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터의 조건 - 당신의 출근길이 가벼워지는 긍정의 심리학
심윤섭 지음 / 예문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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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내 자리를 만든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중심을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 꼭 나오는 말. 그때마다 되묻고 싶다. 초심이 글러먹은 사람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취직을 준비하며 굳게 결심했다. 절대 직장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직장은 돈 주는 곳. 내 인생은 내가 악착같이 챙기겠다고. 사장님이 이 글 보시면, 내가 어쩌다 이런 인간을 뽑았나, 땅 치고 후회하실지도. 사실 면접 붙고 나부터 놀랐다. 이 회사 대체 뭘 하는 회사이기에 날 뽑았지? 뭘 잘못 먹었나. 면접 준비하면서 떨어지는 것 아닌가 매일매일 걱정했는데.
 
  글러먹은 직장인이더라도 그래도 맡은바 최선은 다하고 싶다. 유능하다는 소리는 안 들어도 되지만, 쟤 돈 아까우니 내보내자, 이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남편 월급도 만만찮게 암담하다. 혼자 벌어 절대 둘이 못 산다.
  그래서 이번엔 행복한 일터의 조건. 국립세종도서관 신착 도서 뒤적이다 발견했다. 취미 생활이다. 책 읽는 시간보다 책 고르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 쌓여 있는 책 보는 건 전혀 안 행복하다. 책더미를 볼 때마다 한숨만 푹푹 나온다. 회사에 쌓여 있는 일거리를 보는 기분이라서. 으윽.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안 그래도 오늘 일요일인데.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털썩.
 
  ‘행복한 일터의 조건’. ‘유어파트너의 대표인 심유섭이, 일터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조언을 적은 책이다우선 성격이 긍정적이어야 하고. 직원 모두가 일터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 개인적인 환경 부부 사이, 경제 상황 등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일을 즐겨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를 어째 당연하게 적은 기분이 들지만, 원래 당연한 게 중요한 거다. 당연할수록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외면하기에.

  몇 가지 마음에 든 조언. 일에 소명의식을 가져라. 회사에서 하는 일, 중요하지는 않다. 대부분 뒤치다꺼리.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 돈 주니까 하지, 돈 안 주면 안 할 거야. 이 생각이 절로 든다.
  꼭 내가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무도 하지 않으면 모두가 불편해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약간 의욕이 난다. 어찌 되었든 조금은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도 마음에 든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내 부족한 것만 보인다.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전부. 하지만 출발선이 다르고 들인 노력이 다르다. 모두가 같기를 바랄 수는 없다. 지금 내 자리에서 만족하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지금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한 이야기.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외향적인 당신은 복 받은 인간. 내향적인 성격은 회사 생활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내향적이다 못해 저기 심해로 처박힌 나는 그러면 어떻게 살라고. 캬몽. 어디서 감히 남 성격으로 지적질이야. 분노한 채 이 책을 절대 읽으면 안 되는 책 best 10 목록에 넣으려다, 저자가 내향적인 성격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에 얌전히 목록에서 뺐다. 본인이 고생해서 내향적인 성격 안 좋다는데 무슨 말을 해.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겠지. 얌전히 고개 끄덕여야지. 이래서 이해하게 되면 절대 나쁜 말 못 한다고 하나 보다.
 
  직장 생활이 하루하루 힘들어서, 월요일만 되면 세상이 무너지지 않나 기대한다면. 한 번 정도 읽어도 좋지 않을까. 바꿀 수 있는 건 당신 하나. 매번 듣던 조언 또 듣는 것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렇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은 되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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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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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서재를 위한 서글픈 추모사

 

이 책은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기에, 평소와 논조, 문투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본어 단어가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는 夢中’. 꿈 속. 몰두하는 건, 꿈 속에 있는 것과 같다. 꿈보다 해석인지도 모르지만, 단어가 매우 예뻐, 별명으로 쓸까도 했었다.

