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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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표지의 망가진 마트료시카 인형이 시선을 끈다. 겉의 인형 안에 작은 인형들이 속속들이 들어가 한 세트를 구성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야기도 마치 인형 세트처럼 하나씩 하나씩 밝혀진다. 한 겹 한 겹 벗겨내어도 계속 껍질만 나오는 양파처럼 의구심을 주고는 마지막에 가서야 퍼즐조각 맞추 듯 윤곽이 뚜렷해진다.


 12년 전 핀과 레일라가 므제브로 스키여행을 떠났다가 도로변 주차장에서, 핀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사건을 경찰서에서 진술한 핀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그런데 진술한 내용이 온전한 진실은 아니었다는 묘한 뉘앙스를 남긴다. 마치 사건의 전모를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독자를 혼선에 빠뜨리기도 한다.


 3부로 구성된 이야기인데 1부는 핀이 화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일기와 고백의 형식으로 사건의 경위를 밝혀주고 2부와 3부는 레일라와 핀의 시점으로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는 실종된 레일라는 미궁속에 빠진 채 추모식에서 만난 레일라의 언니 엘런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실종된 동생의 생사도 알지 못한 채 결혼을 한다니. 그것도 동생의 연인이었던 남자와 함께. 보편적인 관습상 쉽지는 않은 일인데, 어디에 함정이 있는 것일까, 놓치지 않으려고 몰입하게 된다.


 결혼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어느 날 레일라를 보았다는 토머스 영감의 제보가 핀에게 전해지고, 엘런은 집 밖에서 주웠다는 마트료시카 인형을 보여주는데. 마트료시카 인형이 상징하는 것은 레일라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태연한 척 하지만 핀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이제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은연중에 핀은 레일라와 엘런을 비교하게 되고, 둘 사이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 삐걱거린다. 동생이 살아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는 것일까 불안한 것일까, 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려는 듯 엘런 또한 예민해진다. 레일라에 비하면 조용하고 수수한 편인 엘런이 이 과정을 잘 견디어 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러다가 두 번째 인형을 발견하게 되고 수상한 이메일까지 도착한다. 데번에서 살만한 집을 찾고 있다는 메일이다. 매물로 내놓지도 않았는데 팔지 않은 것은 어떻게 알고? 나중을 위해 혹시나 하고 짧은 답장을 보내는데 놀랍게도 바로 답장이 온다. 이메일 주소의 루돌프 힐을 분석하며 루비를 의심하기도 한다. 성격적으로 다혈질인 핀이 분노를 참느라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급기야는 뭉개진 마트료시카 인형이 도착하고 요구사항이 점점 늘어가는 이메일은 핀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레일라는 왜 없어졌을까.

핀과 동거 중, 레일라는 친구들과 놀러갔다가 분위기에 말려들어 다른 남자와 자게 된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분노로 일그러진 핀에게 사실을 말했다가, 분노로 폭발하는 핀에게서 아버지를 떠올리며 흔적 없이 사라진다. 갈수록 더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이메일의 주인공은 정말 레일라일까. 아니면 레일라를 납치한 범인일까.


인간은 가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기도 하잖아. 안 그래?

너도 그래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P138)


레일라가 실종된 후 과거를 떠올리는 핀의 속마음에서 안스러움이 묻어난다. 엘런과 살면서도 레일라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엘런도 그걸 핀의 모습에서 읽어내는 것일까.


 의아한 건 12년 동안이나 실종 상태인데 납치범과 대치하는 상황이나 유력한 제보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도 왜 핀과 엘런이 결혼을 앞둔 시점에 자신이(레일라)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알리려 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3부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혼란은 계속된다. 급기야는 엘런을 없애라는 요구까지 하게 되는데... 과연 핀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아직도 잊지 못하는 레일라를 잊지 못하는 핀은 자신의 분노로 인해 엘런을 잘못되게 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으로 복잡해진다. 브링 미 백, 그렇게 간절하게 바랐건만. 막판의 반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다! 안타까운 점은 아버지의 잔인한 폭력을 피해 도망쳤지만 첫눈에 서로 반한 남자에게서 아버지의 폭력을 보았다는 것. 또 한 가지는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사랑을 확인하려는 집착이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녀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 한눈에 알아봤어야 했다는핀의 말이 가슴에 파고든다. 등잔 밑은 정말 어둡다는 사실도.


