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걷다 - 3·1부터 6·10까지, 함께 걷는 민주올레길
한종수 지음 / 자유문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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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로부터 해방되고 나서도 한동안 우리나라는 혼란스러움 자체에 놓여 있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된 인식 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수십 년의 기간 동안 한 명의 지도자가 모든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런 정치 체제에 있게 된 것이었다.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한종수의 민주주의를 걷다란 책을 읽으면서 고민해 본다. 삼일절부터 1987년의 민주화운동까지 그 역사적 자취를 따라 올레길을 만들어 걷는 여정이다. 굵직 굵직한 역사의 내용이고 내용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사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래도 그 흔적을 찾아 걸으며 지난 역사를 되새겨 보는 것이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한동안 한참이나 다녔던 교보문고 길에 새로 엽상섭 동상이 세워졌다는 이야기는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장소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도 모를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기념관 같은 번듯한 건물이 있는 곳이라면 우리가 들어가서 역사적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겠지만 그냥 터와 작은 표식으로 남은 곳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역사의 흔적을 살펴보기란 여간 힘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올레길을 만들어 어느 곳에 무엇이 위치해 있는지 알려주니 일부러라도 역사 체험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인물에 대한 잠깐의 소개도 좋았다. 송계백, 후세 다츠지, 최성묵, 강은기, 김귀정, 박귀순 등 다 나열하기 힘들지만 짧막한 소개를 통해서라도 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단 한 번도 광주에 가본적이 없다. 다만 언젠가는 광주에 가보리라 생각만 했다. 정찬의 광야를 읽으면서도 임철우의 봄날을 읽으면서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도 광주에 한 번은 가봐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지금까지 시간만 흘러보냈을 뿐 광주를 가보지 못했다. 또 생각한다. 5. 18민주 올레길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만큼은 생각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과거의 역사가 만들어 낸 선물 같은 날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역사를 알고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글자로 읽는 것도 좋지만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민주올레길이란 것은 참으로 귀한 작업이며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이런 것을 기획하고 글을 써서 책으로 낸 저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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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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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 누가 알았을까.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하나가 이렇게 세계를 마비시킬 것이란 것을.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은 이런 상황을 사실은 우리가 역사를 알았다면 과거의 일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았다면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오랫동안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술, 질병, 전쟁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미생물이 남긴 자취와 영향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전쟁 중에 미생물이 번져 가뜩이나 서로 싸우면서 죽음을 맞기도 했지만 미생물로 말미암아 죽은 젊은이들도 많다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세계 1,2차 대전을 거치면서 무기로 인해 서로 고통스럽게 쓰러져간 많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미생물 또한 전쟁 중에 더 많이 퍼지게 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양상이 벌어졌다.

 

더구나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될 수 없었다. 1950년 6. 25전쟁에서도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는데 당시엔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20여 년이 지나서야 원인을 발견하여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을 밝혀낸다. 전쟁에 대한 공포도 있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도 쓰러진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공포가 다가왔을까 싶다.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보았던 것은 어느 시대나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제멜바이스다. 일찍부터 손 씻기가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그의 이야기를 당시 많은 사람들은 듣지 않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논문을 쓰고 책까지 출판하여 사람들의 편견을 깨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아웃사이더로 지내며 고독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 나중에야 제멜바이스를 인정하고 그의 공로를 기리게 되지만 살아있을 땐 철저하게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다.

 

미생물은 우리를 위협만 하는 존재일까?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가 결국은 미생물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를 이것을 잘 사용했다. 다만 과도한 사용으로 환경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지만 그래도 석유 같은 화석 연료들이 인간의 삶을 더 풍족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미생물도 사라지면 인간도 끝이란 저자의 이야기가 묘하게 경각심이라고 해야 할까 무섭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까. 최근 위드 코로나가 발표되었다. 코로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 어쩌면 끝없이 변화할 세계에 우린 또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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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의 한국현재사 - 역사학자가 마주한 오늘이라는 순간
주진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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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정의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바로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것이다. 역사가 흘러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영향을 주는 이야기이기에 이렇게 정의한 것이다. 

 

주진오의 한국현재사란 책을 읽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한국현대사를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현대사가 아니라 한국현재사란 제목 부터가 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란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 역사란 건 결국 당시의 현재 기록물이다. 즉 오늘도 내일엔 역사가 될 수 있다. 뭐 이런 사실을 알려주려는 것이었을까. 

