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달인에서 '똑' 떨어졌다.
지난해 고3 학부모이다 보니,
하는 것도 없으면서 마음만 분주해서 서재 활동을 한참 소홀히 한 것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어디에서 제외되고, 소외되고, 떨어지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지라,

 

'똑'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쫌 충격적이다, ㅋ~.

 

뭐, 올해 서재 활동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지만서도,
양보다 질적으로 풍요로운 서재활동을 해야겠다, 다짐해 본다~ㅅ!

 

그동안 독서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

독서는 나의 몇 안되는 일상이어서,

다시말해,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우면 자고,

추우면 옷을 껴입는 것처럼,

영혼이 허기질때 책을 들여다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어서, 계획을 세워본적이 없다.

 

독서-책을 읽는다는 건,

내겐 숨을 쉬는 일에 비유될 수 있어서,

어쩜 먹고 자고 옷 입는것보다도 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살기 위해서 숨을 쉬지 않지만, 살아있는 동안 숨을 쉬듯이,

나는 살기 위해서 독서를 하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동안 독서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버리고 비워내고 그리하여 소박하고 단출해져야지 하는 느낌이 든다.

버리고 비워낸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무얼 소유하고 싶거나, 갖고 싶거나, 욕심내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필요한 것이 별로 없어진다는 뜻이다.

 

지난 리뷰에서 언급하긴 했었는데,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괜한 삼단논법의 형태이니, 가언적 삼단논법이니 하는 오류만 낳는 꼴이 되고 말았다.

 

내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그런 것이었다.

그릇을 예로 들어, 밥을 떠먹으면 밥그릇이 되고,

물을 담아먹으면 컵이 된다.

사람이 밥그릇에 세수를 할 수는 없더라도,

작은 강아지를 세수시키려 물을 모아두면 대야가 되는 것이다.

법도에 어긋난다느니, 안된다는 말은 하지말자.

그건 사람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 만든 규칙이고 고정관념 때문이지,

효용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헝겊도 추위를 피하고 더위를 가릴 용도나 부끄러움을 감출 용도일때는 옷감이 되기도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런 옷감으로 만든 의복의 경우,

그렇게 많은 옷이 필요하지도 않고, 화려한 장식이 달릴 필요도 없어진다.

그 헝겊으로 책을 싸면 책보가 되고, 짐을 싸면 봇짐이 된다.

터지면 꿰매입고, 해지면 기워 입으면 된다.

 

이게 내가 말한,

검소하고 소박해지며,

버리고 단출해지며,

안으로 여미고 응축시키고,

흩어지고, 성기게 하고,

번지고 스며 물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리 연연할 것도 많지 않고,

사람이나 사물의 형태나 모양이나 이름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다.

해골바가지에 빗물을 받아마셨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람이 눈에 보이는 사물의 형상을 가지고 명명하는 순간에서야 그런 의미가 되니까 말이다.

그전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면서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내게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한해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분의 조각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얻은 건 이분이 나무랑 관련된 일에 종사하시는 분이라는게 전부여서,

나무와 관련된 책을 만나면 무조건 사들였었지만, 이분이 아니었다.

 

이렇게 포기하게 되는 걸까 하던 차에, 이분의 책을 재회하게 되었다.

어제, 오늘 이 책을 읽으며 너무 행복하다.

 

 

 

 

 

 

 

 

 

 다시, 나무를 보다
 신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그런 의미에서, 2015년의 독서계획은,

정리 안된 책들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신준환의 <다시, 나무를 보다>를 두고 두고 아껴 읽을 것이고,

그리고 두고 두고 쓸고 닦고 매만지고 아껴 읽다가 지겨워질 즈음이면,

이분이 또 한권의 책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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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4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1-08 09: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저 책은 엄지 손가락이 두개인게 부족해서,
엄지 발가락이라도 들이밀고 싶은 책이지만서도, ㅋ~.

