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젠의 로마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몸젠의 로마사 1 -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몸젠의 로마사 1
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성중모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은 철 지난 이야기지만 지난 정권의 화룡정점은 뭐니뭐니해도 셀프 사면이 아니었나 싶다. 셀프 훈장이네, 셀프 빅엿이네 등등 여러가지 셀프가 들어가는 말이 많았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셀프 사면이다. 다른 것이야 자기 기분이 내키는 대로(속어로 꼴리는대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셀프 사면은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권력을 이용해서 자기의 잇속을 차리다가 감옥에 간 사람들을 자기 스스로 사면을 하는 행위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는 판에 자기 가신(멘토라고 하지만 가신 내지는 패거리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겠나?)의 비리를, 그리고 그 비리가 자기에게까지 연류되지 않았을까 의혹을 받는(각하는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니라 소설을 써본다.^^;) 마당에 대통령의 직권으로 사면을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게다가 BBK 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본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대통령이 자기에 주어진 특권을 사용하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 법대로 해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법대로라는 것도 상식 안에서 법대로이다. 법이라는 것이 상식 선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법치의 근간을 흔들어 버린다면 그것은 곧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 우리 나라가 아직은 미국처럼 대놓고 다민족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라면 핵폭탄급의 후폭풍을 불러왔을 일이다. 미국과 같은 다민족, 다종교 국가에서는 법치라는 것이 민족과 종교를 떠나서 그나마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흔히 미국을 일컬어서 로마와 가장 가까운 나라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팍스 로마나를 빗대어서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 미국을 로마에 빗대는가? 두 나라 모두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법치를 통하여 그들을 하나로 묶었고 제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몸젠의 로마사는 이 부분을 확실하게 집고 넘어간다.

 

  그 뒷부분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몸젠의 로마사 1권은 매우 지루하다. 시오노 나나미처럼 흥미진진한 맛이 없어서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하여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시오오 나나미를 역사 소설가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몸젠의 로마사는 매우 훌륭한 책이겠지만 1권을 읽어나간다는 것은 꽤나 지루한 일이다. 그라쿠스의 개혁이나, 제정의 형성을 서술하는 부분이 되면 모르겠지만 로마의 왕정을 다루는 1권은 특히 더 지루하다. 어떤 민족들이 어떤 품습과 종교를 가졌는지, 어떻게 도시를 건설했고,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대해서 상당히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다. 건조한 서술이 한두페이지라면 참고 읽을만하지만 거의 300p에 달하는 내용이 건조함 일색이라면 책을 읽는 것이 꽤나 고역이다.

 

  더 고역인 것은 그렇게 고역을 참고 읽어낸 결과가 "그래서 로마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라는 한문장으로 요약이 된다는 것이다. 고작 내가 이것을 위해서 그 많은 부분을 인내로 버텨왔던가라는 생각이 들어 허무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몸젠은 "독일 사람"이구나라는 것이다. 독일 사람 특유의 간단한 것을 자세하게 늘려쓰는 좋으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고약한 습관을 몸젠도 보여주고 있다.

 

  1권의 결론은 "로마는 다양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며 이것을 법을 통하여 하나로 통합해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서 로마가 제국으로 성장한 것을 살펴 보는 것이 뒷권의 내용이 될 것이다.

 

  로마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그들이 얼마나 법에 투철한 민족인가라는 것이다. 그들은 법과 계약에 관련된 항목들까지 신들로 섬기고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계약과 법이라는 것을 신성시하였고, 그 이유는 법만이 로마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황제라고 할지라도 법을 어길 수 없었고, 설령 법을 어기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모르도록, 혹은 현행 법을 바꾼 다음에 실행하는 번거로움을 감당했다. 만약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로마 시대에도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왔노라, 보았노라, 사면하였노라"라는 카피를 남발하다가 "servant 초이 너마저"라는 카피로 끝나지 않을까? 로마사를 공부하면서 그들이 법을 어떻게 만들었고, 기본적으로 법을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ransient-guest 2013-05-3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카의 셀프훈장질은 회고록 준비로 이어지고 있죠.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돈주고 사서 볼 일은 없겠습니다만...저는 개인적으로 공직자 비리사건으로 투옥된 인간들은 사면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봐요. 순수하게 저질스럽고 뻔뻔스러운 가카, 부정선거로 그 뒤를 이은 그네꼬...진정한 잃어버린 십년이 뭔지 알게 될 듯 합니다.

saint236 2013-06-01 17:24   좋아요 0 | URL
그거 아직 모르시나요? 공생발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인가에서 만든 책으로 가카의 귀하신 말씀을 모아놓은 어록집입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도 검색해보면 나올겁니다.

transient-guest 2013-06-03 03:03   좋아요 0 | URL
가카의 롤모델은 역시 재벌이네요...이건희처럼 어록을 남기시는군요..

saint236 2013-06-03 10:06   좋아요 0 | URL
재벌좋아하다가 한대 얻어맞을텐데 말입니다. 아마 재벌을 영어로 chaebol이라고 쓴다죠. 왜 전 저게 체벌로 보이는지..^^

transient-guest 2013-06-20 02:05   좋아요 0 | URL
chaebol은 이상하게 저에게는 잡채를 연상시키는군요..ㅎ

saint236 2013-06-20 15:54   좋아요 0 | URL
잡채라...글자 소리상 연관은 잘 안되지만 하는 짓은 같죠. 있는대로 다 모아서 채로 만들어 드시는 그들의 대단한 식성....아..이러고 보니 잡채를 비하한 꼴이 되었군요. 잡채에게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