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사이 -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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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알맞은 거리 찾기

 

 내가 다니는 회사는 크기가 작은 편. 부서에서 만든 책을 회사 전체에 돌리는데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직율도 높지 않아, 중간에 퇴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때문인지 회사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다. 전부 가면을 쓰고 산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느니 가면을 쓰는 쪽이 훨씬 낫지 않나.
 적체가 심해 승진은 포기해야 한다. 월급도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생각해 보면, 그 두 단점은 묻어둘 수 있다. 승진은 정 안 되면 회사 밖에서 인생 목표를 찾아보면 된다. 하나 정도는 있겠지. 월급은. 언젠가는 오르지 않을까. 인간은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한다. 정 안 되면 모아둔 책이라도 파는 걸로.

저자는 본래 정신과 의사였다. 매우 잘 나갔다고. 하지만 병에 걸린 뒤, 알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고 한다. 어느새 옆에 있던 사람은 채 한 줌도 되지 않았다고. 흔한 이야기.
 인간관계에 한 번 제대로 데인 저자가, 인간관계에 대해 적어 내려간 책. 정확히는 각 인간관계 ―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대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상처 주지 않고 상처 받지 않기에, 이 점에서 유용하다.

어떤 관계인지 따라 접근을 허용하는 범위가 각각 다르다고 한다. 가령 정말 친밀한 관계는 근접해도 상관없지만, 회사 동료 같은 경우에는 1m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인간관계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장에 ‘? ∽ ? cm 거리’라고 표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뭔가 하다, 겨우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둔탱이. 하지만 둔탱이는 귀여우니까. 데헷.

인간관계를 다루는 책은 많고 적당히 거리를 둔 채 상대와 나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으니 책 전체를 다루는 대신 인상적이었던 부분 하나만 소개할까 한다.
 ‘엄마는 미안하지 않아’에서도 말했지만,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 진짜 질색한다. 직장 다니는 게 왜 미안한 일이고, 원하는 것 다 해주지 못하는 게 대체 왜 미안한 일이냐고. 그렇게 미안하면 차라리 낳질 말던가.
 그냥 당당하게 말해도 되지 않나. ‘네 옆에 계속 있어주고 싶지만, 내 인생도 있으니만큼 언제나 네 곁에 머무를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할 테니, 너도 그 정도로 만족해주면 좋겠다’ 사람이 어떻게 원하는 걸 매번 손에 넣나.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하고 그렇게 살아야지.

이 책 딱 잘라서, 무의미한 죄책감 갖지 말라고 한다. 아이는 이미 자기 몫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 부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건, 사회가 어머니에게 육아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이다. 덧붙여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보통의 인간관계에서는 희생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그 말을 반복하는 건, 아직 불완전하니까 내가 계속 돌봐줘야 하니까. 내 것인데 내가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가 미안해’란 말이 더 싫어졌다.
 
 다른 사람은 전부 멀쩡한데, 나만 힘든 것 같다. 사실 다들 힘들다. 내색하지만 않을 뿐. 내 고민이나 다른 사람 고민이나 별 차이도 없다. 비슷비슷한 책들이 계속 나오는 건 그 때문일 듯. 어쩐지 위안이 된다. 나만 힘든 것 아니구나, 이런 기분.
 인간관계가 힘들 때 읽어보면 좋을 책.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만큼 설득력도 높고. 읽고 난 뒤 소중한 사람을 다시 생각해보면. 늦기 전에 먼저 소중하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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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렉트 북 - 로컬 트렌드세터가 추천하는 도쿄 아이템 250
강한나 지음 / 니들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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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여행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신혼여행. 가장 즐거워야 할 날. 남편과 정말 열심히 싸웠다. 신혼여행 때 1년치 싸움을 다 하지 않았을까. 나는 여행을 가면 갈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가보며 즐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고, 남편은 일단 여행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었다. 여행 전까지는 이 성격 차이를 전혀 몰랐다.
 신혼여행지로 삿포로와 도쿄 두 곳을 선택했다. 삿포로는 내가 일정을 짰고 도쿄는 남편이 일정을 짰다. 삿포로는 정말 열심히 조사했다. 일본어로 삿포로 관청에 질문도 했다. 한국에서 신혼여행 가는데 혹시 정보를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 줄 수 없겠냐고. 할인쿠폰 사이트도 뒤졌고 비에이 버스 여행 일정도 찾아보았다. 삿포로에서 즐겨야 할 것들은 그럭저럭 즐겼다고 자신할 수 있다.
 도쿄는. 이 인간, 도쿄여행 일정 짜랬더니, 책 한 권만 덜렁 들고 나타났다. 그러고서 하는 말이 동물원 가고 싶단다. 신혼여행에 무슨 동물원이야! 심지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숙소에서는 얼마나 먼지 그런 건 전혀 관심이 없다. 아니 어디를 가고 싶으면 동선을 계산하고 그 동선에 맞추어 숙소 짜고. 이게 기본 아닌가? 다음부터 이놈이랑 여행할 일 있으면 무조건 일정은 내가 짜기로 굳게 다짐했다.

