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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
김상봉 지음 / 꾸리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1. 요약 。。。。。。。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적인 열매 가운데 하나인 주식회사. 경제 발전에 여러 유익을 주기도 하지만, 내외적으로 많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식회사의 경영자를 종업원들의 투표로 뽑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이 주장을 위한 철학적이고 법리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노동이 소외가 아닌 참된 삶을 위한 수단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종업원들이 경영자를 선임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밝히고, 현행법상 주식회사의 소유권은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2. 감상평 。。。。。。。
‘주식회사의 이사는 종업원 총회에서 선임한다’는 책 전면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언뜻 엉뚱해 보이는 이 주장이 왜 엉뚱한 것이 아니고 실제적으로 필요하며, 급진적으로 보이긴 하나 현행법률 아래서 결코 부당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책의 내용을 읽어가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철학자가 쓴 경제관련 책이라 그런지 모든 것을 돈으로 환원시켜버리는 식의 사유가 중심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결국 목표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일진대 거기에 이르기 위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온통 숫자들만 등장하는 현실은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심지어 숫자가 구체성이나 실현가능성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만국의 노동자들의 만남,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될 때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는 저자의 설명에 동의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정말로 뿔뿔이 단절되어 있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정말로 통합적인 삶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냥 이렇게 뿔뿔이 찢어지다가 다같이 망하고 말 것만 같다는 우려가 든다.
다만 나는 그 원인이 단지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체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계몽주의시대 이래로 꾸준히 영역을 넓혀온 (절대적) 이성주의, 과학(만능)주의와 같은 사조들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이 부분을 성찰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 또 한편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 같은 ‘큰 공동체’를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고, 아니 감당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책 전반에 걸쳐 노동자의 선택과 결정은 대체적으로 옳을 것(사회정의와 이익 모두에 부합한다는 의미에서)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로 그럴까? 똑같은 노동자임에도 정규직 노조들은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라는 점은, 그들의 선택이 늘 선(善)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닐까. 노동자들에게 경영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주면 정말로 노동자 소외가 사라질까. 여기에 이 나라 정치 돌아가는 꼴을 보면, 투표권만으로 뭔가 바뀔 것 같지만도 않다는 우려도 든다.
정말 그대로 내버려둬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어떤 것도 완전하지 않고, 우리는 여전히 최종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니까. 우리에게 필요한건 만족이나 체념이 아니라 아직 도전이다. 그런 차원에서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사람 중심으로 개혁해보고자 하는 이런 실제적인 시도를 담고 있는 주장들은 더욱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