 이야기의 도입부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마지막 장까지도 종잡을 수 없었다. 전작 비하인드 도어브레이크 다운을 모두 읽었지만 이 작품의 가독성 또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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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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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왕자와 거지를 비롯한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마크 트웨인 최고의 걸작이자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미완성인 채 발견된 것을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에 의해서 완성된 작품이다. 무려 100년 만에 발견되었다는데. 1879년 어느 저녁, 파리의 한 호텔에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대는 딸들에게 잡지에서 아무 사진이나 골라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유일하게 조니의 이야기만 기록되었고 이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 과연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따뜻함과 재치가 묻어나는 그림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주인공 조니가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닭, ‘전염병과 기근을 팔아서 먹을 것을 사오라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면서 모험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생전 처음 길을 나선 조니에게 바깥세상은 낯설기만 하다. 가두행렬을 만나기도 하고 정신없이 걷고 또 걸어 시장에 도착한다.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부딪혀 상인한테 혼나고 정신이 없다.

이때, “한 푼만 주세요.”라고 구걸하는 노파를 만나는데, ‘전염병과 기근이 잘 살기를 바라면서 할머니에게 내어준다.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담청색 씨앗을 조니에게 건네는데...

 

이 씨앗은 엄청 힘든 상황이 왔을 때에만 심어야 돼요. 심고 나서는 확신을 갖고 결과를 기다려요. 봄에 씨앗을 심고, 동이 틀 때와 밤 12시 정각에 물을 줘요. 항상 씨앗을 돌봐 주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요. 불평하고 싶어도 참아야 합니다. 꽃이 피면 그 꽃을 먹어요. 그 꽃이 당신을 배부르게 해 줄 거고, 당신은 두 번 다시 허기를 느끼지 않을 거예요.”(P59) 

 

  지금 당장 힘들고 굶주린 조니에게 이 씨앗이 어떤 힘이 되어 줄까.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에서 읽은 것처럼 위기를 만난 조니에게 마법이 펼쳐질까. 할머니의 이야기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혜를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힘든 상황이 왔을 때 믿음을 가지고 씨를 뿌리고 정성을 들여 가꾸고, 그 과정에서의 마음은 순수함과 절실함을 갖고 결국은 견뎌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이어가는 도중 화자인 작가와 마크 트웨인이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는 부분은 위트가 느껴진다. 마크 트웨인의 생각을 읽어내고 공감을 나누며 이야기를 완성하려는 의지가 엿보여서 신선한 느낌이다.

 

조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먹을 것은 사오지 않고 담청색 씨앗을 내미는 조니는 호되게 혼이 난다. 씨앗을 씹으면서 욕지기를 내뱉는 할아버지를 마크 트웨인은 자리에 누운 채로 그대로 죽고 말았다고 처리한다. 개연성은 별로 없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 유머가 느껴진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심한 조니는 주머니에서 담청색 씨앗 하나를 발견하고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정성껏 키우고 가꾼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꽃을 뿌리까지 뽑아서 먹어버렸지만 허기를 채울 수 없었고 비참한 마음에 죽어버리자고 황야로 걸어간다.

 

  꽃을 먹으면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

하늘을 향하여 땅에 누워 전염병과 기근이 잘 살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조니는

무슨 문제 있니?” 하며 말을 거는 스컹크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뜬다.

드디어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 와서 기뻐.” 짧지만 진심이 담긴 조니의 말에 동물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한다.

 

 

맨 처음 친구가 된 스컹크 수지는 많은 동물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며 함께 파티를 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인간에게 말을 해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야. 인간들이 하는 말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따분하기만 해.”(P84)

 

…… 오직 인간만 우리 말을 못 알아들어.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굉장히 무지하고 성장도 더디고, 외롭고도 슬픈 존재야. 인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생명체가 극히 드물거든.”(P85)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동물이나 자연이 인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조니와 동물 친구들은 참나무 줄기에 박힌 오레오마가린 왕자를 찾는 포고문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왕자를 찾을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이사이 이어지는 두 작가의 대화는 우리가 자주 잊고 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심어린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일깨워 준다.

