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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쿠모주쿠 ㅣ 비판세계문학 2
마이조 오타로 지음, 최혜수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6년 1월
평점 :
먼저 제가 이 책을 '제 4화'(목차에서 5번째)까지 읽고 그 뒤는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릴게요. 제 4화까지 읽고 나서 든 생각이 '나는 이 소설을 읽기엔 아직 이르다.'였어요.
별점은 몇 점 줄지는 일단 보류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이 소설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을 해야할지 확신이 서질 않았거든요. 끝까지 읽지 않기도 했고.
아즈마 히로키의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을 읽고 관심이 생겨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위에 다른 분들께서 100자 평에 쓴 것처럼 굉장히 마니악해요. 이 소설을 찾아서 읽으시는 분들 대다수는 일본 소설에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하지만, 선정적인 것은 둘 째 치고 기괴하고 고어한 묘사가 자주 등장해서 이러한 묘사의 소설이 처음이신 분들은 읽기 힘드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이 소설은 세이료인 류스이 작가의 JDC 시리즈의 설정을 가지고 마이조 오타로가 쓴 소설인데, 이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쓰쿠모주쿠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만든 일종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쓰쿠모주쿠는 필요한 단서만 모이면 저절로 진상을 깨닫게 되는 '신통이기'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만일 이러한 설정을 모르고 책을 읽으면 내용이 이해가 잘 되지 않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두 챕터만 남겨놓고 책을 덮은 이유는 이대로 억지로 읽다간 이해도 안될 것 같고 남는 것도 없을 것 같아서였어요. 추리/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온간 메타적인 묘사가 등장하는데 저는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이해가 잘 되지 않았거든요. 어느 정도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그 장르의 클리셰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 읽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가 추리/미스터리에 덜 익숙하기도 했지만, 일단 내용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냥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소설이 흘러가는데로 따라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잘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냥 나중에 에 뒷부분을 마저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밀한 플롯과 구조를 가진 소설을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쓰쿠모주쿠를 읽다가 그게 너무 과해서 머릿속에서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날 것 같았어요. 솔직히 내용도 그냥 어렵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어지럽기까지도 했구요.
어쨌거나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으신 분들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소설이에요. 트릭이나 반전이라든가 스토리가 뛰어난 것은 아니에요. 애초에 그것을 목적으로 쓰인 것도 아닌 것 같고. 대신 소설의 구조와 형식, 그리고 소설과 현실과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인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내공을 좀 더 쌓고 나서 뒷부분을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