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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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장소는 이집트, 시대는 이집트의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가 다스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의 시간계산법으로 따지면 기원전 1400년 경이다.

 

먼저 이집트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

 

이집트 역사 :

 

초기왕조- 고왕국- 1중간기 중왕국 2 중간기 신왕국(1550~1069BC) 3중간기 말기 왕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프롤레마이오스 왕조 때에 우리가 잘 아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멘호테프 2세는 신왕국 시기에 해당한다.

이집트 제 18왕조 시기, 아멘호테프 2세의 앞 뒤를 살펴보면 이렇다.

 

그의 아버지 : 투트모세 3

아멘호테프 2

아들 : 투트모세 4(기원전 1400- 1390, 10년 통치)

손자 : 아멘호테프 3(38년 통치)

증손 : 아멘호테프 4(17년 통치)

 

이 책에서는 다루고 있는 시기는 아멘호테프 2세의 마지막 해이고, 아들 투트모세 4세가 즉위한 해이기도 하다. 그 한 해 동안에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그 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 해의 일 년을 통째로 옮겨와 기록하고 있는데, 등장인물이 매우 다양하다.

 

우선 개략을 살펴보면, 아멘호테프 2세와 왕자 투트모세, 그리고 그의 신하들인 행정관과 군인 그리고 사제로 이루어진 이집트 관료 집단도 등장한다. 물론 일반 서민들도 등장한다,

 

장소는 지금의 카이로 근처에 있는 멤피스와 그보다 남쪽에 있는 테베를 배경으로 한다.

 

먼저 각 월별로 기록된 사건들과 등장하는 인물을 적어본다.

 

나일강이 넘쳐 흘러 넘치면, 그 첫 번째 달 :

 

새해 첫날 웹 렌페트 (32)

농부 바키, 그 밖에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다른 백성들.

목동 세나, 아부 네페르, 과부 두자매, 옹기장이.

 

나일강이 넘쳐 흘러 넘치면, 그 두 번째 달 :

 

파라오 아멘호테프

오페트 축제(57)

사제 인테프

 

나일강이 넘쳐 흘러 넘치면, 그 세 번째 달 :

 

어부 네페르

농부 바키, 노역의 대상자로 지명된다.

(피라미드 건설 인부의 대부분은 나일강 범람 시기에 집에서 쉬고 있던 근처의 일반 백성들이나 농부였을 것이다. 84)

 

옹기장이 로이

왕자 투트모세

 

나일강이 넘쳐 흘러 넘치면, 그 네 번째 달 :

 

궁전의 서기관, 미나크트와 다기

파피루스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 (97)

혼인 잔치 두 곳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서 읽어가다보니, 어떤 줄기가 잡힌다.

 

이집트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처음 등장하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각 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단편적으로 등장해서 단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그 역할이 끝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첫 달에 등장하는 테베 인근 지역의 마을을 살펴보자. 등장인물은 이렇다.

 

농부 바키, 목동 세나, 아부 네페르, 과부 두자 매, 옹기장이.

 

목동 세나는 누구와 연결되는가?

네 번째 달에 등장하는 궁전의 서기관 미나크트와 연결이 된다.

 

서기관 미나크트의 딸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쓰러졌는데 마침 지나가던 목동 세나가 구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연결이 된 두 사람은 친분을 맺게 되었고, 그래서 서기관 미나크트는 목동 세나의 아들의 결혼 잔치에 포도주를 사가지고 찾아가는 것이다. (107)

 

또 그 잔치에 서기관 미나크트와 함께 갔던 수습 서기관 다기는 나중에 어부인 네페르의 친구 웨니와 연결이 된다. 웨니가 같은 마을에 사는 과부 두 자매 중 타메레트에게 마음이 끌려 무언가 그걸 표현하고 싶은데, 그 방법으로 연애 편지를 쓸 때에 도와주게 된다. (243)

 

그 연애 편지 중 일부다.

 

, 웨니는 그저 나일강의 어부에 불과하지만

그대를 여왕처럼 대접할 것이오. (243)

 

서기관이 등장하여 연애 편지를 대필하게 된 것은 어부인 웨니가 글을 몰랐기 때문이다. 글을 모르니 편지를 쓸 수 없었는데, 그걸 서기관이 대신 써준 것이다. 그러면 그 편지를 받은 여인 타메레트는 글을 읽을 수 있는가?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244쪽 참조.