 

세상 사람들은 동물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거고.”(P120)-마크 트웨인의 말.

 

조니는 깊게 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마침내 할 말을 떠올렸다. 끊임없이 어리석은 폭력에 휘말리는 인간들을 구원해 낼 절호의 말을. 인간들이 어쩌다 한 번만이라도 진심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니는 말했다.’

여러분을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P152)

 

 

 

  점점 각박해져가는 시대에 진심을 담은 따뜻한 대화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파스텔톤의 화사한 그림이 가득 실려 있어 금세 읽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못 박힌 포고문에 아파하는 나무와 분노에 찬 목소리를 내는 공상에 빠진 소가 있고 거짓말의 역사와 탐욕스런 전쟁을 꼬집는 작가의 말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조니의 모험을 통해 폭정에 맞선 선량한 인간들의 명예와 용기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문명의 이기에 젖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뜨끔한 일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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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새 아시아 문학선 22
메도루마 슌 지음, 곽형덕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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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미지의 세계, 신비와 환상의 섬이라는 오키나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무참히 깨주는 작품이었다. 비교적 짧은 소설임에도 느낌은 강렬했다.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의 목록에 있던 오키나와의 눈물의 작가라는 것을 알았고 이벤트를 통해서 만나게 된 책이다.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현 출신으로 1983어군기로 등단한 후 1997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2000년에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5년은 메도루마 슌 문학의 전환점이 되는 해인데, 당시 오키나와 북부 나고에서 13살 소녀가 미군 세 명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 이후 미군기지와 관련된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 무지개 새를 시작으로희망,』『기억의 숲으로 이어진다. 특히 무지개 새는 구상에서부터 연재, 출판까지 총 9년이나 걸려 나왔다는데 그만큼 작품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잔혹하고 끔찍한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폭력의 당사자나 대상자에게 연민이나 응징의 말은 없다. 그저 피사체처럼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이것을 제대로 응시하고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여지를 남겨주는 듯하다.


 폭력조직의 절대적 권력자 히가, 히가의 명령에 순종하며 성매매 여성을 관리하며 상대 남자들의 사진을 찍어서 넘기는 가쓰야,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마유가 히가 그룹에 들어와 그야말로 폭력의 지옥도를 펼쳐나간다. 열일곱 살 왜소한 체구의 마유는 학교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찍힌 사진을 되찾기 위해 히가에게 예속된다. 가쓰야는 중학교 시절부터 선배 히가의 상납금을 관리하면서 친구들과 멀어지고 더 많은 돈을 바치며 히가의 눈에 들어 안전한 삶을 유지해 간다. 폭력을 당하고 돈을 뺏기면서 왜 말하지 않는 걸까. 돈 걱정 없는 집안이지만 외도를 일삼는 아버지, 그것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자신의 가게를 갖는 꿈을 이루는 어머니, 거의 파친코에서 살아가며 자립 의지가 없는 두 형 등 소원한 가족의 분위기는 더욱 히가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소통의 부재와 함께 무엇이 중요한 삶의 척도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족 중 가장 의지가 되는 누나 히토미에게라도 털어놓았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히가의 절대적인 권력은 졸업을 하고나서도 계속 이어진다. 폭력, 상납금 근절을 위해 교사들이 나섰지만 교사의 어린 아이를 향해 자행한 폭력으로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만다. 결국 부모와 선생님 모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건의 예가 되는 데모 장면이 나오는데 85천명의 군중이 모여 미군 철수를 외친다. 무대에 선 여학생을 보고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마유를 떠올리는 가쓰야. ‘한 순간의 차이로 다른 운명이 된 마유의 삶이 교차된다. 이전에 품지 못한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돈을 낳는 생물을 사육하는일을 하는 거라고 했던 히가의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합리화시킨다.


