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이 푸른도서관 19
한석청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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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고구려는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대를 지배하던 강한 민족이었다. '주몽'이라는 드라마로 고구려의 강한 기상과 패기를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강했던 고구려가 망한 시점도 있다.

 

『바람의 아이』는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게 망하고, 당나라의 지배를 받아 많은 고구려 민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동화이다.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많은 책을 통해 독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람의 아이』의 주인공은 이런 설움을 가진 예맥족 슬이, 백산 말갈족 미루, 흑수 말갈족 퉁개 이 세 사람이다. 이 세 명의 아이를 통해 나라를 재건하려는 고구려 유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당나라 군사들을 피해 가족과 헤어지게 된 슬이가 우연히 주금도사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모두 부족은 다르지만, 고구려의 유민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슬이와 미루, 퉁개는 의형제로 살아간다.

머물 곳도 편치않는 곳에서 궁색하지만 주금도사 곁에서 세 아이는 곧게 성장한다. 어느 날 산적으로 주금도사앞에 나타난 아금치 대장의 등장으로 고구려 유민의 구출을 도와주고, 그들을 위해 군사를 모으기 시작하게 된다.

 

『바람의 아이』는 철기시대의 강력한 국가였던 고구려의 패망부터 다시 부흥하는 시점의 기간을 배경으로 하는 동화이다. 당시 부족이 멸망한다는 것, 나라가 멸망한다는 것은 노예의 생활과 연결되었다. 못 먹고, 못 입고, 힘든 노동만이 있는 노예생활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속에는 같은 민족이라는 끈이 이어져 있었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다시 일어나려는 용감한 이들이 있었다. 슬이와 미루, 퉁개는 어린아이들이지만, 돌림병이나 피난으로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이지만 가슴 속 깊이 묻혀 있는 고구려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드라마로 알게 된 고구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뿌리를 지키기 위해 당나라군과 맞서 싸우던 고구려 유민의 용감함도 떠올려 봄이 어떨까?

오랜 시간, 고된 노예 생활을 하는 중에도 나라를 세우기 위해 용감함을 보였던 세 아이를 보면서 독자들도 그 용기를 이어받으면 어떨까?

생소한 고구려 유민의 배경이겠지만 그 속에 담긴 나의 민족, 나의 국가에 대한 용감함을 어린이 독자들이 고스란히 전해 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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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 -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화의 진실
볼프강 코른 지음, 이수영 옮김, 김은혜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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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절대 아니었다! 빨간색 인조 양털 조끼는 어린 소녀들이나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바이에른 뮌헨 킴의 축구 팬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나처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팀을 응원하는 냉철한 학술 전문 기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라고 작가의 빨간색 양털 조끼에 대한 반론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시청하던 TV의 한 프로에서 얼마 전 헌옷 수거함에 넣었던 빨간 양털 조끼를 입은 아프리카 난민을 보게 된 작가는 자신이 사는 독일에서 어떻게 저 먼 아프리카까지 저 조끼가 갔을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독자들은 빨간 양털 조끼가 자신의 손안에 들어오는 과정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됩니다.

 

인조 양털 섬유를 만들기 위해 석유 부국 두바이에서 원유가 들어옵니다. 땅속 깊이 묻혀 있는 석유화합물은 2억 년에서 9억 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지구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석유 화합물을 뽑아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작업을 합니다. 채굴 현장, 중간 저장실로 옮기는 송유관, 저압 탱크에서의 작업등을 통해 우리가 쓰는 석유를 뽑아냅니다. 유조선에 실린 석유는 방글라데시를 향합니다. 독한 화합물 사이에서 원단을 뽑아내는 일은 사람들이 합니다. 적은 임금이고, 혹독한 노동이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는 몸이 아파도, 다쳐도, 노동력의 대가가 터무니없이 싸더라도 묵묵히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원단을 갖고 어마어마한 수출량을 맞추기 위해 또 다른 노동자들은 식사 시간도, 용변 시간도 자유롭지 못한 열악한 환경을 견디면서 재봉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시간에 쫓기고,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얼룩진 옷들은 느릿느릿 다른 세계를 향합니다. 유럽의 독일을 비롯한 여러 곳으로 말입니다.

