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앉아서 글을 쓴다는게 선물이나 다름없다는 걸 기억하려고 애쓴다. 오늘 하루를 틀어쥐지 않는다면 잃어버릴 게 분명하다. 세상을떠난 존경하는 작가들을 생각한다. 여기 있다는 단순한사실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일종의 책임이라고, 도덕적인 책임이기까지 하다는 걸 받아들인다. - P81

한 명의 독자는 꼭 아는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살아있지 않아도 되고, 실존 인물이 아니어도 좋다. 보니것은 일찍 세상을 떠난 누이를 위해 글을 썼다. 작업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작가에서 독자에게로 뻗어나가는 선은 단 하나다. 작가는 홀로 글을쓰고, 독자는 고독 속에서 읽는다.  - P82

나는 늘 한 사람의 독자를 특정하고 글을 쓴다. 나의유일한 독자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뀌었는데, 처음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였다. 나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버지에게 닿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내가 어떤 여성이 되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가끔은 엄마를 향했다. 내 문장하나하나가 애원같았다. 제발나를 이해해주세요. 나중에 나의 유일한 독자는 남편이 되었고, 여전히 그렇다.
지금, 단 한명의 독자에는 내 아들도 포함되어 있다. 언젠가 내 책들에서 자기 어머니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말해도 모자라다.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 전일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심리학자이자 에이즈 연구원이자 두아이의 어머니로 새벽이 오기 전 첫 소설을 썼다. 한 학생은 편집자였는데 매일 출근하기 전 방해받지 않는 귀중한 한 시간을 할애해 첫 소설을 작업했다. 이처럼 집중력을 쏟는 한 시간 동안 많은 걸 이룰 수 있다. 그 시간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 신성한 리듬으로 자리할 때특히 그렇다.
- P75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다른 일들처럼 실천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렸다면 내 이름이 박힌 소책자 하나가 겨우 나왔을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을 누가 느낄 수 있을까? 마라토너가 달리고 싶은 기분이 될 때까지 기다리나? 교사가 가르치고 싶다는 욕구로 가득 차서 일어서는가? 잘 모르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추정컨대 오직 행위만이 생산적이다.  - P76

작가의 마음속 언저리 무언가가 자꾸 괴롭힌다. 이작가는 오늘 저녁식사를 위해 수프를 끓여야 할까?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기 직전(그러면 전부 사라져버릴 것이다)이지만, 기다린다. 그리고 갑자기 기억해낸다.
지금이 자신의 한 시간(혹은 두 시간이나 세 시간)이라는 것을. 이게 작가의 습관이며 일, 규칙이다. 발레 바 앞에 선 무용수를 생각해보자. 플리에, 엘르베, 바트망 탕뒤. 실천과 예술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걸 알기에 무용수는 실천하고 있다. 실천이 곧 예술이다.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없다면 우리는 누구일까?
우리가 작가라면, 자신의 역사적 토대 없이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는 언젠가 유년 시절에서 생존한 이라면 누구나 평생 지속되는 소재를 갖고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 씨앗들이 소재다. - P64

뒤엉킨 잡초로 자라더라도, 기억만으로도 슬픔과 피할수 없는 상실의 고통이 야기되더라도, 내가 붙잡아야 할그 씨앗들의 내부에는 세계가 담겨 있다.
- P65

 우리는 삶을 위해, 글쓰기를 위해 모습을드러낸다. 우리는 스스로 용감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조차도 용감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단어씩 내려놓는다. 우리는 페이지를 단어들로 채운다. 미켈란젤로에게는 기적의 대리석 덩어리들이 있었고, 나카시마는 목재의 내부와 교감했는데, 우리에게도 비슷한 것이 있다. 우리는 물속에 반쯤 몸을 담갔고, 수면 아래 단어들이 있다.
- P68

