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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저장음식 -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김영빈 지음 / 윈타임즈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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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소에서 내보내는 안내방송 내용이 생소하다.  "아파트 미관을 해치니, 채소 과일 말리는 시설을 철거해달라!"는 당부 반 협박 반의 말이다. 하긴 태양이 좋고 슬슬 아침저녁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니 채반이며 돗자리가 하나 둘 등장하긴 했다. 새빨간 고추는 물론이거니와 고구마순, 각종 나물, 애호박 등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몸을 드러내고 일광욕을 한다. 아날로그적인 살림살이를 예찬하는 나로서는 이 모든 풍경이 "아파트 미관을 해치는 볼썽사나운 것"이기는 커녕, 아름답기만 하다. 심지어 지인에게 부탁해서 큼직한 대나무 채반 하나, 구비해 놓고 대기 중이다. 아직 제철 식재료 잘 말려서 열 두달 저장식으로 쓸 만큼 실력도 마음의 정성도 준비가 덜 되어, 채반을 대기만 시켜놓고 있다. 풋내기 도시민에게 뭔가 살뜰한 조언이 절실하던 차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을 만났다. 보통 나는 요리책을 정독하지는 않는데, 김영빈의 이 책은 한 장 한 장 이미지 사진까지 음미하면서 정독하였다.


현재 쿠킹 스튜디오 '수랏간'을 운영하는 요리연구가인 그녀는 부지런하신 엄마와 할머니를 둔 덕분에, 어린시절 부터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살림 놀이를 익숙히 보아왔다고 하다. 요즘에야 전화 한통, 스마트 폰 클릭한 번 이면 백화점 식품관 먹거리가 제깍 배달되어 오고 냉장고 문만 열어도 음식이 쏟아지지만, 불과 사오십년 전 한국의 시골에서는 "엄마나 할머니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손을 놀려야만 반찬 한두 가지라도 더 올라고 아이들 군것질거리도 심심찮에 챙겨줄 수 (p.4)" 있었다. 저자는 "계절의 풍미를 담은 한 때의 맛을 잡으려는" 방법을 독자를위해, 지면을 빌어 소개한다.  대다수 도시 생활을 하는 독자들을 고려해서,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저장과 보관법을 세련된 사진으로 소개한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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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연을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가장 먼저 홈메이드 저장식의 기본부터 알려주고 시작한다. 어떤 도구와 용기가 필요하며 용기를 어떻게 소독하는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건조, 병조림, 당장, 산절임, 염장과 발효라는 저장의 다양한 방법도 소개한다. 제철 재료 열두 달 캘린더에는 대표 식재료가 나는 제철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쉬운 그래프로 표시해놓았는데, 8월 중하순의 요즘에는 과일로는 매실과 오디 복숭아 참외 수박, 야채로는 가지, 애호박, 고추, 우엉과 연근 등이 제철식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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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 년 정성과 수고가 어떤 예술품보다 훌륭하고 멋지다는 것을 나누고 싶은 시골스러운 감성 (p.5)"으로 일 년을 오롯이 쏟아 부어 만든 책 답게, <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은 비주얼 자료와 편집도 예술이다. 사진만 보아도 당장 복숭아 잼을 만들고, 참외 장아찌를 만들고, 옥수수를 말려보고 싶어질만큼 멋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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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과 과정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어서 보여주기에 따라하고픈 도전욕구를 느낀다. 예를 들어, 배추시래기는 데쳐서 물기를 제거한 후 채반에 말리기만 하면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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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그대로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열두 달 저장음식>에 소개된 많은 저장법 중에 기억에 남고 특히 따라해보고 싶은 몇 가지를 계절별로 짚어본다. 먼저 봄에는 도라지 고추장박이를 시도해볼만한데,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방망이로 살살 두드린 도라지를 올리고당에 한 달 정도 절였다 체에 밭쳐 당분을 뺀후 고추장에 버무려 두면 된다. 이 외에도 봄 철에는 두릅, 곰취, 엄나무죽수, 가죽, 마늘종, 더덕 등을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아두었다가 밑반찬으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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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엔 소개된 많은 저장음식 중에 노각파프리카피클이 눈길을 끈다. 평소 노각을 비빔밥용 나물로만 활용해보았는데, 피클로 만들어서 그 사각사각 식감을 즐길 수도 있겠다. 여름엔 수박껍질이나 참외껌질을 버리지 말고 피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조상들의 알뜰한 지혜를 새로 발견한다. 껍질로 피클을 담근다니 과일도 유기농으로 먹어야 한다는 신조에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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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제철 과일 복숭아로 잼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중간 크기의 복숭아 2개면 설탕은 우유컵 한 컵 분량으로 잡아 중불에서 약불로 불을 조절해가면 졸여주면 된다. 사실, 김영빈 저자처럼 복숭아를 1센티미터 크기로 깍뚝썰기 했다가 설탕과 레몬즙에 절인 후에 졸이는 과정을 간소화해서, 그냥 처음부터 설탕 팍팍 넣고 졸였는데도 향과 맛에 기꺼이 취하고픈 맛있는 복숭아 잼이 완성되었다. 내친 김에 물러지려고 하는 맛없는 자두로도 잼을 만들어서 자신감 200% 충전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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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말릴 거리가 많아서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저요 저요!'하며 서로 자신을 다듬어 달라고 하여 살림하는 사람의 마음이 급해진다나? 부지런한 살림꾼 저자에 따르면 가을은 끝물 포도를 잔뜩 사서 포도잼을 만드는 데서 시작한단다. 10월에는 유독 말릴 거리가 많고, 11월 생강이 제철일 때는 겨울 감기를 대비해 생각시럽을 만들면서 보낼 수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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