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계획만 세울래? - 작은 목표 하나라도 무조건 달성하라
홍석기 지음 / 원앤원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등을 떠밀어 줄 사람이 필요할 때

 

서평단 이벤트로 받은 책으로, 평소와 논조, 문체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오늘도 계획만 세울래.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는 당신. 슬슬 실천할 때도 되지 않았나. 어떻게 해야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지 내가 도와주지. 푸하하. 이런 책인지 알았다.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처럼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든지
 똑같은 생각한 당신. 축하한다. 낚였다. 오늘 아침은 동태 무 조림이었으니 명태로 하자. 싫다고. 명태 맛있잖아. 이름이 너무 많다보니 대체 어디까지 명태에 속하는지 헷갈려서 문제지. 생태, 동태, 황태 또 뭐 있더라. 갸웃.

이 책에 방법론이 없다는 건 아니다. 목표를 세우고 비전을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설정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의 내용을 직접 실천할 수 있도록, 각 장 말미에 도표도 마련해 두었다. 기술적인 부분도 충분할 정도로 다루고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 책을 주로 정신론에 대해 다루는 책으로 정의하고 싶다. 정확히는 성공을 위한 정신론.

 왜 사람은 계획만 세울까. 현실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바뀌어야 할 절실한 동기가 없으니 미적미적 시간만 때운다고. 정말 절실하다면 시간 없어요, 바빠요, 이런 핑계 댈 시간에 실천했을 것이라고.
 심지어 90살 넘은 노인이 대학에서 강연을 몇 시간 할 정도로 정정한데. 다른 사람들은 바쁜 시간 쪼개서 외국어 공부도 하고 좋은 강연이 있으면 들으러 다니는데. 대체 넌 뭐하고 있니. 지금은 별 차이 없을 것 같지. 나중가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알차게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은 네가 날려버린 시간이 네 인생을 좀먹을 테다. 뭐, 이런 이야기. 엄청 무서운 할아버지에게, 너 왜 인생 그따위로 살아,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내 인생이 어때서. 엉엉.

책 구성 자체은 괜찮다. 문답 형식으로 서두를 시작해 관심을 유발한다. 각 장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서술한 뒤 장을 마무리할 때, 한 컷 삽화로 책의 내용을 요약한다. 마무리로 읽은 것을 실천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덧붙여 Q/A 코너를 마련하여 독자를 한 번 더 격려한다. 
 독서 목록 기록 후 200권 읽은 기념으로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도했다. 이 책을 읽으며 맘에 든 부분 몇 개를 골라 인스타그램에 올려 두었으니 흥미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으로 확인하면 어떨까. 블로그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선택이다. 절대 홍보 아니다. 
 블로그에 올려도 되지 않느냐고. 블로그 사진 올리는 것 너무 귀찮다. ‘도쿄 셀렉트 북’은 설명하려면 사진이 필요하다 보니 몇 개 추려서 올렸는데, 그거 올리며 엄청 투덜댄 것 절대 비밀이다. 나만 알 테다.

책 자체는 좋은데. 잘 모르겠다. 성공은 왜 해야 할까. 돈 많이 벌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 잠도 포기하고 교우관계도 관리하고 취미 생활도 포기할 이유가 되나. 아니 이왕이면 8시간 몰아 자는 게 좋고, 이득은 되지 않더라도 편안한 사람과 술 한 잔 기울이는 게 즐겁고, 책 읽느니 게임하는 게 즐겁지 않아? 지금도 내 옆에서는 게임이 돌아가고 있다. ‘무한던전돌파 PLUS’. 모바일 게임. 몇 주 푹 빠져 지내고 있다. 뭐. 왜. 심지어 입사 준비할 때도 게임만큼은 못 끊었다. 게임중독이다.
 한 번 사는 인생, 여유롭게 즐기며 사는 것도 한 방법일 텐데. 성공을 위해 이것도 포기해야 하고 저것도 포기해야 하고, 그렇게 열심히 포기한 뒤, 나중에 돌아보면 어떤 기분일까. 이루지 못한 것만큼이나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을까.
 더불어 성공이 정말로 개인의 노력 문제일까. 현재 계층 이동 사다리가 계속 사라진다.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개인의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발생한다. ‘인간증발’에서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인간증발 문제를 다룬다. 실패한 사람에게 낙인을 찍어버리는 사회가, 사람이 아예 사회에서 사라져버리도록 등을 떠미는 것이다. 이 모두를 개인의 의지박약만으로 몰아버릴 수 있을까.