연애 편지를 주고 받고 하는 것 보니. 세상 살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데가 있는 모양이다.

 

이집트인의 죽음과 권력의 승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이집트인의 죽음과 생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당시 권력의 승계에 관한 기록도 중요하다.

 

아멘호테프 2세에서 아들인 투트모세 4세로 권력이 이어지는 역사가 진행이 된다.

그런 과정에서 그간 궁금해했던 이집트의 죽음과 장례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집트 파라오가 죽으면 그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묻는데, 이집트인이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등등 포함해서 그 시신을 보관하기 위한 무덤을 건설하는 절차와 장례식을 거행하는 과정들이 아주 자세하게 소개된다.

 

그런 부분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는 것은 저자의 이력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고고학자인데, 이집트에서 왕가의 계곡 발굴을 지휘했으며, 이 책에 등장하는 파라오 아멘호테프 2세 치세에 총리를 지냈던 아메네모페트의 묘지와 미라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니 그런 부분에서 아주 생생하게 현장을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고대 이집트 일년 살이를 두 시간만에 마무리했다.

두 시간에 걸쳐 이 책을 읽고 나니, 요즘 유행하는 <어디 외국 몇 달 살이>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이집트 편을 마악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다. 무척 시원하기도 하다. 그건 그동안 이집트에 대해 안개 속을 더듬는 것처럼 희미하던 것 몇 가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번 이집트 역사 다이제스트라는 책으로 이집트 역사를 개관한 것도 이유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의 저자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집트의 고대 역사를 그 때 당시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삶을 통해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놓았다.

 

해서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 다양한 방면의 실제적인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중에, 설명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별도로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이런 것들이다.

 

이집트 민족의 정체성 (28)

이집트의 행정구역 (30)

파라오에게 주어진 이름들 (44)

도기에 숨겨진 고고학적 비밀 (80)

파라오 쿠푸의 대피라미드 (84)

이밖에도 많은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또한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에서는 이집트 유적의 고고학적 발굴에 대한 소개도 곁들이고 있어, 이 책으로 고대 이집트에 대한 역사부터 유적 발굴, 그리고 현재 이집트학에 이르기까지, 이집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아주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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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손자병법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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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손자병법

 

이 책은 손무가 <손자병법>이란 책에 도달하기까지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손무는 먼저 역사를 읽는다.

역사를 읽으면서, 그는 교훈을 살펴보며 손자병법을 채워나간다,

 

손무가 상나라 역사를 읽을 때의 모습을 저자는 이렇게 묘사한다.

 

손무는 다음날 여느때보다도 일찍 인시(寅時)에 눈을 떴다. 그만큼 탕왕이 세운 상나라는 어떤 역사적 궤적을 그렸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50)

 

역사를 읽은 것이 손무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저자는 이렇게 기록한다.

 

여기까지 손무가 주나라 도서관에서 읽은 중원의 역사이다. 다행히 <육도삼략>은 손무의 조상이 제나라로 이주하는 바람에 어려서부터 자주 보았던 책이다. 조부 손서나 부친 손빙이 <육도삼략>을 애독했고, 손무도 글을 배운 뒤부터 읽기 시작했다. (70)

 

이처럼 손무는 어려서부터 전쟁의 요체에 밝았으며, 그런 아들에게 손빙은 전적지와 함께 왕립도서관의 자료를 살펴보게 했던 것이다. (71)

 

손무와 노자의 만남

 

이 책에는 재미있는 기록이 보인다. 저자의 상상력이겠지만 손무가 노자와 만나는 것이다. 물론 노자를 만나는 게 아니라 그의 책 <도덕경>을 만나는 것이지만, 꿈에 손무는 이런 경험을 한다.

 

함곡관을 다녀온 그날 밤에 손무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손무가 그동안 답사 다닌 전적지들 위에 서 있는데 <육도삼략>과 읽었던 역사책, <도덕경>의 글자들이 하나씩 튀어나오더니 마구 뒤섞였다. 그 글자들과 중첩된 전적지에서 구름과 바람과 비가 일어나는 가운데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꿈이었다. 이 체험이 <손자병법> 의 저변에 무위야말로 못할 것이 없다(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는 노자의 철학이 깔리게 된 계기였다. (59)

 

이 꿈 이야기를 나중에 공자를 만나 이야기한다. 그랬더니 공자 역시 같은 말을 한다. (179)

 

손무, 공자를 만나다.