 신혼여행은 처참하게 망했지만 일본은 즐거웠다. 기회가 닿는다면 또 가고 싶어 일본어도 공부하고 있다. 일본어 회화하는 김에 구몬 일본어도 병행하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가난한 직장인에게 딱 좋은 학습지다.
 하여튼. 도쿄를 또 갈 일이 생긴다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내가 일정을 짜리라. 이렇게 굳게 다짐하고 있던 차에, 대원씨아이에서 ‘도쿄 셀렉트 북’ 서평단 모집하는 것을 보았다. 대원씨아이 만화책이랑 라이트노벨 출판사 아닌가. 갸웃. 이러며 신청했다.

 자. 여기서 드디어 본론. 서평단 이벤트로 당첨된 책으로 평소와 문투, 논조, 태도 등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도쿄에서 7년째 거주하는 방송인인 저자가, 스위티, 문구 용품, 길거리 음식, 디너, 녹차 등 총 25가지 주제에 맞추어 250개의 도쿄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 카페, 음식점 등이 대다수지만 간혹 상품이나 물건을 소개할 때도 있다. 편의점 음식이라든지 아니면 문구 용품이라든지. 신기한 것이 많다.
 사진 한 장으로 소개하고 싶은 장소 혹은 상품을 보여준 뒤, 장소와 상품을 가격 특색 등과 함께 짧게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구글로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 키워드를 알려 준다.
 일본 게임을 할 때 종종 구글에서 일본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내 휴대전화에는 예전부터 일본어 키보드가 깔려 있어 굳이 검색 키워드 안 알려줘도 되지만, 딱히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책.

 이 책은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특색있는 여행 일정을 잡고 싶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스위티 위주로 일정을 잡고 싶어. 문구 용품 중심으로 일정을 잡고 싶어. 맛있는 저녁 요리 위주로 일정을 짜고 싶어 등등. 도쿄에 직접 살면서 여행객이 아닌 도쿄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게/물품 위주로 책을 구성했기에, 도쿄 사람들은 뭘 좋아하나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다만 현지인 대상 가게는 영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대비를 조금은 해야 한다.
 강점은 위에서 말한 사진과 검색 키워드 제공이 아닐까. 덧붙이자면 가격을 전부 적어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난하다 보니 일단 가게 소개를 받으면 얼마인지 가장 궁금하다. 비싼 가게도 있지만, 적절한 가격대의 가게도 많으므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도 만족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건 한국 가격보다 더 저렴하다. 와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어, 동선을 잡으려면 따로 검색해야 한다는 것 정도. 도쿄 지도 한 장을 싣고, 거기에 소개하는 가게들을 적어 두었다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쉽게 여행 일정을 짤 수 있을 텐데. 손이 두 번 간다.

 가을이나 겨울. 서로 손 잡고 연가를 낸 뒤, 도쿄여행을 다시 다녀와도 좋지않을까. ‘츠바키 문구점’ 성지 순례와 더불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주제의 가게들을 돌아보고 오면, 암울했던 신혼여행의 기억도 사라지려나. 문제는 돈! 남편과 함께 ‘필살! 여행경비 모으기 저축 대작전’이라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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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당신에게 - 남과 여의 아들러 심리학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최서희 옮김 / 알투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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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복한 부부 생활을 위한 아들러 심리학

 

 

   아들러 심리학.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그 때문. 혼자가 편한 게 왜. 보태준 것 있어? 버럭하고 지나가려다 아들러 심리학여섯 글자에 혹해 집어 들었다.
  왜 매번 책 고르는 기준이 이따위인지 묻는다면. 왜일까.
 
