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스마트폰에 밀린 책 읽기 기록



"2017 알라딘 서재의 달인"이라는 과분한 타이틀이 무색하리만큼, 2018년 책읽기 혹은 그 기록에 게을렀다. 스마트폰 왼손에 들고 멍때리기를 많이 한 탓일텐데, 이제와 후회한들 무엇하리......그래도 명색에 "서재의 달인"이라는데, 2018년 읽은 책 정리를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더듬는다. 


회로가 꼬여서 읽은 순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한 권 다 읽기 전에 다른 책 집어드는 행위를 불경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동시에 여러권 나눠 읽기를 생활화한지라 2018년 책 읽기 지도 그리기에 시간 요소를 집어 넣지 못하겠다. 그냥 무작위로,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다.



1. 소설의 재발견 


 꽤 오래 전엔, 미셸 투르니에니 에밀리 노통브 등 프랑스 소설가 작품이 나오자마자 찾아 읽을 정도로 열성이었는데 소설을 서가에서 밀어낸지 오래다. 그러다가, 알라디너 중 "책 덕후" 고수님들끼리 통하는 이름에 '이언 메큐언Ian McEwan'을 엿듣고 찾아 읽었다. 총 3권 중, <Solar>를 가장 먼저 읽고 <Nutshell>을 가장 마지막에 읽었다. 누군가가 올린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처럼 이언 메큐언의 소설에는 전문직 주인공들이 등장하나본데, 개인적으로 <솔라>에서 묘사한 괴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생각법과 행동양식에 가장 공감이 많이 갔다. 몇몇 문단은 아예 통째 외워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는데, 리뷰를 꼼꼼하게 쓰기도 전에 도서반납일이 다가와서 빠이빠이!  <Nutshell>은 태아를 인격체로 그려내는 독특한 발상도 기이하지만, 그 태아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뜨거운 복수의 계략을 모체 안에서 발현시키는 게 무서웠다. 


   

 

    













2018년, 록산 게이를 글로나마 만나서 행복했다. 그녀를 face - to -face 실제 만날 기회가 오기를 꿈꿔보기로 했다. <Hunger>가 하도 센세이셔널한 소재와 작가의 체형 때문에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일부러 똥배짱. 읽고 싶은데 일부러 늦추고 늦추다가 <어려운 여자들>부터 만났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평탄해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데도 묘하게 담대하고 강인한데다 살아 남는다. 소설을 먼저 읽고, <Hunger>를 뒤에 읽으니 그제서야 <어려운 여자들>의 소설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록산 게이는 어려웠던 시절을 글쓰기로 이겨냈다. 현재형이기도 하고. 문체가 아름다운 그녀의 책, 구어체는 어떠할까 궁금해서 스토킹하듯 그녀의 강연과 인터뷰를 훑고 다녔다. 내 눈에 그녀는 사랑스럽고 카리스마 넘친다. 만나고 싶다. 

















2. 읽고 다시 또 돌아가서 읽은 책














2018년(아직 한 달 남았지만), 가장 시원한 지적 자극을 준 책은 브래드 에반스의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

개발 담론, 회복력 담론, 환경 재앙 담론을 이렇게 새롭게 해석할 수 있구나. 단지 해석의 문제강 아니라 독자, 나아가 사람들에게 '그저 위험 앞에 생존하는 수준으로 웅크리고 있지 말고 야생의 삶, 유토피아를 꿈이라도 꿔보라'고 도발하니 참 신선하다. <사피엔스>는 처음 읽을 땐, 쉬웠는데 되레 두번 세번 읽으니 챕터마다 맛이 다르다. 


정치철학자 브래드 에반스에 반해서, 영국 유학가서 제자가 되고 싶다는 엉뚱한 꿈도 꾸었다. 엉뚱한데다가 실현가능성이 낮기에 그냥 책읽기로 스승 삼기로 한다. <만화로 보는 세기의 철학자들, 폭력을 말하다>는 책 펴들자 마자 한 자리에서 다 읽었는데, 해외주문으로 받은 <Disposable Futures>는 서문만 읽었을 뿐이다. 2019년으로 넘어갈 듯. 















3. 아프지 말자, 아프려면 같이 아프자. 


유독 2018년은 건강 불평등의 문제를 고발하는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숱한 도서관에서 늘 "대출중"인 도서이며 베스트셀러였다. 사회학자 콘래드의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는 "의료화"를 수십년 꾸준히 연구해온 그가 대중 눈높이에서 쓴 책이라 두껍지만 술술 넘기며 읽을 수 있다. 
















4, 사회학자 오찬호 


'사회학자'란 단어를 쓰다 생각났는데, 올해 오찬호 박사의 책을 많이 읽었구나. 어떤 블로거는 "믿고 찾는 작가"라며 오찬호 박사를 치켜세우는데, 오찬호 박사 역시 종종 자신을 "작가"로 확인하는 듯 하다. 일상의 수다와 학생들의 레포트에서조차 의미를 캐내고 시원한 사이다 스타일 문체로 휙휙 풀어나가는 그의 필력 덕분에 인기가 한동안 계속될 듯 하다. 

 

 













5. 유난히 언어 톺아보기 류의 책이 많이 나왔기에

일부러 찾아 읽은 것도 아닌데, 책 목록 생각하다보니 '언어'의 (잠재적) 폭력성에 주목한 책들을 두 권이나 읽었구나. 불어교육전공의 이화여대 장한업 교수의 <차별의 언어>와 언어학자 신지영 교수의 <언어의 줄다리기>.
















6. 아마 그 외 백여권은 읽었을 테지만.......정리는 머리 속에서나....

남은 2018년에는 

우선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과 <Disposable Future>를 마지막 챕터까지 다 읽기! 이언 매큐언 소설 마스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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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2-0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 빠져 올해 나온
<솔라>까지 모두 읽는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솔라>는 여느 매큐언 선생의 책과는 다른
결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출간 책인 <스윗 투스>의 출간도 기대해 봅니다.

2018-12-03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