 

흥미를 가지고 읽은 책은 정말 흥미로웠다. 물론 아쉬움도 있기는 하지만 먼저 흥미로운 것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역사의 한 기록을 오늘에 연결시켜보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서재필에 대한 재평가에 대한 내용은 오늘 우리가 한 역사적 인물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 같았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사람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것으로 인식한다. 어떤 것이든 명과 암은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린 지나간 것은 쉽게 잊어버린다. 물론 잊지 못하는 사건들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그냥 쉽게 지나가버리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에 너무나 거리가 먼 남의 나라 이야기쯤으로 흘러간 오늘의 기록도 참 많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름 역사에 그래도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놓친 것도 많이 있다는 생각에 역사를 다시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사 교과서 문제는 뜨거운 화두였다. 이 문제를 이렇게 마주할 수 있다니 이것 역시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 문제나 지나간 소동 쯤으로 기억했을 것이다. 

 

책을 덮으며 "인간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살아 있는 사람의 역사를 만든다"고 한 저자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역사는 이야기다. 그것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건의 중심에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역사를 기록하고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기록, 이 모든 것이 역사가 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역사가 될 가능성은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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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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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관계하며 살아간다. 아무도 없는 곳이란 없다. 깊은 산 속에서도 결국 관계를 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관계를 하기 위해선 내가 아닌 타인이나 다른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가능하다. 만약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림태주의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란 책을 읽었다.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나의 말이 아니라 너의 말이다. 이것이 좋아 밑줄을 그었다란 자체가 타인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관계의 출발임을 강조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사색이 느껴진다. 한두 번 사색한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생각한 것이 팔을 통해 글로 탄생되어졌다고 생각될 만큼 뭔가 깊이가 느껴진다. 말이란 것도 우리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걸러짐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마치 고요한 호숫가를 마냥 바라보듯 한 글자 한 글자 읽다보면 자연스레 작가의 생각과 동의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뭔가 자연스러운 흡입력이 있다. 인위적으로 데리고 가서 느껴보라는 것이 아닌 이런 자연스럽움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어쩌면 인생은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마음, 하지 않는 말에 진면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 않는 말에 진면목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한다. 어쩌면 우린 이미 말의 홍수에 젖어 있기에 말하지 않는 말을 과연 세심하게 돌아볼 안목이 있을까. 

 

책을 덮으면 묘한 여운이 남아 있다. 좋은 차를 마시면 입 안에 차의 향이 어른거리는 것처럼 책의 향이 아니 글의 향이 몸을 휘감은 듯 여운으로 자리한다. 다 읽고도 뭔가 더 읽어야 할 것이 남은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책이 좋다. 글이 좋다. 앞으로 믿고 보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다. 

 

책이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좋다. 하지만 책이 작은 만큼 글씨도 작아서 읽기가 불편했다. 출판사에서 글씨를 조금만 크게 해주어 누구나 읽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글귀가 있다. "오늘 그대가 삼킨 낱말은 무엇인가?" 그렇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이 경계선에서 우린 또 얼마나 많은 낱말을 삼키고 살아야 할까? 그래도 말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치피 관계하며 살아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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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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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란 말이 있다. 정보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지만 참고만 할 뿐 인터넷 정보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책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읽는 책이 아니라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클래식은 오래 전에 들었지만 심취해서 들은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옛 팝송처럼 그때 그때 들었을 뿐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좋아하면서도 클래식에 관한 책은 단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기억나는 건 동유럽 문화예술 산책인가?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잠깐 소개 되었던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본 정도다.

 

김호정의 오늘부터 클래식이란 책은 부제의 언급처럼 클래식을 모른다는 분들에게 즉 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여 집어 들었다. 비록 손에 들긴 했지만 과연 내가 읽기에 적당할까 싶었다. 아무리 양서라고 해도 내가 읽고 소화하지 못하면 내가 읽기에 적당하지 않기에 그렇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소개를 읽지 않는다. 이유는 혹시라도 가질 수 있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한 명의 작가를 찾아 읽게 되어 좋다고 여겨지면 거의 그 작가를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저자의 이름이 아주 중요하다. 내가 들어본 이름이 아닌 낯선 작가의 책들은 대개 피하는 경우가 많다.

 

클래식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김호정이란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이 작가의 이름이 들어간 다른 책이 또 출판된다면 기꺼이 사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 가지 이야기마다 QR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은 음악 책에 대한 센스라고 해도 읽기에 적당하지 않으면 책은 그저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김호정의 글은 읽기에 적당했다. 클래식을 글로 소개한다는 건 쉽지 않다. 정형화된 글쓰기를 하는 사람 같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글 자체는 깊이와 넓이를 아우르는 군더더기 없는 것이었다. 잘 하는 연주 들리는 연주 이 첫 이야기를 읽는 순간 재미있었다. 계속해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저자의 소개를 읽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개인적 느낌을 서평에 이야기했지만 서평이란 것도 결국 고유의 글쓰기이기에 어떤 틀이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책에 소개되어 있는 드바르그의 연주처럼 말이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책 읽은 여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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