  이 책 첫인상 매우 안 좋았다. 책 첫 장부터 여자는 어떻고 남자는 어떻고. 여자는 지도 잘 못 본다는 말에 욱해 버렸다. 아니 난 지도 잘 본다고. 표지판도 잘 읽는다고. 남편보다 길도 더 잘 찾는데. 남녀차별반대.
  ‘져주는 대화에서 남성 우월주의에 진짜 치를 떨었던 터라. 안 그래도 일본. 남녀 차별 심하기로 유명한 나라인데.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조용히 칼을 갈기 시작했다. 이 몸의 현란한 씹기 실력을 보여주마. 캬캬캬.
  분명 독서는 인격 수양을 위한 도구였던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 걸까.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읽다 보니 꽤 마음에 들었다. 이 책 어떻게 해야 연인이 혹은 부부가 행복한 생할을 유지할 수 있는지 다룬다. 처음에 남녀가 다르다고 전제했던 건, 남녀는 서로 다르니 그 사실을 알고 배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 정도면 이해할 수 있다. 성향 차이로 설명하는 것이 더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사이를 좋게 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아이를 낳더라도 서로를 부모로 보기보다는 부부로 볼 것. 새로운 기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부부끼리 호텔이나 모텔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나.
  상대방의 장점을 서로 말해본다든지, 연애 편지를 다시 쓰는 것도 좋다. 지시적 마라기, 정보 제공적 말하기가 아닌 공감하는 말하기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 필요도 있다.
  다만 저자는 그 사람이 처했던 환경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 것을 권한다. 같은 환경이어도, 그 환경에 매몰되는 사람이 있고 헤쳐 나오는 사람이 있으니. 자신은 학대를 당했기에 오히려 이상적인 부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선입견은 금물.
 
  예시가 구체적이어서 좋았다. 이혼한 부부가 아들러 심리학에 따라 서로를 다시 바라보면서 사이가 나아지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한 번 헤어진 연인이나 부부는 합친들 똑같은 결론만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이번만큼은 응원했다.
  남성 혐오증에 끙끙대다 의부증 때문에 고생한 아내도, 성공에 매몰되어 정말 챙겨야 할 가족은 외면해버린 남편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그 노력이 보답받았으면 한다.
  현재 남녀 관계를 고민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다. 신뢰와 자기존중은 추상적인만큼 어떤 식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회가 될 터다.

  다만. 아들러 심리학이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결국 아들러 심리학이 무엇인지는 끝까지 모른 채 이 책이 끝나 버렸다. 아들러 심리학에 따라 연인과 부부의 사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보니, 아들러 심리학은 버뮤다 삼각지대로 놀러 가 버린 모양이다.
  즉, 난 붕어다. 뻐끔뻐끔. 괜찮다. 가끔은 붕어도 귀여우니까. 원래 할 말이 없을 때는 필살 귀여움을 투척하고 달아나는 법이다!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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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없는 성적표
류태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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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혁명 – 새 시대에 어울리는 아이들을 위하여

이 책은 서평단 이벤트로 받았습니다. 평소와 문투, 논조, 태도 등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책 처음에 받았을 때 첫 생각. 왜 이렇게 얇아. 읽고 난 뒤 생각. 얇아서 다행이다. 얇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더 길면 안 된다. 더 길면 아마 난 저어기서 울면서 바닥을 파고 있을 거다
     
  저자는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며, 미국의 성적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확인했다. 보다 보니 참 괜찮다. 소개하고 싶다. 소개한 김에 한국에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설득도 하고 싶다.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가 아닐까.
 
  성적 없는 성적표. 현재 미국 여러 학교에서 도입한 이 성적표는 역량 중심 성적표이자 과정 중심의 성적표이다.
  우선 역량 중심의 성적표. 4차 산업 혁명 이후 필요한 역량 창의적 사고, 리더십, 진취성, 진실성 등을 학생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는다. 기존 성적표처럼 줄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 이 학생의 강점이 무엇이며 약점이 무엇인지 보여줄 뿐이다.
 
사람의 역량은 계속해서 변한다. 현재 결과를 보여주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여기서 과정 중심의 성적표가 나온다.
  학생은 각 역량을 기르기 위한 활동을 하고, 그 활동 내역을 영상 등으로 찍어 기록한 뒤, 기록물을 제출한다. 학생이 제출한 기록물도 성적표에 반영된다.
  즉, 성적표에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과정까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람을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시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시험 결과 역시 과정의 일부분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학생과 교사가 함께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연구하고. 그 과정을 성적표에 다시 기재한다.
 
