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앤 아트
김영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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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시간이 흐르면 소멸되거나 먼 훗날에 다시 그 소멸된 패션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아트는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는다. 이것이 패션과 예술이 지난 상징이지 않을까 싶다. 즉 패션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아트 즉 예술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예술도 시대적 흐름이란 것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채를 달리하든지 아예 예술 같지 않은 예술이 만들어지도 하니까. 


명품을 모른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아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그것도 한정해서 말이다. 구찌나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정도만 들어보았을 뿐이다. 이런 이름들 속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펼쳐든 책이 패션 앤 아트다. 


패션과 예술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예술의 모방으로 인한 패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패션 속에 예술이 깃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패션은 사라짐과 새로 생김이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것이고 예술은 사라지지 않는 고유한 명사로 남는다는 것이다. 


패션 앤 아트란 책에서 12개의 명품 브랜드를 소개한다. 이 소개는 그것들의 이야기다. 단순하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소위 명품으로 자리를 잡았느냐에 대한 것이다. 


명품이 처음부터 명품은 아니었다. 가치를 입힌다고 이야기해야 하나? 아니면 이미지를 입힌다고 해야 하나? 그도 아니면 당대 스타나 모델의 인기에 편승해야 했다고 해야 하나? 이야기를 이미지에 입혀 뭔가 독보적인 새로움의 브랜드를 만들어 간 산업이 놀라울 뿐 패션과 예술이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책을 다 읽어도 모르겠다라는 생각 뿐이다. 물론 이쪽에 관련해서 식견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다만 이세이 미야케의 소개는 아주 흥미로웠다. 패션에 관한 식견이 없어도 이 사람의 이름을 책 읽고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 한 사람이 가진 디자인과 패션 그리고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 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일본 사람은 하나의 일을 오래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름의 철학의 갖고 말이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책을 왜 읽어야 하지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이 하나의 이미지만으로 남아 이미지를 소비할 뿐 그 패션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그저 소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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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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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길을 가고 있다. 이 여정이 어떻게 끝날지 사실 쉽게 예측이 어렵다. 살아보면 인생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 살고 싶다고 계획을 해도 그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인생을 여정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 해세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작가다. 이 작가의 여러 책들 가운데 싯다르타를 읽게 되었다. 싯다르타는 흔히 붓다라고 생각하겠지만(실제로 붓다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는 붓다는 따로 등장한다. 즉 싯다르타가 붓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싯다르타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자아를 찾기 위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여정을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기 위한 그런 여정 말이다. 

 

소설 초반부에 고빈다와 함께 지내며 생활할 때는 뭔가 평온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고빈다를 떠나면서부터 고생의 길이 시작되는 느낌인데 인생이란 것이 원래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일까? 구도자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던 아니 실제로 구도자의 길을 걸었지만 이내 다른 길로 접어들고 만다. 아마 우리 인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싯다르타가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인생 여정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속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내 다시 강물의 소리를 그리고  사물의 소리를 들으면서 진정한 성인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 

 

싯다르타에게 있어 바수테바와의 만남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강물이 웃는 것을 들었지요?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듣지는 못했을 거예요. 함께 웃어 봅시다. 그러면 당신은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만남이 중요하다. 그것이 유형의 만남이든 무형의 만남이든 이 만남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사물의 소리를 진지하게 들어볼 기회가 우리에게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건 도시의 소음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소음 속에서도 우리가 새롭게 깨달아야 할 주변의 소리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나만의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싯다르타는 결국 잃어버린 소리를 찾은 것이다. 책을 덮으며 한 가지를 생각했다. 우리도 우리가 잃어버린 소리가 있을텐데 그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일상은 무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그 일상에서 찾지 못한 소리가 있다. 자세히 보거나 듣고 오래 보고나 듣는다면 우린 그 무료한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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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 인간 - 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
제이미 배런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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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정답이 없는 여정이다. 그런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란 것이 있다. 정답은 없지만 정답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우린 그 정답을 따라살 것을 은근 강요받고 있다. 마치 공식처럼 되어 있는 그런 삶 속에는 '나'란 존재하지 않는다. 

 

제이미 배런의 과부하 인간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표준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뭔가 뒤처진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자신이 감당할 수없는 것들을 감당해야 하고 이로 인해 쉽게 피로해지는 권태감이 오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남들과의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정말 쉴 줄 모르는 우리는 이미 과부하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모든 노력의 바탕엔 남들 만큼 사는 것이다.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자가용을 가지고 있어 간혹 드라이브를 하고 대형 티비로 영화를 보며 즐기며 사는 삶 말이다. 

