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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렉트 북 - 로컬 트렌드세터가 추천하는 도쿄 아이템 250
강한나 지음 / 니들북 / 2018년 2월
평점 :
신혼여행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신혼여행. 가장 즐거워야 할 날. 남편과 정말 열심히 싸웠다. 신혼여행 때 1년치 싸움을 다 하지 않았을까. 나는 여행을 가면 갈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가보며 즐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고, 남편은 일단 여행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었다. 여행 전까지는 이 성격 차이를 전혀 몰랐다.
신혼여행지로 삿포로와 도쿄 두 곳을 선택했다. 삿포로는 내가 일정을 짰고 도쿄는 남편이 일정을 짰다. 삿포로는 정말 열심히 조사했다. 일본어로 삿포로 관청에 질문도 했다. 한국에서 신혼여행 가는데 혹시 정보를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 줄 수 없겠냐고. 할인쿠폰 사이트도 뒤졌고 비에이 버스 여행 일정도 찾아보았다. 삿포로에서 즐겨야 할 것들은 그럭저럭 즐겼다고 자신할 수 있다.
도쿄는. 이 인간, 도쿄여행 일정 짜랬더니, 책 한 권만 덜렁 들고 나타났다. 그러고서 하는 말이 동물원 가고 싶단다. 신혼여행에 무슨 동물원이야! 심지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숙소에서는 얼마나 먼지 그런 건 전혀 관심이 없다. 아니 어디를 가고 싶으면 동선을 계산하고 그 동선에 맞추어 숙소 짜고. 이게 기본 아닌가? 다음부터 이놈이랑 여행할 일 있으면 무조건 일정은 내가 짜기로 굳게 다짐했다.
신혼여행은 처참하게 망했지만 일본은 즐거웠다. 기회가 닿는다면 또 가고 싶어 일본어도 공부하고 있다. 일본어 회화하는 김에 구몬 일본어도 병행하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가난한 직장인에게 딱 좋은 학습지다.
하여튼. 도쿄를 또 갈 일이 생긴다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내가 일정을 짜리라. 이렇게 굳게 다짐하고 있던 차에, 대원씨아이에서 ‘도쿄 셀렉트 북’ 서평단 모집하는 것을 보았다. 대원씨아이 만화책이랑 라이트노벨 출판사 아닌가. 갸웃. 이러며 신청했다.
자. 여기서 드디어 본론. 서평단 이벤트로 당첨된 책으로 평소와 문투, 논조, 태도 등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도쿄에서 7년째 거주하는 방송인인 저자가, 스위티, 문구 용품, 길거리 음식, 디너, 녹차 등 총 25가지 주제에 맞추어 250개의 도쿄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 카페, 음식점 등이 대다수지만 간혹 상품이나 물건을 소개할 때도 있다. 편의점 음식이라든지 아니면 문구 용품이라든지. 신기한 것이 많다.
사진 한 장으로 소개하고 싶은 장소 혹은 상품을 보여준 뒤, 장소와 상품을 가격 특색 등과 함께 짧게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구글로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 키워드를 알려 준다.
일본 게임을 할 때 종종 구글에서 일본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내 휴대전화에는 예전부터 일본어 키보드가 깔려 있어 굳이 검색 키워드 안 알려줘도 되지만, 딱히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책.
이 책은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특색있는 여행 일정을 잡고 싶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스위티 위주로 일정을 잡고 싶어. 문구 용품 중심으로 일정을 잡고 싶어. 맛있는 저녁 요리 위주로 일정을 짜고 싶어 등등. 도쿄에 직접 살면서 여행객이 아닌 도쿄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게/물품 위주로 책을 구성했기에, 도쿄 사람들은 뭘 좋아하나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현지인 대상 가게는 영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대비를 조금은 해야 한다.
강점은 위에서 말한 사진과 검색 키워드 제공이 아닐까. 덧붙이자면 가격을 전부 적어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난하다 보니 일단 가게 소개를 받으면 얼마인지 가장 궁금하다. 비싼 가게도 있지만, 적절한 가격대의 가게도 많으므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도 만족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건 한국 가격보다 더 저렴하다. 와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어, 동선을 잡으려면 따로 검색해야 한다는 것 정도. 도쿄 지도 한 장을 싣고, 거기에 소개하는 가게들을 적어 두었다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쉽게 여행 일정을 짤 수 있을 텐데. 손이 두 번 간다.
가을이나 겨울. 서로 손 잡고 연가를 낸 뒤, 도쿄여행을 다시 다녀와도 좋지않을까. ‘츠바키 문구점’ 성지 순례와 더불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주제의 가게들을 돌아보고 오면, 암울했던 신혼여행의 기억도 사라지려나. 문제는 돈! 남편과 함께 ‘필살! 여행경비 모으기 저축 대작전’이라도 펼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