 

독일의 물류센터에 도착한 빨간 양털 조끼는 사실 주문서에는 없던 제품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을까요? 『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은 두바이를 거쳐 방글라데시에서 옷이 나오고 독일에서 판매되기까지의 긴 여정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독일에서 빨간 양털 조끼를 사입었는데 왜 사막의 나라 두바이가 나오고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이 등장하고 운송수단인 배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요? 이는 바로 세계화의 물결 때문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하나이면서 둘인 공존하는 관계입니다.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싼 노동력, 더 싼 유통로를 찾고, 개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욱 부를 축적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빨간 양털 조끼가 있다면 입다 버린 헌옷을 수입하는 가난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옷을 입고 망망대해를 목숨 걸고 건너는 이들도 있습니다.

빨간 양털 조끼가 보여주는 것이 경제 흐름에만 있지 않습니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은 세계화와 공정무역에 대해 어린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저자의 손에 있다가 우연히 아프리카 난민이 입게 된 빨간 양털 조끼를 통해 광범위하지만 일목요연하게 적어가고 있는 그런 책입니다. 그저 지구의 여러 나라가 하나처럼 움직인다는 간단한 말로 표현하기에는 세계화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서구화된 세계화는 다른 이면에 있는 열악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계화'란 무엇일까요?

세계화란 국가 간의 필요에 의해 단일한 사회 체제로 나아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국가나 지역 간 존재하는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해 일종의 단일 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계화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서로 상호 관계가 되고, 공통적인 관심사를 두게 되는 장점도 있지만 국가 간, 개인 간의 빈부격차가 심하고, 자신들의 고유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잃게 되고, 서구화를 의미하는 세계화를 통해 인종 간의 갈등과 차별, 그리고 지구환경 파괴, 생태계 훼손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무역정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인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바로 세계화를 통해 인식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세계화는 빈부의 격차를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국가 간에도 적용되는데 이를 바로 잡고자 '공정무역'을 진행하게 됩니다. 못사는 나라에 돈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고 공정한 거래를 통해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무역 방식이랍니다.

 

어려운가요?

사실 '세계화'와 '공정무역'은 무척 복잡한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엔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다고 세계의 변화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후에 '공정무역'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죠.

 

『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은 독일 뮌헨국제청소년도서관에서 선정하는 <화이트 레이븐스> 2009 우수청소년도서 수상, 세계 평화에 기여한 우수 청소년 도서에게 주는 "구스타프 하이네만 평화상" 2009 노미네이트 된 도서입니다.

『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은 경제와 세계화에 대해 아주 정확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 독자들이 경제와 무역에 대한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 공정무역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랍니다.

세계는 하나라는 모토아래 숨겨진 세계화의 이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빨간 양털 조끼의 세계 여행』을 읽으면서 세계화에 대한 어려움을 조금 더 풀어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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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 - 개정판,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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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옛날이야기처럼 그저 읽히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광복절'의 의미 역시 그저 국경일의 하나라는 것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 아닐까 싶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현실을, 나라를 빼앗기고, 주권을 빼앗기고, 그리고 조선말과 조선 이름을 빼앗겼던 그때의 생활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과의 과거 청산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는 지금. 우리 아이들은 그때의 암울했던 이야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고난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동화책 『마사코의 질문』을 읽었습니다.

어른들만 나라 잃은 설움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밝게 커야 하는 아이들도 일제의 횡포 앞에서는 힘없는 조선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마사코의 질문』에는 모두 9편의 동화가 있습니다.

<꽃잎으로 쓴 글자> <방구아저씨>는 나라도 빼앗기고 글도 빼앗기고 말도 빼앗긴 서글픈 조선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조차 조선말을 쓰지 못하게 서로 감시하게 하는 일본인 선생님과 죽은 아내를 위해 고이 만든 과목장까지 빼앗으려는 일본인의 악랄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일본인은 어린 여학생까지 동원해 위안부를 시켰습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일본으로 끌고 가 짐승보다 더 못한 만행을 저지릅니다. <잠들어야 새야>는 엄마의 품속에서 작디작은 새로 포근하게 안기는 한 소녀의 슬픈 여정이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서처럼 일본군은 조선인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였습니다. 좁고 냄새나고 어두운 감옥에서 죽어갔을 수많은 젊은이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그리고 또 얼마나 조선의 독립을 간절히 원했을까요?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후의 일본은 모두 미쳤습니다.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일본인과 조선인들은 서로 죽이려 한다고 하면서 칼을 겨누고 맙니다. <꽃을 먹는 아이들>은 조선인, 한국인 할 것 없이 서로 죽고 죽이는 처절하고 끔찍한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무런 죄없이 지진이라는 무서움으로 다치고, 가족을 잃고,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조선인이지만 조선인을 거부했던 조선인도 있습니다. <남작의 아들>은 조선인이면서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칩니다만, 조선인은 변할 수 없는 핏줄입니다.

