낮은 코, 처진 눈, 더듬거리는 말투까지 모두~다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내 이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이 나는 글자인 ‘혜’, ‘민’, ‘은’, ‘진’ 이 들어가면 이름이 예뻐지는 것 같은데 하필 촌스러운 느낌이 나면서 임팩트도 없는 글자로만 이루어진 이름이라니...... 물론 어른이 된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름과 한 몸이지만 아마 어릴 때는 이름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시기였기에 더욱 불만이었나 보다.



어린이들이 열광하는 <수상한> 시리즈와 <구미호 식당>의 작가 박현숙의 신작 <마트 사장 구드래곤>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 구드래곤은 용이 되기 위해 천 년 동안 수련 후 승천을 코앞에 두고 누구보다 멋지게 승천하려다가 그만 실수로 용이 되는 데 실패한다. 절망하던 그의 눈앞에 <용몽록>이 나타나는데, 이 용몽록은 대대로 용이 되려다 실패한 구렁이 선배들의 조언을 한 땀 한 땀 엮어 만든 비늘 책이다. 구드래곤은 용몽록에서 용이 되려면 살아 있는 강아지, 고양이, 아이의 이름을 얻어 꿰매면 다시 승천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강아지, 고양이의 이름은 쉽게 얻었건만 아이의 이름을 얻기가 쉽지 않다. 고민하던 구드래곤은 연꽃 초등학교 앞에 ‘다 있소! 용용 마트’라는 마트를 차리고 이름을 바꿔 준다는 이벤트를 연다.


등장인물



연꽃초 앞에 다 있소! 용용마트가 문을 열다.


구드래곤 예상대로 자기 이름에 불만이 있는 수많은 아이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구드래곤은 그중 가장 순해 보일 것 같은 이름인 ‘왕순동’을 당첨자로 뽑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조아용과 최영민 두 명의 대기자를 뽑는다. 당첨자와 대기자가 된 세 명의 아이들은 각각 구드래곤을 찾아가 이름을 바꿔 오지만, 구드래곤의 말과 다르게 아이들의 삶은 전혀 달라지거나 나아지지 않는다. 구드래곤 역시 자신이 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자 당황하게 된다.


용몽록


책에서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불만인 아이들이 나온다. 어릴 때의 이름은 아마도 자신의 정체성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나를 대표하는 게 많지 않은 어린 시절, 나의 이름은 세상에 나를 알리는 첫 타이틀이기에 무엇보다 이름에 예민해지는 거 아닐는지.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고, 불만을 보였던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포기할까? 과연 이름을 바꾼 아이들은 새롭고 원하던 인생으로 술술 풀리게 될까? 그리고 다른 이의 이름을 받아 든 무척이나 양심적인(?) 구드래곤은 원하는 용이 될 수 있을까?

초2학년 우리 집 꼬마가 책 도착과 동시에 쭉 읽어나갈 정도로 책은 재밌고, 흥미롭다. 거기에 그림까지 매력적이라 무척 재미있게 읽고 2권을 찾기도 했다. 중간중간 만화처럼 그려진 스토리에 매료되어 아이는 구드래곤 마트의 물건을 줄줄이 읊어대기도 했다. 글과 그림 모두 초등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역시 어린이의 열렬한 추앙을 받는 박현숙 작가다!




다른 이가 내버린 이름을 빛내기 위해 노력하는 구드래곤의 모습에서, 어릴 때 불만 많던 나의 이름은 정말 매력이 없던 이름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잘 닦고 닦아 금방이라도 꽃으로 활짝 필 것 같은 항아리 속 이름을 바라보며, 한 번이라도 애정을 갖고 내 이름을 불러본 일이 있던가 떠올려보게 된다. 구드래곤은 자신의 이름은 자신만이 닦을 수 있다고 하니, 오늘은 오랜만에 내 이름을 잘 닦고 닦아 빛나게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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