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사용설명서
박근영 지음 / 갤리온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청춘사용설명서..

제목이 우선 눈에 확 띈다. ‘청춘’에 관한 사용설명서라니.. 독특해서 한번 읽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엔 제목이 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용설명서’라고 했으면서... 설명해 주는건 없었으니까...

보통 ‘사용설명서’라 하면... “ 사용하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라는 전제가 달려 있고, 사용하는 방법, 각 부분의 명칭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만약 잘 못 사용했을 때는 어떤 고장을 일으킬 수 있고, 그 때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 역시나 상세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은연중 그런 걸 바라고 있던 나는 친절하지 못한 사용설명서라며 그닥 몰입하지 못했다. 적어도 포토그래퍼 김태환씨 편을 읽기 전까지는...

  이 책은 ‘사용설명서’라기 보다는 ‘별책부록’ 같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별책부록같은 삶의 기록일지 모르겠다고...  개인적으로 별책부록이라하면 가끔 ‘부’의 개념을 넘어서 ‘주’의 개념이 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잡지를 살 때에 특히 어떤 별책부록이 따라오는지 먼저 살피고 살 때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그렇게 ‘주’의 대다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삶이 아닌 조금은 남과 다른, 독특한 삶을 살고 있는 12명과의 인터뷰 모음이다.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작은 혁명’

interview1. <고통 앞에서 예민해지기> 아트 디렉터 하미현

interview2. <영혼의 북소리에 귀기울이기> 여행가 재연 & 프랑수아

interview3. <살아서도 살아가는 일만 생각하기> 영화 미술 박창희

interview4. <내 안의 욕망에 솔직해지기> 그림쟁이 마야

interview5. <화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당당히 맞서기> 뮤지션 김반장

interview6. <화창한 날씨처럼 명백해지기> 포토그래퍼 김태환

interview7. <자신을 끝까지 믿어보기> 그래픽 디자이너 & VJ 박훈규

interview8.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기> 생활문화예술인 유쥬쥬

interview9. <때로는 미친 듯이 달려보기> 헤어디자이너 이범호

interview10. <스스로를 동정하지 말기> 영화배우 정영기

interview11. <빗속에서 울어보기> 무에타이 선수 한영진

interview12.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기> 영화감독 이사강 



 

  이렇게 12명에게 각각의 인생에 대해 묻는, 그들의 생각에 대해 묻는 질문.. 답변이 모여 하나의 책을 이룬 것이다. 딱 반.. 6번 김태환씨 편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이 책은 사용설명서가 아냐... 아냐... 뭐가 사용설명서야...’하며 투덜거리고만 있었다. 그러다  P135~ " 사진하는 사람은 테크닉이 아니라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 하는 철학적 사고와 창조적인 마인드가 필요한데 그걸 죽이려고 했다. 언제나 똑같은 방식을 요구했다. “ 라이팅이 여기에 와야 좋은 사진이다” 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한데 그런걸 누가 정한 것인가. 아는 공식대로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다. ‘인간의 다양한 감성을 건드리는 사진이 좋은 사진’ “ 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청춘 김태환’의 글이 눈에 쏙들어오면서 ‘ 친절한 사용설명서가 아님 어때? 청춘을 이렇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거야.. ’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될 때까지 부딪혀보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청춘은 이렇게 사용하는거다.

다른 사람과 똑같을 필요 없이.. 꼭 특별해지지 않아도 되는거고..

  그리고는 곧바로 부러움 모드로 돌변해버렸다. 아 좋구나... 청춘..

