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히가시다 나오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스스로 고장 난 로봇이라고 말을 한다.
23세의 중증 자폐성 장애를 가진 히가시다 나오키는 자신을 그렇게 말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행동과 말에 자폐증을 가진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폐증을 가진, 그것에 의해 표현되는 겉모습을 보기만 할 뿐 그것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장애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레인맨>이나 <말아톤>같은 영화에서 비치는 자폐증상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래도 한편으로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그 소질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반드시 있어야 하겠지만) 이들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곤 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라는 책을 펼칠 때만 해도 저자 히가시다 나오키 역시 그런 천부성을 가진 이들 중의 한 명이겠구나라는 생각부터 하지만, 글을 읽어갈수록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인 저 역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의 저자 히가시다 나오키는 남들과 대화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괴성이거나 외침, 의미 없는 중얼거림이 전부입니다. 평소에도 보이는 집착적인 행동이나 깡충깡충 뛰는 모습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자폐인의 언행을 수수께끼처럼 오리무중이고 때론 기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는 자신이 일으키는 상황을 두고 어떤 생각을 할까?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의미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그는 이 사회에서 있을 곳이 없다고 말한다.
마치 드넓은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처럼 이 세상을 떠돌고 있다고 말한다.
이성으로 감성을 통제하고 대화로 생각을 전달하는 현대 사회에서, 저자는 어떤 느낌을 가지고 살아갈까?
나는 발을 잘못 들이민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낍니다. 사람들 누에 내가 어떻게 비칠지, 그런 상상만 해도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집니다. 내가 안고 있는 마음의 어둠은 어떤 마법을 걸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히가시다 나오키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아 글자판을 가리키며 의사소통을 하는 법을 사용한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통제가 되지 않는 현실에서 그는 글자판을 짚어가면서 글을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한다.
자신의 독특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함을 저자는 알고 있다. 외롭고 슬픈 눈물을 많이 흘릴 때도 있지만 세상은 모순과 수많은 개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내일이 있다고 말한다.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혀 나가면 더불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아주 복잡합니다. 이해한다고 해서 다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옳음이 늘 세상을 움직이지는 않으니까요. 이 사회는 수많은 살마의 의견과 갖가지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폐인의 시선은 평범한 사람들과 분명 다르다.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과 이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성향이라면, 이들의 세계는 그보다는 조금 더 자유로움이 있다고 해야 할까? 이성보다는 감성과 생각보다는 느낌이 먼저인 것을 표현하는 듯하다.
파란 하늘, 물, 언어, 음악...
히가시다 나오키는 이런 단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들의 세계를 좀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들이 틀렸다'가 아닌 '그들은 조금 다르다'를 익히게 되는 순간을 접한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울고 싶어지는 기분은 집착적인 행동을 할 때의 기분과 다소 비슷합니다. 외롭고 애달파 어쩔줄 모르겠는데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물속에서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고요하고 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살아 있기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실감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나를 속박하는 것 하나 없고, 시간마저 초월한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도 있지만, 이성이라는 생각 아래 무심히 넘어갔던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도 어루만지게 된다.
괴로움과 슬픔 앞에서 대처하는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그렇게 나의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적이 있을까.
말을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말을 걸지 않거나,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을 보듯합니다.... 말을 걸어주면 그에 답하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장애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대답할 수 없기에 더욱이 말을 걸어주었으면 합니다.
장애를 가진 이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때론 장애가 없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잘난 척을 했던 적은 있어도,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자체의 눈빛을 나는 해본 적이 있을까?
여러분은 할 수 있는 것을, 나는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몇 번이나 나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이 문장 하나에 모든 느낌이 함축된다. 우리는 아주 쉽게 여기던 일을 그들은 참 힘들게 하나씩 배워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저 그들은 약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보호를 해야 한다고, 양보를 해야 한다고만 여겼지 그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때론 어떤 좌절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본 적이 없다.
나의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것은 나 자신이 가장 잘 압니다. 나는 나를 위해 살기로 했습니다.
히가시다 나오키는 내일이 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내 맘 같지 않는 행동과 말로 지적을 받는 날도 많고, 그것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화를 내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 규범을 지켜야 하는 것을 히가시다는 그냥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반복하고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해도 제어가 되지 않는 자신 때문에 주의를 받는 날이 많다. 하지만 히가시다는 오늘과 다른 내일이 옴을 말한다.
내일에 희망을 거는 것이 아니라 오늘 고치지 못한 것을 내일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히가시다 나오키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소리를 지르던, 이야기를 하다가 바닥에 드러눕던 그것은 '히가시다 나오키'라는 점이다.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않는 부부을 연습하고 지적당하고 또 연습하는 반복을 해야 하지만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임을,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시작하는 내일이 있음을 떠올리고 있다.
감성에 자유롭기 때문에 어쩌면 히가시다 나오키의 글들이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느끼는 생각과 세상 속에 있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분명 우리도 스치고 느꼈을 텐데 왜 그것을 그의 글을 통해 새롭게 맞이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그들의 불필요한 행위나 표현을 보고 외계인이라고 선을 그을 수도 있다. 입으로는 그들을 들여다보자고 하면서도 감성적으로는 나와 별개의 사람들이라고 경계를 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를 읽으면서 그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의 생각도 보게 된다.
자연은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에게 평등합니다. 그 점이 내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정답이다. 누가 먼저이고, 누구를 도와준다라는 생각을 접게 한다. 내 방식의 언어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그냥' 들으면 된다. 그들이 내는 이상한 소리와 부산한 움직임, 그리고 때로는 우리에게 짜증만 불러일으키는 불필요한 행위가 그들의 언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우리가 익힌 언어는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이 우선이었다고 하면 그들의 언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일방적인 것임을 알면 된다.
어떤 모습의 나도 나 자신입니다.
내가 나를 인정한다는 것, 내가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본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그 사람 자체로 본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오해와 선입견부터 가지게 된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선부터 긋고, 그를 판단하게 되고, 자폐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보기만 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를 읽으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인종, 수많은 언어, 그리고 수많은 생활 방식을 문화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면 이해하려고 하면서, 장애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보통 사람보다 못한'이라는 선입견을 먼저 달고 있지 않는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산다는 것, 세상의 아름다움을 본다는 것, 그리고 누구와도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손을 내밀어서 도와줄 자신이 없다면, 그들이 말하는 세계를 들여다볼 수는 있지 않을까?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남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싫어짐을 글로 이겨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