 나쁜 일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서 빠져나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가쓰야를 계속해서 보는 것은 답답했다. 사람의 굳어진 생각이나 습관을 깨뜨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버지의 돈을 받아 도박으로 삶을 낭비하는 두 형들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을 안전하게 해 주는 을 받는 것을 뿌리치지 못한다. 누나 히토미의 독립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뿐이다. 그의 부모는 군용 용지 대여료를 받아 부유하게 살아간다. 사건이나 사고가 있어야 군용지 대여료가 인상된다는 가쓰야의 아버지, 데모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엄마를 보며 소학교 시절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딸 히토미, 한 울타리에 살아도 이렇게 모를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에 싸해졌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과 소통의 부재는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는지. 예의 외부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성매매 산업, 학교폭력 등 내부적인 폭력구조가 얽히고설켜 오키나와 전체에 만연해 있는 일상과 연계시켜 보여준다.


 가쓰야는 뭔지 모를 약을 먹이는 등 히가의 명령을 수행하면서 천천히 무너져가는 마유를 지켜본다. 결국 마유가 손님을 받지 못하자 가쓰야는 상납금을 마련하러 어머니 가게에 가는데... 네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누나의 진실 된 조언도 자신의 발등의 불을 끄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느 덧 미군 세 명에게 제압당한 소녀의 얼굴에서 소학생 시절 누나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이르렀지만, 안타까움은 어쩌지 못한다. 얀바루 숲의 무지개 새를 떠올린다. 본 사람만 살아남고 다른 동료는 모두 죽게 된다는. 바뀌지 않는 현실을 누가 바꾸어주었으면 싶다.


 자신의 성매매 대상인 교사에게 가한 마유의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행위는 보복이었을까. 가정과 사회가 막아주지 못해 받은 고통과 상처를 자신이 직접 응징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라도 해서 폭력의 가혹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다 죽어가던 소녀 마유의 마지막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인과응보라더니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정당한 행위는 아니지만 폭력의 위험성을 이렇게 고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전설의 새, 무지개 새 이야기를 내세워 마유와 가쓰야를 새 삶으로 꺼내주는 이야기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무수한 동식물의 보고라는 얀바루 숲의 생명력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섬 제주가 많은 상처를 품고 있듯이 그와 닮은 섬 오키나와의 정치적 현실과 역사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작가의 다른 작품을 만날 일이 정말 기대된다. 폭력으로 점철된 이야기였지만 여운이 아름답게남는 건 왜 일까. 아마도 새로운 삶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삶을 파괴해야만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모두 죽어 없어지면 된다.

몸 깊숙한 곳에서 웃음이 치밀어 오른다. 백미러에 비친 마유의 잠든 모습은 아름다웠다

액셀을 더욱 세게 밟으며 가쓰야는 얀바루 숲에 한시라도 빨리 도착하기를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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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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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바타 도요의 <약해지지 마>를 한 편씩 필사하고 해석을 하며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책 검색을 하다가 어떤 책 목차에서 일흔에 번역가가 된다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집에 와서 보니 바로 그 책이었다.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선 책 제목에 무한한 공감을 하게 된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삶에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다보고 그 과정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었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작가라면 작가대로 글을 쓰겠지만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치유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성장의 인생을 글쓰기의 과정에서 이루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누가 아는가. 그러다가 어느 날 작가가 될지도.


 저자 김애리는 이미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천 백여 권의 책을 읽는 과정에서 스물 다섯 살에 첫 책을 냈고 이 책이 열권 째 책이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을 텐데. 요즘은 작가가 아니라도 책을 내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도 마음의 열정은 있는데 실천하려는 행동의 열정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러 권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는데도 그다지 삶의 변화는 없다.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다섯 가지 방법의 글쓰기를 알려준다.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워졌다. 예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백일장에 나가 수상한 적도 있고 문인협회의 초대장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더 나아가는 일에는 왠지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언젠가는 꼭, 꼭 하고 있지만 아직도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책을 읽으면서 이제부터는,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겠다는 마음을 품으며 기대와 설렘, 부러운 마음을 잔뜩 안고 읽어나갔다. 각 장의 이야기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훌륭한 조언 일색이었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 위주로 리뷰로 남길까 한다.