너무 많이 생각하지는 말도록. 나중에도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분석은 소용없다. 우리는 끌질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목재를 손으로 쓸어 본다. 이제 페이지는 더이상 비어 있지 않다. 거기에는 뭔가 있다. 그게 언젠가상을 받을 물건이 될지, 서랍 속에서 먼지나 쌓이게 될지 지금 알 필요가 없다. 이제 우리는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 대리석에 끌질하기 시작했다. 시작되었다.
- P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면에 깃든 이런 흔적들은 종종 우리를 이야기로 이끈다. 존 디디언(Joan Didion)은 이를 가장자리 주변을맴도는 희미한 빛이라고 했다. 에머슨은 어슴푸레한 빛이라고 불렀는데, 그는 탁월한 에세이 「자기 신뢰 (OnSelf Reliance)에서 "사람은 머릿속에서 스치듯 반짝이는 어슴푸레한 빛을 감지하고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썼다.  - P48

근사한 표현이 하나 있다. 마치 그런 것처럼 행동하라.
스스로 작가인 것처럼 행동하자. 앉아서 시작하자. 방금뭔가 아름다운 걸 창조한 것처럼 행동하자. 여기서 ‘아름다운‘이라는 말은 진짜를, 보편적인 것을 의미한다. 누가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기다리지 말자. 어슴푸레한 빛을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우리의 인간성을 보여주자. 그게 당신이 할 일이다.
- P53

책을 읽는다는 건 동지애의 발현이기도 하다. 독서는도전이고, 위안이고, 신호등이다. "책 읽으며 보내는 하루를 누가 좋다고 하겠어요?" 애니 딜러드(Annie Dil-lard)가 말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보내는 인생이란좋은 인생이죠." 나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려고노력한다. (대개 실패로 돌아가지만, 그래도 노력은 한다) - P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나는 검열관과 공생하는 법을 익혀왔다. 검열관에게 대들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검열관을 알아본다.
‘아, 안녕. 또 왔네. 그리고 우리의 공존을 받아들인다.
자주 보이는, 도요타 프리우스 자동차 뒤쪽에 붙은 세계의 종교 심볼을 따서 Coexif(공존) 철자를 쓴 범퍼 스티커처럼, 작가와 작가 내면의 검열관은 같이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면의 검열관을 "내관"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면, 성가시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기도 하는 동료처럼 취급해도 좋다. 회사에서 쓸 법한 말투로 검열관을 다뤄보자: 연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나중에 얘기 나누어도 괜찮을까요?
이렇게 날마다 단련하면 근육 기억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몸이 기억하고, 습관이 된다. 


- P28

모퉁이를 만들자. 퍼즐을 잘 맞추는 사람은 모퉁이부터 만든다. 그들은 색깔이나 모양을 무시하고 그저 각진모서리만 찾는다. 그들은 아주 조그만 모퉁이 하나를 맞추는 데 집중한다. 모든 책과 이야기, 그리고 에세이는단어 하나로 시작한다. 그다음에는 하나의 문장이, 그다다.
음에는 하나의 단락이 이어진다. 이런 단어나 문장, 단락 들은 실제로 시작되지 못하고 끝나버리기도 한다. 지금은 알 수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야기 전체를 알려고 안달하지 말자. 첫 데이트에 나가서 증손자를 상상하는 꼴이니까. 
- P32

가장 아끼는 친구 중 하나는 짧고 나쁜 책을 쓰겠다고되뇌면서 지난 소설을 시작했다. (그 작품은 상도 받고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랫동안 그녀는 자신이 쓰고 있는 짧고 나쁜 책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그녀는 그렇다고믿었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근사한 전략이다. 누구라도 짧고 나쁜 책은 쓸 수 있으니까. 그렇지?
- P33

우리 작가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느라 나날을 소모한다. 빈 종이가(아니면 화면이) 있고, 원고에 단어들을기입하는 다사다난한 마법의 과정이 있다. 페이지에서무언가 솟아나기 전에는 안개 속을 통과할 때처럼 형태도 청사진도 없다. 신기루인가? 진짜인가? 우리는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 구조를 감각해야 한다. 사방 벽.
이 컵. 우리 바로 밑에서 구르는 전차 바퀴. 이렇게 빌린방 이 특정 펜의 무게. 우리가 결국 원고를 만나게 될 거라고 희망하며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공간에 확실히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결국 글쓰기란 신념의 행위다. 우리는 믿음이 우리를 어디론가 도달하게 해줄 것임을, 아주 희미한 증거가 없더라도 믿어야 한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