 일에서 성공하고 싶은데, 계획한 것을 착실하게 이루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책. 책에서 말해주는 방법을 차근차근 따라해 보고, 의지가 떨어질 때마다 책을 읽어보며 도움을 얻자.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나처럼 대체 왜 성공해야 해? 인생 대충 살면 안 돼? 그냥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애 낳고, 적당히 데굴거리다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마냥 사라지면 나쁜 거야? 이런 기분으로 살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아마 책에 반박문을 열심히 쓰며 읽게 될 것이다.
 
 그보다  정말 우리는 성공지상주의 사회를 살고 있구나 싶다. 이런 책이 계속 발간되고 유사한 주제의 책이 계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 보면.  어째 씁쓸한 이야기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BlX6TzPAyW8/?utm_source=ig_web_copy_lin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상가족’ 이념에 갇힌 정상이 아닌 ‘정상가족’

 

 

 

 이 책에서 말하는 ‘정상가족’은 가족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이념에 따른 가족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그리고 아래에서 되풀이 될 ‘정상가족’은 절대 정상(正常)이라는 의미의 정상가족이 아니다.
 저자는 ‘정상가족’ 이념이 우리 사회에 여러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문제를 진단하고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보면 된다.
 
 이 책은 저번 달 독서 모임에서 추천받았다. ‘아주 친밀한 폭력’을 읽은 직후였기에,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한참 뒤에나 읽게 되었다. 책 쌓아두고 안 읽는 것 정말 버릇이다. 더 문제는 고칠 마음도 없다는 것. 두둥.
  ‘아주 친말한 폭력’ 내용은 머릿속에서 스리슬쩍 사라져 버렸지만. 이 책 자체를 읽는 데는 전혀 문제없었다. 그래도 두 권은 주제의식만큼은 공유하고 있는 만큼 같이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조선시대 여성은 정조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기생은 있었다. 정조를 지킬 수 있는 여성과 지킬 수 없는 여성으로 나눈 뒤, 정조를 지킬 수 없는 여성은 기생으로 만들어 정조를 지킬 수조차 없게 만들어버렸다.
 ‘정상가족’이 딱 그런 느낌. ‘정상 가족’이 될 수 있는 아버지 어머니 자녀로 구성된 가족은 법으로 보호되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은 보호받지 못한다. 더 심하게 말하면 ‘정상 가족’이 아니기에, 오히려 가족 해체까지 강요당한다.

‘미혼모’ 이야기를 하자. 사실 ‘미혼모’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싫다. 혼인하지 않고 어머니가 되었다니, 저런. 이런 느낌이어서. 하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고, ‘미혼모’ 용어 자체가 ‘정상가족’의 문제를 보여줄 수도 있기에 그냥 쓰겠다.
 ‘미혼모’로서 살아가는 건 고달프다. 학생이라면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심하면 가족도 내쳐버린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키울 방도도 마땅치 않다.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경우 지원이 가장 적단다. 입양을 보내는 쪽이 아이 미래에 더 보탬이 될지도 모른다.
 어이없지 않나. 출산율 부족해서 어떻게든 아이 좀 낳으라고 다그치는 나라에서.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기를 경우 지원을 그다지 해주지 않는다. ‘정상가족’에 얽매인 나라는 ‘정상가족’이 아니면 배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예시다.

 여기서 잠깐 질문. ‘정상가족’이 출산율에 도움은 될까.
 이혼 여성을 만난 적 있다. 이야기를 듣는데, 가관이었다. 외로워서 친목 모임에 참여하고 집에 돌아오니 문자가 와 있었단다. 가정은 포기할 수 없지만 너와 연애는 하고 싶다고. 분노하는 내게 그녀가 그러더라. 흔한 일이에요.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너무 가볍게 보는 남자들이 끊이지 않아요.
 평생 살 사람을 정하는 게 절대 가볍지 않은데. 이혼한 뒤 뒷감당이 너무 힘들다. 호적이나마 깨끗하게 관리하자. 이런 마음가짐인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이해가 간다. 설령 낳더라도 역시 이혼 이후를 고려하자면 아이는 안 낳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역시.
 이 때문에 프랑스 등 몇몇 나라는 동거 역시 법률로 보호하고, 동거로 태어난 아이에게도 ‘정상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와 똑같이 대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출산율이 더 올랐다고 한다. ‘정상가족’에 속하지 않은 사람에게 잔혹한 우리 역시, 고민해 볼 문제다.

