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Korean Bride
목판화. 41×29.5


한국에서 제일 비극적인 존재! 한국의 신부는 결혼식 날 꼼짝 못하고 앉아서 보지도 먹지도 못한다. 예전에는 눈에다 한지를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신부는 결혼식 날 발에 흙이 닿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가족이 들어다가 좌석에 앉힌다. 얼굴에는 하얀 분칠을 하고뺨 양쪽과 이마에는 빨간 점을 찍었다. 입술에는 연지도 발랐다. 잔치가 벌어져 모두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지만 신부는 자기 앞의 큰상에 놓인 온갖 먹음직한 음식을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과일즙을 입안에 넣어주기도 하지만, 입술연지가 번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하루 종일 신부는 안방에 앉아서 마치 그림자처럼 눈 감은 채 아무말 없이 모든 칭찬과 품평을 견뎌내야 한다.

신부의 어머니도 손님들 접대하느라고 잔치 음식을 즐길 틈도 없이 지낸다. 반면에, 신랑은 다른 별채에서 온종일 친구들과 즐겁게 먹고 마시며 논다.
보수적인 집안에서는 여자 나이 스물이 되도록 시집을 안 가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과부가 재혼을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그런 편견이나 옛날 풍습이 차차 바뀌어가고 있다.
신식 교육을 받은 신부 중에는 그런 구식 풍습을 배척하는 사람도 있다. 교육도 받고 영어도 잘하는 신식 여자가 구식 집안에 시집을 갔는데,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도 센 그는 다른 가족이 식사할 때 여자는 기다려야 한다는 관습을 거부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고집을 꺾어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생활의 위안이 되어주던 아이가 죽자 여자는 오래된 풍습에 도전하면서 시집에서 나와버렸다. 새로운 사조가 차차 고루한 풍속을 바꾸어가고 있으며, 요즘은 젊은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않게 새로운 풍습을 받아들이고 있다.


《올드 코리아>에는 키스가 1919년에 그린 오리지널 수채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부록에이 목판화와 나란히 실었다. 배경인 병풍 속 그림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눈여겨볼 만하다.-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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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면 돌아버릴 것 같고
확신하면 멍청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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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지만, 짜증을 일으키기에는 완전히 기진맥진한 상태보다는 적당한 피로가 더 좋은 토양이 되는 법이야. 이건 육체적인 원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다른 원인도 있지. 인간은 단지 피로하다고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피로한 상태에서 예기치 못한 요구를 받을 때 화를 내거든.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든간에, 시간만 좀 지나면 자기는 당연히 그런 기대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버리지. 그러니 우리 쪽에서 아주 약간만 솜씨를 부린다면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피해의식으로 쉽게 바꿀수 있다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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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세속성은 시간의 작품이야. 물론 교만의 도움도 받긴한다만. 우리는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을 분별이니 성숙이니 경험 따위의 말로 표현하도록 교육한다. 특히나 우리가 교육해 놓은 특별한 뜻으로 쓰기만 한다면 경험이야말로 가장 쓸모 있는 단어이지. 예전에 한 위대한 인간 철학자가 미덕에 관한 한 "경험은 착각의 어머니" 라고 말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비밀이 탄로날 뻔한적이 있었지만, 유행의 변화와 역사적 관점에 힘입어 그 책의 해악을 대부분 무마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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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최고였어. 세상에서 제일 상냥했어.
온전히 나의 것이었던 마지막이었어.
잘가,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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