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서 문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두 글의 기준을 이렇게 나눌 수밖에 없었다. 문학은 주로 소설이며, 비문학은 주로 인문이다. 소설과 인문, 상반되지만 일치하는 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이 이중의 분야를 비교해보도록 하자. 과연 11월에는 문학이 승리했는가, 비문학이 승리했는가? 먼저, 문학부터 후보를 소개하자.

 

 

 이인화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소설가가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거기에서 공감을 끌어내려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꾼은 보편성에서 시작한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독자의 개별적인 상처를 위로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소설가는 자신의 상처를 보편성 있게 설명하는 작가라면, 이야기꾼은 그 보편성으로 독자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설가와 이야기꾼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다. 상처가 없으면 소설가가 되지 못하고, 소설가가 되지 못하면 위로해 주는 사람, 즉 이야기꾼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 이인화 작가는 『영원한 제국』의 작가이자 『지옥설계도』의 작가이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리니지 게임에 빠져들다가 소설 창작의 재미를 되새기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저작 지원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의 도움(한 마디로 help yourself다)을 받았으며, 2013년 1월에 나올 '인페르노 나인'의 원작으로 사용된다(그러니까 이인화의 직업은 프로그래머이자 소설가인 것이다). 가끔 게임의 스토리가 웬만한 소설보다 뛰어날 때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원작이 소설인 경우가 있다. 결국 이 게임은 이인화의 것이다. '인페르노 나인'의 원작도 이인화가 쓴 것이며, 그 원작은 이인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비밀은 내년에 공개되니, 일단 우리는 이 멋진 소설을 즐겨야한다.

 

 이 표현할 수 없는 자연미와 아름다움, 깨끗함을 담고 있는 글. 『여울물 소리』는 황석영의 것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것이며, 우리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이 작품으로 그의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할 것을 알렸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3기의 만년 문학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절필을 선언한 『휴먼 스테인』의 작가 필립 로스가 떠올랐다. 노년에 누군가는 작가를 포기하지만, 누군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모든 역사소설은 현대의 이야기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왜 소설을 볼 때 그것이 쓰여진 시대 배경을 살펴보아야 하는가? 당연히, 허구와 사실, 과거와 지금 속에 발견되는 공통된 끈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선, 정권교체 등으로 대한민국이 꿇고 있다. 그리고 『여울물 소리』의 역사적 배경인 동학농민운동이 전개되었던 시기는 일맥상통한다. 부패한 기존 정권이 붕괴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느냐, 아니면 헛된 메아리로 그치느냐. 이 중대한 싸움을 돌이키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학사에서 이상만큼이나 이상하고 천재성 넘치는 작가도 없었다.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날개를 달고 세상을 떠난 한 모던보이의 죽음은 지금이나 당대나 많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요절 때문인지, '전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얻도 그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 하나로 이상의 사고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퇴화되는 시대 속에서 비상을 꿈꾸었던 한 천재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항상 멋진 소설에는 '시간'이 등장했다. 시간이 멈춘다면? 과거로 간다면? 미래로 간다면? 특히 '과거로 간다면?'은 후회와 안타까움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스티븐 킹은 그 중에서도 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음모를 추적한다. 그의 소설적 상상력과 '만약 ~이라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만나, 걸작이 하나 탄생했다. 그 때로 돌아가자. 시간을 거슬러, 시간 속에 들어가자. 자세한 이야기는 12월에 만날 두 번째 이야기에서 확인하도록.

 

 

 

 

『세계의 신화』처럼 방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룰 때에는 그것이 얼마나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다양한 삽화까지 곁들어 있으니 아주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이자 교수이자, 시인이자, 작가이자, 사진작가였다고 한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우석훈의 장편소설 『모피아』를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리기도 한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를 쓴 저자이며, 그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과 많은 사람들을 전율시킨 진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번에 그는 '마피아'를 연상시키는 경제찬탈범, '모피아'를 창조해내어 사람들에게 또 다시 돈의 욕망 속에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그리고자 한다. 그가 이 소설이 배경을 2014년으로 삼은 것은,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님을 경고하는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좀비 소설의 대작인 『세계대전 Z』의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니. 그 자체로 만족이며, 기대다.

