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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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6일>

* 서른의 반격 by 손원평 - 이 시대를 살아나가는 이들의 치열한 외침

* 평점 : ★★★★

* 실제 읽은 날 : 2018.02.08


전체적으로 사회가 우울하다.

전 세계적으로 크고, 더 큰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의 한 면들을 장식한다.

자연 재해로 인해 피해, 테러 및 총격으로 인한 사건, 거기에 요즘은 음지에 숨어있었던 고질적 문제인 갑들의 성에 관한 문제등등..

어느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가끔 생각해본다.

나 어렸을 적, 세상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덜 발전이 되었던 그때가 더 행복했을까?

모든 것이 편리로 갖춰지고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한건가? 라는..

내 행복의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행복에 궁금증이 일었다.

과연 그때는 좋았다,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어느 시대에서건 우리는 언제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삶의 본질에 대해, 사회의 흐름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당연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함을

옳음을 옳다고 여기지 못함을 말할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움직임이나 그 미묘한 움직임을 하기 위해 스스로에겐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정답은 없다.

단지 고민하는 동안 사회가 끊임없이 진화하길 바랄 뿐이다.


(P. 100) 나 아줌마들이 애 낳고 힘들단 뻔한 소리 하는 거 정말 듣기 싫었거든. 근데 그 힘듦의 본질을 깨달았어. 그냥 육체가 힘들고 잠을 못 자서가 아니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화장실 가는 그 몇 초, 밥 한 숟갈 목구멍 넘기는 그 순간. 냉장고 문 열고 물 한 번 마시는 그 잠깐. 그런 순간조차 좌절돼.

(P. 103) "너는 시간 많아서 좋겠다. 너만 생각할 시간."

좋겠다, 같은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너는 애도 있고 집도 있고 돈 벌어다주는 남편도 있잖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래서 더 외롭고 무서운지 알기나 해? 라고 말할 순 없다. 해봤자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P.127) 아빠 세대와 우리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은 그런 건지도 모른다. 각자의 세대가 더 힘들다고 주장하고 그에 비해 상대의 세대를 쉽게 얘기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그런 걸 보면 삶을 관통하는 각박함과 고단함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공통적인가보다.


(P. 131) 그러므로 나는 안전해야 했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세상을 바꿀 용기도 꿈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부유하고 있었다. 규옥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는 별도로, 그들과 내가 한 부류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고, 곧 스쳐지나 잊혀지게 될 사람들이라고, 아주 깊은 마음속에서는 치사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위로 가고 싶었다. 말은 안 해도 다들 그럴 거라는 생각이 죄책감을 면해주었다.


(P. 202) 없는 사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없는 사람이다.

늘 소리치고 있는데도 없는 사람이다. 수면 위에 올라있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다. 반지하방에 살면 없는 사람이고, 문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고, 인생과의 게임에서 지면 없는 사람이다.


"가서 항의해요. 가만있으면 그게 당연한 줄 알아요. 가만있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처럼 대한다구요."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가 당신에게 어떤 권위를 부여할지 모르겠지만 잊지 마십시오. 의자는 의자일 뿐입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세대들의 처절한 외침이 가득하다.

비단 20대, 30대의 외침만이 아니다.

그들을 넘어선 40대, 50대들의 그들만의 리그에서도 삶은 처절하다.

모든 이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이렇게 치열하다.

처절하고 치열하나 티나지 않는다.

'반격'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티도 안 나는 사소함이다.

그런 사소함조차도 우리는 '용기'라 부를 정도로 마음 굳게 먹고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흘러가는대로 마냥 흘러가지 말고 꿈틀대보자.

옳지 못한 일에는 동조해주고, 그른 일에는 손을 들을 수 있게..

상식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는 그들의 용기에 '동의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5글자 문장을 적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꼬물거림..

하나의 촛불이 백 개의 촛불이 되고, 천 개의 촛불이 되듯이..

우리의 작은 용기 혹은 작디 작은 반격이 상식을 넘어서는 그들에게 부딪히고, 맞닿아 어느 순간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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