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드 랭킹 : 초일류기업의 해고 기술
딕 그로테 지음, 신아영 옮김 / 처음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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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연시는 지난간 한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설레임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다 긴장하는 인사고과와 승진의 시기이기도 하다. -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인사고과를 매년 12월말에 실시하고 1월에 평정, 심사하여 3월 1일자로 승진발표 및 성과 연봉을 반영한 연봉계약을 실시한다 -. 지난 1년간 거둔 성과가 제대로 평가받아서 누구나 바라는 "승진과 급여 인상"의 성과를 거두면 좋겠지만 그리 녹록치가 않아서 자신의 성과가 때로는 과소평가되어 - 물론 자신만의 생각일 수 도 있지만 - 승진에서 누락되기도 하고 심지어 성과연봉이 삭감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이 시기에는 과연 우리 회사의 성과 평가 시스템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과 불만을 갖게 된다. 인사팀 직원에게 물어봐도 인사시스템은 뭐가 이리 복잡한지 금새 체념하게 되고 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상사의 저질 안목에대해 불평 불만을 늘어놓기도 하고 내년에는 "꼭!" 이라는 새로운 각오를 품어보기도 하면서 어수선한 연말연시를 보낸다.

이처럼 직장인들을 울게도 웃게도 만드는 성과관리 및 성과 평가 분야의 가장 저명한 전문가이자 컨설턴트인 딕 그로테의 "포스드 랭킹 - 초일류기업의 해고기술"은  직원의 성과와 미래 자질을 평가하여 등급을 매겨 우수한 인재는 더욱 육성하고 부족한 인재는 직무전환을 시키거나 과감히 퇴출시키는 성과 관리 시스템인 "포스드 랭킹(Forced Ranking, 강제순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 책에서는 글자 그대로 직역하여 "강제순위"로 번역 사용하는 데 너무 직설적인 번역이라 거부감이 든다. "인재 순위 배정법"이 어떨까? 여기서는 그냥 원어인 "포스드 랭킹" 기법 이라는 말로 쓴다- . "포스드 랭킹"기법은 현재 "GE", "휴렛팩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즈", "페덱스" 등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성과 및 인재 관리 기법으로 종종 지나친 경쟁을 유도하고 오히려 직원들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 때문에 논란이 있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오해들을 일일히 언급하고 포스드 랭킹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설명을 통해서 그 오해를 불식시키고 합리적인 성과 평가 방법이자 인재 관리방법으로써 "포스드 랭킹" 기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책의 구성(Chapter)과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chapter 1. 인재의 차별화"
  - 전통적인 성과관리가 가진 문제점들과 성과차별의 필요성
"chapter 2. 위험과 보상" 
  - 포스드 랭킹기법의 혜택(장점)과 주로 제기되는 기법의 단점(오해)에 대한 해명
"chapter 3. 시작하기 "
  - 포스트 랭킹 기법 의 단계적 시행기법(프로세스)
"chapter 4. 제대로 사용하기"
  - 포스트 랭킹 기법의 성공을 위한 평가자의 역할 방법 들
"chapter 5. 강제순위 - 무대 뒤에서"
 - 대기업인 "애크미서비시즈(가명)"와 130명 규모의 소규모기업인 "테크콥(가명)"의 적용 사례
"chapter 6. 강제분포
 - 인재를 등급을 나눠 평가하는 방법은 같지만 과거 성과만을 대상으로 하고 성과점수를 정규 분포표로 강제로 나누어 관리하는 데서  차이가 있는 "강제분포(Foced Distribution)- 이 이름도 번역이 별로 맘에 안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의 의미와 적절한 성공을 위한 조언
"chapter 7. 진실한 성과관리 만들기" 
 - 성과관리의 성공을 위해선 신뢰성을 높이고 교정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하며 책임감 있는 성과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록에서는 포스드 랭킹 기법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 예시 - CEO가 전직원 및 평가자들에게 보내는 메세지 예시와 순위가 결정된 직원들과의 인터뷰 대본 - 와 포스드랭킹 기법에 대한 자주 받는 질문과 답변(일종의 FAQ), 그리고 포스드 랭킹   기법과 법률문제 대하여 수록하고 있다.

