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시간과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점프)을 가지고 있는 샘.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이 현장으로 돌아가 단서를 찾아 알려주는 대가로 보상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한 여인이 찾아온다. 샘의 전 여자친구인 레베카의 동생이었다. 비참하게 살해된 그녀를 죽인 진짜 범인을 찾아달라는 것. 처음에는 거절했던 샘은 결국 옛 연인을 위해 점프를 시도하지만 좀처럼 실마리는 잡히지 않았고, 점프를 계속할수록 도리어 죽어가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알아낸 범인은 충격적이게도 그의 여동생이었다.

 

 

2. 감상평 。。。。。。。               

 

      타임 슬립, 혹은 점프라고 부르는 시간 거스르기는 영화의 단골소재니까 딱히 새롭지는 않다. 여기에 과거에 어떤 작은 변화를 일으키면 그것이 점점 큰 파문이 되어 현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당연하게 따라오는 부소재다. ‘백 투 더 퓨쳐’ 시리즈나 일본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리즈가 그 대표작인데, 이 영화에서 사용되었던 모든 소재는 이미 다 등장했던 것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건 스토리를 한 없이 꼬아서 지속적인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 혹은 비주얼로 승부하는 것 정도가 있겠는데 이 영화는 후자 쪽은 아니었다. 다만 스토리를 꼬는 데 집중하다보니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추측하고 상상할 만한 단서조차 남기지 않아서, 그냥 주인공과 함께 계속 범인의 뒤만 쫓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아 그런 거였어?’ 하는 좀 허탈한 결론을 맺어버렸다는 감이 있다. 일종의 ‘규칙’을 지키지 못한 영화라고나 할까.

 

     뭐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없기만 했던 건 아니다. 누구든지 과거로 돌아가서 다른 식으로 결정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한 번쯤 해봤을 텐데, 영화는 그런 아쉬움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으니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도 이런 걸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영화를 본다면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된다.

 

 

 

 

     영화 속 주인공 샘에는 자신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자만이 전제되어 있다. 점프를 계속 할수록 일은 점점 꼬여만 가고, 죽어가는 사람은 늘어나고, 어떻게 해서든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들이 자연을 비롯한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 세상에 낙원을 건설할 수 있다고 생각해버리기 시작한 현대인들의 착각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문득 든다. 물론 샘의 의도는 선했지만, 좋은 의도가 얼마든지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거니까. 불치병을 치료하겠다고 인간 배아를 찢어발기는 일을 얼마든지 해내는 것도 인간이다.

 

     때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이 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도 괜찮은 삶의 방식이다. 두 어깨에 온 세상의 운명을 걸고 사는 건 한 사람이면 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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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세 편의 단편영화들을 모아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유기성 폐기물을 재활용한 사료로 인해 발생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버리고 만다는 내용의 <멋진 신세계>, 한 사찰에 잡무를 담당하기 위해 보내진 인간형 로봇이 깨달음을 얻게 되자 이를 제거하기 위해 나타난 로봇 회사 직원과 승려들의 토론을 다룬 <천상의 피조물>, 실수로 깨뜨린 아버지의 당구공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더니 당구공 모양의 거대한 운석이 지구로 날아오게 되었다는 <해피 버스데이> 등 기발한 상상력에 현실에 대한 풍자가 더해져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완성되었다.

 

2. 감상평 。。。。。。。                    

 

     기대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사람들의 말에 동의한다. 확실히 그렇긴 하다. 많지 않은 제작비에 감독들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뭐 수백 만 달러가 들어간 헐리웃 영화들의 컴퓨터 그래픽이나 거대함을 바라고 본 건 아니니까. 각각의 내용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작을 했지만, 충분히 아이디어가 전개되고 결말까지 완성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좀 더 강하게 든다.

 

 

     각각의 작품들은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불안의 한 요소를 담고 있는데, 종합해 보면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었던 기술과 과학의 발전에 위험한 부분은 없는가, 즉 인류의 발전이 무한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영화 속 대사 중 하나처럼 ‘그냥 한 번 부서질 때가 된 건 아닐까’하는 매우 우연적이면서 본능적이기도 한 떨림. 그게 녹색운동과 같이 현실성을 띄고 구체적인 실천운동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 거고, 이 영화처럼 상상력의 힘을 빌려서 주의를 환기시키는 모습으로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꼭 영화의 완성도가 낮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일반적 관점으로 보면 B급 영화로 분류해야 할 듯하다. 서구 사회에서는 수백 년 동안 이루어진 급속한 경제적, 과학적 발전을 수십 년 만에 겪어내면서, 그들보다 더 물질에 대한 숭배, 인간 이성과 가능성에 대한 맹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 의미가 있다. 요컨대 자신이 운전 실력을 과신해서 술 몇 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운전대 앞에 앉은 사람에게, 음주운전으로 발생한 사고와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꼭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경각심은 일깨워 줄 수 있을 테니까.

