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찬란한 고독을 위한 릴케의 문장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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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떨어지고 옷깃을 여미는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이제는 편지를 쓰는 일이 거의 없다. 늦은 밤 나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편지봉투에 우표를 붙이는 일은 옛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문자나 톡으로 빨리 보낸다. 물론 문자를 보낼 때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을 하지만 편지를 쓸 때만큼 오랜 시간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썼다가 지웠다를 몇 번 반복해서 보내는 편지와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내가 보낸 글을 상대가 확인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지만 편지는 상대에게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가 직접 받았는지 확인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편지는 내 진심이 담겨있고 그 진심이 상대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편지'를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은 따듯함을 느끼지 않을까.

 

 

소중한 사람들과의 따듯한 소통을 하던 편지가 그리워지는 계절에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만났다. 이 도서는 습작 시인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와 릴케가 1903년부터 1908년까지 주고받은 편지가 담겨 있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리자 하이제 부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만날 수 있는 '젊은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권에 묶었다.

 

너무 지나치게 자신을 관찰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에게서 일어나는 일에서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그저 일어나는 그대로 버려두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신이 당하는 모든 일에 당연히 관련되어 있는 당신의 과거를 질책의 눈으로(즉 도덕적 판단으로)보게 될 것입니다. - p.71

 

이 책에 담긴 편지를 일보면 글을 쓴 사람의 진심을 느끼게 된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조언은 듣기 싫은 소리가 아니라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요즘 '꼰대'라는 표현을 하며 누군가를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인생 선배로 하는 조언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꼰대가 하는 소리로 들릴 때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언이라고 말하는 것이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잔소리가 아닌 위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편지를 보면서 진심이 담긴 말은 상대에게 따듯한 위로를 전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전이가 된다. 경쟁하며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놓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릴케가 후배 시인에 전하는 편지를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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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의 맛 마음이 자라는 나무 21
미나 뤼스타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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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그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보를 얻고 소통의 통로이지만 가끔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선생님은 앞으로 인터넷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해질 거라며 SNS 상에서 자신을 표현해 줄 만한 주제를 선택하라고 한다. 특별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마리에는 이번 과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리려고 찍어둔 영상이 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절대 특별하지 않았다. 재미없고 지루한 성격이니까. 그런 나를 남들한테 의미 있게 내보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 p.33

 

평범한 사람들도 하나의 주제로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줄 용기가 없어 SNS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내가 찾고자 하는 정보도 있으니 한두 번은 보게 된다. 믿음을 갖고 보기보다는 자체적으로 걸러서 봐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SNS에서는 무엇보다 해시태그가 중요하다, 어떤 내용으로 남기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군가 클릭해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들을 찾게 된다.

 

이 책의 여러 소제목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가짜들만 모인 가상의 세게'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부정적인 요소들도 있다. 사진을 올리는 일상이 진짜일까라는 의문을 가짐 볼 때가 있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아 남들에게 내보이기 힘들다고 말했던 마리에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보여주는 모습은 누구에게서나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시들해하지 않도록 조금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된다. 결국 친한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일까지 벌어진다,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닌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를 만들어가며 모르는 사람들의 인기는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것을 잃어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SNS를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며 그 안에서의 내 모습은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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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걷다 - 르퓌 순례길에서 만난 생의 인문학
이재형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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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환상을 가진다. 물론 다양한 정보들이 있어 가보지 않아도 한 나라의 문화를 알고 마치 가본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다양한 영화와 책에서 만나는 프랑스는 낭만과 환상을 주는 곳이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여서 작가의 안내를 따라 함께 걷는다. 화려함이 아닌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소박한 여행같은 안내서이다. 유명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례길을 따라가며 지금의 상황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프랑스를 생각하며 떠올리는 장면들 중 하나는 사람들이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다. 나 또한 한적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책에서도 그런 부분을 언급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블랙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아침에 출근도 커피와 함께 시작할 정도로 삶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단순히 프랑스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의 일부가 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간다.