  이 책은 개인 서재를 오랫동안 유지한 알베르토 망겔이, 사정상 더는 개인 서제에 유지할 수 없게 되어, 서재를 없애면서 쓴 에세이다. 더해서 새로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장이 되어, 이 도서관을 어떻게 운영할지 포부를 밝힌 에세이이기도 하다.
  전자와 후자의 입장이 너무 달라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는 앞면과 뒷면이 있고. 개인 도서관을 잃어버린 대신, 공공을 위한 큰 도서관을 얻은 이야기라고 하면 이어지는 부분도 있기에, 나쁘지는 않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책을 다루는 태도는 서로 다르다. 나는 책을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은 거의 없다. 그리고 몇 번이고 읽고 싶을 만큼 좋은 책들은, 어느 도서관에 가든 얌전히 서고를 지키고 있다.
  내가 관심이 있는 건, 책 내용이지 책 그 자체는 아니다. 책 그 자체는 부담스럽다. 책꽂이에 어느덧 불어난 책을 보며, 당황하고 있다. 이 책들을 어떻게 하면 좋지. 이런 당황스러움. 이대로 책이 불어나게 놔두었다가는 방 한 칸을 책에게 온전히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저자는 나와 다르다. 책을 갖고 싶어 한다. 특히 종이책으로. 책을 저자 나름의 기준으로 정렬하고 그 책들 사이에서 거닐고 싶어 한다. 모아둔 책 한 권, 한 권에 애착을 품고 있다. 이 책을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으며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그런 저자이기에, 더는 개인 서재를 소유하지 못하게 되었기에, 그 상실은 매우 큰 듯하다. 특히 서재를 폐쇄한 시기는, 이혼을 한 시기와도 맞물리기에, 더더욱.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통해, 저자는 상실의 아픔을 토로했다. 당신이 특별히 장서가가 아니어도 된다. 당신이 몰입하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그 무언가를 더는 못하게 된다면. 그런 심정으로 읽으면 충분히 저자의 심정에 몰입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장자의 꿈 이야기가 나온다. 꿈에서는 내가 나비였는데, 깨어나니 나는 장자로구나.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더란다. 서두에서 夢中에 대해 잠시 언급했던 건, 이 때문. 무언가에 몰입했다 그 몰입에서 빠져나온다는 건, 꿈에서 깨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꾸고 있던 꿈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일순 당황한다. 상실감이 다가올 때도 있다. 현실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라졌기에, 당혹스러울 뿐.
  저자에게 서재를 잃는다는 것도, 비슷한 기분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개인 서재라고 하는 기나긴 꿈에서, 깨어날 시간. 어쩌면 더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아름답고 찬란한 시간들. 한동안은 아쉽고 섭섭하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인생이, 현실이 분명 기다리고 있을 터.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저자에게 새로운 꿈을 제공한다. 국립도서관 관장. 역대 관장 중 절반 정도는 눈이 멀었다는, 매우 무시무시한. 저자는 이 곳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아울러 모두를 위한 이 아름다운 서재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국민을 위해 봉사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SNS에서 유명인들이 책 읽는 장면을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서를 생활의 기본으로 인식하게 하고 싶다. 저자의 의지가, 뜻이 성공적으로 발휘되어,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독서를 정말 즐기며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성공하기 위해서, 하는 생존 독서 말고.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독서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책을 책꽂이에 가득 꼽고, 그 뿌듯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터. 저자가 언급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보며, 내가 그 작품을 읽었을 때는 어떠한 기분을 느꼈는지, 비교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을 터다.
혹시 책은 싫지만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 어떨까. 책에 대한 무지막지한 애정을 내보이기에, 어쩌면 책을 읽고 싶어질지도
    

 

책의 자세한 사진은 https://www.instagram.com/p/Blzz7VVgu6g/?utm_source=ig_web_copy_link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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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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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이경미, 유쾌하고 솔직한 첫 에세이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된 책으로, 이하 내용은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책을 읽지 않았다. 8월 31일이 마감인 공모전에 낼 단편 소설을 쓸 시간이 필요했다. A4용지로 총 8장 분량. 사흘 동안 생각나는 대로 썼다. 현재 컴퓨터에서 쿨쿨 잠자고 있다. 남은 기간 2~3번 정도 퇴고한 다음 공모전에 낼 생각이다. 입선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매일 서평을 두 편 이상 올리자. 나와 한 약속이라 어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말에 책을 몰아 읽어, 수요일까지의 분량은 확보했다. 문제는 이 책이 도착한 건 금요일이지만, 내가 이 책을 집에 가져간 건 일요일 저녁. 일요일 저녁에는 주말에 읽은 책 정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이 책까지 건드릴 여력이 없었다.
 수요일 저녁에는 목요일 독서모임 공통도서인 ‘김미경의 인생미답’ 읽은 뒤, 슬슬 반납 마감일이 다가오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읽고. 목요일에는 어떻게든 읽겠다고 굳게 결심했는데, 며칠째 계속 읽고 있던 전자책인 ‘아무 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빨리 읽고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거다. 전자책은 보통 밥 먹을 때 짬짬이 읽는데, 이 책 내 취향이 아니다 보니 밥맛이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꾸역꾸역 억지로 다 읽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또 이 책을 완독할 시간까지는 안 나서 50분 만에 완독 가능한 ‘하루 3분 시간 관리’ 읽고.
 금요일에라도 읽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깜빡하고 이 책을 회사에 안 챙겨 갔다. 친정에 가기 위해 예매한 기차 시간이 촉박해서 퇴근한 뒤 집에 들릴 시간까지는 없더라.
 이쯤 되면 아르테에서 이 생각 하고 있겠다. 아니 이 사람은 책 서평 써달라니까, 자기 주중에 뭐 읽었는지 구구절절 읊고 있어. 데헷. 결론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직 마감 안 지났으니까 봐주세요☆

 막간 인스타그램 홍보. 인스타그램에는 책을 읽자마자 바로 감상을 올린다. 책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과 2~3줄 남짓한 감상 위주. 블로그와 포스트에 소개할 다음 책은 무엇인지, 이 책에는 어떤 인상적인 구절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도 방문해주세요! 인스타그램 주소는 글 말미에. 홍보 맞다.

