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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ㅣ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평점 :
책이 도착해서 받아보니 겉표지에 한 남자아이가 홀딱 벗은 모습에 풀잎으로 자막처리된 모습(?)으로
부끄러운듯 달려가고 있고 그 뒤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놀리는듯 웃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이 책은 유년시절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을 위한 "지상의 숟가락 하나" 라는 타이틀을 보았지만, 이 글로는 어떤 감흥도 전해지지 않았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라는 책을 아직 읽지 못했던 탓에 순수한 "똥깅이"에 대해 의문스러웠고 궁금했다.
제주도 출신인 작가의 별명 똥깅이는 똥깅이라는 바닷게의 이름에서 작가 기영이라는 발음이
비슷하여 붙여진 별명이라고 했다.
어린시절 작은 것 하나에도 벌떼처럼 달라들어 놀려대던 녀석들을 생각해보면
작가가 그당시에 그 별명으로 아이들과 친숙했음을 알수 있었다.
3부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전반적으로 해방직후의 모습이 그려졌다.
먹을것이 귀하던 시대. 가난을 업으로 삼던 시대.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같은 도민들이 2만에서 3만까지
무참히 학살을 당했던 그 시대를 살았던 작가 똥깅이는 무척이나 암울한 어릴시절을 보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로 인해 아버지의 자리가 항상 부재중이며, 그런 아버지를 참지못하고 친정으로
가버린 엄마에대한 외로움과 그리움, 늘상 일때문에 바쁘신 할머니와 병마와 힘겹게 싸우시는 할아버지로 인해
어린시절 똥깅이는 행복하지 못했다.
2부는 어머니가 똥깅이를 데리고 이사를 가면서 부터 새로운 환경이 시작된다.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4.3 사건들이 감시속에서 막을 내리고 어머니의 곁에서 살게된 똥깅은
어머니의 일상을 들여다보게되었고, 친구들과의 추억들이 자리메김하게된다.
유리구슬 살 돈이 없어 구슬을 만들어야했던일, 친구가 바닷가에서 죽게된 일, 바다를 친구삼아 게를 잡아먹고
개구리 뒷다리를 간식삼아 먹어대던일들, 매미를 잡다가 떨어진 기억으로 다이빙을 힘들어했던 사연들을
적어가고 있다.
3부에서는 아버지가 정신을 차리고 헌병대에서 근무하다가 인천에 다른 살림을 차리게 된 사연,
그로인해 자신의 사춘기가 더욱더 암울해지고 참담해졌던 이야기들. 어머니의 분노와 그것을 지켜봐야했던 아픔.
여성에 대한 호기심, 3부는 사춘기에 접어든 깅이가 겪어야했던 심적 외적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시돌아온 아버지 번번히 모든일에 실패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밝지 못했지만 자신의
현재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했던 이야기들을 적어가며 작가는 이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잃지말라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지나가리라. 이또한 지나가면 이렇게 깅이를 기억하며 추억으로 삼는 날이 오면
아픈 기억이 아닌 아련한 기억으로 다시 되돌릴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의 모든 환경이 힘들더라도 그 또한 지나가면 그 상황을 이해하고 추억할 날들이 찾아오리라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