 책은 비교적 쉬운 용어 -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강제순위", "강제분포"는 마음에 안든다 -로 평이하게 씌어져 이해하기가 쉬웠고 특히 본문에서 예로 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적용사례와 부록으로 첨부한 대본들과 FAQ는 실제로 포스드 랭킹 기법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읽으면서 책 중반까지는 이거 요즘 회사라면 다 적용하고 있는 그런 인사기법이잖아 하고 생각했었는데 "Chapter 6 강제분포" 편을 읽으면서 회사에서 적용하는 것과는 다른 시스템 -"강제분포 - 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그렇다면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인사고과(성과평가기법)과는 어떻게 다를까? 회사 기밀을 유출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개하자면(^^) 우리 회사는 고과등급을 "S/A/B/C/D" 다섯 단계로 구분하여 "팀장/임원/사장" 등 단계적 평가를 거쳐 전직원을 최상위 등급인 "S"등급에 "몇 %" 형식으로 강제로 인원을 배정한다. 그리고는 인사평가 결과를 토대로 승진심사에 반영하고 기본 연봉외에 성과연봉을 차등하여 지급 -  가운데 등급인 B등급을 기준으로 B등급은 인상율 0 %, 그 상위등급은 등급별 차등 인상율을 적용하고 하위등급은 C는 삭감, 최하위 등급인 D는 대폭삭삼 또는 해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로 D등급을 맞아서 해고된 사례는 없다 - 하는 방식이다. 우리 회사의 평가방법은 이 책의 분류에 따르면 "포스드 랭킹"이 아니라 "강제분포"기법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포스드 랭킹" 기법의 일부를 차용한 일종의 "혼용시스템"이 더 정확한 분류일 것이다.

이 책이 성과관리기법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만 주로 개념 이해서 정도로 그치기 때문에 실제 회사에 적용하기에는 좀 더 풍부한 적용사례와 벤치마킹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만 이미 여러 회사들도 우리 회사처럼 유사한 기법이 적용하고 있어 기존 시스템의 장단점을 돌이켜보고 보완하는 지침서로는 유용성이 있다 할 것이다. 바램이 있다면 이 책의 후속으로 "포스드 랭킹"기법을 도입한 더 많은 기업의 성공, 실폐사례와 실제 매뉴얼이 담긴 "포스드 랭킹 2" 가 출간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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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도 계급이 있는가 - 유전자 정치와 영국의 우생학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23
염운옥 지음 / 책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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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40여 만 명이 강제 불임수술을 당한 1933년 독일의 "유전병 자손 예방법" 등 나치 인종청소의 사상적 배경이기도 한 "우생학"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이제는 잊혀진 구시대의 사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글을 쓰게 된 동기"에서 오늘날 "사이비과학"으로 여겨지는 우생학은 "현재에도 다른 이름과 다른 형태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 삶의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현실을 성찰하고 비판하기 위해 우생학의 지나간 역사를 되집어 보고 오류의 역사로부터 배우자는 것"이라고 이 책을 집필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엳국에서의 우생학 탄생 배경과 그 이론의 발전 과정(제1장 진화론과 우생학), 우생학의 정책적 적용 방법인 "긍정적 우생학(제2장)"과 "부정적 우생학(제3장)", 그리고 그외의 "예방적우생학(제4장)"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고 "맺는 말"을 통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우생학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먼저 작가가 이야기하는 우생학의 탄생배경과 기원에 대하여 살펴보자.

 