 

​지금 처한 상황들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치고 힘든 시간에 만난 <프랑스를 걷다>는 안식을 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잠시 멈춤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작가의 순례길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한다. 프랑스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고 알아간다. 세계사에서 만나는 프랑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전에는 거대한 나라의 이야기였던 것이 이 책을 보면서 다양한 사건과 마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순례자의 세계는 완전히 평등한 세계다. 전라도 사람이라고 해서, 여성이라고 해서, 동남아시아에서 왔다고 해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성소수자라고 해서 혐오하지 않는다. - 에필로그 중에서

 

대부분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담아오려고 한다. 일정 내에 조금은 무리하며 많은 것을 보았다 생각했는데 마음에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마음으로 출발한 것부터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례길이라고 해서 종교적인 느낌을 많이 줄 거라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그런 부분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삶들을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르지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며 배려하고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들의 상황을 돌아보게 만든다. 앞으로 한발 나가기 힘든 상황이지만 책을 보며 지금의 시간들을 소중함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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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푸른숲 역사 퀘스트
이광희.손주현 지음, 박양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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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고리타분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지혜롭게 살아가는데 발판을 만들어준다. 알아야 할 내용이지만 역사는 아이들에게 어렵게 다가온다. 흥미롭게 바라보고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푸른숲 역사 퀘스트' 시리즈를 만났다. 

 

 

'조선 건국'이라는 단어를 보면 여러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중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을 가장 많이 떠올리지 않을까. '반짝반짝 역사 연구소'의 명 작사가 우리들에게 시원하게 알려줄 거라 생각한다. 첫 이야기부터 미소짓게 한다. 명 박사의 조수 인공 지능 로봇 알파봇의 실수로 '멍'박사라 불리기 시작한다. 이름이 주는 편견 때문일까. '명 박사'가 아닌 '멍 박사'라고 하니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된다^^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세 사람이 비슷한 비중으로 나온다. 박빙이다. 그렇다면 누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그림 자료 등을 통해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들도 읽으면서 누가 조선 건국의 주인공이 될지 궁금해한다. 재미로만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내용을 전달하며 그 시대의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다. 조금은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한 나라의 건국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한 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루하지 않도록 눈길을 부는 부분들이 많다. 다른 때보다 온라인으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는 시기이다. 그래서인지 톡 화면들의 내용들이 더 정겹게 다가온다. 재미있는 표현들의 삽화들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누가 주인공인지에 주목하면서 조선의 정치, 경제, 외교 등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다.

 

 

난세의 히어로 이성계,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준비된 왕세자 이방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세 사람을 여러 영역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야기를 보면서 주어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판단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가 주인공이 될지 주목하면서 첫 장을 넘겼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는 누가 주인공일까보다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객관적 시선을 가지면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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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I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스티브 타세인 지음, 윤경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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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리는 이름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그 이름이 불리고 자라면서도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이름은 나를 표현하고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난민 I>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이름은 조금 색다르다. 이들이 불리는 것을 이름이라 할 수 있을까. I, L, E, ,V, O 등 알파벳으로 불린다. 아이들은 원래의 이름을 잃었다. '생명 증서'와도 같은 여권이 없어 아이들이 난민 캠프에서 나갈 수 없다. 여권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신분증이다. 여권이 없기에 아이들은 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혼자 남겨진 I는  남매지간인 L과 E가 부럽다.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니라 둘이라면 서로 의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변을 둘러봐도 진흙탕뿐인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I의 긍정적인 생각들은 오히려 책을 보는 우리들의 마음을 울린다. 배고픈 것이 일상인 아이들은 늘 진흙탕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닌다. 만약, 먹을 것이 있더라도 배고프니 내가 먼저 먹게 되지 않을까. I는 다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엄마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생일날 친구들에게 선물을 한다. 진흙탕에서 힘들게 찾은 사과 심과 가지고 있던 인형을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다. 다른 날도 생일에 난민 캠프에 있다는 것만으로 슬플텐데 I는 그런 생각보다는 친구들의 행복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글을 배우는 아이들, 아이들이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단어들을 쓰는 것을 보면서 우리들은 이들이 가진 알파벳으로 'LOVE'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세상에 자신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슬픈 말을 했지만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한다. 

 

우리는 절대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집은 사라져버렸으니까. 세상은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 - p.132

 

소중한 보금자리와 자신의 이름을 잃은 아이들. 꿈과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일을 꿈꾸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들이 가는 길에 우리들은 장애물이 아닌 디딤돌이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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