 

 13번째 걸음을 보지 말도록 하여라. 불행해질테니. 러시아 민담의 일부다. 그런데 중국 작가가 그것을 모티프로, 15억 인구에 거대한 땅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소시민의 삶을 그린다. 그 작은 일화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 환상적 리얼리즘을 구사하고 있다면, 나는 환영이다. 설정이 『템테이션』을 연상시킨다. 한 순간의 상승과 순식간의 추락.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재기가 없다는 것.

 

제목과 표지가 처음에 나를 사로잡았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그리고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생김새와 가면........ 나에게 『모히칸 족의 최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고전과는 달리, 이 추리소설은 꽤 평범한 편이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의 범인은 붉은 머리 가문이라는 사실을 연상할 때, 우리는 범인이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하겠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사건보다는(어찌 보면 뻔하디 뻔하니까) 인물과 배경이다. 특이한 것은, 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추리를 두 명의 상반된 성격을 가진 형사가 진행한다는 것인데, 전반부는 영국 경찰청 형사인 마크 브렌던의 주도로 추리가 이루어지고, 후반부에는 미국인 탐정인 피터 건스가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후반부가 클라이막스인 만큼, 이 소설이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인물은 바로 후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배경도 영국의 황무지와 이탈리아의 호수라는 대립되는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범인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비극에 이르기까지 독자를 즐겁게 하고, 최후에는 슬픔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비극 아니겠는가?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이 그 기대에 상응하기를 바란다.

 

 원더랜드는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를 연상시킨다. 그곳은 노는 곳이다. 하지만 원더랜드, 즉 이상한 나라는 우리를 성장시키게 하는 곳이다. 여기 상처받은 청소년이 있다. 그를 치유시키는 놀이동산, 원더랜드에 초대한다. 청소년 소설 중에서 가장 내 관심을 끌었다.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표현하는 것은 얼마나 난제인가? 혁명을 차분하게 서술하는 것은 낭만주의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격동적인 인생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그것에 성공한다는 것은 그 소설이 뛰어나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격동적인'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또 소설의 질은 달라진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9·11 테러 이후 변화된 파키스탄 청년의 이야기를 미국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들어준 미국인의 마음으로, 이 소설에 임하자.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많아야 한다.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분야가 요즘 대세인 만큼, 그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작가를 최대한 발굴해야 한다. 언제까지 외국 작가들의 환상적인 이야기에만 빠져들 것이다. 결국 소설은 정서 아닌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아무리 교훈이 있어도, 정서가 없으면 공감되기 힘든 법이다.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우리 소설을 맛보자.

 

 

또 다시 좀비다. 강남에 좀비가 떴다. 좀비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해, 인류는 위협에 몰리고, 이 세기말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결국 스토리는 비슷하다.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매혹적이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질이 판가름날 뿐이다. 내 생각에 『인플루엔자』라는 소설은 기존 좀비 바이러스와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 제훈은 군인이다. 누가 좀비와 직접 맞서야 하는 군인의 심정을 그렸는가? 다들 갑작스럽게 재난의 상황에 맞닥뜨린 일반인들이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지 않았는가.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다.

 

 드디어 '타우누스 시리즈'가 그 정점을 찍었다. 독일 작가인 만큼, 독일의 어두운 과거(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깊은 상처'를 직접 드러내며 미스터리 소설을 진행한다. 『깊은 상처』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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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성 대지진

 2010년 1월 12일 아이티 대지진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

 2012년 

 

 불길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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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 청소년 소설을 쓴 작가인데 .... 표지랑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드네. (The giver의 저자임)

 

 

 

 

 

 

 

 

 

 

 

 

 

 

 

 

 

 

 

 

 

 

 

 

 

 

 

 

 

 

 

 

 

 

 

 

 

 그 소년은 열네 살이었다

 랑

그 숲에는 거북이는 없다가 제목은 잘 지은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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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를 이끌어 가면서 경제에 힘쓰는 것은 반드시 소인에게서 나온다.

 

 소인에게 국가를 다스리게 한다면

 

 재앙과 해악이 함께 이를 것이다.

 

 어진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국가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하지 않고 의로움을 추구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 『대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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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메모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반지의 제왕』을 다시 읽고 있다.

 언젠가 '다시 읽는 반지의 제왕'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 보고 싶다.

 

 

 -현재 진행과정: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1권 4장 '나무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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