 번영의 시기였던 19세기가 지나고 세기말이 다가오면서 영국에서는 "인종의 퇴화"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크게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인종의 퇴화란 자연경쟁이었다면 생식능력을 잃어버리고 도태되었어야 할 "인종적 부적격자" 들이 문명화의 결과로 "생존 경쟁의 작용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장치 ", 즉"역선택"의 메커니즘 때문에 "개체가 살아남아 번식하고 그 결과 종의 퇴화가 일어난다"라는 주장이다.결국  이러한 "퇴화"를 방지하고 인류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이자 시대적 요구로써 등장한 학문이 바로 이 "우생학"인 셈이다. 우생학의 창시자 "프랜시스 콜턴"은 1883년 발표한 그의 저서 <인간의 능력과 그 발달에 관한 연구"에서 우생학(eugenics)이란 "신과 육체의 양면에 있어 차세대 인류의 질을 높이거나 낮추는 작용 요인에 대해서 연구하고 이를 사회의 통제 아래에 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부적격자의 출산은 억제하고 적격자의 출산을 장려해 인류라는 "종"의 질적향상을 도모하는 학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우생학은 다윈의 "진화론" - 물론 다윈은 이런 우생학적 전제를 부정하였다 -, 지금은 너무 익숙한 "정규분포곡선"의 "통계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적 사상과 성공한 부르주아 사업가의 후손이었던 "지적 귀족"이라 불린 그의 가문적 배경을 토대로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19세기 중반  진화론과 유전에 관한 지배적인 패러다임이었던 라마르크 주의 - 획득형질의 유전. 우리에게는 용불용설로 유명하다 - 가 몰락하고 1883년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으며 환경 영향을 받지 않는 유전물질인 "생식질"이 존재한다는 바이스만의 "생식질 연속설"이 각광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주목받게 되었고 20세기 초반 대영제국의 몰락과 제국주의의 대두, 세계대전, 인구감소세와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대상황들과 맞물려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국가 정책에 반영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우생학의 실천적 방법이자 국가적 정책 시도로써 작가는 "바람직하지 않는 계층"의 출산율을 낮추는 "부정적 우생학"과 "바람직한 계층"의 출산율을 높이는 "긍정적 우생학", 두 가지 방법의 역사적 배경과 도입, 진행과정을 2장과 3장에서 각각 설명하고 있다. 긍정적 우생학 방법으로는 20세기 초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모성수당"에서 유래한 "가족수당"의 도입으로 실행 되어졌고 - 지금이야 출산율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일반적인 복지 정책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20세기 초 당시에는 훌륭한 교육과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적격자"들인 중간 이상 계급의 출산율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부적격자들인 하위 계급의 인구의 출산율이 증가하는, 일종의 계급간의 출산율 걱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도입되었다고 한다 -, 부정적 우생학의 방법으로는 소극적 산아제한인 '피임"에서 사회적 약자들인 정신병자, 유전적 장애인들의 생식 능력을 제거하는 극단적인 "단종법" 시행 - 결국 영국에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까지 검토되어진 바가 있다고 한다 . 이러한 긍정적, 부정적 우생학적 방법 이외에도 제 4장에서 작가는 성병방지를 위한 "성교육"과 "결혼전 건강진단 계획"등 어찌보면 현시대에서는 결혼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들도 이미 1930,40년에 추진되었던 제3의 "예방적 우생학"의 방법의 예로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맺는 말에서 그동안의 우생학이 "국가가 국민의 결혼과 출산에 개입하는 방식"이었다면 오늘날은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유전자 검사", "인공중절시술" 등 "개인의 자발적 의지"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개인적 자발"이 결국 출산전 검사를 통한 선택적 중절, 즉 "생명의 질"을 선별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우생학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생명의 평등한 가치"를 부정하고 개인적인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며 우생학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문제"이며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로서 "우생학이 제기하는 인간 평등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윤리적 난문을 풀어가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생물교과서 또는 역사책을 통해서나 들어 보았던 우생학에 대한 책이라 비록 200 페이지 분량의 짧은 분량이었음에도 역사적 사실이며 모두가 다 생소하고 어려웠던 책이었다. 그러나 우생학의 이론적 배경과 발전 과정, 우생학에서 비롯된 국가 정책 - 지금도 몇몇 국가에서는 시행되고 있고 가족수당 등은 급여보전이나 복지정책으로 현재에도 실행되고 있다.-  들을 공부할 수 있었던 책읽기였다 . 특히 이제는 잊혀져 버린 과거 산물이라 치부했던 우생학이 생명의 존엄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인 현대시대에서도 비록 자발적 선택이지만 끊임없이 계속 이어져 온다는 점은 다소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장애인 처우나 복지정책에 지극히 인색하고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자녀를 멸시하는 우리사회의 풍토는 어쩌면 우리 사고 밑바닥에는 이러한 "우생학"적  생각이 이미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작가가 책 도입부에서 예로 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쟁이 "국익"이라는 거짓의 탈을 쓴 변질되고 타락한 우생학적 사고에 대한 반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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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기사단의 검
폴 크리스토퍼 지음, 전행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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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Fact)과 소설적 상상력(Fiction)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팩션(Faction)"소설과 역시 역사를 소재로하는 역사소설(historical novel)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역사소설은 이미 알려진 역사의 결과를 큰 얼개로 하여 그 안에서 허구적 상상력이 가미되는, 즉 역사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여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고 한다면 - 물론 소설적 재미를 위해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들이나 사실들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의 사건 흐름은 이미 기술되어 있는 역사적 사건의 연대기 순으로 배치하여 전개된다 - , 팩션은 역사적 사실은 단지 배경으로 설정될 뿐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이 더 큰 비중을 이루는, 사실보다는 허구성이 더 강조되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팩션 소설의 성패는 과연 독자가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얼마나 더 실제로 받아들이는지, 즉 역사적 사실이라는 씨줄과 허구적 상상력이라는 날줄을 얼마나 교묘히 엮어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루시퍼 복음", "렘브란트의 유령" 등 비교적 훌륭한 팩션소설이자 모험소설을 집필했던 작가 폴 크리스토퍼의 신작 "템플기사단의 검"은 위에서 언급한 팩션 소설의 성공의 법칙을 충실히 지킨, 즉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합하여 독자들을 "프리메이슨"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음모론 소재인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 찾기로 안내하고 있다.
 