 

     감독들의 다음 영화에서는 이런 불안감을 좀 더 분명하게 다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 어설프게 가르치려 하거나 과한 겉멋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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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그리스도에 대해 설교하는 일을 제쳐두고
다른 여러 일들에 매달리는 이유는
주님의 나라가 다른 방법으로도
세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방법은 없다.

 

 


The reason the church tries so many other things
besides preaching Christ is because
it suspects the kingdom can be established
some other way.
But there is no other way.
-Philip Graham Ry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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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하라 -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박노자.지승호 지음 / 꾸리에 / 201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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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러시아에서 출생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다시 노르웨이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교수일을 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가 한국 사회를 중심으로 작금의 전 세계적인 정치, 경제 상황에 관한 사회주의적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가 보는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아서인지, 논지는 조금 강경하고 그래서 선명해 보인다.

 

 

2. 감상평 。。。。。。。           

 

     사회주의 원리에 좀 더 충실하려는 저자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좌파적 정치성향을 제대로 띄고 있는 정당은 진보신당뿐이었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는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당선권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출마로 조금이라도 진보적 의제를 공적 정치무대로 이끌어오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하는 생각이었단다. 근데 지난 선거를 통해 최소한의 정당유지를 위한 득표마저 실패해 결국 선관위에 의해 진보신당이 해산되어버렸으니 그의 한국에 대한 전망은 좀 더 어두워졌을까.

 

 

     일단 저자의 현실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다. 사회과학적인 분석은 자못 굳건한 이론적 토대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자본가든 노동자든 누가 권력을 쥐던 유토피아가 이 세상에 이뤄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보기엔 여전히 이상주의적인 모습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소련의 국가 자본주의가 분명히 실패했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음을 인정하면서도(169), 소련이 몰락하지 않았다면 세계 곳곳의 상황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 것(157)이라는 전망을 하는 건 한편으로 이해가 되면서도 논지에 따라 근거는 얼마든지 가져다 붙일 수도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박사학위까지 따고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저자이기 때문인지 엘리트주의적 냄새가 나는 것도 있다. 한 가지 예일 뿐이지만, 숙제철폐운동을 한다고 해서 교육격차가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엉뚱한 이야기고(아마 그 시간에 소득이 감내할 수 있는 여지 안에서 각각 다른 학원을 갈 것 같다), 한국 사회에 있어서 소위 노빠들을 단지 영웅적 개인에 대한 심취 정도로 평가절하 하는 것도 저자의 틀 안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긴 하지만, 그건 대중에 대한 지나치게 가벼운 해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분명 인터넷 해적방송 같은 책임감 없는 뒷담화 수준보다는 훨씬 수준 높은 논의다. 일단 자기반성을 할 줄은 아니까. 국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도 좋았다. 다만 내 교양수준이 낮아서인지 여전히 ‘어떻게’에 대한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불가피한 폭력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좌파적 가치는 선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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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제약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이미. 어느 날 새로 개발된 약을 판매하기 위해 들어간 병원에서 운명처럼 매기를 만난다.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매기는 매력적인 제이미의 대쉬에 호감을 갖고 있긴 했지만, 자신의 병으로 인해 진지한 사이로의 발전에 관해서는 좀처럼 쉽게 마음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매기까지도 품어주려는 제이미의 노력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2. 감상평 。。。。。。。                    

 

     딱 겨울에 볼만한 영화. 파킨슨병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눈물을 짜내기보다는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내려는 감독의 의도는 확실히 영화를 보는 사람을 덜 불편하게 만든다. 적당히 공감하고, 적당히 슬퍼하고, 적당히 해결되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잘 읽어냈다고나 할까. 여기에 열연을 보여준 두 주연배우의 활약은 이 영화를 그저 그런 영화보다는 낫게 만들었다. 영화의 결말이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식의 동화적 얼버무림으로 끝난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뭐 나쁜 결말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속에서 약을 구입하기 위해 캐나다행 버스를 타고 1박 2일의 여행을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매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의료를 공공서비스로 여기고 정부가 나서는 나라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나라의 차이가 드러나는 장면.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매기와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은 좀처럼 버텨내기 어려운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하긴 그녀의 남자친구인 제이미의 직업이 바로 그런 의료산업의 첨병인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꽤나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기도 한데, 영화 속에선 그냥 언급만 하고 넘어가버린다.

 

 

 

 

     병(病)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 메시지는 좋다. 단순히 상대의 몸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약함까지도 품어줄 수 있는 진정성이야말로 사랑의 핵심가치임을 옳게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에 반해 만나자 마자 마음에 들면 잠자리부터 갖고 보는 몸에 대한 가벼운 가치관은 일종의 이원론을 보여주고 있으니 새겨 봐야 할 부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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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4-3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앤 해서웨이는 파킨슨 병에 걸려도 예쁜건가요? 항상 궁금했던 것입니다.

노란가방 2012-04-30 23:2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영화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