1. 성장의 글쓰기

‘3년의 힘을 믿는다는 저자는 중국어를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서 그 실력으로 강의하고, 번역하고 통역도 한단다. 1만 시간의 법칙이 그 동안 많이 회자되었다. 하루 세 시간으로 10년의 기간이다. 어쩌면 10년의 기간은 처음의 결심이 헤이지기 쉬운 긴 시간이다. 그에 비해 3년은 좀 더 집중하여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3년을 집중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보통의 삶을 보면 정답이 나온다.


 그래도 3년의 시간, 1000일로 무언가에 집중하여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도전해 봄직 하지 않겠는가. 하루를 바꾸는 모닝 라이팅도 실천할 만하겠다. 오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서너 개씩 기록하고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나의 하루, 한 주, 일 년의 노력의 과정을 기록하는 성장일기를 1년만 꾸준히 할 수 있다면 1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기부여를 위해 읽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면 한 번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마음이 뜨거워진다. 실행이 답이라는 말을 알지만 어느새 마음이 식어간다. 짧게라도 성장일기를 꾸준히 쓰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목표에 도달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공감하게 된다.


2. 치유의 글쓰기

 

 자신에 대해서 백 프로 만족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경제적 능력, 사회적 위치, 신체조건 등등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비교되고 비교당하는 시대다. 사생활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절을 살고 있다. 관계 속에서 받는 마음의 상처는 응어리가 되어 켜켜이 쌓여간다.


 저자는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치유의 도구라고 말한다. 치열한 20대의 청춘을 글쓰기로 버텼다는 저자가 힘든 시절을 잘 인내하고 좋은 삶을 가꾸었구나 싶어 감동스러웠다. 아팠던 과거를 치유하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글쓰기가 인생을 바꾼다는 말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캐슬린 애덤스의 저널치료 Journal to the self의 일부분을 인용한 문장이 있는데 이만큼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꼭 집어 설명한 것이 있을까 싶다. 바로 이천원 짜리 치료사라고.


나는 거의 30년 동안 동일한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치료사는 하루 24시간 언제라도 내가 이용할 수 있으며, 30년 동안 휴가를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내 치료사에게 무슨 이야기든 다 할 수 있다. 나의 치료사는 나의 가장 악하고 어두운 면에 대해서, 나의 가장 기괴한 상상에 대해서, 나의 가장 소중한 꿈에 대해서 조용하게 들어준다. 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할 수 있다. , 소리치거나 훌쩍거리거나, 몸부림을 치거나 통곡하거나, 격분하거나, 크게 기뻐하거나, 거품을 물고 화를 내거나, 축하하거나 어떻게 말해도 된다. 이쯤 되면 당신은 이 치료사와 상담하려면 돈이 무척 많이 들겠지요?’라고 생각할 것이다. 천만에, 나의 치료사는 돈을 받지 않는다. 이 치료사는 어느 나라의 어는 도시에서든지 단돈 이 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스프링노트에 적은 나의 저널(일기)이다.”(P89~90)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썼던 나는 글쓰기가 주는 치유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육아일기나 일상의 일기를 꾸준히 써왔었는데 지금은 예전만큼 자주는 못쓰고 있다.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부딪히고 상처받은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할때  글로 쓰기 시작하면 어느새 기분이 가라앉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금은 노트보다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마음에 들지 않을때 수정하고 덧붙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글쓰기 방법으로 의식흐름기법(stream of consciousness writing)’을 소개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들이 그러한 방법으로 쓰인 책이라 어려웠는데. 물처럼 흘러가는 생각, 심상, 회상, 기억, 감정 등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을 서술하면 된단다. 이런 방법의 글쓰기를 해보면 그런 작품을 읽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발명해야 한다. 내가 평생 데리고 살 것은 결국 . 일생의 동반자는 어쨌든 . 우리는 사는 내내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발견하며 나아가야 한다.’(P109)


중요한 건 . 소중한 를 제대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야말로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3. 실천의 글쓰기

 이 장에서는 SNS운영이나 여행지에서 쓰는 글의 좋은 점, 교환노트, 내 책 쓰기를 위한 52의 방법을 알려준다. 난 여행지에서는 거의 사진만 찍고 수첩에 짧게 메모하는 형식만 활용했는데 나중에 활용해 보고 싶다. 현지인과의 대화나 현지에서 보고 느낀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나지 않아서 한참을 생각해야 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무엇보다도 매일 15분으로 글쓰기 습관을 만들라는 조언이 마음에 다가왔다. 그저 일상의 나열보다는 주제를 정해보는 것도 좋고 감사일기 등도 활용하라고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계속했을 때 효과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작심삼일로 그치지 말고 그 작심삼일이라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조금씩 변화해가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4. 버티는 글쓰기

