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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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관계하며 살아간다. 아무도 없는 곳이란 없다. 깊은 산 속에서도 결국 관계를 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관계를 하기 위해선 내가 아닌 타인이나 다른 대상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가능하다. 만약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관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림태주의 너의 말이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란 책을 읽었다.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나의 말이 아니라 너의 말이다. 이것이 좋아 밑줄을 그었다란 자체가 타인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관계의 출발임을 강조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사색이 느껴진다. 한두 번 사색한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생각한 것이 팔을 통해 글로 탄생되어졌다고 생각될 만큼 뭔가 깊이가 느껴진다. 말이란 것도 우리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걸러짐이 필요할 것 같아 보인다. 마치 고요한 호숫가를 마냥 바라보듯 한 글자 한 글자 읽다보면 자연스레 작가의 생각과 동의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뭔가 자연스러운 흡입력이 있다. 인위적으로 데리고 가서 느껴보라는 것이 아닌 이런 자연스럽움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어쩌면 인생은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마음, 하지 않는 말에 진면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 않는 말에 진면목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한다. 어쩌면 우린 이미 말의 홍수에 젖어 있기에 말하지 않는 말을 과연 세심하게 돌아볼 안목이 있을까. 

 

책을 덮으면 묘한 여운이 남아 있다. 좋은 차를 마시면 입 안에 차의 향이 어른거리는 것처럼 책의 향이 아니 글의 향이 몸을 휘감은 듯 여운으로 자리한다. 다 읽고도 뭔가 더 읽어야 할 것이 남은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책이 좋다. 글이 좋다. 앞으로 믿고 보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긴 것 같다. 

 

책이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좋다. 하지만 책이 작은 만큼 글씨도 작아서 읽기가 불편했다. 출판사에서 글씨를 조금만 크게 해주어 누구나 읽기 편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책의 마지막엔 이런 글귀가 있다. "오늘 그대가 삼킨 낱말은 무엇인가?" 그렇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이 경계선에서 우린 또 얼마나 많은 낱말을 삼키고 살아야 할까? 그래도 말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치피 관계하며 살아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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