 출산율을 떠나서도 ‘정상가족’은 문제가 된다. 특히 아동 복지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아동 학대. 저자는 부모의 징계권을 인정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내 애 내가 징계하는데 대체 뭐가 문제냐고 부모가 따지는 순간,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없다고.
 정당한 체벌과 학대 대체 어떻게 선을 그을 수 있을까. 10대 때리면 정당한 체벌이고 11대 때리면 학대인가. 한 끼를 굶기면 정당한 체벌이고 세 끼를 굶기면 학대인가. 10분 가둬두면 정당한 체벌이고, 하루 종일 가둬두면 학대인가. 대체 이건 누가 정할 수 있나.

부모에게 징계권을 주는 것도 문제다. 국가가 국민을 처벌할 수 있는 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회사에서 사원에게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 사람이 많은 만큼 일정 규칙을 세워두지 않으면 유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정은 왜일까. 고작해야 3~4인 있는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닐 테고.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사상이 지금까지 내려온 것 아닐까. 부모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행사되는 친권은 실상 의무다. 그럼에도 ‘권리’로 표현하는 것 역시,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사상을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아동 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

이 외에도 곰곰이 곱씹어 볼만한 이야기가 많다. 읽는 내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이런 문제가 있지 않나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는 정도이기에 불쾌하지는 않을 터. 불편함과 불쾌함. 비슷해 보이지만 의외로 차이가 크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뒤집어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나는 달라지지 않더라도, 달라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할 수 있다. 받아들일 수 있다. 용납할 수 있다. 같이 사는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정 4분 뒤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킹이 들려주는 오싹오싹 공포 체험

 

평소 취침 시간 10시. 어제 취침 시간 12시 10분. 일이 있어 야근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다. 저 높으신 곳에서 자료 요구 하실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전 직원이 회사에 대기했다. 에어컨은 안 틀어주지, 2시간 마다 강제로 전등은 꺼버리지. 전등을 다시 켜며 생각했다. 전등이라도 얌전히 내버려두지. 수당도 안 주면서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우울한 밤에 어울리는 소설. 소재 자체는 익숙하다. 이야기를 읽으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겠네, 바로 짐작이 될 정도. ‘자정 1분 뒤’는 히가시노 게이고도 ‘패러독스 13’에서 한 번 써먹은 소재고. ‘자정 2분 뒤’에 나오는 죄책감이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는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시리즈에서도 나온다.

 소재가 뻔하다고 이야기마저 뻔하지는 않다. 일단 이 작품, 킹의 초기작이다. 즉 지금은 뻔한 소재지만, 킹이 이 글을 써내려갈 때는 분명 아니었을 터. 히가시노 게이고나 니시오 이신이 이 책에서 소재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뻔한 이야기일수록 독자가 몰입하기 힘들다.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독자를 이야기에 묶어 두어야 한다. 내용이 뻔히 짐작이 가더라도, 이 이야기가 어떻게 내가 아는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해 하며 책을 넘길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킹은 이 역할을 충분할 정도로 잘 해내고 있다. 좋은 작가다.

 자정 4분 뒤1과 자정 4분 뒤2가 있기에, 장편 소설인지 알았다. 알고 보니 중편 4개를 묶은 소설이라 약간 김이 샜다. 시리즈물은 완결난 뒤 모아보는 취미가 있기에, 자정 4분 뒤2도 구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딱히 이어지는 내용도 아닌 만큼 나중에 찾아 읽어도 될 것 같다.
 절대 지금 또 책이 쌓여 있는 것 아니다. 아닐 거다. 아니라고 하고 싶다. 책은 방심하면 무서울 정도로 쌓인다. 읽을 책 자동 증식 기능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무시무시한 상상 중이다.
 절대 읽을 책 많다고 징징거리면서 이번 주만 책 세 권 산 것 아니다. 신규자 교육 때 쓴 식비를 어제 정산해줘서 통장에 약간 여유가 생긴 바람에. 그보다 나는 누구에게 변명을 하고 있는 건가.