그들은 청춘이었고... 아무 두려움도 없었다. 꿈을 찾아버렸고, 찾았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남았다.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그들이 부럽기만 했다. 아니... 부러워 하지만 말고 나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청춘은... 최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책을 통해.. TV를 통해 뵙게 되는 법정 스님의 모습은 언제나 나에게 놀라움을 준다. 보통.. 큰스님들에 대해 나는 어떤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모든 큰스님들은 부처님을 능가하는 다소 후덕한, 너무도 후덕한 모습을 가졌다는... 그것이었다, 그러나 법정 스님은 정말 온 몸으로 청빈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시는 날씬한 모습이셔서 볼 때마다 놀란다. 물론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수행을 하는 사람이 얼굴에 개기름이 넘쳐 흐를만큼 후덕한 모습을 가졌다는 건 왠지.. 모순처럼 느껴진다. 그런 모순이 없어 보이는 법정 스님이 나는 참 좋아졌다.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을 읽었다. 석가모니의 수행길을 따라 불교의 발상지 인도와 네팔을 다니며 그 여정과 생각을 적은 글이었는데, 읽고 나서 나도 한번 여행을 떠나볼까... 불교가 이렇구나... 하고 생각이 많아졌다는 기억이 난다.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 법정 스님께서 이번에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산문집을 내셨다. 하얀색 표지의 책이 참 단아한 느낌을 주면서 내 마음까지도 깨끗해지는 것 같다. 글을 읽고나면 참 많은 걸 생각하게끔 만든다. 지금껏 수행을 계속하고, 더 낮은 곳으로, 더 청빈하고 자연 속으로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의 말씀이어서인지 더 공감이 되면서 마음에 큰 울림을 남긴다.

  도시의 소음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복잡하고 바쁘기만 한 삶이.. 도대체 무엇이라고 나는 이렇게 붙잡고 있는지...  나는 왜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구입하고,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안달복달하고, 스트레스로 소화불량에 시달리는지... 나의 삶에서 진짜 중요하고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할 것은 차고 넘쳤다. 채소 모종을 심어 기르고, 새소리와 자연의 변화에 항상 귀기울이고, 차를 마시며 생각하고, 자연을 바라보고... 그 자연 속에서 찾아낸 즐거움.. 기쁨... 만족감.. 행복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큰스님다운 깨달음도 담겨 있다. 그 깨달음을 중생들을 위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신다. 가끔 쓴소리도 있지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밖에 없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어쩌면 가장 단순하고 너무도 당연한 말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것조차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 않을까.

  왠지 타샤 튜더 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며 그 기쁨을, 행복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려 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잠시 겹쳐진다. 역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까?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탐구가 필요한 것일까? 물론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역시나 아직 단호하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는.. 아직 수행이 부족한 중생일 뿐이란 생각이다.



언제쯤이면 나는 망설임없이 큰스님의 말씀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도로 보는 세계 미술사
바이잉 지음, 한혜성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지난 여름 스페인으로 여행을 갔었더랬지요. 마드리드에서 <프라도 미술관>에 갔습니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저지만, 미술관에 있던 다양한 종류의 그림을 보고 경이롭게만 느껴지던 그림들을 잊을 수 없게 되버렸습니다. 제가 그렇게 그림에 관심이 많고 그토록 빠져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지요. 그림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는데, 그래도 그림이 그려질 수 밖에 없는 당시의 시대 상황 같은 기본 정보들을 알고 갔더라면... 하는 후회가 조금 있었습니다. 내친김에 다음날 소피아 왕비 예술 센터에도 가서 한참동안 작품을 봤는데 그림을 보면 볼수록 더욱 그런 지식에 대한 갈망이 생겼습니다. 미술사에 대한 지식도 얻고 이해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싶던 이유였다. 유럽의 미술관에서 본 그곳의 그림이, 조각이 나를 달뜨게 만들고, 알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만들었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나는 15-16세기의 미술, 그리고 그 이후의 미술까지 순서에 관계없이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벨라스케스, 고야, 루벤스, 티치아노, 피카소...... 미술관에서 봤던 미술가들의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그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나는 미술가든, 음악가든...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대한 개인적 해석이 덧붙여져서 작품에 녹아드는 것이라고.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서.. 고야의 그림을 보면서 특히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들의 작품에 녹아 있는 당시 불행한 사건들과 그것을 외면 할 수 없었던 예술가의 고뇌랄까? 그런 것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음악가들은 오히려 반대이다. 자신의 불행이나 시대의 불행을 놓고도 가끔 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너무도 아름답고 찬란한 음악으로... 그래서 ‘정보’란 것이 필요한 것이다. 정보가 있으면 그들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는데,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을 볼 때 꼭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어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을 펼쳐놓고 보는 것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고,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약간... 사전..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인류가 어떤 흔적을 남기려고 예술활동을 시작한 때부터 지구라는 넓은 공간임에도 약간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사실도 흥미로울 것이고, 다른 흐름을 보였을 때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읽어 나가는 것 또한 흥미롭고 즐거운 과정일 것이란 생각이다.