 

이 책에서 손무와 공자가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손무와 공자의 생존 연대가 겹치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공자가 제나라에 와서 제경공과 이야기를 나눌 때, 여러 사람이 같이 있었는데 그중에 손무도 있었다는 것이다. (170)

 

여러 신하들이 공자에게 선물을 드릴 때, 손무는 책을 묶는 가죽끈을 드렸다. (170)

 

재미있는 것은 공자가 주역책을 하도 많이 읽어 책을 여러 번 다시 묶었는데 그 끈이 바로 손무가 드린 끈이라는 것이다. (173) 물론 저자의 상상력이 만든 이야기겠지만.

 

오자서와 손무의 만남

 

여기 오자서의 증언이 펼쳐진다. 오자서가 손자병법을 읽고 눈이 떠진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자서와 손무의 만남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이날 오자서는 손무의 병법서를 읽고 눈앞이 환해진 경험을 했다. 그 뒤 틈날 때마다 손무를 찾아와 담소하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역사에 밝은 오자서가 먼저 초나라 등 각국 역대 제후들의 이야기를 하면, 거기에 맞춰 손무가 나라 간 전쟁사를 풀어 놓았다. 전적지를 돌며 그려 놓은 지도와, 각 전쟁마다 동원된 전략도 곁들여가며(196)

 

저자는 다시 오자서와 손무의 차원을 비교하며 이렇게 평가한다.

 

오자서도 누구 못지 않은 전략가였지만 손무는 차원이 달랐다. 오자서가 전쟁 중심이라면 손무는 전쟁 이전과 그 뒤에 미칠 여파까지 조망할 줄 알았다. 전체와 부분을 번갈아 보며 전쟁 현장을 조율할 줄 알았던 것이다. (196)

 

손자병법은 책상물림이 쓴 책이 아니다.

 

이 책에는 손무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 서적들, 전적지가 있다.

손무는 그저 책상물림이 아니다.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 병법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 것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한 수많은 책을 읽고, 전적지를 돌아다니면서 그야말로 발로 쓴 병법이 <손자병법>인 것이다,

 

해서 <손자병법>은 살아있는 병법서이다. <손자병법>은 실전에 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병법은 고전에 속한다, 고전에 속할뿐더러 동양에서도 또한 서양에서도 통하는 고전중의 고전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 고사성어

 

소강상태(小康狀態) (40)

 

태강(太康)왕 때 시작한 혼란은 소강(小康)왕 때에야 겨우 안정되었다. 여기서 소강상태라는 말이 나왔다.

 

혼란이 잦아진 때의 임금 이름이 하필이면 소강(小康)이었는지! 그래서 여태까지 소강상태라는 말에 소강이라는 인물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먼저 앞장에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중국 역사를 이해하고 그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적을 살펴보는 데 아주 적절한 소개글이니, 책의 본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부록으로 <손자병법> 13편과 해석을 같이 싣고 있어, 본문의 내용과 <손자병법>의 내용을 같이 살펴볼 수 있다. 해서 본문의 내용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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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의 역사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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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의 역사

 

사건은 일어났고, 사람이 죽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야말로 쥐도새도, 물론 어떤 때는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에서, 사람이 죽었다.

암살이다.

그런 암살, 과연 어떻게 누가, , 무엇 때문에 사람을 죽인 것일까?

 

그런 암살 사건들을 파헤치고 싶은 저자의 열망이 이 책에 담겨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10 , 세계사 차원의 다른 나라에서 10 , 해서 모두 20 건의 암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중 그 동안에 궁금했던, 그래서 무척 알고 싶었던 건이 여러 건 보인다.

그래서 이 책 가치가 있다, 궁금한 것들이 많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먼저 어떤 사건들이 있을까, 우선 암살의 대상 인물부터 소개한다.

