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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정보라 지음 / 아작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저주토끼』 리뷰 - 스포일러 주의 -
「저주토끼」 - 이 소설집의 표제작. ‘정부 인사와의 친분, 인맥, 접대, 필요에 따라서는 뇌물이나 뒷거래’가 중요시되던 시대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친구를 대신해 저주토끼를 만든 할아버지의 이야기. 복수는 이루었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는다.
「덫」 - 여우가 나오는 민담이 연상되는 이야기였다. 이런 소재를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다. 다만, 아버지가 의사를 시켜 딸에게 수술을 한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들의 먹이로서 딸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굳이 수술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흉터」 - 판타지 소설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괴물과 제물로 바쳐진 소년. 소년의 특별한 능력 등등. 소년의 정체, 소녀가 사라진 이유와 같은 해결되지 않은 떡밥이 많아 아쉬웠다. 장편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머리」 - 그녀와 ‘머리’와의 관계를 비틀어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로 보거나 혹은 ‘머리’를 자신의 부정적인 자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변기에서 ‘머리’가 나와서 ‘빨간 휴지, 파란 휴지’ 괴담에 나오는 귀신이 떠올랐다.
「몸하다」 - 이 이야기는 뭐랄까,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써(특히 생리, 피임, 임신과 관련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과 두려움이 마구 뒤섞인 것 같다. 제목인 ‘몸하다’라는 동사가 무척 의미심장하다.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 다른 수록작들과 분위기가 가장 이질적이다. 그렇지만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배경이 사막이라서 그런지 아라비안나이트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과거 모래사막의 왕은 초월적인 존재인 황금 배의 주인의 왼팔을 어떻게 자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