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변상욱 지음 / 멀리깊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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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란 무엇일까? 늘 티비에 보도되는 내용은 참 부정적이다. 사건 사고가 왜 그리도 많은지 그 모든 것의 중심은 늘 가진 것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여지는 것은 대선 관련이다. 물론 코로나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한 뉴스가 가장 먼저 나오긴 하지만 이것도 조금 지나면 묻힐 것이다. 

 

변상욱 기자의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란 책을 읽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뭔가 울림이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은 박노해의 시를 인용한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이란 글이었다.

 

인생에 있어 정해진 길이 없다고 여겨지면서도 어쩐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싶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오랜 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가야 할 길을 가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지금까지 무얼하며 살았나 싶어 서글플 때가 있다. 마치 처음부터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봐 하며 길 타령 아닌 길 타령을 하며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불안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인생을 배우고 연습한 적이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이 인생을 처음 살아본다. 여러 가지의 길 중 하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길이든 바로 가고 서로에게 유익하도록 가야한다는 그 이야기엔 정말이지 인생을 헛되이 산 것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박노해의 잘못들어선 길은 없다를 소개해 주는데 정말이지 위안이 되었다. 잘못 살았기에 별 볼일 없다고 여겨졌던 지난 날의 인생이 아주 값진 것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최소한 헛된 삶은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책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목하지 않은 이름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 공지를 소개하며 덧붙일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가만히 공지만 소개한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였을까. 먹먹함이 느껴졌다.

 

책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구원의 빛으로 나가온다.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속삭이는 글을 읽으며 내가 위로 받았던 것처럼 위로 받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저자가 꿈꾸는 건 타인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감히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의 책이 더 생겼다. 힘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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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희의 수제청 정리노트 - 새콤달콤 나만의 홈카페 즐기기
손경희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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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잼을 직접 만든 적이 있었다. 은근 손이 많이 가고 과일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서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례 한다면 그냥 사서 먹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직접 만드니까 몸에는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고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있지만.

 

수제 청은 한 번도 만들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손경희의 수제청 정리노트를 통해 직접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무엇보다 잼 만큼 시간을 들지 않을 거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였다.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정말 이게 다야? 하고 몇 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정말 간단했다. 잼은 계속 수저로 저어 주어야 해서 정성이 필요한데 청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청을 만드는 방법은 과일을 자른 다음 유기농 설탕을 넣어 절인 다음 용기에 보관하면 끝이다. 설탕이 녹을 때까지 앞뒤로 흔들어주고 두껑을 열어 가스를 제거해 주고 이런 과정도 필요하다. 물론 과일에 따라 자주 수저를 이용하여 저어 주면 된다. 잼을 만드는 과정보다는 훨씬 간단했다.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청을 만들 수 있다면 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아무리 간단해도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천연 발효 식초라든지 건조 과일을 만드는 법이라든지 이런 것도 복잡할 것이 없었다. 발효 식초야 한 번쯤 만들어 놓아서 두고 먹으면 좋겠지만 건조 과일은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을 거 같았다. 그냥 과일로 먹으면 되니까. 

 

귤을 한 박스 샀다가 오랫동안 방치하다시피 하여 결국 잼을 만들게 되었다. 중간에 상해서 버리는 것들도 많았다. 그러면서 한 박스 단위로 혹시라도 사게 된다면 잼이나 청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이런 계기로 잼을 만들었고 청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저자의 정리노트를 보면서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다. 그렇기에 아무런 정보 없이 무턱대고 청을 만든다면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겠지만 막상 만들었다 해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이런 것도 몰라 나중엔 먹을 수 없어 버렸을 것이다. 

 

청 만들기 노하우를 담은 이 책을 통해 여러 종류의 과일 청을 직접 만들어서 집에서 맛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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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수학 공식 -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18가지 방정식
크리스 워링 지음, 고현석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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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생각하면 선생님이 칠판에다 문제를 적고 난 다음  "오늘이 3일인가? 3번, 13번, 23번, 33번, 43번 나와서 풀어" 했던 그 순간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문제를 풀면 다행이지만 풀지 못하면 창피를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매를 맞기도 했으니 수학에 대한 기억은 가히 좋지 않았다. 수학이란 과목은 왜 존재할까 싶었고 더구나 중요과목 가운데 하나였기에 대학 진학을 위해선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복잡해져 가는 공식에 따라 포기하는 반 친구들이 많았다. 

 

크리스 워링의 세상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수학 공식이란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중고교 시절 무턱대고 공식을 외워 문제를 풀라고 하기 전에 어떤 상황을 만들어주고 여기에 수학 공식을 대비하여 그 상황을 해결하게끔 하는 문제를 주었다면 그래도 수학을 골치아프게 생각했을까. 십대 시절은 그래도 호기심이 있다.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며 수학을 이야기로 혹은 재미있는 사례로 풀어갔다면 분명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온 공식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어렵다.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수학에 관련된 학과를 전공하지 않는 이상 공식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공식을 적용시켜 해결하기엔 너무 난해하고 복잡하다. 다만 이런 상황을 이렇게 풀어갈 수도 있구나 하는 호기심은 충분히 자극할 수 있으니 수학 문제를 주고 무작정 풀라고 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접근이 쉬워 수학 공식 하나라도 더 관심있게 보게 만든다. 사실 이렇게 보아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말이다. 

