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4분 뒤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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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이 들려주는 오싹오싹 공포 체험

 

평소 취침 시간 10시. 어제 취침 시간 12시 10분. 일이 있어 야근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다. 저 높으신 곳에서 자료 요구 하실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전 직원이 회사에 대기했다. 에어컨은 안 틀어주지, 2시간 마다 강제로 전등은 꺼버리지. 전등을 다시 켜며 생각했다. 전등이라도 얌전히 내버려두지. 수당도 안 주면서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우울한 밤에 어울리는 소설. 소재 자체는 익숙하다. 이야기를 읽으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겠네, 바로 짐작이 될 정도. ‘자정 1분 뒤’는 히가시노 게이고도 ‘패러독스 13’에서 한 번 써먹은 소재고. ‘자정 2분 뒤’에 나오는 죄책감이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는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시리즈에서도 나온다.

 소재가 뻔하다고 이야기마저 뻔하지는 않다. 일단 이 작품, 킹의 초기작이다. 즉 지금은 뻔한 소재지만, 킹이 이 글을 써내려갈 때는 분명 아니었을 터. 히가시노 게이고나 니시오 이신이 이 책에서 소재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뻔한 이야기일수록 독자가 몰입하기 힘들다.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는 독자를 이야기에 묶어 두어야 한다. 내용이 뻔히 짐작이 가더라도, 이 이야기가 어떻게 내가 아는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해 하며 책을 넘길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킹은 이 역할을 충분할 정도로 잘 해내고 있다. 좋은 작가다.

 자정 4분 뒤1과 자정 4분 뒤2가 있기에, 장편 소설인지 알았다. 알고 보니 중편 4개를 묶은 소설이라 약간 김이 샜다. 시리즈물은 완결난 뒤 모아보는 취미가 있기에, 자정 4분 뒤2도 구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딱히 이어지는 내용도 아닌 만큼 나중에 찾아 읽어도 될 것 같다.
 절대 지금 또 책이 쌓여 있는 것 아니다. 아닐 거다. 아니라고 하고 싶다. 책은 방심하면 무서울 정도로 쌓인다. 읽을 책 자동 증식 기능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무시무시한 상상 중이다.
 절대 읽을 책 많다고 징징거리면서 이번 주만 책 세 권 산 것 아니다. 신규자 교육 때 쓴 식비를 어제 정산해줘서 통장에 약간 여유가 생긴 바람에. 그보다 나는 누구에게 변명을 하고 있는 건가.

 중편 4개를 묶었다기에, 별 것 아니라고 말할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1권만 600페이지가 넘는다. 소설 한 권이니 금방 읽겠지, 이 마음가짐으로 7시부터 읽기 시작해서 10시에 책을 덮었다. 자정 4분 뒤2도 이 정도 분량이면, 장편 소설 4편을 묶었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한 뒤 읽어야 한다.
 그보다 킹은 대단하지만 킹의 소설은 취향이 아니라고 했는데. 다작 작가다 보니 취향에 맞는 소설이 있고 아닌 소설이 있는 모양. 일전에 읽은 ‘악몽을 파는 가게2’는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 책은 또 괜찮았다. 여유 있으면 또 찾아서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복불복이라는 문제점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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