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프트 - 고통을 옮기는 자
조예은 지음 / 마카롱 / 2017년 8월
평점 :
스포일러 주의!
초능력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읽은 <시프트>는 사람의 몸에 있는 상처와 질병을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강한 힘을 가진 능력이나 순간이동을 하는 능력처럼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다루지 않지만, 소설<시프트>는 훌륭히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이야기에 깊게 몰입해서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읽어 내려갔다. 사건 전개가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 소설이었다.
이 능력의 정체는 뭘까. 단순히 옮기기만 하는 능력이 무슨 소용일까. 죽음과 고통의 대상자를 바꾸는 일밖에 하지 못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마찬가지다. 고통 역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삶의 밑바닥에서 질퍽하게 그 크기를 넓힐 뿐이다. 능력은 분명 악용된다. 이미 자신도 그것을 겪지 않았던가.(p.141)
이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만약 실제로 상처와 질병을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한다면, 위에 쓰인 대로 되지 않을까? 아무래도 상처와 질병을 옮기는 능력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능력인 것 같다.
* 오츠 이치 작가의 소설집『너밖에 들리지 않아』에 실린 단편「상처」가 같은 소재를 다뤘다. 그렇지만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소설집은 절판되서 구하기 쉽지 않지만, 만약 도서관에서라도 있다면 이 리뷰를 읽으신 분들께 꼭 빌려서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