  각자 강점과 약점이 다르고, 역량을 기르는 방법도 다 다르다. 주입식 교육이 설 자리가 없다. 교사는 이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함께 달리며 방향만 제시해줄 뿐이다. 진정한 학생 주도적인 교육이 시작된다.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물론 좋은 이야기다. 사람을 성적만으로 줄 세우고, 그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건 잔혹하다. 하지만 과연 이 방법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단 강남에 학원이 우수수 생기겠지. 역량 교육을 도와 드립니다. 성적표에 올릴 영상을 만들기 위한 영상업체도 범람할 터.
  여행사에서는 여행상품을 개발할지도 모른다. 무슨 역량을 키우기 위해 이런이런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사교육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사교육 시장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양질의 교사. 역량을 기르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교재도 바꾸어야 하고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자유학기제도 빈부격차가 크다고 들었는데, 이 자유학기제가 전면적으로 도입된다고 보면 된다. 빈부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잡음도 분명 클 터다.
 
  책 자체는 짜임새 있다. 미국의 성적표를 직접 보여주며, 성적 없는 성적표가 무엇인지 궁금할 사람의 의문을 풀어준다. 성적 없는 성적표가 왜 유용한지 예시를 잘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도기 상황에서 어떻게 제도를 운용할지 저자 나름대로는 고민하고 있다.
  다만. 한글로 충분히 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튀어나오는 영어 단어와 지나치게 이상적인 태도는 거슬렸다.
  그래도 새로운 시대에 어떤 교육을 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사람이라면, 특히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나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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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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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보는 인간과 고양이 이야기.

 갈등했다. 고양이1. 고양이2로 나누어 쓸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분량을 채울 자신이 없다. 고로 두 권을 한 번에 처리하기로. 독서 목록에는 1, 2권으로 나누어서 작성할 예정이다. 나 한 달에 이만큼 읽었다! 쓸데없는 자랑인 것 같지만, 가끔은 이 쓸데없음이 중요하다.
 
  출근할 때 방죽천을 이용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거리다, 나를 보더니 도망친다. 하필 길이 겹친다. 이런. 어쩔 수 없이 계속 따라갔다. 고양이가 한 번 더 돌아보더니 더 빠른 걸음으로 길을 재촉한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항의해 보았다. 내 말을 들은 고양이는 더더욱 빠르게 풀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상처받았다.
  이 책을 굳이 오늘 읽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상처 받은 마음, 고양이를 보며 풀겠다. 동기가 허무하다고? 원래 인생 자체가 허무한 거다. 뭘 새삼스레.
 
  신선한 창의력으로 언제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번에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인간 외 주인공은 오랜만이다.
  사실 베르나르 매우 좋아하던 작가였는데. 전 남친이 신랄하게 깐 뒤로는 호감도가 살짝 낮아졌다. 소재는 참신하지만 플롯에는 자기복제가 심하다던가. 아니 요즘은 소재도 참신하지 않다던가. 예전에는 진짜 푹 빠져 살았는데, 이제는 근처에도 가기 싫다고.
  많은 책을 쓰다 보면 자기 복제가 아주 없을 수는 없다. 다른 작가에 비하면 자기 복제가 심한 편도 아니다. 소재에 유사한 점이 없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다른 소재를 뽑아내는 그 자체도 대단하고. 그래도 그의 비판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타인 험담이 왜 나쁜지 알 것 같다.
 
  고양이나 개를 화자로 한 기사가 신문에 실린다. 동물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이러면 기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 재미를 듬뿍 느꼈다.
  도도한 암컷 고양이 바스테스. 고양이 여신의 이름과 같다는 점이 암시적. 만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 고양이는 인간의 지식을 아는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만나면서, 자신이 느낌 감정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중에는 다른 종인 사자와 심지어 인간과도 감정을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종족을 뛰어넘은 교류다.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다. 프랑스에 테러가 일어났던 경험 때문인지, 작가는 테러 때문에 무너져가는 파리를 소설 배경으로 삼았다. 인간도 고양이도 설 자리를 잃고 쥐만이 득실거린다. 문명이 무너진 곳에서 신종 페스트와 함께 쥐만 가득한 도시, 어쩐지 인간이 계속해서 주인일 수는 없다는 느낌을 준다. 입맛이 쓰다.
  그래도 그 모든 모험 끝에, 바스테스는 원하던 것을 이룬다. 해피엔딩이다. 다행이다.
 
  고양이와 인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잡학사전으로 읽어도 재미있고, 고양이가 보여주는 유쾌한 모험 활극으로 보아도 즐겁다. 다만 고양이가 지나치게 인간스러운 건 약간 아쉽다. 약간만 더 고양이 같았으면. 일단 고양이다운 고양이가 어떤지 잘 모르지만.
 
  분권되어있지만, 분량은 많지 않아 다 읽는데 1시간 30분도 채 안 걸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소설은 몰입해서 읽을 수 있으면 가장 최고다. 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 유지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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