 

짧은 동화 하나하나 가슴 저린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내 나라가 없다는 것, 내 나라의 말이 없다는 것 지금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조선인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도 우리말, 우리의 정신을 꼿꼿하게 지키려고 했습니다. 목숨까지 바치면서 말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일본은 히로시마라는 아픔을 갖고 삽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미국에 당했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궁금합니다. 일본이 아무런 해코지도 않았는데 미국이 이유 없이 폭탄을 떨어뜨렸을까요? 물어보는 아이의 질문에 할머니는 궁색한 변명만 합니다. <마사코의 질문>처럼 일본인들이 과거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나의 어머니가 겪었던 일제 강점기는 4-5살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나 역시도 일제 강점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뉴스를 통해 얻게 되는 그리고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지식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마사코의 질문』을 읽으면서 분명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의 핏줄, 조선의 정신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이지만 글 속에서 만나는 조선인들이 겪었던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 조선의 핏줄이라는 것입니다.

 

『마사코의 질문』저자 손연자 선생님은 '제33회 종아동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화가 수록되기도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어린이들도 조선의 핏줄을 고스란히, 그리고 당당하게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일본과 청산해야 할 많은 일이 남았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조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조선의 정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그 시절, 강점기 시절, 조선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모든 조선인의 간절함을 제대로 알았으면 합니다. 이것만이 남아 있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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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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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과 한적한 정취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옛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처럼 자연과 함께 걷는 길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객에겐 필수 코스로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이처럼 흙과 함께 숨 쉬는 유명한 길, 발로 걷는 여행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빠른 현대의 시간에 질려버린 내면에 갖고 있던 느림의 철학을 일깨워준다는 데 있지 않을까?

흙이 살아 숨쉬는 무공해의 자연길을 걸으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

 

흙과 함께, 자연과 함께, 그리고 더불어 시간과 함께 여행하는 길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스페인의 유명한 '카미노 데 산티아고' , 긴 여정과 함께 하는 소박함과 길 위에 남겨진 역사와 전통,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깊은 정서를 전해주는 여행서인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바로 그 책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스페인식 이름은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을 작가의 눈을 따라, 발을 따라 함께 걸어본다.

 

세스 노터봄은 어떤 작가인가.

그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현대 작가로 노벨상 후보에 자주 거론되어 온 소설가이며 시인이다. 에세이와 희곡, 평론, 샹송 작사와 번역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글을 두러 써 온 노터봄이지만 무엇보다 여행기를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소설보다는 여행기를 더 많이 내는 작가로 전 세계 구석구석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여행지의 유명한 장소보다는 남들이 무덤덤하게 지나쳤을 시간의 여행지, 격동의 역사를 가진, 세상의 본질을 안고 있는 그런 곳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를 향한 호평에도 정작 나는 5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은 사실 부담스럽다.

유명한 순례길의 소소한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두껍다. 또한, 좁은 식견으로 판단되는 종교적 색을 담은 책이 아닐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독서를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와 문학에 대한 우둔함이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장면마다 만나는 산티아고의 숨은 아름다움과 그들이 가진 오랜 역사의 진함을 느끼면서 책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차근차근 읽게 한다. 기존에 보던 여행서와는 전혀 다른 책이다.