책표지의 말은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된다.

 “ 만약 서양 미술사나 동양 미술사를 따로따로 기술하지 않고 동시대 지구상의 모든 예술을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

다시 말해서,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예술 발전사를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 놓고 보면 어떨까?

이 책은 인류가 예술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부터 현재까지 각 대륙의 미술사를 하나의 지도에 그려냈다.

이로써 같은 시각, 지구 위의 곳곳에서 예술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아시아쪽의 미술 소개에... 우리나라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

다빈치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우리나라에는 어떤 미술가들이 활약하고 있었을까? 하고 궁금해해봐야 소용이 없다. 중국, 일본, 인도 정도만 소개되어 있으니까. 그건 이 책을 엮은이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니까... 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정말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을 수 없는 월요일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수현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봤을 때부터 이해가 됐다. ‘참을 수 없는 월요일’ .  확실히 월요일은 참을 수 없다. 오죽하면 ‘ 월요병’이 있을까?  뭐 그 얘기가 아니라구? 아님 말지 뭐...

어쨌든.. 난 이 책이 참을 수 없이 좋다. 좋아하는 마음을 참을 수 없기도 하고..ㅋㅋ

‘참을 수 없는 월요일’ ‘ 모두에게 비밀인 화요일’ ‘ 눈물나게 외로운 수요일’ ‘ 달콤 쌉쌀한 목요일’ ‘ 그래도 기쁜 금요일’ ‘ 목숨겁니다. 주말입니다’ 이렇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소소한 행복을 내게 주었다.




  ‘ <섹스 앤 더 시티> <쇼퍼홀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좋다, 이거야! 근데 솔직히 우리들 얘기는 아니잖아? “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광고 문구... 대체 누가 작성했는지... 정말 완벽하다.

칙릿 소설이 있다. <스타일>이란 책의 서평에도 적었듯이 “ 도시 중산층 여성들의 일과 사랑, 취향 등을 가볍게 형상화한 소설 ” 이라고 하는데 앞서 말했던 소설*드라마들이 그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나 역시 그 소설*드라마들을 읽고, 보고 마음 속 깊이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냥 그런 세상도 있구나 싶었지만, 그렇게 훔쳐보는 재미만을 내게 줄 뿐.. 감동은 별로... 였다.

  하지만 이런 세상도 있었다. 이 소설도 칙릿에 속해야 하는 거 아닌가? 패션에 열광하고 명품에 열광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취미를 갖고 그것을 즐기는데서 행복을 찾는 여성들도 있는 법이다. 죽어도 멋진 남자와 연애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성이 있으면, ‘이 세상에는 연애보다 즐거운 일이 상당히 많이 있다’ 고 말하는 여성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좋다.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소설이기 때문에.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 또한 그렇다.




  출판사 경리부에서 일하는 타카토오 네네, 그녀는 낙하산으로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을 하고, 또 그녀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성이다. 그리고 솔직히 회사일보다 더 즐겁게 할 수 있고, 더 좋아하는 ‘N 게이지용 150분의 1 크기 주택 모형’을 만들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조금씩 완성하며 결코 조급해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나는 지금에서야(내가... 나이가 좀 많다.. 네네 보다는) 알아낸 인생의 여유를 찾는 법을 그녀는 28살의 나이에 발견을 했다는 사실에 소설 속 인물이지만 그녀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은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그리고 그녀에 대해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머나먼 인생길을 같이 가는 동지와도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바뀌어 갔다.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감정과 함께.