 소설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 포인트) 역사 교수이자 육군중령인 주인공 "존 홀리데이"의 역사수업장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템플기사단의 전설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구이며 일종의 용병에 불과하다는,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강의한다. 그러나 그의 외삼촌인 "헨리 그레이져" 박사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저택에서 다마스쿠스 강철로 주조된 1000여년은 넘은 듯한, 십자군 시대의 검을 발견하면서부터 그의 육촌 조카인 "폐기 블랙스톤"과 함께 너무나도 잘알려진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한 긴 모험을 떠나게 된다. 두 주인공은 뉴욕에서 시작하여 캐나다, 영국, 오스트리아,이스라엘, 프랑스,포르투칼 등 세계 곳곳을 거치면서 역사 이면에 감춰진 기사단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 나가게 되고, 기사단의 보물을 노리는 "신템플기사단"과 바티칸의 암살자들에 의해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기사단의 보물이 감춰져 있는, 신대륙 발견전 세상의 끝이라 불렸던 코르보 섬에 도착한다. 팩션소설의 전형인 한꺼풀씩 벗겨지는 비밀스런 역사와 주인공들이 겪는 숨막히는 모험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묘사되어 지루함이 없이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다. 다만 중간중간 새로운 도시의 전경이나 오래된 건물들을 묘사하는 부문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속에서 그 곳의 장면과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독자로 하여금 가끔씩 호흡을 놓치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고,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우연성 - 예루살렘 외곽에 있는 성의 폐허 지하에서 너무 쉽게 보트를 발견해서 탈출하는 장면, 여행의 종착지라 여겼던 프랑스 항구도시 라로셀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지나가는 커다란 요트에 씌여진 문구를 보고 최후의 종착지를 추리해내는  장면 - 등은 다소 실소를 짓게 하기도 한다.

 

  재미를 떨어뜨리는 몇몇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동안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단골 테마인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비밀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팩션 소설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책 맨 뒷장에 실려 있는 작가노트에서 "만약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라는 작가의 엄포성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책의 무대가 되고 있는 세계 각지의 명소들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충동을 살짝 느끼게 할 정도로 몰입도며 재미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너무 익숙한 주제이기에  자칫 지루하고 뻔한 그저 그런 이야기로 빠져버릴 법한 주제를 작가는  빠른 이야기전개와 풍부한 읽을거리로 재밌게 포장하여 독자로 하여금 템플기사단의 비밀의 역사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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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역사
현응 지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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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菩薩, bodhi sattva).