 

삶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억제하라는 것이다. 사실 우린 남들과 비교를 잘 한다. 이 비교를 통해 우린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에 허덕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은 나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을 말이다. 남들이 보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 문제일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보는 나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무엇을 하라는 이야기보다 오히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많다. 우리가 결국 지치고 힘들어 하는 많은 이유 중에 어쩌면 무엇을 많이 해서 오히려 힘들어지는 것이 많다고 저자는 느끼고 있다. 물론 꾸준히 하라는 것처럼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엄청나게 즐거운 일임을 확인해 보라는 도발까지 하면서 말이다. 

 

"즐거움을 위한 만족이야말로 인생의 핵심이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래 내가 즐거워야 한다. 하지만 과연 나는 즐거움을 위한 만족을 했을까? 아니면 즐겁게 살았을까? 라는 질문에 정직하게 예스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지금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해도 이제라도 행복을 위해서 즐거움을 위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조금씩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다독이면서 말이다. 내 인생의 게임은 저자 이야기대로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기에 그저 나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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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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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출발하기 전에 벌써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계획을 하는 동안에 이미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해외로 가는 여행은 더 큰 설레임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인숙의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는 여행기다 그런데 부제가 말해주듯 네 자매가 함께 길을 떠났다. 사실 자매가 함께 여행간다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사실 아주 어렵다. 서로 각자의 시간과 타이밍이 맞아야 갈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자매 간의 사이가 좋아도 서로 하는 일이 다르기에 좀처럼 시간을 맞추기가 힘든 것이다.

 

그런데 함께 갔다. 네 자매가 함께 간 여행은 얼마나 즐거울까. 그래서일까. 소소한 재미가 엿보이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저자가 언니에게 혼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여행기라고 하지만 가족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러다보니 이 여행엔 전문적인 이야기가 거의 들어있지 않다. 여행이 주는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주류를 이룬다. 물론 스페인 문화와 건축 그리고 역사와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일상에 묻혀 버린다.

 

강인숙 교수에 대해 몰랐는데 이 분이 그 유명한 이어령 교수의 부인이란다. 이 책은 교수가 쓴 여행기인데 전문적이지 않다. 만약 전문적인 식견과 지식을 얻기 위한 독자라면 이 책을 선택하지 말고 다른 책을 찾아보길 바란다.

 

솔직히 이어령 교수의 부인이라 하니 더구나 교수라고 하니 글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스페인 곳곳을 이야기해 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기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첫 부분을 읽으면서 느꼈다. 저자 스스로도 가볍게 이 책을 쓰려고 했지 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쓰지 않았음을 밝혔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스페인 여행 외에도 파리와 미국 여행기가 담겨 있다. 이것은 마치 보너스 아니면 부록 같은 느낌인데 오히려 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같은 책을 읽고도 다양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부록 같은 여행기가 좋았을 독자도 있지만 좋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진 독자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에 대해 가볍게 읽기엔 좋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 저런 책 다양하게 접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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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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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엔 특이한 곳이 있다. 언덕 같기도 한데 산 같기도 하고 도데체 정체가 무엇인지 모를 그런 곳이다. 얼핏 보면 산인데 일반적인 산의 모습 같지 않아서 특이한 곳 바로 이곳이 오름이다. 

 

제주도엔 참 많은 오름이 있다. 그 중 어승생 오름은 처음 들어본다. 사실 책을 만나기 전까지 이런 오름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책은 제주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시작한다. 제주의 기원부터 들어가 제주도가 되는 과정 그리고 오름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개괄로 이야기한다. 

 

제주엔 많은 오름이 있지만 오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책은 오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이 과학적 접근이 어떤 독자들에겐 오히려 책을 멀리하게도 하겠지만 어떤 독자들에겐 더 흥미를 끌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단순하게 오름에 대한 기행문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건 기행문이 아니라 과학 서적이란 생각이었다. 제주의 기원에서 화산 작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그리고 오름에서도 화산 활동 중의 마그마의 파편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분석구에 대한 이야기 등 여행으로 쓰는 기행이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는 과학 이야기를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중엔 기행문이 나오겠지 싶었는데 이 책은 끝까지 과학 도서로서의 역할만 하다 끝난다. 어쩌면 이런 기행문도 생태 혹은 자연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뭔가 기행을 통해 삶을 만나는 그런 것이 아닌 오름의 식물과 동물 그리고 수난의 시대까지 자연 과학 도서에서 역사까지 다양한 경로로 오름을 소개하지만 왠지 딱딱한 강의 한 편 들었다란 느낌이 들 정도로 지루했다. 하지만 문과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 이과가 보는 관점은 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오름을 여행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일 수도 있다. 다만 독자에 따라 반응이 나누어질 것이다. 오름에 대한 생태학적 보고 같은 이 책이 오름을 보는 혹은 오름을 오르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아무리 자연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스타일의 오름 기행서라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인문학도의 바람은 어쩌면 사람 중심의 학문을 했던 사람이기에 이런 인식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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