 등단 20, 30년이라는 작가의 프로필은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한 커리어다. 보통의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그만큼 한 것보다는 작가로서 그 세월을 어떻게 보냈을까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과정일 것이다. 시키는 일을 주어진 시간에 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편안하지 않을까. 회사원처럼 규칙적으로 활동하며 자신을 엄격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이루었을 결과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있어 영감보다 중요한 것으로 체력을 꼽는다.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다른 책에서도 보았다. 오래 앉아 글을 쓰는 힘은 체력에서 나오며 작가로 살고 싶은 사람은 자신에게 좋은 것을 먹이라고 했다. 먹는 것도 그렇지만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을 하는 것은 이제 유명한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도 건강관리를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영을 했다고 한다. 날마다 체조를 하고 여름에는 몰다우 강을 1,600m씩 헤엄을 쳤다고. 레이먼드 챈들러는 공무원이었고, 윌리엄 포크너는 우체국장이었다는.


쓰고 싶다면 끝까지 버텨라!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다.”


 간호사에서 작가의 인생을 살고 있는 소설가 정유정의 말이다. 어디 글을 쓰는 것뿐이겠는가. 공부가 그렇고 인생이 그럴 것이다. 버텨서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겠지. 버티는 과정에서 뒤섞여있던 자신의 삶이 제자리를 찾아 질서정연하게 바뀌어가는 것, 최소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5.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

 드디어 나왔다. 내가 궁금했던 일흔에 번역가가 되었다는 김욱 할아버지는 현재 85, 어느덧 15년 경력의 베테랑 번역가가 되었다니 경이롭고 그저 놀랄 뿐이다. 백세 시대에 딱 어울리는 감동적인 성공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72세에 처음 한글을 배우고 시인이 된 할머니, 친아버지에게 9년간 성폭행 피해자로 살다가 자신의 아픔을 글로 알리고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은수연 씨의 이야기 등 평범한 사람의 글쓰기로 변화된 삶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었다. 결국 글쓰기는 자신을 구원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자기계발이라고 확신하는 저자는 그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각 장의 끝에는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글쓰기의 주제나 항목 등 저자가 활용해 본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글쓰기는 오로지 글쓰기로만 배울 수 있다고 글쓰기 관련 책의 저자들은 한결같은 말을 한다. 쓰고 싶지만 게을러지고 자꾸만 헤이해지는 마음을 다잡아 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도 좀 바뀌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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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최고의 약
아오키 아츠시 지음, 이주관 외 옮김 / 청홍(지상사)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나이보다 젊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 영향인지 각종 건강식품이 넘쳐나고 웰빙의 먹거리 정보는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좋은 먹거리가 개발되고 의학과 과학이 발달했음에도 왜 그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은 걸까. 암은 사망률 순위의 맨 위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인 병이 되었다. 이 책은 공복의 시간을 가져서 암, 당뇨병, 치매, 고혈압, 내장지방 등 많은 병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없어서 못 먹던 시절보다 오히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우리의 현실도 참 아이러니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자연스런 생체리듬대로 살아가는 옛날의 생활방식은 멀어진 지 오래되었다. 오래 깨어 있으면 아무래도 밤늦게까지 먹게 되고 수면 리듬도 깨지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삼시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느새 세끼를 먹는 것 자체가 이미 과식이라고 한다. , , 면이 큰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탄수화물을 위험물 취급하는 책도 있다. 칼로리 제한, 당질 제한, 간헐적 단식 넘치는 정보도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정말 헷갈린다. 여기서 소개하는 식사법은 2016년 노벨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한 자가포식(autophagy)’연구를 토대로 생겨났다고 한다. ‘자가포식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낡은 세포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몸의 구조라고 한다. 낡은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바꿀 수 있다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 아오키 아츠시는 내분비 대사와 당뇨병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대사증후군 체형이 되어 40세의 나이에 설암(舌癌)에 걸린 계기로 어떻게 하면 질병을 멀리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공복의 힘을 활용하여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어렵고 귀찮은 칼로리 계산을 하지 않아도 내장의 피로가 해소되고 혈당치가 내려간다. 지방이 줄고 세포가 다시 만들어져 몸의 이상과 질병,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P25)

공복의 장점을 이렇게 간단하고 명쾌하게 정리한다.