"스스로 깨달음을 여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머물러 일체중생을 먼저 이상세계[彼岸]에 도달하게 하는 뱃사공과 같은 자"(두산대백과사전)
 

탈속(脫俗)과 은둔(隱遁), 윤회(輪回)와 해탈(解脫)로 인식되고 있는 불교는 우리 민족과 1,500여년을 함께한 민족종교로서 우리의 삶과 역사에 큰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기복신앙(祈福信仰)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을 뿐 그 종교적 철학의 깊이와 난해함으로 이해가 많이 부족하고 부족한 이해만큼 오해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불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깨달음”은 현실세계에서 벗어난 “탈속”과 윤회를 종식시키는 “해탈”, 즉 일종의 종교적 행위로써 오해받고 있으며 이러한 오해가 불교는 세속과는 동떨어진, 현실 참여에 부정적인 “은둔의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불교 철학서인 “깨달음과 역사”는 어렵기만 한 “깨달음”에 대하여, 그리고 이 책의 초판이 나온 1980년대 민주화 열풍과 사회관심의 요구가 거세게 일던 시대상황에서 불교의 현실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우리에게 사찰 불상이나 탱화 속 그림으로 친숙한 “보살”의 의미 - “깨달음과 역사” -를 그 철학적 근거로 제시하여 우리의 무지와 오해를 말끔히 걷어내고자 했다.
 

스님은 보살(보디사트바)란 “깨달음(보디)”과 “역사(사트바)"의 합성어로 대승불교의 실천적 주제로서 연기적 존재(空)의 이해("깨달음")를 바탕으로 삶의 자세를 정립하고 실천(”역사“)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먼저 깨달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찰나적 각성에 의해 얻게 된다는, ”혁명적“이기가지 한 철학적 사유방법인 ”깨달음“에 대하여 스님은 ”모든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번뇌와 욕망을 끊어 제거하는, 즉 윤회를 종식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번뇌와 욕망의 연기성(관계와 변화성)을 깨달아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으로 설명하고 이러한 깨달음은 자신만의 해탈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자세를 정립하고 실천해나가는 일이어야 하며, 삶에 있어서 이러한 깨달음과 역사(실천)는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의 길(실천과 참여)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보살행, 즉 대승불교의 핵심이라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실천에 있어서 1980년대 이후 불교에서 제기되었던 ”민중불교“에 대해서 스님은 불교의 사회적 실천 운동으로서의 ”민중불교운동“를 주목하면서도 ”깨달음“에 소홀히 하고 ”실천“에 집작하는 민중불교의 문제점과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그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깨달음과 역사를 함께 묶어낸 대승불교 ”보디사트바“의 역사정신과 실천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깨달음과 역사”라는 주제는 불교에서 유명한 여러 단어들, 즉 “돈오(頓悟)”, “색즉시공 공즉시색”에서 주로 없을 무(無)“로 이해되어지는 ”공(空)“에 대해서도 명확한 해석의 도구로서 설명되어진다. 특히 1970년대 성철 큰스님에게서 촉발된 한국불교계에서 가장 유명한 논쟁이었던 ”돈오돈수“,”돈오점수“ 논쟁에 대하여 혁명적 깨달음(”돈오“)과 역사적 영역과의 상관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둘 다 그르다고 주장한 점은 참신하기까지 하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스님의 해석이 실제 불교계에서 인정받고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세속의 잣대로 스님의 철학을 견줘보려는 속좁은 세속인의 관심에 불과하다). 책 말미에는 앞에서의 어려운 불교이론 해설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단상과 법우인 현담, 법연 스님에 대한 스님의 애정어린 따뜻한 시선을 술회한 몇 편의 수필이 실려 있어 흐뭇하게 책 읽기를 마무리하게 해준다.