 중편 4개를 묶었다기에, 별 것 아니라고 말할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1권만 600페이지가 넘는다. 소설 한 권이니 금방 읽겠지, 이 마음가짐으로 7시부터 읽기 시작해서 10시에 책을 덮었다. 자정 4분 뒤2도 이 정도 분량이면, 장편 소설 4편을 묶었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한 뒤 읽어야 한다.
 그보다 킹은 대단하지만 킹의 소설은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데. 다작 작가다 보니 취향에 맞는 소설이 있고 아닌 소설이 있는 모양. 일전에 읽은 ‘악몽을 파는 가게2’는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책은 또 괜찮았다. 여유 있으면 또 찾아서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복불복이라는 문제점이 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 속의 힘 - 인생의 파도에서 초월명상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밥 로스 지음, 허윤정 옮김 / 인간희극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14,000원을 내고 읽는 1,200,000원 상품 광고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다만 이번만큼은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므로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말 달지 않겠다. 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므로 굳이 달 필요 없을 듯하다.

 국립 국어원 국어문화학교 화법 강좌를 받기 위해 서울에 간 김에, 면접 준비를 같이 했던 분들을 만났다.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명상까지 하고 계신다는 분이 계셨다. ‘○○주임님’나 ‘○○씨’도 아니고 성만 부르고 있단다. 아무리 어려도, 계급이 낮아도 엄연한 동료인데, 어떻게 사람을 그딴 식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 화가 났다.
 이 책을 받으면, 이런 처참한 직장 생활에서도 명상은 활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초월 명상(TM)이라는 명상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마저 했을 정도로 매우 대단한 명상. 혈압도 낮아지고 ADHD 증상도 완화할 수 있고 파킨슨 증상도 약화되고 심장병 발생 확률도 낮아지고. 분노할 만한 상황에서도 이성을 찾을 수 있고. 떠오르는 좋은 효과는 전부 붙일 수 있다.
 배우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딱 4일만 배우면 된다. 쉽고 간단하며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 누구든 이 명상만 배우면 전부 기적적인 효과를 받아볼 수 있다. 평소에 명상을 잘 못하는 사람도, 명상의 효과에 의심하는 사람도 전부다. 와아. 아니, 세상에.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계가 있다니.
 다만 절대 혼자서는 터득할 수 없단다. 훈련을 받은 스승에게 꼭 전수받아야 한단다. 스승은 풀만 먹고 살 수 없으니 돈이 필요하단다. 그래도 이 돈을 내면 4일 간의 교육에 덧붙여 1년 간 애프터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이 돈이 절대 적지 않다는 것.
 됐다. 말 길게 해서 무엇하랴. 120만 원만 지불하면, 당신도 이 기적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가족이 같이 배우면 만18세 미만은 무료로 배울 수 있고, 청소년 아동 특별 하인도 있다. 하여튼.
 
 아무리 이 책 인세가 초월명상을 가르치는 활동에 전액 사용되더라도, 저자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는 비싼 강의료를 지불해야 하니 사실 14,000원이면 대단한 액수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단호하게 선언하겠다. 돈까지 내고 광고를 보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 주석 빼면 261페이지의 광고잖아. 거기다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있잖아. 넉넉잡아 2시간이라고 치면. 울 테다.
 거기다 난 이 글 쓰고 있다고. 글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또 몇 시간이야. 거기다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쓰는 글이니 블로그나 포스트도 모자라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까지 뿌려야 하잖아. 피눈물이 흐르다 못해 넘쳐나고 있다. 이러다 웅덩이까지 생길지도.