서재는 정리도 안되고 이런 곳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죠.
그리고 저게 보일 수 있는,
그나마 사진으로 찍어 올릴 수 있는 곳의 수준입니다~ㅠ.ㅠ

그런데 저렇게 찍어올린 것은,
어떻게든 정리를 해보겠다는 결심의 표현입니다여, 불끈~^^

2015-01-04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1-08 09:44   좋아요 0 | URL
저도 서재의 달인에서 떨어졌다는게 어떻지는 않구 말이져, ㅋ~.
떨어진다는 행위, 결과에 익숙하지 않다...그런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겸허히랄것도 없이 이내 익숙해지더군요.^^

겹치는 책이 많다시는걸 보니, 님도 한 오지랖?
아니 독서 취향이 잡식성?

세상에 많은 일들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요즘입니다.
그 중에서 제일은 자식 일이더군요.

암튼, 내가 아들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아들이 지금 이순간을 되돌려 살 수 있는게 아니니까,
전 아들이 지금 이순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15-01-04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1-08 09:53   좋아요 0 | URL
돌이켜보면,
지나가버린 매순간순간이 제겐 축복이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과거에 연연해하기보단 지금 이순간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려구요.
지금 이순간을 소중하게, 온몸의 감관으로 느끼고 통과하는 느낌,
제가 님 엿보면서 깨달은 거잖아요~^^

님이 전해주시는 좋은 기운 안고,
올 한해도, 아니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될거라고 주문을 외워봅니다엿~^^

해피북 2015-01-04 22:28   좋아요 0 | URL
와,, 두번 놀랐습니다. 첫번째는 글을 읽으며 말씀마다 울림을 주는 글귀에서, 두번째는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책들을 보면서요. 두고두고 읽고 싶다는 책, 손때를 묻혀 가며 읽고 싶다는 책. 제게 그런 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저녁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1-08 09:5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부족한 글이고, 정리가 안되어 부끄러운 저재인데 칭찬을 해주시니, 으쓱 으쓱~하는 걸요~^^
님께 전해받은 이 경쾌함을 좋은 에너지로 전환시켜 여기저기 저도 해피 바이러스를 퍼뜨려야겠어요.
굿모닝, 좀 춥지만 상쾌한 아침입니다~^^

라파엘 2015-01-04 23:29   좋아요 1 | URL
양적인 평가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양적인 평가로 측정되지 않는 질적인 부분은, 굳이 상을 받지 않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다 느끼게 되어 있어요... 독서 계획도 멋지고, 서재도 정말 매력적이네요 ~ ^^

양철나무꾼 2015-01-08 10:04   좋아요 1 | URL
물론 평가나 잣대는 필요한 것이겠지만요~^^
이젠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좀 여유롭고 넉넉해지려구요, ㅋ~.
안단테 버전도 괜찮을 것 같고요.

독서계획은 괜찮은 것 같은데,
정리가 안된 서재를 매력적이라고 해주시니,
정리가 잘된 다른 분들 서재가 떠올라 부끄럽지만서도,
뭐, 어쩌겠어요.
이게 난데...
이렇게 정리안된 모습이 제 본모습인데...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드리는게 적절한건가요?^^

cyrus 2015-01-04 23:46   좋아요 0 | URL
서재가 부럽습니다. 올해 책과 늘 가까이 생활하면 서재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독서계획 꼭 이루어지길 응원합니다. 좋은 책 많이 소개해주세요. ^^

양철나무꾼 2015-01-08 10:07   좋아요 0 | URL
책과는 늘 가까이 하고 있는데~~~!!!
물론 님께는 명함을 못 내밀지만서도, ㅋ~.

님도 새해 복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시는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여~^^.

서니데이 2015-01-09 22:05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셨다니^^ 사진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도 더 있을 것 같아서요, 사진 속에서 어쩌다 제가 제목이라도 아는 책을 찾으면 반가운 마음도 들었어요, 올해의 멋진 독서계획이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