 

(한국사)

고려 시대 혜종, 공민왕

조선 시대 문종, 소현세자, 경종, 정조, 고종

현대 김구, 장준하, 박정희

 

(세계사)

미국 : 링컨, 케네디. 마틴 루터 킹, 레이건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 페르디난트

러시아 (소련) : 라스푸틴, 트로츠키,

독일 : 히틀러,

인도 : 간디

이집트 : 사다트

 

면면을 훑어보니 벌써 그들의 암살을 통해 어떻게 역사가 바뀌어 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도 하고, 한 나라의 역사가 바뀌기도 한 굵직한 사건들이다.

그런만큼 그런 사건의 발단과 경과, 그리고 그 후 사건의 진행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가장 궁금한 것을 꼽으라면 우리나라 역사에서 박정의 유신 치하에서 일어난 <장준하 암살설>이다. 이것을 암살설이라 표현한 것이 벌써 무언가 말해주고 있다. 사건의 진상이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준하 암살설 : 그날 약사봉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1975817, 약사봉에서 사람 한 명이 죽었다.

일단 실족사로 추정되는 죽음이었다. 시체로 발견된 사람은 당시 유신 치하에서 박정희 정권에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던 장준하였다.

 

장준하가 약사봉을 등산하다가 실족하여 추락사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단서는 오직 유일한 동행자였던 김용환의 진술이 전부였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한참 후인 2002,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에서 몇 가지 특기할만한 사항이 나오긴 했지만, 결론은 역시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다.

추락사는 아닌 게 분명하고 사실상 암살로 보임에도 진상 규명 불능이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149)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몇 년 세월이 지난 2012년 폭우로 인해 장준하 묘소를 이장하게 되었는데, 이장시 유골을 검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장준하의 사망원인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게 되었다. 그래서 장준하 선생 사인 진상 조사 공동위원회에서 재조사에 들어갔는데, 위원회는 장준하 사망원인을 타살 후 추락으로 결론지었다. (150)

 

그래도 누가, 어떻게, 왜 등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해서 저자는 이에 대하여 이렇게 마무리말을 적었다.

 

의문점들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진 앞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50)

 

대부분의 암살 사건, 진상 규명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장준하 암살 사건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암살 사건은 진상규명이 어렵다.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야 선후가 분명하게 밝혀지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역사에 확실하게 누가, 언제그랬는지가 확실하게 알려진 사건조차도 , 무엇 때문에등등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사건이 있으니 말이다. 바로 박정희 암살 사건이 그것이다.

 

그래도 역사는 기록한다, 암살의 역사를

 

그렇게 속시원하게 암살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적을지라도 그런 사건의 기록은 역사에 분명 남아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역사는 미진하나마 그 실체를 그려놓고 있는 것이다.

 

고려 시대 혜종, 공민왕

조선 시대 문종, 소현세자, 경종, 정조, 고종

 

이런 암살()의 기록은 어떤 형태로든 남아서 후세에 교훈을 주고 있다.

 

다시 이 책은?

 

그런 암살()의 기록이 남아있기에 이 책도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의미는 그래서 크다.

 

암살의 실체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이런 책을 통하여 역사에 그런 사건이 있었음을 상키시켜주는 것이다. 죽어간 사람들이 자신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이 책은 그들의 죽음 너머에 있는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려는 마음 가지고 읽어야 한다.

그래서 암살의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도록,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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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홍성미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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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

 

먼저 이 책의 제목인 아홉 단어는 어떤 의미인가?

 

여기 네 명의 작가가 있다. 그들이 몇 가지 사항에 대하여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 단어를 생각하고, 살펴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적어놓은 것이다.

 

그 아홉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나이 - 시간은 너를 기다려 주지 않아

2 무식 - 몰랐거나, 넘치게 아는 척 했거나

3 터닝포인트 - 인생이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4 인연 - 시절인연, 우주 속에서 두 마디 이상 나눠 본 사람

5 센 척 - 이제 힘 좀 빼고 살아요 우리

6 첫 경험 - ‘처음이라는 것이 주는 특별함

7 고백 -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

8 인생 명언 - 내가 이토록 열심히 살아낼 수 있었던 건

9 좋아하는 것 - 그러네, 나 이거 좋아했네

 

그러니까 네 명의 작가가 9개의 단어에 관해 느낀 점을 적었으니 모두 36개의 글이 들어있는 것이다.

