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감독 이경미, 유쾌하고 솔직한 첫 에세이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된 책으로, 이하 내용은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책을 읽지 않았다. 8월 31일이 마감인 공모전에 낼 단편 소설을 쓸 시간이 필요했다. A4용지로 총 8장 분량. 사흘 동안 생각나는 대로 썼다. 현재 컴퓨터에서 쿨쿨 잠자고 있다. 남은 기간 2~3번 정도 퇴고한 다음 공모전에 낼 생각이다. 입선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매일 서평을 두 편 이상 올리자. 나와 한 약속이라 어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주말에 책을 몰아 읽어, 수요일까지의 분량은 확보했다. 문제는 이 책이 도착한 건 금요일이지만, 내가 이 책을 집에 가져간 건 일요일 저녁. 일요일 저녁에는 주말에 읽은 책 정리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이 책까지 건드릴 여력이 없었다.
 수요일 저녁에는 목요일 독서모임 공통도서인 ‘김미경의 인생미답’ 읽은 뒤, 슬슬 반납 마감일이 다가오는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읽고. 목요일에는 어떻게든 읽겠다고 굳게 결심했는데, 며칠째 계속 읽고 있던 전자책인 ‘아무 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빨리 읽고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거다. 전자책은 보통 밥 먹을 때 짬짬이 읽는데, 이 책 내 취향이 아니다 보니 밥맛이 뚝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꾸역꾸역 억지로 다 읽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또 이 책을 완독할 시간까지는 안 나서 50분 만에 완독 가능한 ‘하루 3분 시간 관리’ 읽고.
 금요일에라도 읽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깜빡하고 이 책을 회사에 안 챙겨 갔다. 친정에 가기 위해 예매한 기차 시간이 촉박해서 퇴근한 뒤 집에 들릴 시간까지는 없더라.
 이쯤 되면 아르테에서 이 생각 하고 있겠다. 아니 이 사람은 책 서평 써달라니까, 자기 주중에 뭐 읽었는지 구구절절 읊고 있어. 데헷. 결론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직 마감 안 지났으니까 봐주세요☆

 막간 인스타그램 홍보. 인스타그램에는 책을 읽자마자 바로 감상을 올린다. 책에서 감명 깊었던 구절과 2~3줄 남짓한 감상 위주. 블로그와 포스트에 소개할 다음 책은 무엇인지, 이 책에는 어떤 인상적인 구절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도 방문해주세요! 인스타그램 주소는 글 말미에. 홍보 맞다.

 이 책은 ‘미스 홍당무’, ‘아랫집’,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의 첫 에세이. 영화감독으로서, 딸로서, 여자로서 힘들었던 일들이, 매우 가볍게 쓰여 있다. 아니, 정정하겠다. 문체가 가볍기에 가볍게 보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무거운 이야기다. 7년 동안 영화 감독으로서 쉴 때 마음 고생이 어떠했겠으며, 기껏 찍은 영화가 손익분기점도 못 넘기고 망했을 때의 심정은 또 어떠했겠나.

 “그래! 나 영화 망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돈도 못 버니까 밖에선 다들 나만 무시하고! 내가 망하지 않았으면 다들 안 그랬을 거면서!

 원래는 세상이 참 잔혹하다는 의미로 적어둔 구절이었다. 세상은 승자와 패자를 냉혹하게 나누고, 패자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사회임에도 소수의 성공자만을 바라보며 오늘도 자신을 갈아 넣는 건,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기 때문.
 하지만 ‘비밀은 없다’ 흥행 기록을 찾아보고 나니, 저 구절이 다시 다가온다. 다른 사람 앞에서 저렇게 말했을 때, 그 심정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자신의 밑바닥을 뒤집어 내보인다는 것만큼 비참한 건 없다. 특히 지금 현재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면 더더욱.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숨기고 싶을 일들이, 가벼운 문체로 툭툭 던지듯 전개된다. 읽을 때는 웃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다시 곱씹어보면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든다.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며, 사실은 다시 돌아보는 것마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드셨을 텐데, 그 시간 다시 돌아보며 글로 남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어요. 위로의 한 마디를 건네고 싶다.
 글쟁이를 꿈꾸는 입장에서, 저 밑으로 깊숙이 밀어 넣은 자신의 상처를 새삼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다시 끄집어내는 일이 얼마나 끔찍하고 처참한지 익히 알기에. 아마 쓰면서 몇 번은 울지 않았을까. 씁쓸한 기분으로 짐작만 해볼 뿐.

 ‘미쓰 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책. 이 영화를 찍은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터. 두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에세이는 본래, 그런 맛으로 읽는 장르 아닌가.

 인스타그램 주소는 http://instagram.com/reading2book 블로그 서평과 또 다른 각도에서 책을 보고 있으니, 같이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터다. 아, 아마도. 삐질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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