  세상에는 아무리 볼품없어도... 아무리 약해보여도... 무엇에나, 누구에게나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깨닫느냐, 아님 평생을 모르고 사느냐의 문제이지, 누구에게나 그건 공평한 것이다. 거기에 ‘용기’란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용기’란 것이 필요하다. 용기는 자기 자신만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용기’란 것을 발휘해서 ‘나의 존재의 이유’를 찾고, 그것을 깨달아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알리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그걸 알게 되면 당신은 볼품없지 않다고.. 약하지 않다고 이 소설은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네네가 소소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겪으며, 사람들 속에 부딪혀가며 터득한 그것이, 역시나 소소한 일상을 살며, 사람들에게 치여 허덕거리는 내게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 그냥 우연인거지, 전부. ...... 하지만 그 우연이 잔뜩 겹쳐져서 우리들은 서로 알게 되고, 싸움도 하고, 술마시러도 가고, 좋아하게 되고, 미워하기도 하는 거지. 만일 사소하지만 무언가 하나라도 달라졌더라면 결코 만날 일이 없었을지도 모를 사람들끼리 우연이라는 불가사의한 힘 덕택에 만나게 되어서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주고 서로 바꾸어 가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인연이란 건, 참 신비하다고 생각해. ”  코바야시의 방식 (p251)




  인연이란 건.. 그리고 인생이란 건.. 정말 신비로운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면 쓸수록 이상하게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서평을 쓴다는 것이) 우선은 서평이라는 것을 쓸 때 내 마음 안에서 특별하게 기준을 세우고 있지 않다는게 큰 문제이기도 하고, 지금까지는 그저 막연하게만 서평에 대해 생각해 왔다는 것도 역시 그러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생각이 세상살이에 어떤 기준이 없는 것처럼 서평을 쓰는 것 또한 어떤 기준이 없이 그저 마음가는대로.. 느끼는 그대로 쓰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쓰고자 하는 서평은 글을 읽고 난 후 내 안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적어보는 것.. 그 정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드디어 나만의 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어 본 것인가..)

  그렇게 나만의 기준을 세운 뒤 새로운 기분으로 책을 읽고 써보는 서평인데... 솔직히 만만치 않은 적을 만나 당혹스런 기분으로 시작된다. 지금까지 나는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 온 걸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 책- [일 년 동안의 과부]는 뭐랄까... 단호한 단정을 할 수 없는..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펄떡이는 생선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나의 범위 안에서는 모든 걸 파악하고 수비할 수 없을 것 같은, 허를 찌르는 그런 상대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나는 그런 상대에게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랜만에, 당혹감, 책을 읽는 즐거움, 지루함,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 미칠 것 같은 감정 등... 오만가지 감정이 들게 하는 독특한 상대를 나는 만난 것이다.

대체 이 책은 뭐지?

  이 책의 모든 것이 시작되었을 당시, 1958년에 루스 콜은 네 살, 에디 오헤어는 열 여섯 살, 매리언 콜은 서른 아홉 살, 그리고 테드 콜은... 뭐 알고 싶지 않은 나이였다. 콜 부부에게는 두 명의 아들(티모시, 토마스)이 있었는데,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 일은 둘 중 매리언에게 큰 상처를 주어 그녀를 시름에 잠기게 만들었다. 그녀는 또 다른 아이를 낳는 것으로 그 슬픔을 이겨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그렇게 태어난 루스에게 매리언은 사랑을 줄 수 없었다. 이런 콜 가족에게 테드 콜의 조수로서 에디 오헤어가 나타난다. 어디까지나 테드의 계획 아래 이루어진 이 일은 결국 모든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게 무엇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네 명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끌고 가는 이야기는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안겨주기도 하고, 허를 찌르는 감동을 주기도 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게 하는 에피소드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무조건 테드가 싫다)




 드디어 1권이 끝났는데...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런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작가는 나에게 루스 콜의 이런 대답도 들려 주었다. 아마 내가 ‘이 책은 뭐지?’ 하고 궁금해 하는걸 알아차린 듯 하다.

