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명 야샤르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책을 사고 싶게 만드는 리뷰가 좋은 리뷰라고 생각하는 나, 어느 분이 쓰신 <생사불명 야샤르> 리뷰를 읽고 냉큼 보관함에 담았다. 좋은 리뷰를 써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친히 책을 보내 주셔서 또 한번 고마웠고, 책이 기대만큼 재미있어서 그분이 사시는 동네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올릴 수 있었다. 인터넷서점에 몸을 담고 있는 즐거움은 이런 것이리라.


정치인의 속성이 다 비슷한 것처럼, 공무원들이 민간에 비해 경직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속성을 갖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터키의 공무원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이 소설이 내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도 살아오면서 공무원들에 대해 서운했던 적이 몇 번은 있었기 때문. 예를 들어보자. 난 출근할 때 기차를 타고 다니는데 올 11월 1일부터 기차 요금이 10% 올랐다. 늘 그럴 수야 없지만 요금인상 초기만이라도 서비스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지상정,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그전에는 7시 49분 기차를 타면 8시 39분에는 천안역에 도착했건만, 인상 후 8시 41분으로 도착이 2분 늦어졌다. 게다가 11월 들어 처음 열차를 탔던 엊그제, 기차는 12분 늦게 들어와 비슷한 시각만큼 연착을 했다.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겠지만, 이럴 때 내가 역무원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건 당연하지 않는가.


이 책에 나온, 내가 재미있게 읽은 대목 몇 개를 소개해 본다.

1) 일이 안풀려 자살하려고 철로에 누운 야샤르, 아무리 기다려도 기차가 안오자 역무실에 가서 항의를 한다.

“아니, 매번 기차가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출발하지도 않는데 열차시각표는 왜 만들어놨소?”

“손님, 시각표가 없으면 기차가 얼마나 늦는지 얼마나 알 수 있겠습니까?”

2) 총무과를 찾는 야샤르에게 공무원의 대답

“두층 올라간 후에 다시 한 층 내려가면 있어요.”

3) 청탁을 하러 관공서에 간 야샤르에게 공무원이 모자를 벗으라고 말한다. 야샤르가 분실하면 어떡하냐고 하니 관공서에서는 아무것도 없어지지 않는단다. 2분만에 퇴짜를 맞은 야샤르, 하지만 옷걸이엔 모자가 없다. 항의하는 그에게 공무원이 하는 말, “아니 우리가 할 일이 없어서 당신이 잃어버린 모자나 찾아주는지 아쇼?”


이미 죽은 것으로 처리되어 주민증 발급이 안되는 주인공 야사르를 비롯, 여성임에도 남자로 분류되어 징집영장이 나온 할머니, 그리고 아들 셋이 난데없이 호적에 등록되어 고생하는 할아버지 등 행정상의 실수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출연,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는 이 책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물론이고 가을을 타는 분, 일이 잘 안풀리는 분들께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울한 분들이여, 야샤르를 찾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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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0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행복하답니다. 이렇게 알라딘에서 마태우스님과 같은 좋은 만남을 가졌으니까요. 잘 읽고 갑니다.

moonnight 2006-11-0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마을 사람이라 행복해요. >.< 와, 이 책 입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재밌나봐요. 요즘 기분이 자꾸 우울짝해지는데 읽어봐야겠어요!

비연 2006-11-0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넘넘 행복해요^^ 저도 야샤르를 곧 찾아야겠슴당~~ㅋㅋ

기인 2006-11-0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공익입장에서는 할 말이.. 공무원들 켜켜
무사안일, 복지부동!!!

다락방 2006-11-05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마태우스님은 제 지름의 원인이세요. 늘. ㅠㅠ

마태우스 2006-11-05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지름과 반지름이 있지요^^ 요즘은 리뷰도 잘 못쓰는데요 뭐...
기인님/아 참 님이 공무원이시죠... 님같은 분한텐 죄송!
아롱범님/앗 첨 뵙는 것 같은데요...안녕하세요? 이 책 읽고 저 미워하심 안됩니다^^
비연님/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친하게 지내요 앞으로도 계속!
달밤님/앗 님같은 미인도 울적할 때가.....으음...
산타님/어맛 저두요^^ 근데 산타님, 올 겨울 선물은 뭐예요?^^ 착한일 많이 했는데...

비로그인 2006-11-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어야겠단 생각을, 방금 마태우스 님 리뷰 읽고 했답니다. ^^

kleinsusun 2006-11-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사시는 동네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올릴 수 있었다."
이 부분이 넘 웃겨요!!! 마태님의 유머는 역시......쵝~오!^^

마태우스 2006-11-07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님의 가공할 귀여움에 비하면 부끄럽지요
콸츠님/어머 제 호소가 통했군요!!!!!

짱꿀라 2006-11-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책선물 하나 보내드릴까요.

북극곰 2006-11-0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또한 멋지네요. ^^ 소세키의 '도련님'생각이 나서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맨날 담아만 가려니 미안하네요. 저도 뭐라도 드려야 할듯.. ^^)

로드무비 2006-11-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차시각표 얘기도 정말 웃겼죠?ㅋㅋㅋ

마태우스 2006-11-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소리내서 웃었다니까요^^
에슬리님/안녕하세요 팬더 이미지에서 바뀌셨군요(너무 오래 전 얘긴가..) 제 리뷰 보고 담아가신다는 건 리뷰 쓴 사람에 대한 최고의 칭찬인데요 뭐.^^
산타님/아이 괜찮습니다. 그냥 해본소리였어요^^

픽팍 2006-12-2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을 사고 싶게 리뷰를 쓰셨네요, 이 책 사람들 칭찬이 자자하던데 공무원 비하라;;;왠지 이 부분 때문에 무척이나 읽어 보고 싶어 지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