 

첫째, 같은 단어 같은 주제를 두고 네 명의 작가들은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맞다. 사람이 다르고 살아온 길이 다르다. 또한 생각이 다르니 결국 다른 글을,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의미있다.

 

, 같은 주제를 대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주제에 대하여 어떤 작가는 아주 멀리에서 시작하는가 하면, 어떤 작가는 바로 문 앞에서 시작하고 또 다른 작가는 방안에 들어와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을 읽으면서 다양함을 경험하게 된다.

 

둘째, 그들의 인생이 모두 존경스럽다.

 

작가 네 명의 경력을 살펴보니, 모두다 십여년 이상 강사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이르기까지, 강사로 또한 주부로 엄마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경력을 유지한다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꾸준하게 경력을 이어가는 모습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인생을 관조하면서 맡은 바 강사 일을 수행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서 읽는 독자로서 존경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

 

셋째, 여기에서 를 발견하다.

 

저자들이 본인들을 살펴보면서 한 말 중에 뜻밖에 나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말 말이다.

 

나 자신을 한 단어로 비유하는 것은 어렵지만, 허술한 점을 이야기해 보라면 하루를 세어도 모자라다. (213)

 

씨앗, 너무 애쓰지 마, 너는 본디 꽃이 될 운명이니.”

그런데 개뿔, 애를 쓰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봤자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더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25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사람들은 흔히 나이를 먹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이 포기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한다. - 미국 정치가 시어도어 프랜시스 그린 (185)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244)

 

다시, 이 책은?

 

이 책, <아홉 단어 앞뒤 다른 그녀들이 들려주는 이끄는 삶에 관한 아홉 가지 이야기>를 읽고나니, 나도 그렇게 아홉 개의 단어를 붙들고 기록하고 싶어진다.

글을 읽으면서 나의 경우를 대입하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게 되는 글들이 많다.

 

그런 것을 편집자는 예상했는지, 각 단어의 끝 글 뒤에 < [◇△]에 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다.

 

그 아홉 개의 단어가 우리가 인생을 되돌아보는데 아주 좋은 의미를 건네주는 단어가 아닐까. 그런 단어를 화두삼아 이 책을 읽으면서 를 되돌아보면 어떨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주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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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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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 이야기는 힘이 있다.

 

지금 21세기의 우리에게, 동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동화를 읽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질문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볼 일이다.

 

먼저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각 장의 타이틀을 살펴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1장 쌍년이 되는 건 해법이 아니다

2장 소년이 걸어야 하는 자기 몫의 황무지

3장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는 여자

4장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갈까?

5장 탑에서 나와 광야를 걷는 여자

6장 자식은 죽여도 아버지는 못 죽인다

7장 백설공주 계모 왕비의 거울 뒤, 그놈 목소리

8장 이제는 인간으로 변신할 시간

9장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10장 뜨개질하는 여자를 두려워하라

 

타이틀만 읽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일단 생각해 본 다음에 본문을 읽어본다면, 이 책의 진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글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것, 알게 된다.

 

모티프(motif)라는 개념으로 이야기의 줄기를 잡아간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 작품에 거듭해서 등장하는 이야기의 줄기를 모티프(motif)라고 한다.

예컨대, ‘곤경에 처한 아가씨모티프가 그런 것이다. (76)

 

이 책에 등장하는 모티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셋 중에 하나 고르기 모티프 (78)

용에게 잡혀가는 공부 모티프 (109)

탑에 갇힌 공주 모티프 (109)

닫힌 정원 모티프 (120)

살부(殺父) 모티프 (145)

 

 

메타 픽션:

 

책 속의 주인공이 자신이 이야기 속의 존재임을 알고 이야기 밖으로 나가기도 하는 기법을 메타 픽션이라 한다. (98)

 

캠벨의 말에 이의 있다고 한 여성, 모린 머독

 

저자는 조지프 캠벨과 모린 머독의 대화를 소개한다.

 

모린 머독은 젊은 시절에 캠벨에게 물었다한다.

여성은 삶에서 어떤 여정(journey)을 떠나야 하나요?”