중세의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는 이야기꾼과 함께하는 것 같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행서라는 장르로 구분하기에는 아깝다. 곳곳에 나타나는 재미있는 역사와 미술에 대한 안목이 뛰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티아고를 향한 공간적인 여행과 함께 중세부터 이어져온 시간 여행까지 함께 동반하고 있다. 성 베네딕투스, 바스크 분리주의자, 이사벨라 여왕의 이야기등을 통해 여행길에서 만나는 요새와 성과 수도원에 숨어있는 역사와 전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보여준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한적함을 찾아 숨어있는 샛길로 찾아들어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큰 길을 멀리하고, 시간의 여유만 있는 나그네들이 찾아가는 그런 오솔길, 성곽의 둘레길, 이름없는 마을의 한적한 길을 따라 나선다. 독자들은 마치 우리의 한적한 시골길을 함께 걷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미술이 있고, 건축이 있다. 예술이 있다. 희귀서를 들고 샛길만 찾아다니는 괴짜인 그는 로마네스크 건축과 바로크 미술에 취한 방랑객이란 수식어처럼 오랜 세월 풍파에 견디고 버티어온 건축물과 미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베루엘라 수도원의 십자궁륭 천장과 부르고스 대성당, 알카사르 성을 마치 눈앞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페인과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문외한의 독자들에게는 노터봄이 풀어놓는 스페인의 이야기가 무척 광범위하게 보인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받는 곳으로 유럽인들의 최고 휴양지인 스페인만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오랜 역사와 함께 변화무쌍하던 또다른 역사기행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흑백으로나마 사진과 함께 하고 있어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현대인의 요구가 충족되게 컬러판 사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행서라고 간단하게 소개하고 후딱 읽어버리기에는 아쉽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중세의 스페인을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아하~그때의 아리송하던 문화가 바로 이것이구나..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책이다.

때문에 역사와 함께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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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무조건 즐겁게 (특별부록 : 이크종 캐릭터 수첩) - 뭘 좀 아는 이크종의 백수지향인생
이크종(임익종) 글.그림.사진 / 예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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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의 대열에 앞으로 나란히~를 외쳐야 하는 의무를 가진 젊은이들이여~

과연 그대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의 직업을 때려치울 수 있는가?

 

거창하냐고?

뭐..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은 거창하게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외쳐보고~!! 싶다.

 

대학을 졸업해서 자유를 만끽해보고, 월급(내가 다닐 때는 연봉 개념이 아니었으니깐)이나 복리후생이 적당한 회사에도 다녀보고, 결혼도 해보고, 나름 고상한 취미생활도 해봤다.

하지만, 정작 내가 못해본 것은..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맘 놓고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가식적인 외투도 훌훌 털어버리고, 어느 날은 기상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이불과 한몸이 되어보고, 또 어느 날은 전날 필름이 끊어지도록 친구와의 고성방가도 해보면 좋으련만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해보고 아이 낳고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그래요, 무조건 즐겁게!』는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프리랜서로 천방지축, 자유만빵, 외로운 싱글의 생활을 이어가는 이크종이란 작가가 풀어놓은 일상을 그린 웹툰이다.

백수는 아니지만 100% 백수지향인생을 담은 이크종이라는 캐릭터의 면모를 천하에 고하는 책이다.

이 나이에~중학생 두 녀석을 키우는 내가~ 이 책을 끌어안고 소파 위에서 키득대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지..

정말 재미있다. 히야~이래서 젊음이라는 것이 좋다.

팬티만 입고 자기의 주거공간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반경 내에서 종종걸음으로 부지런히..그리고 바쁘게..때론 정신없게..그리고 때론 자존심 강하게 살아가는 캐릭터는 오래전 잊었던 젊은 시절, 내가 하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덜 벌어도, 남들보다 조금 덜 챙겨도,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덜 전진해도 웃는다는 것, 즐겁다는 것 앞에서는 문제 될 것이 없단다.

 

난 이크종의 쾌변만으로도 그의 속이 얼마나 편함을 추구하는지...ㅎㅎ말하고 싶다.

1일 1쾌변, 2샤?? ㅎㅎ정말 획기적인 표현이다.

난 1일 1쾌변이 어렵거덩..뭐..이래저래 진찰을 받아보니 신경을 많이 쓰는 것도 원인이라네.

잘 먹고 잘 싸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이고, 이것이 신체의..감정의 고달픔이 조금은 덜하다는 거 아닐까?

 

나도 젊은이였던 시절이 있는데. 이젠 이 젊은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키득대고..아하~요즘 젊은이들이 이렇구나..라는 말을 내뱉으니..참..세월이 그렇다~

아..그런데~

글씨는 좀 크게 해줬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젊은이의 생각을 갖고 사는 40대 아줌마가 보기엔 글씨가 넘 작다.

나도 컴 들여다보고 일하느라 시력이 안좋아진단 말이지..절대로 노안이 아니고~!!

 

그래~

무조건 즐겁게 살아보자..

까짓것 팬티만 입고 쫄래쫄래 다니는 이크종도 있잖아?

때론 게으름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솔직히 부러울때도 있잖아?

잠시의 웃음으로 잠시의 휴식을 가져보는 시간을 받아 탱큐베리마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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