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는 말투는 따로 있다
나이토 요시히토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타인과 대화할 때 쓰면 좋은 기술들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국립국어원에서 하는 화법교육을 다녀왔다. 원래 80명 예정이었는데, 110명 가까이 되는 듯했다. 직장을 사흘 꼬박 비워야 하므로 직장인으로서는 쉽게 받을 수 있는 교육이 아닌데도 인기가 많았다. 타인과의 대화법에 사람들이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자청해서 교육을 왔기 때문인지, 모두 성실하게 들었다. 국어원에서 조퇴나 결석 신청서 요청 많이 들어올 거라고 했는데, 세 분밖에 없었다. 피치 못한 사정 때문에 회사에 나가봐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신규자 교육 때, 자리를 반도 못 채우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딴 짓 하던 것과 비교하면 진짜.
 어떻게 해야 간결 명확하게 보고를 할 수 있는지 듣고 싶었는데, 대부분의 강의는 직장 내에서 어떻게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래도 굳이 요약하자면 떠오르는 대로 내뱉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할 것. 늦은 부하 직원에게 ‘왜 늦었어!’라고 화내기 이전에 ‘늦어져서 마음고생 했겠는데, 늦게라도 왔으니 됐어. 다음에는 그러지마’라고 온화하게 말해준다든지. 한 강사님은, 좋은 화법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공부도 해야 하고, 화가 났을 때도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게 연습도 해야 하니까.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자, 여기서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하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어디 준만큼 돌려주는 관계이던가. 베풀기만 하면 호구된다. 진상이 되어야 오히려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 이런 말까지 있는 세상 아닌가.
 이 책 어쩐지 이상하다.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인데. 가면 갈수록 어떻게 해야 대화를 원하는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 부분으로 흘러가고,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방법은 스리슬쩍 사라진다. 잠깐만. 너 어디 갔어? 이런 기분으로 책을 읽어 내려간 뒤, 책을 탁 덮으며 결론을 내렸다. 제목 번역이 잘못 되었든지, 아니면 일본에서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대화법을 한국과 다르게 해석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찾아보니 원제는 가볍게 취급받지 않는 대화법이다. 대화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기술을 주로 소개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제와 내용은 잘 어울리는지도.

이 책에서는 40여 가지 기법을 소개한다. 몇 가지 소개하면 싫은 말을 들었을 때 웃지 마라. 해줄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면 최소한 노려봐라. 어려운 말로 상대를 혼란하게 만들어라. 다른 의견 있다면 타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그 의견을 내라. 거짓말은 하지 않되, 전부 말하지는 마라. 상대와 협상할 일이 있다면 우선 받아들이지 못할 만한 것부터 제시한 다음, 자신이 정말 제시하고 싶은 것을 내밀어라.
 굳이 요약한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라. 단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마라. 설득을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당히 상대방을 흔들어도 상관없다. 이 정도? 어떤 건 너무 당연해서 뭘 이런 것까지 실었나 싶고. 어떤 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특히 상대방을 어려운 말로 흔들라는 것. 한참 쉬운 말 쓰기 운동 중인데, 역행하는 기분이랄지.

‘완벽한 소통법’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철저한 실전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 중 사용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기록해둔 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원래 읽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안 된다. 직접 해 보아야 내 것이 된다.

열심히 읽고 또 읽는데 왜 내 화법은 늘어나지 않는가. 울적. 오늘 또 간단하게 구두 보고할 것이 몇 가지 쌓여 있는데. 한숨 푹. 화법 교육 때 어떻게 하면 보고를 잘 할 수 있는지 물어보니, 일단 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이란다.
 우물 가서 숭늉 찾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단은 여유를 팍팍 가져야 할까 보다. 그보다 나는 괜찮은데 과연 우리 팀원 분들은 언제까지 여유를 가져 주실까. 가장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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