 이 책은 ‘미스 홍당무’, ‘아랫집’,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의 첫 에세이. 영화감독으로서, 딸로서, 여자로서 힘들었던 일들이, 매우 가볍게 쓰여 있다. 아니, 정정하겠다. 문체가 가볍기에 가볍게 보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무거운 이야기다. 7년 동안 영화 감독으로서 쉴 때 마음 고생이 어떠했겠으며, 기껏 찍은 영화가 손익분기점도 못 넘기고 망했을 때의 심정은 또 어떠했겠나.

 “그래! 나 영화 망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돈도 못 버니까 밖에선 다들 나만 무시하고! 내가 망하지 않았으면 다들 안 그랬을 거면서!

 원래는 세상이 참 잔혹하다는 의미로 적어둔 구절이었다. 세상은 승자와 패자를 냉혹하게 나누고, 패자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사회임에도 소수의 성공자만을 바라보며 오늘도 자신을 갈아 넣는 건,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비밀은 없다’ 흥행 기록을 찾아보고 나니, 저 구절이 다시 다가온다. 다른 사람 앞에서 저렇게 말했을 때, 그 심정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자신의 밑바닥을 뒤집어 내보인다는 것만큼 비참한 건 없다. 특히 지금 현재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면 더더욱.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숨기고 싶을 일들이, 가벼운 문체로 툭툭 던지듯 전개된다. 읽을 때는 웃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다시 곱씹어보면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든다.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며, 사실은 다시 돌아보는 것마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드셨을 텐데, 그 시간 다시 돌아보며 글로 남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고 싶다.
 글쟁이를 꿈꾸는 입장에서, 저 밑으로 깊숙이 밀어 넣은 자신의 상처를 새삼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참한지 익히 알기에. 아마 쓰면서 몇 번은 울지 않았을까. 씁쓸한 기분으로 짐작만 해볼 뿐.

 ‘미쓰 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책.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터. 두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에세이는 본래, 그런 맛으로 읽는 장르 아닌가.

 인스타그램 주소는 http://instagram.com/reading2book 블로그 서평과 또 다른 각도에서 책을 보고 있으니, 같이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터다. 아, 아마도. 삐질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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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강민호 지음 / 턴어라운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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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표장도 본질을 이기지 못한다

 

 

저번 주 턴어라운드에서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강민호의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개정판 도서를 내게 되었는데 읽어보지 않겠냐고. 이런 마이너한 블로그, 용케도 발견했다고 생각하며 읽겠다고 회신했다. 그러고 저번 주에 책을 받았다.

 마케팅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 마케팅 기술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어떤 기법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 이 부분이 궁금하다면 그쪽 관련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마케터가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케터가 망설임 없이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상품부터 갖추어야 한다는, 중요한 건 포장이 아닌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단순한 마케팅 책이 아닌, 인문학을 바탕으로 마케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 책소개에 적혀 있던 말. 책을 읽으며 몇 번 그 말을 되새겼다.