 

수학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 할 수는 없다. 수학에 관해 쉽게 씌어진 그리고 사례를 통해 수학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 이런 책을 통해 수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조금씩 키우게 된다면 수학이란 학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공식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수학에 관한 호기심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이런 호기심으로 세상을 볼 때 좀더 수학적인 아파트 건물과 건물 사이의 꼭지점을 연결하여 삼각형을 만들어 보기도 하는 이런 관심을 키우기엔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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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 지성의 이야기
정아은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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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가 우리 사회에 일으킨 반향은 컸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수치심을 당하면서도 그에 따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건 사회의 인식이 남성 중심으로 되어 있어 여성이 한 인격체로서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도 존재한다.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었다. 미투를 악용해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덮어 씌우며 사회적 암매장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란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지성이다. 지성은 이 시대의 지식인을 대변하는 인물 같다. 평론가란 직업을 가지고 방송에도 나온다. 정치적인 색깔을 굳이 나타내라고 한다면 진보적인 인사가 아닐까 싶다. 운동권에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아내와 같이 살지 않아서 소설 처음에 자신도 모르는 여자가 집에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데 왜 굳이 그런 설정으로 소설을 시작해야 했는지 모르지만 암튼 지성은 현재 홀로 있는 중이다. 이런 지성에게 관심을 가진 인물이 민주이다.

 

민주는 시인이며 이미 아주 인기가 많다. 출판사에서 너도 나도 책을 출판하고자 하는 그런 인기를 가진 사람이자 문단에서 가장 이쁘다고 할 정도로 미인이다. 그러다보니 가는 곳마다 시선을 받고 서포라이트가 집중된다. 지성과는 친분이 있다. 운동권 선후배로 만났다.

 

민주는 지성에게 고백한다. 그 고백이 보기좋게 차였다. 그런데 일이 벌어졌다. 민주는 죽었고 그 죽음의 화살은 지성에게로 향했다. 그동안 지성은 양심적 지성인으로 묘사될 정도인데 이런 사람이 미투의 가해자로 몰렸다. 지성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지성을 위선자로 낙인찍으며 말이다. 사람들의 실망과 함께 끝모를 구덩이로 추락해 나가는 지성이었다. 하지만 끝내 사실은 밝혀진다. 지성은 가해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가해자였다. 전소현이란 인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거기에 따라 이런 저런 말들을 내놓는다. 그 말이 절대 사실일 수가 없는 것이 부풀려지기 때문이다. 사건을 최대한 객관화 시켜서 생각해야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판단하여 말을 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말이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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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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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을 읽으면 재미있다. 뭔가 하나의 작은 단서만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유추하여 범죄 현장을 이야기할 수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소설은 과연 얼마나 실제와 닮아 있을까? 이것이 의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은 단서 하나를 가지고 유추해가며 하나 하나 실타래를 풀아가는 소설을 읽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법의학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사용되었겠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법의식물학이란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본다. 이런 것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마크 스펜서의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바로 법의식물학에 대한 학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다만 소개하는 이야기다.

 

식물학이란 것도 생소한데 법의식물학이라. 처음엔 무얼 연구하는 것일지 궁금했다. 식물학은 생물학에 속한 작은 연구 분야이고 법의식물학은 저자도 이야기한 것처럼 이걸 전문으로 배우고 자격증을 주는 국가는 아직 없다고 할 정도로 생소한 분야다. 다만 처음엔 생물학을 전공해서 세부적인 식물학을 공부하여 어느 정도 이 분야에 대한 학식과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법의식물학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연사박물관에 근무했다. 그런데 우연히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이 시신에 덮여 있는 식물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알고 싶어했다. 현장은 참혹했지만 저자는 이 일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전화를 기다리는 형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의 삶을 택하게 된다.

 

책에서 언급된 블랙베리덩굴은 처음엔 블루베리 덩굴이라고 생각했지만 블랙베리가 따로 있고 우리나라에선 검은 딸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열매가 오디처럼 생겼는데 블랙베리가 장미과에 속한 식물이고 오디가 뽕나무과에 속한 식물이라 태생이 다르다.

 

식물을 통해 시체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유추하고 식물의 줄기나 심지어 꽃가루도 범죄 현장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식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실로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꽤나 흥미로운 점은 이런 것들이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으니까. 다만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 길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는 아주 짧게 넣고 범죄 현장에서 식물을 이용하여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더 많은 이야기로 풀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학문적인 소개가 아닌 책이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책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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