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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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일>

*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by 스미노 요루 - 지금 너는 행복하니?

* 평점 :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으면서 알게 된 '스미노 요루'.. 저자를 보고 책을 골랐다.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던 거였지만, 그 전에 읽은 책이 좋았다보니 망설임이 없이 들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제목은 내가 선호하는 제목은 아니지만..

결론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있게 읽었다.

순식간에 읽고 난 후... 괜찮은 책을 접했구나, 싶은 마음..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에 빨려들어가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나노카가 되어있기도, 나노카의 엄마도 되기도, 미나미 언니가 되기도, 할머니가 되기도, 키류가 되기도 한다.


(P.281) 행복이란, 나 자신이 기쁘게 느끼거나 즐겁게 느끼는 것, 소중한 사람을 잘 돌보거나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행동과 말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을 꾸면 항상 생각합니다.

마치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습니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라고.


초등학생 나노카는 똑똑한 아이면서도 더 똑똑한 아이가 되고 싶어 지루한 학교에 나간다.

다들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노카는 방과후 만날 친구들이 있다.

꼬리가 잘린 고양이와 같이 노래를 부르며 크림색 원룸 건물에 사는 '아바즈레씨'를 찾아가고, 집 근처 언덕의 사이에 있는 나무집으로 할머니를 찾아가 과자를 먹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말한다.

어느 아바즈레씨도 할머니도 안 계신 날, 안 가던 길로 가보는 나노카.. 버려진 건물 옥상에서 고등학생 미나미 언니를 만난다.

자신의 손목을 그으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는 미나미언니,

낮과 밤이 바뀌어 일을 하는, 계절을 파는 일을 한다는 아바즈레씨,

대단한 만남이 아니지만 우연히 찾은 나무집에서 만난 할머니,

나노카는 그들과 국어시간에 수업할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갑자기 사라진 미나미언니의 일은 이상한 일이다.

근처에서 그녀의 교복을 한번도 보지 못했고, 손에 쥐어준 손수건이 없어졌고, 그녀의 소설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상한 일이었다.

나노카와 각기 다른 세 명의 친구들, 그리고 나노카의 작은 친구 고양이..

미나미언니의 행복이란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인정받는 것.

아바즈레 씨의 행복이란 누군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

키류의 행복이란 내 그림이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할머니의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범한 인생을 보낸 것.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


(P.52)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것은 깊은 호흡으로 마음속에 틈새를 만들거나 나무집에서 해님 냄새를 맡는 것을 말하는 거야."

(P. 71) "글을 쓰는 건 즐겁지만, 그것이 행복인지는 모르겠어. 행복이란 좀 더 가득 채워진 상태잖아. 이렇게 마음속이 좋은 기분으로 가득해지는 상태."

(P. 102) "잘 들어. 인생이란 자신이 써내려가는 이야기야."

"퇴고와 참삭,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피엔드로 바꿔 쓸 수도 있다는 뜻이야."

(P. 105) 복도를 지나 현관문 앞에 선 참에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습니다. 마음속에 틈새를 만든 것이지요.

그래서 슬픔과 섭섭함, 억울함 같은 나쁜 놈들을 한쪽 구석으로 밀쳐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빈 틈새에 나는 얼마든지 즐거운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으니까요.

(P.193) 인연이라는 한자는 알고 있습니다. 인연의 연(緣)이라는 한자가 초록의 록(綠)이라는 한자와 흡사한 것은, 산 것이 언젠가는 죽어 흙으로 돌아가고 그곳에 초록빛 풀꽃이 피어나 그것을 먹으며 다른 산 것이 살아간다, 라는 신비한 연쇄를 가리키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합니다.

(P. 263) "(중략)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을 걸어왔지. 그야 안 좋은 일을 헤아려보자면 한이 없지.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많이, 미처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일과 기쁜 일이 있는 인생을 걸어왔어."

(P.283) 내가 그녀들처럼 멋진 어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내 얼굴을 미나미 언니를 닮은 얼굴에서 점점 아바즈레 씨를 닮은 얼굴이 되어갑니다. 몇 십 년 뒤에는 분명 할머니를 닮게 되겠지요.

하지만 내 인생은 그중 누구의 것과도 다릅니다. 다른 어느 누구의 것과도 다른 나의 행복을 선택하는 게 가능한 것입니다.

 행복은 그쪽에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쪽에서 선택해서 손에 넣는 것이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물어본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아니..

왜? 무엇때문에?

몸이 아파. 컨디션이 안 좋아. 몸이 아프니 내 소중한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져. 이기적이 되어가. 나만 생각하는.

그리고, 언제나 나는 청춘일 거라고 자만했던 무지했던 나의 과거를 후회해.

후회를 하는 나는 '지금'이 아니라 자꾸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그럼 몸이 괜찮으면 지금 행복해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내 몸이 하나 일 하고 방전되는 수명이 다해가는 밧데리처럼 안 그런다면 그럴 것 같아.

그렇지만, 새 밧데리를 갈아 넣을 수는 없는 걸 아니까.

지금 현실에 맞는 만큼의 일, 관심을 가지려 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것을 인정해고 받아들여야만 지금 이 시간이 나의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

약 먹고 올께.

그런 후에 다시 컨디션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물어봐줘.

너는 지금 행복하니? 라고.

매일매일 나에게 질문을 건네야겠다. 나의 '지금' 현재의 행복을 위해..


초등학생인 나노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쉬운 문장으로 가득하여 나에게는 더욱 좋았던..

'행복'이란 단어와 그 추상적인 의미를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어느 순간엔가 잊혀져 있었던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행복부터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행복까지 돌려볼 수 있었던..

서로를 만나러 와준 그들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마법같은 이야기에 너무나 행복해졌다.

행복이라는 것,

그리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손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 바로 눈을 돌려 보이는 모든 것들이 행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의 행복만 바란다. 지금 내 옆에서 뒹굴거리며 영화를 폭 빠져 있는 두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저 아이들은 저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금 행복한 건데, 나는 저 아이들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저리 뒹굴거리는 시간을 빼앗으려고 한다.

마음의 불안감과 조급증을 버리면 지금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행복으로 남을 수 있을텐데.. 자꾸 미래를 과거를 바라보려 한다.

'지금'이라는 단어 속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동등해지는 마법을 나에게 뿌린다.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아보자고.. 인생이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자고..

자신의 인생이 별볼일없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이 마법같은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잘 들어라, 나노카. 인생이란…….

전부 다, 희망으로 빛나는 지금 너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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