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기사단의 검
폴 크리스토퍼 지음, 전행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역사적 사실(Fact)과 소설적 상상력(Fiction)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팩션(Faction)"소설과 역시 역사를 소재로하는 역사소설(historical novel)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역사소설은 이미 알려진 역사의 결과를 큰 얼개로 하여 그 안에서 허구적 상상력이 가미되는, 즉 역사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여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고 한다면 - 물론 소설적 재미를 위해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들이나 사실들을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의 사건 흐름은 이미 기술되어 있는 역사적 사건의 연대기 순으로 배치하여 전개된다 - , 팩션은 역사적 사실은 단지 배경으로 설정될 뿐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이 더 큰 비중을 이루는, 사실보다는 허구성이 더 강조되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팩션 소설의 성패는 과연 독자가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얼마나 더 실제로 받아들이는지, 즉 역사적 사실이라는 씨줄과 허구적 상상력이라는 날줄을 얼마나 교묘히 엮어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루시퍼 복음", "렘브란트의 유령" 등 비교적 훌륭한 팩션소설이자 모험소설을 집필했던 작가 폴 크리스토퍼의 신작 "템플기사단의 검"은 위에서 언급한 팩션 소설의 성공의 법칙을 충실히 지킨, 즉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교묘히 조합하여 독자들을 "프리메이슨"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음모론 소재인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 찾기로 안내하고 있다.
 

 소설은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 포인트) 역사 교수이자 육군중령인 주인공 "존 홀리데이"의 역사수업장면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템플기사단의 전설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구이며 일종의 용병에 불과하다는,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강의한다. 그러나 그의 외삼촌인 "헨리 그레이져" 박사의 죽음과 더불어 그의 저택에서 다마스쿠스 강철로 주조된 1000여년은 넘은 듯한, 십자군 시대의 검을 발견하면서부터 그의 육촌 조카인 "폐기 블랙스톤"과 함께 너무나도 잘알려진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한 긴 모험을 떠나게 된다. 두 주인공은 뉴욕에서 시작하여 캐나다, 영국, 오스트리아,이스라엘, 프랑스,포르투칼 등 세계 곳곳을 거치면서 역사 이면에 감춰진 기사단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 나가게 되고, 기사단의 보물을 노리는 "신템플기사단"과 바티칸의 암살자들에 의해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천신만고 끝에 기사단의 보물이 감춰져 있는, 신대륙 발견전 세상의 끝이라 불렸던 코르보 섬에 도착한다. 팩션소설의 전형인 한꺼풀씩 벗겨지는 비밀스런 역사와 주인공들이 겪는 숨막히는 모험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묘사되어 지루함이 없이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다. 다만 중간중간 새로운 도시의 전경이나 오래된 건물들을 묘사하는 부문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속에서 그 곳의 장면과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독자로 하여금 가끔씩 호흡을 놓치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고,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우연성 - 예루살렘 외곽에 있는 성의 폐허 지하에서 너무 쉽게 보트를 발견해서 탈출하는 장면, 여행의 종착지라 여겼던 프랑스 항구도시 라로셀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지나가는 커다란 요트에 씌여진 문구를 보고 최후의 종착지를 추리해내는  장면 - 등은 다소 실소를 짓게 하기도 한다.

 

  재미를 떨어뜨리는 몇몇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동안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단골 테마인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에 대한 흥미진진한 비밀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팩션 소설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책 맨 뒷장에 실려 있는 작가노트에서 "만약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라는 작가의 엄포성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책의 무대가 되고 있는 세계 각지의 명소들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충동을 살짝 느끼게 할 정도로 몰입도며 재미에서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너무 익숙한 주제이기에  자칫 지루하고 뻔한 그저 그런 이야기로 빠져버릴 법한 주제를 작가는  빠른 이야기전개와 풍부한 읽을거리로 재밌게 포장하여 독자로 하여금 템플기사단의 비밀의 역사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템플기사단의 숨겨진 보물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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