“ 보세요.. 그건 단지 소설이에요. ”

“ 다른 무엇에 ‘관한’ 소설이 아닙니다. 그냥 좋은 이야기죠... ”

 그 좋은 이야기는 다음 2권에도 이어진다. 어떤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을지 궁금해진다.

------------------------------------------------------

 2권을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은

“ 아! 1권보다 훨씬 얇구나! ” 라는 안도감 섞인 그것이었다.

책이 너무 지루해서 라기보다는 책 안에 담겨 있는 오만가지 감정에 휘둘릴 생각을 하니 조금 아득해져서 그런 것이다.

  

  2권은 아직 1990년이다. 1990년의 이야기가 한동안 진행된 후, 1995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권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이 책은 왠지 앞으로 작가가 되고픈 사람에게 어떤 지침이 될 수도 있는 책이다라고 느껴진다.  우선 주인공 네 명의 직업이 모두 작가이다. 네 명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또한 그들의 작품의 내용도 이야기해준다.  1990년 서른 여섯 살이 된 루스 콜은 < 불긋푸릇한 에어 매트리스> < 아이들에게는 안돼 > < 사이공 함락 전에 > <나의 마지막 나쁜 남자 친구> 라는 작품을, 테드 콜은 < 벽 사이로 기어다니는 쥐 > < 마룻바닥의 문> < 누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소리> 라는 작품을, 에디 오헤어는 < 예순번 > <커피와 도넛 > 등의 작품을 지었고, 매리언의 경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소개를 접어둔다. 다른 작품들이 주로 내용 위주로 소개가 된다면 루스 콜의 작품 < 나의 마지막 나쁜 남자 친구 >의 경우는 작가가 어떻게 소설을 구상하고, 그것을 위해 조사하고, 이야기를 고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일련의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가끔 이렇게 어떤 팁과 같은 말도 살짝 살짝 남겨주고...

 “ 소설은 논쟁이 아니다. 이야기는 그 나름의 장점에 따라 통하거나 통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세부 묘사가 실제처럼 보이는지 여부이며 그것이 소설적 상황에 적합한 가장 훌륭한 세부묘사인지 여부이다. ” (P80)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라면...  마음 단단히 먹고 이 책을 봐야 할 듯 싶다.  이 책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려면 말이다. 작가는 정말 나를 가지고 놀았다. 이야기가 지루해질 때쯤이면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 하나씩을 펑펑 터트려 주고, 한 사람을 지독하게 미워하게도 했다가, 당황스럽게도 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이 고일만큼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이다. 도대체 이러다 어떻게 마무리를 할까 궁금했는데, 그 이상 좋은 마무리가 없을... 그런 결론을 내려버리고..

하여튼...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런 망할 소설같으니라구!

이 책은 물론 작가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소설은 이렇게 쓰세요~하는 교본도 아니다. 책에는 인생이 있고, 사랑이 있다. 과장되지 않은 삶이 있는 것이다. 과거의 것들은 미래의 것과 하나하나 들어맞는다. 시간이 지나 미래에 어떤 일을 보면서 ‘ 아’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 어떤 것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작가의 계획대로 착착 맞아 떨어진다. 그 절묘함에 얼마나 감탄을 했던가..

 “ 그건 단지 소설이에요... 그냥 좋은 이야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다니.. 얄밉다.

이건 그냥 좋은 이야기가 아니잖아! 이 사람아!




적어도 나에겐 이건 ‘그냥 좋은 이야기’ 정도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당신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