 아침 5시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오늘은 모두 야근 하셔야 해요. 무조건 하셔야 해요. 언제 끝날지도 몰라요. 야근 수당은 못 챙겨드려요. 서러워서. 오늘 명상 책이라도 읽고 마음을 가다듬어야지. 화내면 안 돼. 언제나 평정심 유지. 나도 이제 명상을 배워서 언제나 우아하고 평온한 여성이 되는 거야. 이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들었는데. 지금 10시인데도 언제 퇴근할지도 모르고. 책은 광고고. 그래서 대대적으로 삐뚤어진 상태다. 지금 89도로 기울어져 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전 초월명상(TM)이 궁금해요 하실 분이 있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초월명상의 효능에 더불어, 초월명상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진솔한 수기도 있으니만큼, 한 번 읽어보며 스스로 판단하는 것까지는 말리지 않겠다. 분명히 14,000원의 광고지라고 했으니, 다 읽은 뒤 날 원망하면 안 된다. 화낸다.
 이 책을 읽고 초월명상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네이버에 ‘초월명상’을 검색해보면 된다. 초월명상에 대해 설명해주는 한국어 홈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설명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있고 현재 한국에서 초월명상을 배울 수 있는 곳도 확인 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는 말투는 따로 있다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타인과 대화할 때 쓰면 좋은 기술들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국립국어원에서 하는 화법교육을 다녀왔다. 원래 80명 예정이었는데, 110명 가까이 되는 듯했다. 직장을 사흘 꼬박 비워야 하므로 직장인으로서는 쉽게 받을 수 있는 교육이 아닌데도 인기가 많았다. 타인과의 대화법에 사람들이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청해서 교육을 왔기 때문인지, 모두 성실하게 들었다. 국어원에서 조퇴나 결석 신청서 요청 많이 들어올 거라고 했는데, 세 분밖에 없었다. 피치 못한 사정 때문에 회사에 나가봐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신규자 교육 때, 자리를 반도 못 채우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딴 짓 하던 것과 비교하면 진짜.
 어떻게 해야 간결 명확하게 보고를 할 수 있는지 듣고 싶었는데, 대부분의 강의는 직장 내에서 어떻게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굳이 요약하자면 떠오르는 대로 내뱉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할 것. 늦은 부하 직원에게 ‘왜 늦었어!’라고 화내기 이전에 ‘늦어져서 마음고생 했겠는데, 늦게라도 왔으니 됐어. 다음에는 그러지마’라고 온화하게 말해준다든지. 한 강사님은, 좋은 화법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공부도 해야 하고, 화가 났을 때도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게 연습도 해야 하니까.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자, 여기서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하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어디 준만큼 돌려주는 관계이던가. 베풀기만 하면 호구된다. 진상이 되어야 오히려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 이런 말까지 있는 세상 아닌가.
 이 책 어쩐지 이상하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인데. 가면 갈수록 어떻게 해야 대화를 원하는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 부분으로 흘러가고,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방법은 스리슬쩍 사라진다. 잠깐만. 너 어디 갔어? 이런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내려간 뒤, 책을 탁 덮으며 결론을 내렸다. 제목 번역이 잘못 되었든지, 아니면 일본에서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을 한국과 다르게 해석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찾아보니 원제는 가볍게 취급받지 않는 대화법이다. 대화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기술을 주로 소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제와 내용은 잘 어울리는지도.

이 책에서는 40여 가지 기법을 소개한다. 몇 가지 소개하면 싫은 말을 들었을 때 웃지 마라. 해줄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면 최소한 노려봐라. 어려운 말로 상대를 혼란하게 만들어라. 다른 의견 있다면 타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그 의견을 내라. 거짓말은 하지 않되, 전부 말하지는 마라. 상대와 협상할 일이 있다면 우선 받아들이지 못할 만한 것부터 제시한 다음, 자신이 정말 제시하고 싶은 것을 내밀어라.
 굳이 요약한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라. 단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마라. 설득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당히 상대방을 흔들어도 상관없다. 이 정도? 어떤 건 너무 당연해서 뭘 이런 것까지 실었나 싶고. 어떤 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특히 상대방을 어려운 말로 흔들라는 것. 한참 쉬운 말 쓰기 운동 중인데, 역행하는 기분이랄지.

‘완벽한 소통법’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철저한 실전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 중 사용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록해둔 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원래 읽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직접 해 보아야 내 것이 된다.

열심히 읽고 또 읽는데 왜 내 화법은 늘어나지 않는가. 울적. 오늘 또 간단하게 구두 보고할 것이 몇 가지 쌓여 있는데. 한숨 푹. 화법 교육 때 어떻게 하면 보고를 잘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일단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란다.
 우물 가서 숭늉 찾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단은 여유를 팍팍 가져야 할까 보다. 그보다 나는 괜찮은데 과연 우리 팀원 분들은 언제까지 여유를 가져 주실까. 가장 큰 문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