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의 전설 - 컴퓨터소설 ㅣ 나남창작선 48
이만희 지음 / 나남출판 / 1992년 5월
평점 :
품절
스포일러 주의
90년 대 초반에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소설이 한국에서도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쩌면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SF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만 한 책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이라 구하기 힘들 것 같았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의외로 쉽게 찾았다...
작가의 소개글을 보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큰 변혁를 맞게 될 것이라고 쓰여있는데, 25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알파고 얘기를 하면서 인공지능으로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지금과 비교를 해봐도 딱히 90년 대가 그렇게 오래된 과거 같지는 않다. 현재와 비교해서 기술적으로 굳이 차이나는 것을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이라곤 스마트폰 밖에 없다... 물론 많은 기술들이 더 개량되고 좋아지긴 했지만 가장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은 스마트폰밖에는 없는 것 같다. 물론 그 스마트폰도 기존의 기술들을 짜집기한 것이긴 하지만...
많은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인공지능은 보조적인 역할이거나 아니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는 악역으로 나오는데, 이 <용의 전설>에서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소재인 것을 넘어서서 주인공을 등장한다! 여기에서 되게 흥미로웠던 것 같다. 게다가 소설상에서 인공지능 SYS와 사람이 서로 바둑 대결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연상되어서 조금 소름 돋았다. 이런 걸 미래를 예측한 소설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만희 작가님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봤다면 자신이 쓴 소설이 그대로 현실에 이루어진 것을 보고 놀라워하셨을 것 같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인공지능의 창시자인 남세진은 끝까지 제정신을 못차리고, 수장의 출생에 대한 떡밥은 온 데 간 데 없고, 민소영은 너무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하고, 최종보스 후보였던 샤크 박사와 그가 만든 아이리스는 그냥 공기화가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서 술술 읽혔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소재는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SF 소설이 잘 나가는 곳이었다면 <용의 전설>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추앙받았을텐데, 슬프게도 아직까진 SF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 아는 사람만 아는 소설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얼른 장르 문학이 부흥해서 이 소설이 재조명 된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