 마케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 고객은 누구일까. VIP? 기존 고객? 잠재 고객? 정답은 내부 고객. 즉 직원. 내부 고객에 회사와 회사 상품에 자긍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다. 회사에 자부심을 가지면, 타인에게 회사 상품을 자랑스럽게 소개할 테고. 직원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상품이면, 타인도 신뢰를 갖고 사용할 테니.
 의외로 잠재 고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잠재 고객을 실제로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들이는 돈은, 기존 고객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쓰는 돈의 5배 정도 된다고. 하지만 보통 마케팅은 잠재 고객에게 집중되고, 기존 고객과 내부 고객은 무시당하기 일수. 휴대 전화만 해도, 장기로 유지해본들, 얻는 혜택은 극히 미미하다. 약정이 끝날 때마다 통신사를 옮겨 다니는 건 그 이유. 하지만 그렇게 옮겨 다니는 고객이 정말로 회사에 힘이 될지 생각하면 미심쩍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또 하나 와 닿았던 부분은, 기업은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말. 평소에는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을 할 수 있다. 가령 사람이 우선이라고 광고에도 계속 내보냈던 모 기업처럼.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의 말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렵다. 사람이 우선이라고 계속 광고하여 좋은 인상을 주었던 모 기업은, 정작 위기 순간에는 신입 직원마저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았다. 그 모습에, 모 기업의 이미지는 오히려 추락했다. 차라리 평소에 아무 말 안 했으면 그럴 수도 있었다고 넘어갔을 일이,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오히려 더 커졌다. 신념 없이 신념을 내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마케팅 책으로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마케팅이 아닌 인생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를 계속 팔며 살아간다. 취직의 이야기가 아니다. 관계 속에서도. 일상 속에서도. 계속 나를 내보이며, 나는 다른 사람보다 능력 있다고 믿을 만하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계속 선전한다. 하다못해 블로그조차도, 나는 이런 점에서는 타인보다 낫다고 내세우는 것이지 않나.
 포장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같은 글을 쓰더라도 더 읽기 편하게, 더 보기 편하게 쓰면 더 좋겠지. 이왕 쓸 거면, 포토샵도 해서 예쁘게 카드뉴스로 만들면 더 좋을 테고. 같은 글을 쓰더라도 사진을 담아, 읽기 편하게 독자를 배려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내실이겠지. 아무리 화려하게 장식하더라도, 실상은 텅 비어 있다면, 무용지물이지 않겠나. 언젠가 팔릴 수 있도록,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으로 나를 꾹꾹 눌러 채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회와 위기는 같이 온다고 한다. 그때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기 위해서는, 우선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스레 다시 되새겨보는 것이다. 어째 매번 책을 자기류로 해석해버리는 것 같다. 이것도 능력이려나.

 마지막으로. 턴어라운드는 브랜드 & 마케팅 컨설팅 회사다. 이번 기회에 출판까지 함께 하기로 한 건지, 아니면 대표의 저서이기에 이번만 이 이름으로 낸 건지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만약 출판까지 이번에 하기로 한 거라면. 그래서 첫 책 발간 기념으로 홍보 차 이번 기획을 진행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90점을 줄까 한다.
 긴 시간 베스트셀러였던 책. 완성도는 검증되었다. 대표부터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흥미 있게 읽어줄, 그리고 여간해서는 서평까지 써 줄 고객까지 확보했다. 책의 내용에 충실한 홍보 기법이지 않나.
 마무리로. 친필 편지로, 받은 사람의 가치를 높여주는 동시에 호감도 주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쁜 말 할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주변에 책을 내보이며, 이런 일이 있었다고 자랑스레 말할 터. 어쩌면 턴어라운드에 호감을 갖고 다음 책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책 한 권과 편지 한 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상품에는 완성도를. 고객에게는 가치를.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주제다.

https://www.instagram.com/p/Blpsj5-gqgc/?utm_source=ig_web_copy_link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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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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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컷으로 보는 직장인의 애환

 

 

책 소개는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되어 있다. 하지만 에세이로 소개하는 건 약간 저어된다. 어디까지나 주가 되는 건 한 컷 만화. 에세이는 그 만화 소개문 비슷한 느낌이어서.

 

춘천에 있는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이, 고객과 직원 사이에 있었던 애환을, 한 컷 만화로 엮었다고. 고객은 그렇다고 쳐도, 직원 사이의 일은. 이분들 이래도 괜찮은 건가.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지 않을 텐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될 거야. 이런 기분?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면 된다. 책 곳곳에 들어있는 패러디와 재치 있는 풍자를 즐기며. 나도 이런 일 있었는데. 공감과 함께 읽으면 된다. 고민하거나 생각할 필요 없이 깔깔 웃으면 충분하다.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책.

다만 덮고 나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결국은 돈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거절하지는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퍼서. 어떻게든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지만, 결국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주 짧은 순간, 위안이 되어줄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책 곳곳에는 직장인을 위한 소소한 팁도 있다. 쉬어가는 느낌으로 읽어보면 어떨까. 특히 운동 부족한 직장인에게는, 가벼운 맨손체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맨손체조 설명에 숨어 있는 풍자도 가볍게 느끼며 즐겨보는 것도.

 

주제 별로 한 컷 만화가 여러 개 엮이고, 그 한 컷 만화와 어울리는 에세이가 곁들어져 있는 기분이어서, 책에 대해 설명할 건 많지 않다. 대신 책의 내용을 소개할 수 있는 몇 컷의 사진을 찍어 두었으니 이를 보며 책이 어떤 느낌인지 대충이나마 감을 잡을 수 있다면.

 

마지막.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도 그렇고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컷툰이 자주 나오고 있다. 힘들고 팍팍하고. 나온다고 대안이 있지도 않으니. 힘든 마음 이렇게나마 풀어버리는 것 같은데.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이 있을 수 있다면. 씁쓸하다.


더 많은 이미지는 https://www.instagram.com/p/Blh_uk9gAeY/?utm_source=ig_web_copy_link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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