불교에서 가장 어려운 개념인 “깨달음”에 대하여, 그리고 불교의 사회 참여의 논리적 근거로서의 “역사성”에 대한 주제의식이 돋보인 이 책은 스님의 일관되고 쉬운 해석과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불교에 대해 관심과 기초지식이 있었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도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지 않는 부분은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 어려운 단어는 인터넷 검색을 해가면서 읽었지만 과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그저 불교 용어로서만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여러 용어들에 대하여 제대로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에게 “혁명적 깨달음”과 “역사의 실천”을 행한다는 것은 요원하기만 한 일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경 그자체를 거부하는 소승적 “아라한”의 삶과는 달리 “알맞은 도수의 안경이나 색안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회와 역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승적 “보살”의 삶은 물질적 욕망에 매몰되어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순을 해결하는 새로운 가치 지향점으로 제시될 수 있을만 하다. 고리타분하고 현학적인 종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철학적 대안으로서 각광받기 시작한 “불교”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이책은 충분한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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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산
문영 지음 / 삼우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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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불의 잡학다식"을 운영하는 스타 블로거인 "이문영"의 소설인 "취리산"은 서기 660년 황산벌 전투에서의 화랑 관창의 죽음에서 시작하여 665년 웅진성 취리산에서 당과 신라 문무왕의 "맹약"에 이르기까지 백제의 멸망과 부흥운동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작가는 백제 부흥 운동을 이끌었던  "복신", "흑치상지", "도침", "부여풍" 등과 반대편 백제 멸망의 주역들인 "김춘추","김유신", "소정방", "법민"등  역사책의 인물들이 만들어냈던 역사적 사실(史實)들과  계백의 부장으로 "태자 전하와 왕자 전하들 간의 불화를 막고 도성을 지켜야 한다"는 계백의 유언을 수행하고자 계백이 남긴 한자 남 짓의 단검을 들고 백제 부흥 운동에 나선 "사충", 대장장이 아들 "무진"을 사랑했지만 웅진성에 이은 부소산성이 함락되면서 정혼자를 잃고 사충에게 목숨을 구원받아 그를 사랑하게 되는 "박꽃 같은 여인" 보주, 두 가상의 인물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들을 씨줄과 날줄처럼 자연스레 엮어내어 백제 멸망 이후의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역사책에서 알 수 있듯이 백제 부흥 운동은 들불처럼 기세 좋게 타올랐지만 지도층의 분열로 결국 그 기치를 제대로 올려보지도 못하고 결국 막을 내렸고, 주인공 사충과 보주도 그 부흥운동의 성쇠에 따라 온갖 신고를 겪는다. 결국 백제의 마지막 왕자 "부여풍"을 고구려로 망명시키고 지수신과 함께 지키던 마지막 백제성인 "임존성"이  함락되자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사충"은 "보주" 곁으로 돌아온다. 그는 '최선을 다했어도 미련이 남았다. 칼을 남겨주신 뜻은 살아가라는 말씀이셨을 게다. 미련이 남았으니 마저 살아야 할 것이다' 결국 그는 한팔을 잃은 보주의 남은 팔이 되기로 결심한다.

  작가는 패자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는 백제 부흥 운동을 소재로 하면서도 그들의 슬픔과 좌절을 과장된 필체로 비장하게 그리기 보다는 역사에서 소외된 인물들인 일개 장수와 그의 여인,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담백한 필치로 그려 오히려 자연스레 그들의 치열한 삶과 슬픔에 동화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놀랄만한 작가적 상상력으로 두개를 들 수 있는데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죽음과 백제 왕자 부여풍이 버리고 간 "보검"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춘추의 죽음은 현재까지도 "병사"냐 "암살"이냐로 여러 해석들이 많은 역사적 미스테리인데 소설적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흥미진진하고 놀랄만한 이야기를 풀어냈고 주인공인 "사충"과 "보주"가 만난 계기가 되었던 "보검"은 백제 부흥 운동의 흐름을 바꿔놓고 마지막 장 "취리산의 맹약"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만들어 내는 등 역사적 사실과 교묘히 조화를 이루어 이야기를 관통하는 일종의 "키" 역할을 한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천 삼백여년 전의 그들과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시간이라는 한계를 넘어 그들과 우리 사이의 삶속에 그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요? 이 어려운 문제의 해답을 찾기에는 이 소설이 너무나 짧습니다만, 함께 그길을 찾아가 보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삼국 통일의 격변기에 살았던 우리들의 먼 조상들과 천 삼 백년 후 현대의 우리들과는 처한 역사적 현실이나 닥친 삶의 고통들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여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만큼은 그 삶의 가치나 경중을 떠나서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다르지 않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천 삼백년 전의 이름모를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당신들의 삶은 그들과 비교하면 과연 어떠한지 반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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