 

조지프 캠벨이 영웅의 조건으로 영웅의 여정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캠벨은 말하길, 여자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 남자들이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거치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동안, 여성들은 남자를 기다리는 고정된 좌표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40)

 

사실 그렇다. 지금까지 읽었던 영웅담의 여성들은 모두 그랬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20년 동안 그의 아내 페넬로페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밖에도 무수한 남성 영웅들의 애인, 또는 아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정 없는 삶을 살아가는 여성은 그러면 영웅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모린 머독의 의문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의문의 결과 머독은 여성 영웅의 탄생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를 썼다.

 

이런 내용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한다.

 

여성은 영웅이 되는 여정을 걷지 않는다니. 소유하고 싸우고 쟁취하며 트로피를 얻는 여정만이 여성의 여정이라면, 캠벨이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의미의 여정도 있다. 바로 치유와 회복의 길이다. 여성들은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숲으로 여정을 떠난다. 치유는 단순히 고통이 사라지는 거라면, 회복은 지위와 자존감을 공고히 하는 행위다. 여성들은 회복의 서사를 자아내는 영웅의 여정을 걸으면 된다. 부디 천 개의 바람을 쐬며 천 개의 얼굴을 모두 풀어내는 충만한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41)

 

그리스 신화의 해석 포인트

 

그리스 로마 신화를 나름 열심히 읽어왔다. 그 중에 신들 간의 전쟁, 그리고 신의 결혼 등 인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 생길법한 사건들이 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 책에서 그 해석의 포인트를 얻게 된다.

 

제우스가 메티스를 잡아먹어서 아테나가 태어났다는 이야기는, 가부장 신을 모시는 지배 부족에 지혜의 여신을 모시는 부족이 흡수, 통합되면서 그 신의 딸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그리스 사회가 가부장적인 사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하기도 하다. 가부장 신화로 흡수된 여신은 딸인 신이 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복종과 피지배의 모습을 철저히 드러내야 한다. 제우스의 아들 중 하나인 젊은 남자를 보내 메두사를 죽이고 안드로메다를 구하는 이야기는 바가 바로 이런 뜻이다. (89~90)

 

디오니소스와 마이나데스 (107) :

 

디오니소스를 쫓아다니던 광녀 마이나데스는 여성에 잠재된 힘, 억눌려 있다가 술의 힘을 빌려 비로소 전면에 부상하는 광폭한 힘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에서는 드러낼 수 없는 얼굴이라 아웃 사이더가 되어 광야로 쫓겨난 존재다.

 

이런 그림 살펴보자.

 

에드워드 번존스

자신이 갇힐 청동탑이 지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다나에를 그렸다. (118)

 

청동탑을 바라보고 있는 다나에.


 

그렇게 다나에를 청동탑에 가둬두었지만, 제우스는 황금비로 변신하여 틈입하고,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이런 신화의 이야기는 신화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다시 동화의 이야기로 변주된다.

바로 라푼젤 이야기.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두려움이 그 사람을 정의한다. (199)

 

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게 새긴 글은 바로 이것이다.

두려움이 그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 혹은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알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는 두려움만이 아니라 증오 혹은 미움에도 해당된다.

 

이야기는 힘이 있다.

 

이야기는 힘이 있다. 저자는 그 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입에서 입으로만 비밀을 전할 수 있던 시대가 가고, 여자들도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이 시대에 다시 쓰인 이야기는 왜 여자들이 글을 써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216)

 

이 말을 다시 이런 말과 연결해서 읽어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여성들은 여러 얼굴 중 극히 일부만 내보일 수 있고 나머지는 억압해야 했기에, 여성성은 왜곡되고 분열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여성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풀어낸다.

 

이야기가 압제의 수단이 되었기에 그 매듭 역시 이야기로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들이 말과 글을 전유했던 시대를 지난 지금, 이 이야기들을 소환해서 다시 써야 한다. (107)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다시 써져야 하며, 이제 다른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가 읽어왔던 이야기들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확실하게 알게 해주고 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에 이야기의 힘은 더욱 강력했다.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빚어가고, 동시에 다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드러낸다. 이야기밖에 못 한다며 무력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가장 오래가고 근본적인 변화의 힘이 아닐까 (9)

 

그런데 이야기가 그저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이야기, 적어도 여기 소개되고 있는 이야기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의 힘있음을 독자들은 새롭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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