 1장에서는 13식과 공복 시간을 만들었을 때, 이 두 가지 경우를 비교하여 설명한다. 2장에서는 무리 없이 공복을 만들어 몸을 되살리는 식사법을 알려주고, 3장은 이 유발하는 독을 공복이란 약으로 제거하는 시스템을, 4장은 공복력을 높이면 많은 질병을 물리칠 수 있다! 면서 건강한 몸을 만드는 공복력의 특장점을 자세히 알려준다.

 

13식을 하면 몸이 매일 약해진다


1장에서 처음 만난 이 말이 놀라웠다! 건강해지기는커녕 약해진다니. 하루 세 번의 식사를 할 경우 이런 손상을 입게 된다고 한다.


위장을 비롯한 내장 기관이 충분히 쉬지 못해 피폐해진다.

체내에 염증이 생긴다.

고혈당을 초래한다.

노화의 진행을 촉진한다.(P35)


 식사를 하고 나서 피로감이나 나른함, 졸음이 심한 경우에는 과식을 하고 있다거나 위장을 비롯한 내장이 쇠약해져 있을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13식의 폐해로는 위장을 비롯한 내장 기관이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내장 기관에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단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포만감으로 행복하지만 그 후부터는 몸속에서 장기가 열심히 일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다면 이 자가포식이라는 시스템이 공복력과 어떻게 작용하여 건강한 몸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음식을 먹고 나서 10시간 정도 지나면 간장에 저장된 당이 소진되기 때문에 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로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16시간이 지나면 몸이 지니고 있는 자가포식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몸 안에 있는 것으로 단백질을 만드는데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도 새롭게 다시 태어나 건강한 몸이 된다는 것이다. 세포가 기아 상태에 놓였을 때나 저()산소 상태가 되었을 때 기능이 활성화되는 시스템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 각종 병에 시달리는 요즘 현실을 보면 공복의 시간과 자가포식 시스템을 활용하여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다는 착안에 공감이 생긴다. 이 연구는 최근 미국 의학계에서도 증명되었고 공복이야말로 장수와 건강의 열쇠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겠다. 오랫동안 13식을 해온 보통 사람들로서는 16시간의 공복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왠지 공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이 어렵다면 1주일에 한 번 실천으로도 지방이 분해되고 자가포식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건강한 몸을 위한 실천으로 토요일 리셋을 추천하고 있다. 밤 시간 잠자는 시간과 다음 날 늦은 점심시간을 활용한다면 무리 없이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복으로 인해 배고픔을 느끼게 되면 견과류를 먹도록 권유한다. 건강과 미용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견과류를 원하는 만큼 먹으면서 공복감을 해소할 수 있다니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런 내용이 생각난다.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를 거르면 지방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근육이 빠져 나간다고. 역시 이 궁극의 식사법에서도 그 점을 언급하고 있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기초 대사량이 줄어 오히려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바뀌기 때문에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을 권하고 있다. 계단 오르내리기, 팔굽혀펴기, 복근 단련 운동, 스쿼트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트레이닝이면 된다. 이미 국민병이 된 당뇨병, 대사질환, 암 등 많은 병이 지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공복의 시간을 만들어 지방을 줄이고 비만을 해소하면 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공복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의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조언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의 공복시간으로 지방을 분해시키고 열심히 일한 내장기관을 쉬게 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면역력을 향상시켜 건강해질 수 있다니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모르는 사이에 혈압,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가기만 한다. 암과 치매, 당뇨병을 예방하고 개선하고 싶은 사람, 만성적인 피로와 나른함을 달고 사는 사람, 맛있게 먹으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은 사람 등 공복의 힘을 활용하여 건강을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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